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설아는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왜냐면 소유하는 성이 배씨가 아니잖아.”“그럼 나는?”‘내 마음은 대체 어디에 두라는 거야?’“너는 내 친동생이지. 오늘 네가 남을 위해 누나인 나한테 몇 번이나 대들고 무례를 부린 것도... 그래서 내가 그냥 참아주는 거야. 배남진, 누나 기분 상하게 하지 마.”설아는 말이 끝나자마자 골목 입구를 향해 돌아섰다.그 뒷모습은 가녀린데도 곧고 날카로운 기세가 있었다.남진은 아무 말 없이 그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결국 씁쓸하게 웃었다.‘그래, 이게 바로 우리 누나지.’배씨 가문이 처음부터 설아를 후계자로 길러온 것은 아니었다.하지만 설아는 특유의 강압적이고, 한 번 정하면 절대 물러서지 않는 성격과 능력으로 어려서부터 남진을 압도했다. 뭐든지 남진보다 뛰어났고, 눈치도 빠르고, 머리도 비상했다.성인이 되자마자 회사 말단에서 출발해 단숨에 성과를 내며, 결국 집안의 시선을 뒤집어놓았다.그렇게 설아는 진짜 후계자로 인정받게 되었다.그러나 남진은 누구보다도 누나를 잘 알고 있었다.설아는 승부욕 때문에 하는 것이지, 사실 집안의 회사나 재산 귀속 따위에는 큰 관심도 없었다.어릴 때부터 본성은 이기적이고, 고집 세고, 오만하고, 지독히도 제멋대로였다.태생이 왕의 기질을 갖고 있었다.설아는 좋아하는 남자가 생기자, 집안 체면이든 신분이든 아예 안중에도 두지 않고 가족을 굴복시켰다.남편의 외도를 알아냈을 때도 지체 없이 결단을 내렸고, 법정에서는 또다시 제멋대로 폭언을 쏟아냈다.결국 6년 형을 선고받았고, 배씨 가문은 자연스럽게 남진의 손에 넘어갔다.하지만 출소 후에도 설아의 성격은 여전했다.오히려 더 거칠고 강해졌으며, 눈에 띄게 독해졌다.설아가 무엇을 원하든, 누구를 상대하든... 누구도 말릴 수 없다.오늘은 누가 어떻게 설아를 막았는지 알 수 없지만, 오늘이 안 된다면 내일, 모레 또다시 움직일 것이다.배설아는 절대로 쉽게 포기하는 사람이 아니다.남진의 마음은 한없이 가라앉았다.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