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현의 목소리는 담담하고 일정했다. 마치 부부간의 갈등을 다루는 게 아니라, 어떤 공적인 사안을 보고하는 듯했다.그렇기에 오히려 더 무거운 압박감이 짓눌렀다.하지만, 유하에게는 예상치 못한 화제였다.‘정말이지, 좋은 형님이네...’유하는 순간 어찌 대답해야 할지 몰라 숨이 막혔다.공간 속이 고요히 얼어붙었다.잠시 후, 억지로 건넨 두어 마디의 웃음 끝에, 유하는 담담히 말을 꺼냈다.“사령관님, 차라리 동생분을 설득해 주시면 안 될까요? 이혼합의서를 몇 장이나 찢어버린 건데요. 사령관님 말씀이라면... 분명 더 이상 저를 붙잡지 않을 겁니다.”그녀의 눈빛이 차갑게 흔들렸다.“사령관님도 말씀하셨잖아요. 부부 7년, 굳이 원수처럼 끝낼 필요가 있냐고. 그렇다면... 좋게 헤어지면 되잖아요.”단호한 결심이 담긴 목소리였다.돌아설 여지도, 미련도 남기지 않았다.석현은 그제야 짧게 눈길을 떨구더니, 더는 말을 잇지 않았다.공기는 정적에 잠식되어 숨조차 가빠질 지경이었다.‘숨 막힌다...’유하의 가슴이 조여오며 그렇게 느낄 즈음, 노크 소리가 문을 울렸다.“보고드립니다! 차량 준비 완료했습니다!”문이 열리자 석현은 고개를 돌리지 않은 채 짧게 명령했다.“해선사로 데려가라.”그 말 한마디뿐.더는 시선도 주지 않고, 그는 묵묵히 자리를 떠났다.유하는 검은 두건이 씌워진 채, 누군가의 부축을 받으며 밖으로 나왔다.차 문이 열리고, 몸이 차에 실리자, 곧 차가 진동하며 앞으로 나아갔다....W시.푸른 새벽빛 속, 검은 차 한 대가 고즈넉한 정원주택 안으로 미끄러지듯 들어섰다.차 문이 열리자, 검은 정장을 단정히 차려입은 승현이 내렸다.그는 손목을 고르고, 곧은 걸음으로 서재를 향해 들어섰다.남자의 걸음은 흔들림이 없었으나, 기운은 무겁게 번졌다.서재 문을 막 열자...쿵!묵직한 지팡이가 바닥을 때리는 소리.이어진 건 오국수의 분노에 찬 호통이었다.“오승현! 너 지금 제정신이냐! W시 전부가 난리다! 겨우 여자 하나 찾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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