‘나쁜 생각 하지 말자... 절대로 안 돼.’유하는 두려움 속에서 스스로 떠오르는 좋지 않은 기억을 애써 밀어냈다. 대신 마음속 깊은 곳에 남아 있는 따뜻한 순간들을 붙잡았다.어릴 적, 소성란과 함께 밤을 지새우던 기억. 바느질을 가르쳐주며 ‘세상은 넓다, 좁은 데 얽매이지 마라’라고 해주던 말. 그 말은 어린 유하의 가슴에 뿌리내려, 날개처럼 퍼져나갔다.집을 뛰쳐나온 날, 자신을 받아주고 기차에 태워 보내준 고등학교 국어 선생님. 혹시 굶거나 길에서 잘까 봐, 유하의 가방 속에 백만 원을 몰래 넣어준 그 마음. 그때 유하는 처음 느꼈다. 선한 마음과 사랑은 천금보다 귀하고, 산과 바다보다 무겁다는 걸...이솔과 함께 나누던 음식, 밤늦도록 이어진 대화, 함께 웃던 웃음. 언제나 유하의 버팀목이 되어준 진심.청산과의 만남, 그의 배려와 따스한 손길... ‘세상에 이런 남자도 있구나’ 처음 깨닫게 해준 시간.미래를 걱정해주던 대학 지도 교수, 스치듯 부축해 준 낯선 이의 손길, 무수한 얼굴들의 웃음...유하는 눈물이 흘렀다.‘나는 참... 행운아였어.’어둠 속에서도, 수많은 손길이 자신을 붙잡아 끌어올려 준 기억이 유하의 버팀목이 되었다.그것만으로 충분한 생이었다.수많은 늪을 건너온 자신이니, 이번에도 버틸 수 있을 거라 믿고 싶었다.덜컹-사슬이 흔들렸다.유하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텅 빈 어둠 속을 걸으며, 낮게 흥얼거렸다.행복했던 순간의 노래, 그때의 웃음.쇠사슬이 박자를 대신했고, 어둠은 그녀의 노래를 삼켰다.영혼이 춤을 추듯, 목소리는 자유를 찾아 울려 퍼졌다.그러나 노래에는 끝이 있었다.몸은 지쳐갔고, 어둠은 끝없이 이어졌다.시간은 무의미해졌다.유하의 머릿속에 있는 몇 안 되는 빛나는 기억들은 차츰 흐려지고, 공포의 환영에 잠식됐다.마침내, 유하는 무너졌다.그리고 정신이 부서졌다.유하는 항상 방 안을 헤매며 중얼거렸다. 점점 목소리가 희미해져 자신도 들리지 않았다.사슬 소리만이 요란하게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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