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좋은 일일 터였다.하지만 다가오는 결혼식 때문인지, 유하는 조금도 기쁘지 않았다.아니, 오히려 답답함이 극에 달했다.이틀째 전혀 잠을 이루지 못했다.‘이건 진짜 아니야. 더는 못 참아.’유하는 결국 코시오와 얘기를 하기로 결심했다. 아니, 꼭 해야 했다.‘결혼이라니, 미쳤나 봐.’‘어떤 이유로든 그건 안 돼. 절대 안 돼.’저녁 식사를 마친 뒤, 유하는 방으로 돌아와 코시오를 한참 기다렸다.그리고 마음을 다잡고 또 다잡았다.그녀는 심장이 두근거렸지만, 이대로는 안 될 것 같았다.그래서 늦은 시각, 복도를 따라 걸어 올라갔다.유하가 2층 안방 앞에 멈춰 서서, 얼굴에 베일을 다시 눌러썼다.문 앞에 선 그녀는 조심스레 노크했는데, 대답이 없었다.다시 한 번, 두 번... 여전히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화실에 있나?’문득 그런 생각이 들어, 발길을 돌렸다.화실 앞에 다다르자, 문틈이 아주 조금 열려 있었다.안쪽에 희미한 불빛이 번졌다.‘역시... 안에 있구나.’유하는 잠시 망설였다.‘지금 들어가면... 화낼까?’하지만 결국, 조심스럽게 문을 밀었다.베일을 살짝 들어 올리고, 안쪽을 엿보는 순간, 유하는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다.눈이 커졌다.숨이 막혔다.화실 안은 엉망이었다.하얀 천으로 덮여 있던 그림들이 모두 벗겨져 있었다.천은 바닥에 흩어져, 그 아래 감춰졌던 그림들이 드러나 있었다.유하는 그중 한 점을 봤다.그림 속의 여자는 나체였다.가녀린 몸 위로 수많은 붉은 실이 감겨 있었다.그 실들은 살을 파고들 듯 팽팽히 당겨져 있었고, 창백한 남자의 손이 그 실을 잡아, 여자의 목덜미를 세게 끌어당기고 있었다.남자는 여자의 눈물을 무시한 채 그녀를 가까이 끌어당겨 입을 맞추고 있었다.비슷한 그림이 한두 점이 아니었다.더 노골적이고, 더 혼란스러운 것들도 있었다.남자와 여자가 뒤엉켜 있는 장면, 여자 혼자 피투성이가 된 상태로 웃고 있는 그림...그리고 모든 그림 속 남자는 코시오였다.단 한 번 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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