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어쩌라는 거야?’승현이 입꼬리를 비스듬히 올렸다.“내가 7년 전엔 너무 친절했나 봐. 괜찮아, 앞으로 시간 많잖아. 자, 산이라 온도가 더 빨리 떨어진다. 집에 가자.”그가 손을 내미는 순간...번뜩- 한 줄기 빛이 스쳤다.피가 터졌다. 깊게 팬 승현의 손바닥 상처에서 선홍빛 액체가 뚝뚝 흘러내렸다.문 밖에서 기다리던 태건이 놀라 뛰어들려 하자, 승현이 손을 들어 태건을 막았다.“가까이 오지 말랬지.”유하는 두 손으로 칼을 쥐고 있었다.남자의 얼굴은 창백했지만, 눈빛 하나 흔들림 없었다.“꽤 세게 나가네.”승현은 손바닥의 통증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웃었다.그는 멈추지 않았다.한 걸음, 또 한 걸음... 유하에게 다가갔다.그는 피로 번진 손으로 칼날을 꽉 움켜쥐며, 유하의 놀란 눈빛 속에서 그 칼끝을 자기 가슴께로 가져갔다.“내가 밉지? 좋아, 그럼 찔러.”“해봐.”승현이 몸을 조금 숙였다. 칼끝이 심장 바로 위에 닿았다.그는 낮게 웃으며 속삭였다.“여보, 무서워?”‘이러지 마... 제발...’유하의 손끝이 떨렸다.“소유하라는 사람, 난 너무 잘 알지.”승현의 목소리가 낮고 묘하게 따뜻했다.“당신은 언제나 이성적이지. 모든 일, 모든 사람을 저울질해. 자기가 손해 볼 일이라면, 감정 따윈 가볍게 배제하지.”“그게 당신이야. 그래서 넌 날 못 죽여. 네 인생이 걸려 있으니까. 감옥, 죄, 후회... 다 머릿속으로 계산 중이지?”그가 비웃듯 숨을 내쉬었다.“이 모든 세월 동안 생각했어. 정말로... 너한텐 감정이라는 게 있긴 한 걸까?”유하의 눈동자가 흔들렸고, 눈가가 붉게 물들고, 숨이 거칠어졌다.“내가... 감정이 없다고?”“내가?”그녀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칼끝이 미세하게 흔들렸다.‘이 사람, 정말 나를 미치게 만들어!’유하가 웃음을 터뜨렸다.그 웃음엔 비웃음도, 체념도, 한 줌의 절망도 섞여 있었다.“오승현, 어떻게 감히 그런 말을 입에 담아? 내가 감정이 없다고? 내가 먼저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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