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하는 배가 너무 고파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였다.그때 남자가 손에 들고 있던 지팡이를 들어, 은색 부조가 새겨진 손잡이 끝으로 테이블 위를 ‘톡’ 하고 건드렸다.그 끝이 닿은 곳은... 유하가 조금 전 벗어 두었던 실크 장갑이었다.‘진짜... 뭐야, 이 사람...’유하는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장갑 안 낀 게 그렇게 마음에 안 드나 봐? 결벽증이야 뭐야.’웃음이 나올 정도로 어이가 없었지만, 결국 순순히 장갑을 다시 꼈다.그러자 남자는 아무 말 없이 다시 그 쟁반을 밀어주었다.이번엔 진짜 먹어도 되는 것 같았다.유하는 조심스레 디저트를 집어 들고 한입 베어 물었다.달았다. 너무 달아서, 몸서리가 날 지경이었다.그런데도 유하는 눈을 감았다.‘살았다...’혀끝이 타들어 갈 정도로 단맛이었지만, 그저 먹을 게 있다는 사실이 감사했다.유하는 예의를 지키려 애쓰며 조용히, 그러나 빠른 속도로 디저트를 해치웠다.금세 접시를 비웠다.그때 누군가 작은 커피잔을 건넸다.한 모금에 다 삼킨 순간, 쓴 향이 입안 가득 퍼졌다.유하는 미간을 찌푸렸다.‘진하다 못해 뭔가를 잔뜩 태운 맛이야.’솔직히 말해, 아직도 배고팠다. 조그만 케이크 몇 조각으론 하루 종일 쫓기고, 또 끌려온 몸에 아무 도움이 안 됐다.하지만 남자는 아무 관심도 없는 듯 다시 책을 펼쳐 들고 페이지를 넘겼다.꽃향기 가득한 정원엔, 고요만이 내려앉았다.두꺼운 베일 때문에 유하는 주변을 제대로 볼 수도 없고, 눈앞은 온통 색이 번진 듯 흐릿했다.그 와중에도, 검붉은 장미가 가장 많이 피어 있는 것만은 알 수 있었다.그가 유하의 손에 쥐어준 그 장미였다.‘대체 뭐지, 이 사람...’‘날 납치해 놓고 죽일 생각도 없고, 돈이나 협박도 안 하고...’‘그렇다고 딱히 말하는 것도 아니고...’‘이건 뭐, 묵언 수행이라도 하는 건가?’죽일 거면 죽이라고, 살릴 거면 살리라고, 차라리 명확하게 말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그런데 남자가 책을 덮었다. 검은 장갑을 낀 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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