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함께라서 다행이야.”오광진은 곁에서 잠든 아내의 창백한 얼굴을 바라보았다. 눈가의 잔주름, 마른 입술, 숨소리마저 미약했다.오광진의 표정에 깊은 근심이 어렸다.요즘 들어 박영심의 상태가 다시 흔들리고 있었다. 약 때문인지, 하루 대부분을 잠으로 보냈다.박영심은 깨어 있을 때조차 정신이 또렷하지 않았고, 대화도 오래 이어지지 않았다.‘이대로면... 다시 그때처럼 될 수도 있겠어.’의사는 이미 경고했다.약효는 거의 사라졌고, 더는 버티기 어렵다고... 오랜 세월 복용한 탓에 몸에는 내성이 생겼고, 이제는 그 어떤 약도 큰 효과를 내지 못했다.그나마 그녀를 진정시킬 수 있었던 ‘가장 효과적인 약’인 유하도 갑자기 사라져 버렸다.오광진은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그리고 핸드폰을 들어 승현에게 메시지를 보냈다.[되도록 빨리 돌아와라. 네 엄마 상태가 좋지 않다.]메시지를 보낸 후, 그는 다시 아내를 품에 안았다.꽃향기 가득한 온실 속, 두 사람은 조용히 서로의 온기를 느끼며 잠에 들었다....유하는 아직 어깨에 통증이 남아 있었지만, 그렇다고 ‘휴식’이 허락되는 일은 없었다.상처가 덧나든, 피가 스며나오든... 낮 동안 유하는 반드시 코시오 곁에 있어야 했다.코시오 곁에서 미소 없는 인형처럼, 그가‘손에 쥔 장난감’처럼.불편한 드레스를 입고, 코시오의 식사에 동석해 맛을 보며 박영심의 말투와 자세를 흉내 내야 했다.‘이제 진짜 완전히 길들었네.’‘아프다고, 피 흘린다고 봐주는 일은 없으니까.’유하는 순순히 따랐는데, 베일 아래서 표정이 보이지 않으니, 코시오는 그게 오히려 마음에 드는 듯했다.다행히도 결벽증이 심한 코시오는 유하에게 직접 손대는 것은 극도로 꺼렸다.그래서 유하는 연극 무대의 배우처럼 연기했다.말없이, 조용히, 그가 원하는 ‘박영심’이 되어주었다.‘무대 위 배우라고 생각하자. 그럼 버틸 수 있어.’이따금, 그 연기가 보상을 가져올 때도 있었다.코시오의 기분이 좋으면, 식사 자리에서 유하에게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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