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부는 유하를 쓱 보면서, 아무 말 없이 돌아서 걸어갔다.“뭐야?”유하의 입이 떡 벌어졌다.‘아니, 납했으면 뭐라고 말이라도 해야지!’‘이대로 늑대한테 물려 죽으면 누가 책임질 건데?’황당함이 분노로 바뀌었다.그런데 유하는 이상했다. 늑대는 여전히 으르렁거리기만 할 뿐, 달려들지 않았다.‘뭐지... 이놈, 설마 사람은 안 먹는 늑대야?’‘에라 모르겠다. 어차피 죽을 거면 움직여나 보자.’유하는 조심스럽게 다리를 움직였다.하지만 한 발짝 내딛자마자, 이빨이 종아리를 꽉 물었다. 피부는 간신히 뚫리지 않았지만, 조금이라도 더 움직였으면 바로 다리를 물어뜯었을 것이다.‘지금은 피가 안 나서 그렇지, 한 번이라도 피 냄새 맡으면 끝장이야.’유하는 몸을 움직이지 않았다. 그렇게 늑대와 대치한 채로, 꼼짝도 하지 못하고 시간이 마냥 흘러갔다.길게 이어진 회랑에는 수십 점의 초상화가 걸려 있었고, 그 한가운데 새하얀 드레스를 입은 유하가 서 있었다.황금빛 눈을 번뜩이는 늑대 한 마리가 유하의 주위를 맴돌았다.부드럽게 빛나는 털과 냉혹한 눈빛, 그리고 여인의 하얀 다리.한 폭의 기이한 그림 같았다.아름답고도 잔혹한, 야수와 여인의 정물화.늑대는 종종 유하의 종아리를 콱 물었다가 다시 놓았다.상처는 나지 않았지만, 다리는 이미 온통 늑대의 침으로 젖어 있었다.유하는 점점 다리에 감각이 없어져 갔다.시간이 좀 지난 후, 복도의 불빛이 어두워지고, 벽에 걸린 촛불이 하나둘 켜졌다.그동안 여러 명의 가정부와 고용인들이 유유히 지나갔지만, 그 누구도 유하를 거들떠보지 않았다.늑대 역시 그들을 무시한 채, 오직 유하만을 노려보고 있었다.‘뭐야, 내가 늑대를 위한 특별식이라도 되는 거야?’‘아니면 내가 제일 잘 맛있어 보이나?’지쳐버린 유하가 결국 입을 열었다.“너, 대체 날 물 거야 말 거야?”늑대의 귀가 살짝 움직였다.유하는 피식 웃으며 한숨을 내쉬었다.“안 잡아먹을 거면 나 간다? 나 이제 진짜 못 서 있겠어.”하얀 드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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