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석훈은 박영심의 주치의였다.유하는 오광진이 급히 움직이는 걸 보자 생각할 겨를도 없이 뒤따라갔다.병원에 도착해 양석훈을 만나자, 그는 상황을 간단히 듣고는 곧장 박영심의 상태를 자세히 점검하기 시작했다.문진, 촉진, 반응 검사...하나하나 꼼꼼하게 살피느라 시간이 꽤 흘렀다.그 사이, 이 방 저 방을 오가며 모두 정신이 없었고, 유하는 입술만 깨물고 따라다니는 수밖에 없었다.유하의 의심은 여전했지만, 묻고 싶어도 분위기가 어떤 질문도 전혀 허락하지 않았다.박영심 상태가 급한 만큼 오광진이 본사에 출근할 수 없게 되었고, 유하 역시 자리를 비울 수 없어 일단 MB그룹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출근길부터 유하는 마음 한쪽에 언뜻 거칠고 어두운 그림자 같은 초조함이 계속 걸렸다.‘왜 이렇게... 불안하지.’아마도 승현이 남긴 상처가 아직 몸 깊숙한 곳에 남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말도 안 될, 이치에 맞지 않는 추측임을 알면서도 어제 박영심이 한 그 말이 유하를 괜히 마음이 덜컥 내려앉게 했다.그렇지만 박영심의 병력은 실제였고, 최근 정신 상태가 불안정했던 것도 사실이었다.“말이 돼... 그럴 리가 없지.”유하는 자신을 다독여도 묘하게 꺼림칙한 감각은 사라지지 않았다.엘도라에서의 그날, 유하가 직접 본 것도 분명 사실이었다.‘그게 어떻게 가짜겠어. 내가 환각을 본 것도 아닌데...’그럼에도 마음 밑바닥에서 웅덩이처럼 번져 오르는 그 기이한 불안감.마치 진짜 문제는 박영심의 병이 아니라 다른 어딘가에 있는 것만 같은 느낌.유하는 그 원인을 정확히 잡아낼 수가 없었다.병 때문인지, 아니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어떤 가능성 때문인지...점점 생각은 흐려지고 불안만 쌓여 갔다.결국 그날 하루 종일 유하는 정신이 반쯤 나간 상태였다.집중하지 못했고, 사소한 일에도 자꾸 놀랐고, 손끝이 자꾸 식어갔다.그리고 업무에도 티가 나기 시작했다.“소 대표님? 소 대표님?”룸 안.RS그룹 김도성 대표가 의견을 한참 내놓고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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