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그들이 나를 버릴 때, 나는 세상을 가졌다: Chapter 361 - Chapter 370

464 Chapters

제361화

연우는 사실 장담할 수 없었다. 승현이 유하에 대해 갖는 태도는 이제 연우의 눈에 완전히 읽히지 않았다. 아버지의 말에는 확신이 있었지만, 연우의 속마음엔 단 한 점의 확신도 없었다.잠시, 연우가 무언가 떠올린 듯 고개를 들어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걱정 마세요. 방법이 있어요.”“어떤 방법인데?”“30일은 너무 길어요.”연우가 말했다.“며칠 안에 소유하를 해외로 나가게 할 생각이에요. 소유하가 해외로 나가기만 하면, 아무도 소유하를 구할 수 없을 거예요.”하지철은 한순간 멈칫하더니 무언가를 떠올린 듯 얼굴이 일그러졌다.“네가... 이용하려는 거냐? 문제는 없겠지?”연우가 미소를 지었다.“우리가 직접 손을 쓰는 것도 아닌데 무슨 상관이에요? 문제없어요. 진작 생각해야 했는데.”하지철도 어쩔 수 없이 웃음을 터뜨렸다....서재 문 밖,진주연은 문틈에 얼굴을 바짝 붙이고 안에서 들려오는 말을 겨우 이어 들으려 애썼다. 방음이 잘되는 집이라 내용이 온전하게 들리진 않았다.뭔가, 소유하를 해치우려 한다는 말 같기도 하고, 이미 한 번 해치운 적이 있다는 말 같기도 했다.주연은 복도를 살폈다. 사람이 보이지 않자 슬그머니 자기 방으로 돌아왔다. 방에 들어서자마자 얼굴이 또다시 불안으로 물들었다.‘소유하가 진짜 위험하면 어떡하지...’주연은 유하가 시켜 하씨 집안으로 들어간 사람이었다.원래 목적은 승현이 하씨 저택에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승현과 연우의 친밀한 장면, 가능하면 침대에 있는 화면 같은 걸 찍어 유하에게 넘겨 이혼 소송에 쓰게 하는 것이었다. 주연은 뒤늦게 짐작했다. 유하가 사진을 증거로 삼을 모양이었다.대가로 유하는 주연의 어머니에게 드는 모든 의료비용을 떠안았고, 주연의 어머니 치료를 도울 의사까지 구해주었다.그런데 사진은 아직 못 찍었는데, 도리어 이런 이야기를 엿들어버린 것이다.만약 하지철과 하연우가 소유하를 진짜로 해쳤다면, 어머니의 치료비는 누가 내지? 어머니를 어떻게 살리지?주연은 초조하게 손가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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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2화

‘하씨 집안 연회라니?’초대장을 아무렇게나 집어 들고 훑어본 유하는 미간을 살짝 올렸고, 뜻밖이었다. ‘하연우가 또 무슨 장난을 치려는 거야?’유하와 연우 사이는 애초에 ‘안 보면 좋겠다’ 수준이었다. 서로 보기만 해도 기분이 상하는 그런 사이니까.그런데 연우가 유하를 집 연회에 초대했다고?‘그게 무슨 꿍꿍이지? 좋은 일일 리가 없잖아.’유하는 의도를 확인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물어보면 바로 알 수 있으니까.유하는 예전에 하연우의 집으로 들어갔던 진주연을 떠올렸다. 마침 잘 됐다 싶었다.그래서 핸드폰을 꺼내 블랙 패널을 켜고, 가상 번호를 만들어 그쪽으로 메시지를 보냈다.답장은 금방 왔다. 그것도 아주 길게.하나씩 읽어 내려가던 유하의 눈매에 점점 냉기가 내려앉았다. 핸드폰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가면서 하얗게 질린 손가락 마디가 드러났다.“왜 그래?”조용한 재윤을 장난치며 달래던 이솔이 유하의 낯빛을 보고 물었다.유하는 대답하지 않았다. 빠르게 메시지를 다시 쳐서 보내고, 몇 번이나 확인했다.주연은 자신도 몰래 엿들은 거라며 확실히 들은 건 없다고 했다.하지만 단호히 말했다.하연우는 절대 좋은 의도로 부른 게 아니라고.가능하면 이번 연회엔 가지 말라고.그리고 며칠은 조심하라고.유하는 화면을 꺼버렸다. 표정이 완전히 어두워졌다.이솔이 계속 캐묻자, 유하는 결국 여행 후반에 겪었던 일을 털어놨다.불법 총기범에게 쫓겨 숲으로 뛰어들었던 일.물론 ‘군사 구역에 잘못 들어갔다’라는 부분은 뺐다.그건 보안 서약 때문에 절대 말할 수 없었다.이솔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었다.“하연우 미친 거 아냐? 사람을 시켜서 죽이려고 했다고? 대체 왜? 승현 때문이야? 진짜 제정신이 아니네!”유하도 어이가 없었다.‘남자 하나 때문에 사람을 죽이려 한다고? 말이 돼?’게다가 자신은 애초에 하연우랑 그 남자 문제로 엮일 생각도 없었는데.‘하연우는 오승현에게 마음 있으면 자기가 알아서 들이대면 되지, 왜 나한테 난리야?’‘다들 제정신이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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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3화

최근까지도 출국 제한은 유지되고 있었다.그 일에 대한 어떤 피드백도, 수사 결과도 없었다.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혹시... 진짜 덮인 건가?’가슴 한가운데서 서늘한 기운이 퍼졌다.유하는 완전히 냉정해졌다.“지금은 신고하면 안 돼.”목소리가 낮고 단단했다.“누가 하연우를 뒤에서 봐주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덮어놓고 움직이면, 그냥 내 위치만 드러나.”이제 상황은 명확했다.지금 연우는 유하가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다.즉, 유하는 어둠 속에 있고 연우는 빛 아래에 있다.‘그럼 내가 훨씬 유리하지.’잠시 생각을 가다듬은 유하는 핸드폰을 들었다.곧장 오래된 해커 친구에게 2억을 송금했다.하씨 집안 식구 전부.위아래, 먼 친척까지 단 한 명도 빠짐없이 조사해달라는 의뢰였다.‘하연우가 이런 짓을 할 정도라면, 그 배경도 절대 평범하지 않겠지.’그 정도 인맥을 동원해 불법 총기범을 국경까지 보냈다니,그건 단순히 개인의 분노가 아니었다.‘하씨 집안이 깨끗할 리가 없어. 분명 이번이 처음도 아닐 거야.’유하는 문득 진주연의 어머니가 식물인간이 된 사건을 떠올렸다.그때는 반신반의했지만, 이젠 확신이 들었다.‘하지철이 정말 그 짓을 했구나.’사람 목숨을 장난처럼 여기는 인간들.‘내가 단 한 조각이라도 증거를 잡으면, 그때는 다 끝이야.’‘한 사람도 안 남기고 다 감옥에 처넣을 거야.’유하는 마음속으로 다짐했다.이번엔 완벽하게, 단 한 번에 끝낼 것이다.오씨 가문이 하씨 집안을 감싸더라도 상관없다.‘증거만 완벽하면... 윗선으로 올릴 수 있어.’‘정식 재판까지 가면 막을 수 없을 거야.’‘사람을 죽였으면, 그 대가를 치러야지.’다만, 그런 생각의 끝에 유하는 자연스레 떠오른 건 준서였다.주연 말로는 어젯밤에도 승현이 준서를 데리고 하씨 저택에 들어갔다 했다.‘그 집안이 그런 늑대소굴인데... 준서는 괜찮을까?’그 생각이 들자마자 유하는 고개를 세게 저었다.‘아니, 그건 내가 괜한 걱정이야.’준서는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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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4화

재윤이 유하의 손을 꼭 잡았다.“난 엄마랑 있는 게 제일 좋아.”“나랑 있는 건 싫어?”뒤쪽에서 들려온 이솔의 낮은 목소리에 재윤이 깜짝 놀라 입을 삐죽였다.“이모, 또 놀랐잖아.”‘이모’라는 호칭은 이솔이 고집해서 정한 거였다.이솔의 생각엔, 재윤이 유하를 ‘엄마’라고 부르는데 자신과 유하의 관계가 친자매처럼 가깝다면 ‘이모’라고 불리는 게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이솔은 원래 활발하고 붙임성 좋은 성격이었다.유하의 부드러운 리드 덕에, 재윤도 금방 이솔에게 마음을 열었다.이젠 유하가 잠깐 자리를 비워도 재윤은 이솔과 놀며 얌전히 있었다.그 모습을 보며 유하의 마음이 한결 놓였다.거실 한켠에서는 한 큰아이와 한 작은아이가 정신없이 뛰어다니고 있었다.정확히 말하면, 이솔이 일방적으로 재윤을 쫓아다니는 중이었다.유하는 그런 둘을 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얼굴에 자연스러운 웃음이 번졌다.‘이 시간이 그냥 이대로 멈추면 좋겠어.’그 생각이 스치자 유하는 자신도 웃음이 났다.요즘 들어 왜 이렇게 감정적인지 모르겠다 싶어 고개를 가볍게 흔들었다.그리고 다시 노트북 앞으로 돌아와 키보드를 두드리며 마우스를 움직였다.여행 중 찍은 사진들과 스케치를 하나씩 정리해 나갔다.이번 여행의 테마였던 ‘산수’ 디자인에 대한 감이 이미 잡혀 있었다.정확히 말하자면, 머릿속엔 거의 완성된 그림이 있었다.유하가 손을 다쳐서 당분간 직접 스케치할 수는 없었지만, 이미 구상은 끝났으니 이제는 알맞은 재료만 고르면 됐다.문제는 시간이었다.‘시간이 너무 부족해...’이 사이에 일이 너무 많았다. 밤을 새워 작업한다고 해도, 6,7월 국제 패션쇼 전까지 두 벌의 메인 디자인을 완성하기는 어려웠다.아마 한 벌밖에 완성하지 못할지도 모른다.‘그래도... 잠 조금만 줄이면 되겠지.’유하는 그렇게 자신을 다독이며 손가락을 다시 부지런히 움직였다.그러다 보니 어느새 해가 져 있었다.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맞은편 집에 사는 청산이 퇴근하자마자 찾아온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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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5화

연회 하루 전날이었다.아마 유하가 오지 않을 것을 짐작이라도 한 듯, 연우가 갑자기 사진 한 장을 보내왔다.그건 옥으로 된 목걸이였다.유하는 그걸 보는 순간, 얼굴빛이 싸늘해졌다.그 목걸이는 유하에게 너무 익숙했다.‘저건... 원래 준서가 하고 있어야 하는데?’‘왜 하연우가 그걸 가지고 있는 거지?’유하는 핸드폰을 움켜쥐었다.꽤 오래전 일이다.소성란이 귀국했을 때 준서를 한 번 만났고, 그때 준서가 마음에 들었는지... 희귀한 양지 백옥 원석을 직접 구해 디자인부터 세공까지 전부 정성 들여 만들었다.심지어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장인에게 맡겨 조각하게 하고, 절에 가져가 고승에게 축원까지 받았다.오직 준서를 위해.‘재물운이 트이고, 병 없이 건강하게 살라’며, 그렇게 만들어준 귀한 옥 목걸이였다.그런데 지금, 그 귀한 물건이 연우 손에 있었다.‘설마 훔친 건 아닐 거야.’유하는 곧바로 생각을 정리했다.준서의 성격을 아니까... 아마 준서가 직접 건넸을 가능성이 크다.‘정말... 미쳤네.’유하는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분노가 목 끝까지 차올랐다.그 목걸이는 단순한 장신구가 아니었다.소성란의 마음이 담긴 물건이었다.가치를 돈으로 따질 수 없을 만큼 귀했다.유하는 분명히 말했었다.“싫으면 안 차도 돼. 그래도 집에 보관은 해.”그렇게 당부했는데, 그걸 아무렇지 않게 남한테 줘버리다니.그것도 하연우에게.‘정말... 어이가 없네.’유하는 몇 번이고 숨을 고르며 마음을 가라앉혔다.묻지 않아도 알았다.연우가 사진을 보낸 이유는 단 하나.유하를 연회장으로 끌어내기 위해서다.‘목걸이는 당연히 되찾아와야 해.’‘근데 왜 이렇게까지 날 오게 하려는 거지?’준서한테서 빼앗은 그걸, 대체 어디에 쓰려는 걸까.그저 날 자극해서 연회에 오게 하려는 건 아닐 테고.연회 한 번으로 얻을 게 뭐가 있겠어.‘혹시... 준서랑 나 사이를 더 멀어지게 만들려는 건가?’그렇다면 쓸데없는 짓이었다.유하는 이미 하연우가 어떤 인간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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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6화

유하의 목소리에서 묘한 긴장감이 느껴지자, 원이정도 단숨에 잠이 깼다.[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가요?]“확실하진 않아요.”사실 그저 자신만의 불길한 예감일 뿐이었다.그래서 유하는 잠시 망설이다가 조심스레 말을 이었다.“요즘 일이 잘 안 풀려서요. 그냥... 나쁜 꿈을 꿨다고 생각해 주세요. 괜히 걱정이 앞서서 그래요.”“당분간만 조금 신경 써주셨으면 해요. 그 대신 보수는 따로 드릴게요. 고모할머니께는 제가 미리 말씀드리겠습니다.”전화기 너머로 짧은 침묵이 흘렀다.잠시 후, 원이정의 단정한 목소리가 들렸다.[걱정 마세요. 유하 씨 말씀, 명심하겠습니다.]“감사합니다.”...연회 당일 저녁.유하는 먹색 수묵 패턴의 맞춤 원피스를 골랐다.긴 흑발을 가볍게 틀어 올려 단정히 옥비녀를 꽂았다.가벼운 화장, 은은한 향기, 모든 게 절제된 아름다움이었다.“진짜 꼭 가야 돼?”이솔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물었다.“그 옥 목걸이, 꼭 찾아와야 해. 하연우 손에 있는 이상, 뭘 더 할지 모르겠어. 가만히 있으면 너무 당하는 기분이야.”유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살짝 저었다.“괜찮아. 연회야 뭐, 잠깐 다녀오면 돼.”황금 필리그리 클러치백을 챙기고, 재윤의 부드러운 머리칼을 쓰다듬었다.“재윤아, 이모 말 잘 들어야 해. 금방 다녀올게.”문 앞에 다다랐을 때,문이 열리자마자 수묵 테두리를 두른 흰색 수트 차림의 임청산이 서 있었다.온화한 미소와 함께 팔을 살짝 내밀었다.유하는 자연스레 손을 얹었다.하씨 집안의 연회에는 임청산에게도 초청장이 갔다.처음엔 가지 않으려 했다.그런 하 집안의 행사 따위는 청산과 격이 맞지 않았으니까.하지만 유하만 혼자 보내기에는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결국 남자 파트너로 동석하기로 했다.차가 밤길을 천천히 달렸다.뒤에는 경호원들의 차량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뒤따랐다....하씨 집안의 연회.은은한 현악 소리가 흐르고, 반짝이는 샹들리에 아래엔 화려한 드레스와 턱시도를 차려입은 손님들이 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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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7화

유하는 홀 한쪽을 대충 훑어보다가, 청산에게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곤 곧장 그쪽으로 걸음을 옮겼다.연회엔 아무런 흥미가 없었다.그녀의 목적은 단 하나,하연우에게서 옥 목걸이를 돌려받는 것.청산은 잠시 주변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더니, 조용히 간격을 두고 뒤따랐다.연우는 유하가 다가오는 걸 보자, 입꼬리를 올렸다.그러고는 아무렇지 않게 승현의 팔을 놓고, 유하를 향해 돌아서서 걸어 나갔다.유하는 미간을 찌푸리며 걸음을 재촉했다.승현 옆을 스쳐 지나가려는 순간, 승현의 손이 살짝 움직였다.유하는 본능적으로 몸을 피했다.그리고 아무 일 없다는 듯, 발걸음을 더 빨리 옮겼다.그때, 뒤쪽에서 청산이 성큼 다가왔다.거의 동시에 승현이 몸을 돌리려던 찰나, 두 사람의 어깨가 스치듯 부딪혔다.순간, 공기가 싸늘하게 식었다.둘 다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다.평행선 위에서 마주 선 채 서로를 바라보았다.청산의 가벼운 웃음 뒤 안경 너머의 눈빛은 읽히지 않았다.승현 역시 미소를 띠었지만, 그 눈 속엔 차가운 기운이 번졌다.말 한마디 없이 그저 짧게 눈이 마주쳤다.그리고 동시에 서로의 어깨를 스치며 지나갔다.‘살벌하네.’주변 사람들은 알 수 없는 한기를 느꼈다.왠지 모르게... 복잡한 말소리들이 잠시 멎은 듯했다.모두가 생각했다.‘저 두 사람, 진짜 사이 안 좋구나.’...유하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그저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연우가 측면 홀로 들어가더니, 나선형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가는 게 보였다.유하도 그 뒤를 따라 안쪽으로 들어섰다.측면 홀엔 아무도 없었다.연우의 모습은 이미 계단 위로 사라지고, 유하는 올라가려고 할 때, 계단 위에서 어린아이가 종종걸음으로 내려왔다.준서였다.유하는 본능적으로 미간을 좁혔다.“엄마! 진짜 왔구나!”준서는 반가움에 얼굴이 환해졌다.“무슨 소리야?”유하는 걸음을 멈추며 물었다.‘하연우가 또 무슨 짓을 한 거야?’준서는 순간, 자기가 말실수했다는 걸 눈치챘다. 입을 막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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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8화

핸도폰이 진동하며 울렸다.마치 심장을 두드리는 북소리처럼, 불길하게 진동이 이어졌다.유하는 알 수 없는 예감에 손끝이 떨렸다.통화 버튼을 누르자마자, 수화기 너머로 급한 숨소리가 터져 나왔다.[유하 씨, 지금 바로 오실 수 있으세요? 회장님이... 쓰러지셨어요!]순간, 머릿속이 새하얘졌다.귀에서 ‘웅’ 하는 소리가 퍼지고, 귓가의 세상이 멀어졌다.유하는 가까운 테이블 모서리를 붙잡으며 간신히 몸을 버텼고, 입술이 바짝 말랐다.“고, 고모할머니... 어떻게 되셨어요?”목소리는 간신히 흘러나왔다.잠시의 정적.그다음, 조심스러운 말투.[죄송합니다. 정말 주의 깊게 회장님 핸드폰을 관리했어요. 수상한 연락은 없었는데... 오늘 점심에 예전 지인들과 식사하시고 돌아오시던 중, 표정이 좀 안 좋으셨대요.][그러다 누군가와 통화를 하셨는데, 제가 우연히 조금 들었습니다. 오씨 가문의 아이, 준서 군과 하씨 집안에 관해 물으시더군요. 그 통화가 끝나기도 전에... 그대로 쓰러지셨어요. 지금 병원에서 응급조치 중입니다.]수화기 속 목소리가 귀를 파고들었다.그러나 그 말이 귀에 닿기 전에, 머릿속이 마비된 듯 울렸다.‘병원... 고모할머니가 병원에 있어... 지금...’속이 울렁였다.심장이 비틀린 듯 아팠다.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았다.유하는 말을 하려 했지만, 목이 메어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고모할머니가... 지금... 응급실에...’[유하 씨? 유하 씨, 들리세요?]이정의 목소리가 멀게 들렸다.유하는 겨우 목을 열었다.“고... 고모할머니... 병원... 결과가...”[아직 수술 중이에요.]이정이 바로 답했다.[의사 말씀으론 뇌출혈입니다. 다행히 병원 도착이 빨라서 출혈량은 많지 않아요. 회복 가능성이 높대요. 유하 씨, 지금은 조금만 진정하세요.]이정의 말이 이어졌다.[하지만 혹시 모르니까... 유하 씨, 가능한 한 빨리 오셔야 합니다. 회장님께서 지정하신 유일한 상속인은 유하 씨뿐이에요.][혹시라도...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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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9화

다음 순간...팍!팍!두 번의 날카로운 소리.유하의 손바닥이 공기를 가르며 연우의 얼굴에 내려앉았다.온 힘을 다한 두 대의 따귀를 정확히 때렸다.곱게 화장된 뺨 위엔 금세 붉은 손자국이 선명히 번졌다.그와 함께 연우의 미소도, 자존심도 산산이 부서졌다.연우는 얼이 빠진 눈으로 유하를 바라봤다.“너... 너 지금 내 얼굴을 때렸어?”그 눈빛엔 믿기지 않는 분노가 번졌다.순식간에 얼굴이 일그러지며, 팔을 들어 반격하려던 순간, 연우의 시선이 유하 뒤편으로 향했다.그리곤 바로, 표정이 달라졌다.순식간에 잔혹한 눈빛이 사라지고,눈물이 그렁그렁 맺히며 떨리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승현아... 유하가... 유하가 날 때렸어... 아무 이유도 없이...”승현이 다가와, 울며 몸을 던지는 연우를 받았다.그는 잠시 연우를 감싸안으며, 차가운 눈으로 유하를 바라봤다.“설명.”짧고 단호한 두 글자.유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이 모든 걸... 또 이렇게 뒤집으려는 거야?’그때, 사람들의 시선이 몰려들기 시작했다.연회장의 공기가 갑자기 싸늘하게 식었다.류정인이 사람들 틈을 헤치며 뛰어왔다.딸의 울음소리를 듣자 얼굴이 금세 분노로 물들었다.“감히 내 딸을 때려?!”류정인의 손이 그대로 유하를 향해 휘둘러졌다.승현의 눈이 순간 가늘게 좁혀졌다.그가 몸을 움직이려 했지만, 품에 안긴 연우가 그를 붙잡으며 더 크게 울었다.“승현아, 가지 마... 무서워...”승현은 잠시 멈칫했다.그 사이, 손바닥이 공기를 가르며 내려왔다.하지만 소리는 나지 않았다.“사모님, 품격을 잃지 마시죠.”낮고 단단한 목소리.류정인의 손목이 허공에서 멈췄다.청산이 유하 옆에 서 있었다.그 손이 류정인의 손목을 단단히 붙잡고 있었다.류정인은 놀라 눈을 부릅떴다.“이 손 놔요!”하지만 아무리 힘을 줘도 빠져나가지 않았다.그때 하지철이 다가왔다.그는 즉시 아내를 끌어당겨 뒤로 세우며, 차가운 눈으로 청산을 노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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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0화

“선배, 지금 나는... 선택의 여지가 없어요.”유하는 클러치를 꼭 쥔 채 고개를 돌렸다.창밖으로 시선을 던진 얼굴은 어둠에 절반쯤 묻혀 있었다.그 어둠 속에서 미세하게 떨리는 입술만이 보였다.“선배... 난 상상도 하기 싫어요. 만약에... 만약에...”유하는 끝까지 말이 이어지지 않았다.하지만 청산은 이미 그 말의 끝을 짐작했다.즉, 만약 소성란이 정말로 세상을 떠난다면, 이번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는 것.유하는 그 가능성을, 감히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소성란은 유하의 유일한 가족이었다.어린 시절 어둠 속에서 방향을 잡아준 등불 같은 존재.그 불빛이 꺼질지도 모른다는 생각만으로도 숨이 막히고, 가슴이 저렸다.‘고모할머니 없이 사는 세상은... 상상할 수 없어.’가족의 생사가 달린 일이라면, 그 어떤 위험이 닥치더라도, 설령 죽음이라도... 유하는 반드시 그 곁을 지켜야 했다.그렇지 않으면, 소성란은 끝내 눈을 감지 못할 것이다.청산은 그런 유하의 결심을 눈빛 하나로 알아챘다.그는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걱정은 되었지만, 그 마음을 꺾을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알았어.”결국 그는 국가정보원 쪽에 직접 연락을 넣었다.유하를 위한 전세기를 즉시 띄우도록 조치하면서도, 시선은 계속 창밖의 어두운 하늘에 머물렀다.“참, 선배.”유하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내가 요즘 출국 제한이 걸려 있어서요... 문제가 되진 않을까요?”청산은 핸드폰을 내려놓으며 고개를 저었다.“괜찮아. 그 문제는 내가 알아서 해결할게.”언제나처럼 안정된 목소리였다.청산의 태도는 언제나 흔들림이 없었다.그게 오히려 유하를 조금 안심시켰다....잠시 후, 차는 ‘대나무숲’ 주택단지에 도착했다.유하는 급히 짐을 챙기며모든 신분증과 증명 서류를 확인했다.국가정보원 쪽에서 비행기 준비가 끝날 때까지잠시 대기해야 했다.그 사이, 유하는 이솔에게 사정을 간단히 이야기했다.“이솔아, 나 이번에 너랑 같이 못 가. 그쪽 상황이 아직 불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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