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화려한 조명이 은은하게 퍼지는 레스토랑 앞.주황빛 벤틀리 컨티넨탈이 부드럽게 멈춰 섰다.운전석 문이 열리고, 초록빛 벨벳 원피스를 입은 여자가 내렸다.실루엣을 따라 은은한 윤광이 흘렀고, 그 위에 흰 니트 숄이 살짝 걸쳐져 있었다.빛 아래에 있는 여자는 마치 봄비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처럼 우아하고도 아련했다.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이 순식간에 그녀에게 머물렀다.하지만 누구도 쉽게 눈을 마주치지는 못했다.그녀의 뒤에는, 검은 정장을 입은 거대한 경호원 세 명이 묵직하게 뒤를 따르고 있었으니까.‘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지만, 오늘은 어쩔 수 없어.’유하는 시선을 낮추고, 고요히 안으로 들어섰다.그녀의 발끝이 레스토랑 문턱을 넘자, 밖에서는 작은 탄성이 흘러나왔다.“와... 셀럽인가?”“아니야, 저런 사람 본 적 없어.”“근데... 방금 나 본 거 맞지?”“꿈 깨라, 나 봤어.”“사진 찍었냐?”“깜빡했어.”“...”문이 닫히자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멀어졌다.유하는 그런 반응을 전혀 의식하지 못했다.비록 알았다 해도, 그냥 피식 웃었을 것이다.요즘 세상에 이런 시선쯤이야,이젠 익숙해진 지 오래니까.다만, 오늘 이 자리에는 유하도 꼭 경호원이 필요했다.‘오씨 집안 사람이 있는 자리야.’‘그게 아무리 준서 앞이라도, 절대 방심할 수 없어.’유하는 직원의 안내를 받아 걸음을 옮기던 순간, 멀리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엄마! 엄마, 여기요!”유하는 걸음을 멈췄다.준서의 얼굴이 환하게 빛났다.하지만 그 옆자리에... 승현이 있었다.그는 팔꿈치를 식탁 위에 올리고, 한 손으로 턱을 괴며 유하를 보고 있었다.그리고 입가엔 얕은 미소가 걸려 있었고, 시선은 천천히 유하의 허리선을 따라 흘렀다. 그 눈빛엔 익숙한, 불쾌할 만큼 느릿한 집착이 섞여 있었다.‘역시 올 줄 알았어. 이래서 경호원 데려온 거야.’유하는 눈썹을 찌푸렸다. 숨을 고르고 억눌린 목소리로 물었다.“왜 왔어?”승현의 입꼬리가 더 올라갔다.“애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