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그들이 나를 버릴 때, 나는 세상을 가졌다: Bab 551 - Bab 560

665 Bab

제551화

이것 역시 소성란이 가장 걱정하는 부분이었다.처음 준서와 승현이 함께 하연우를 가까이하며 유하에게 큰 상처를 준 사실을 알았을 때부터, 준서는 소성란에게 미운털이 박혔다. 하지만 어찌 됐든 결국 준서는 유하의 아들이었고, 지난 1년 동안 아무 탈 없이 조용히 지낸 것도 사실이었다.그렇기 때문에 소성란은 더 안심할 수 없었다.오씨 가문의 사람들이 요즘 보인 태도를 보면, 상대는 애초에 유하를 오씨 가문에서 분리할 생각 자체가 없어 보였다.유하가 Y국으로 나가서 소성란과 함께 버티지 않았다면, 오씨 가문의 손길이 벌써 이쪽까지 뻗어왔을 게 뻔했다.그 생각만 해도 소성란은 치밀어 오르는 화를 억누르기 어려웠다.‘오승현은 이미 죽었는데, 준서 유산이니 회사니 이런저런 핑계로 아직도 유하를 붙잡는 게 말이 돼?’‘결혼했어도 오씨 가문 전체에 시집간 것도 아니고!’‘게다가 오승현도 죽었잖아. 결혼 생활도 끝났고.’‘그런데 아직도 이러는 건 대체 무슨 뜻이야?’하지만 소성란은 유하의 마음속 깊은 곳에 남은 미묘한 감정도 잘 알고 있었다.유하는 오승현이 자신을 대신해 총을 맞고 죽은 일에 대해 지나친 죄책감이 있었고, 마치 자신이 오씨 가문이 키워온 후계자를 죽게 만든 것처럼 생각하고 있는 듯했다.그러나 소성란의 눈에는 그건 그저 승현이 당연히 치러야 할 대가였다. ‘오승현이 유하에게 갚아야 할 빚’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그런데 준서는 이제 아버지도 없고, 남은 보호자는 유하 한 사람뿐이었다.그래서 소성란은 차마 유하에게 준서를 모른 척하라고 말할 수 없었다.소성란은 그런 유하를 이해했다. 하지만 이러다가는 언젠가 자신이 눈을 감는 순간, 오씨 가문이 가장 사랑하는 유하, 그리고 자신이 남긴 Splendid의 유일한 후계자까지 통째로 집어삼킬 게 분명했다.그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소성란이 유하의 혼사에 그토록 집착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했다.유하가 결혼해 새로운 가정을 꾸려야만, 오씨 가문과의 관계에 완전한 마침표가 찍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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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2화

해외에서 좋은 소식이 막 성사되려던 그때,국내의 오국수 서재에서는 나이가 무색할 정도의 기운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이 썩을 자식아!”“자기가 싸지른 똥은 자기가 치워야지, 하루이틀도 아니고 계속 헛짓거리만 하다가 일이 터지니까 마지막에 가서 니 할아버지인 나를 팔아 해결해 달라고?”“그걸 생각해 냈단 말이지? 기가 막혀, 진짜.”책상 옆을 지키던 마재한 집사는, 오국수가 숨이 거칠어지는 걸 보고 급히 손을 뻗어 등을 다독였다.겨우 호흡이 가라앉는가 싶더니, 전화기 너머에서 무슨 말을 들은 건지 오국수는 다시 그대로 폭발했다.“빌어먹을 놈!”“내가 몇 번을 말했어? 부부 사이란 건 신의와 도리가 있어야 한다고! 이걸 귓등으로 들은 거야, 귓구멍이 막힌 거야, 아니면 죄다 진흙탕 속에 처박아 넣은 거야?”“네가 벌인 일은 당장 나타나서 네가 네 손으로 수습해, 나한테 떠넘기지 말고! 맨날 별 시답지도 않은 생각은 때려치우고, 손에 든 것들부터 해결해! 그리고 스스로 기어가서 사죄해. 그게 늙은 내가 가서 얼굴 비추는 것보다 백배 나아, 이 등신아.”“오? 사람들 앞에 나서기 싫은 건 아는 거냐? 하늘이 도우셨다. 나는 우리 오씨 가문의, 죽은 척까지 해가며 온갖 수 꼬아내는 천재 손자가, 세상 어디에 내놔도 아까운 보물인 줄만 알았다.”오국수는 비웃음 섞인 목소리로 쏘았다.“염치도 없는 놈. 꺼져.”상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오국수는 전화를 단번에 끊어버렸다.스마트폰은 책상 위에 ‘쾅’ 하고 내려 찍혔고, 그의 얼굴엔 여전히 분노가 풀리지 않았다.마재한은 급히 차 한 잔을 내밀었다.오국수가 천천히 차를 들이켜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어르신, 정말... 손을 떼실 생각입니까?”“떼? 내가 어쩌라고?”입으로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차로 기운을 조금 되찾은 오국수는 결국 손자 걱정을 숨기지 못했다.“내가 안 도와줄 수가 있어야지. 그놈 성질 알잖아. 남들 다 말려도 지 고집 꺾을 줄 모르는 놈인데, 그냥 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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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3화

유하는 은근히 불안했다. 혹시 청산이 소성란에게 혼나거나 억울한 일을 겪진 않았을까 걱정되었다.“아니.”청산은 책을 천천히 덮고,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근데, 너 고모할머니는... 진짜로 널 많이 걱정하고, 많이 사랑하시더라.”유하는 귀 옆으로 흘러내린 잔머리를 손가락으로 잡아 귀 뒤로 살짝 걸어 올리며, 조용히 웃었다.“응. 예전에 고향에 있을 때, 집안 어른들이 바빠서 할머니를 제대로 돌볼 시간이 없었거든.”“그래서 난 아주 어릴 때부터 종종 시골 가서 고모할머니랑 할머니랑 같이 지냈어. 나한테 손일도 가르치고, 예술의 길로 이끌어 준 사람이 고모할머니셔.”그뿐만이 아니었다.만약 인생이 폭풍이 멈추지 않는 바다라면, 유하는 한참을 방향 잃고 흔들리던 작은 배였고,소성란은 그런 유하에게, 그 폭풍 속에서도 꺼지지 않던 바다 위의 등대 같은 존재였다.언제나 방향을 알려주고, 어둠 속에서 빠져나오게 해준 사람.어릴 적 기억이 떠오르자, 유하의 입가는 저절로 부드러운 미소가 번졌다.그러다 몇 초 후, 눈망울을 조금 내리깔며 조그맣게 말했다.“우리 엄마아빠는 맨날 집에서 고모할머니를 이단이고, 조상 버린 사람이라느니, 나쁜 여자라느니...”“그런 말만 했거든. 근데 난 고모할머니가 내가 어릴 때 본 어른 중에 제일 멋있는 사람이었어.”“그때는 시골 가는 날만 기다렸지. 배부르게 먹을 수 있고, 고모할머니 볼 수 있고, 고모할머니 이야기를 들을 수 있으니까.”말하다 말고 유하는 문득 멈춰 섰다.자기 안에서 아주 오래된 무언가가 희미하게 무너져 내리는 느낌.너무도 달라진 지금의 삶과 아득한 옛날 가난했던 시절 사이의 간극이... 갑자기 크게 벌어져 보였다.유하는 천천히 주변을 둘러봤다.화려한 장식과 예술품으로 가득한 지금의 로즈 가든 거실.어릴 적 좁고 허름했던 고향집과는 너무 달랐다.비록 오래전 일이지만, 그때 자신을 향했던 욕설과 매질 같은 그림자들...이 순간이 갑자기 전부 흐릿해지며 현실과 멀어지는 느낌이었다.마치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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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4화

유하는 그대로 굳어 버렸다.최근 청산이 점점 더 자신을 향해 ‘직진’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매번 그 직진은 가뿐히 뛰어넘는 정도가 아니라...아예 새로운 차원으로 돌파해 오는 느낌이었다.충격이 너무 커서 한동안 제대로 숨도 안 쉬어졌고, 심장이 한 박자 놓쳐버린 것처럼 출렁거렸다.그런 유하를 보며, 청산은 살짝 미소를 지었다.그리고 가늘고 하얀 유하의 손을 아주 자연스럽게 잡아 올리더니, 그 위에 부드럽게 입을 맞추었다.“괜찮아. 내가 노력할게.”입술의 온기는 손등에 스치기만 했는데, 유하는 그 순간 손등이 저릿하고 전기가 통하듯 팔을 타고 귀 끝까지 얼얼하게 번져갔다.‘세상에... 이 사람 진짜 왜 이래...’유하는 도망치듯 몸을 뺄 준비를 했지만, 손끝이 빠져나가기 직전에 청산이 다시 유하의 손을 잡았다.그리고 웃으며 말했다.“그럼... 소유하 씨. 파티에서 나랑 한 곡 출래?”“파, 파티... 아직 시작도 안 했어.”유하는 가까스로 손끝을 뺏고, 얼굴까지 빨개진 채 도망치듯 달아났다....거실에 있던 두 사람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계단 아래, 스크린 뒤쪽 그늘에 숨어 있던 소성란이 반쯤 계단에 서서 모든 장면을 내려다보고 있었다.어둠 속에서 소성란의 입가가 참을 수 없이 천천히, 그리고 한없이 올라갔다.한참을 그대로 웃다가 고개를 살짝 젓고 계단을 내려갔다.‘로즈 가든’ 뒤뜰의 장미밭을 손보러 가는 길, 소성란은 스크린 뒤 작은 복도를 지나 마당으로 나서려 했다.그러다가 마주 오는 집사의 얼굴이 기묘하게 굳은 것을 보았다.“왜 그러냐?”늘 침착하던 집사가 표정을 저렇게 굳힌 건 본 적이 없었다.“회장님...”집사는 조심스레 예를 갖추고,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오씨 가문의 오국수 어르신께서... 초대장을 보내오셨습니다.”소성란은 발걸음을 멈추고, 단번에 눈살을 찌푸렸다.오씨 가문의 오국수.그 정도 되면 국내 사람이면 누구나 아는 이름이었다.오래전에 전역한 장군이지만, 여전히 영향력은 막강한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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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5화

밤 8시.‘로즈 가든’이라 불리는 저택, 즉 소성란의 집은 환하게 불이 밝혀져 있었다.분홍, 흰색, 붉은색, 노랑, 보라, 파랑...각양각색의 장미들이 조명 아래서 흔들리며 화려하게 빛났다.저택 앞에는 차량이 하나둘씩 멈춰 섰고, 차에서 내리는 손님들은 모두 정장을 갖춰 입고, 소성란의 명성에 이끌려 이곳까지 찾아온 사람들이었다.하객들 모두 얼굴의 일부, 혹은 전부를 가리는 가면을 썼다.꽃잎이 깔린 길을 밟으며 향기로운 장미밭 사이로 흩어져 들어갔다.파티는 아직 시작 전이었고, 사람들은 가면 뒤에서 익명으로 장미를 감상하고 있었다.한쪽 꽃 아치 아래 길게 놓인 테이블에는 색감부터 향까지 완벽한 요리들이 줄지어 놓여 있었다.‘가면파티’라는 이름 그대로... 손님들은 드레스 코드에 맞춰 가면을 쓰고 서로의 정체를 모른 채, 오직 느낌만으로 서로에게 다가가 춤을 청한다.그 자체가 신비롭고, 자극적이었다....유하는 침실에서 드레스를 갈아입는 중이었다.파티 일정이 갑작스럽게 잡히긴 했지만, 소성란의 집엔 원래부터 유하가 입을 옷이 넘쳐났다.오늘 유하가 갈아입은 드레스는 그동안의 유하 스타일과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였다.거울 속의 여자는 목을 완전히 덮는 순흑의 시스루 하이넥 드레스.허리를 감싸는 금빛 실크 리본.그리고 목선을 따라 감기듯 자리 잡은 사파이어가 박힌 금빛의 고급 목걸이.금테 장식의 짙푸른 사파이어 펜던트와 그 아래 물방울처럼 떨어지는 진주.귀걸이도 같은 모양의 진주가 달려 있었다.검은 머리는 높게 올려 묶였고, 선명한 붉은 입술이 어둠 속에서 또렷하게 빛났다.아름답지만... 어딘가 서늘하고, 공격적인 기세가 있었다.유하는 잠시 어색함에 적응하고 있는데, 밖에서 이솔의 목소리가 들렸다.“유하야, 다 됐어?”“응, 지금 나가.”유하는 대답하고, 화장대 위의 금빛 여우 가면을 들어 얼굴에 살짝 눌러썼다.긴 검은 망사가 가면 뒤에서 흘러내리고, 높게 올린 머리까지 덮어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보였다.문을 열고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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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6화

댄스홀은 넓었다.곳곳에 장미가 흩뿌려져 있고, 무대 뒤편에는 작은 오케스트라가 자리 잡고 있었다.많은 사람이 밀려 들어왔지만, 공간이 워낙 커서 전혀 답답하지 않았다.사회자도 필요하지 않았다.사람들은 이미 제각기 짝을 찾아 춤을 추기 시작했고, 드레스 자락이 꽃잎처럼 흩날려 홀 안을 가득 채웠다.환상적인 풍경이 눈앞에서 펼쳐졌지만, 유하의 시선은 사람들 틈 사이를 바삐 훑고 있었다.이솔을 찾으려 했고... 무엇보다 청산을 찾으려 했다.그때, 청산과 비슷한 키의 남자 하나가 다가왔다.검은 수트 차림, 얼굴에는 검은 하트 모양의 가면.걸음도, 시선도 너무 분명해서 누구를 향해 걷는 건지 한눈에 알 수 있었다.남자는 조용히 손을 내밀며 춤을 청했다.하지만 여우 가면 아래의 유하는 실망했다.청산이 아니었다.아마 소성란이 소개팅 비슷하게 불러둔 그 사람들 중 한 명일 것이다.유하는 원래도 춤에 큰 흥미가 없었는데, 마음이 복잡한 지금은 더더욱 춤을 출 생각이 없었다.유하는 가볍게 고개를 저으며 조용히 거절했다.남자는 한 번 더 손을 내밀었으나, 유하가 또다시 거절하자 담담히 물러났다.남자가 돌아서는 걸 확인한 뒤, 유하는 고개를 숙여 귀 옆에 꽂은 분홍빛 장미를 살짝 손끝으로 만졌다.‘어떻게 하면 청산 선배를 찾을 수 있을까?’‘선배가... 날 알아볼까?’그렇게 생각하는 순간이었다.옆에서 갑자기 차가운 바람처럼 누군가 스쳐왔다.발걸음 소리는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았지만 묘하게 존재감이 강했다.유하는 무심코 고개를 돌렸다.그리고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눈앞의 사람은... 조금 무서울 정도로 강렬한 차림새였다.온몸을 검은 망토로 뒤덮은 남자.얼굴에는 새하얀 가면.그리고 그 공허한 검은 눈 아래 핏빛의 눈물이 흐르는 듯한 붉은 선.소름이 돋을 만큼 기묘했다.남자가 손을 내밀었다.유하는 본능적으로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그런 반응이 예상 밖이었는지... 남자는 아주 잠시 멈칫하더니, 다시 손을 뻗어 유하의 눈앞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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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7화

유하는 온몸이 굳어버렸다.심장이 목구멍까지 튀어 오를 것처럼 요동쳤고, 피가 역류하는 듯한 오싹한 감각이 온몸을 훑고 지나갔다.‘말도 안 돼.’‘그 사람이... 어떻게 여기 있을 수 있어?’‘어떻게... 어떻게 가능해?’순간적인 공포가 유하의 심장을 움켜쥐었다.숨이 턱 막히고, 몸이 얼어붙어 움직이지 않았다.확신하지 못한, 그저 불길한 예감이라고만 생각하던 모든 상상이,현실이라는 벽에 부딪쳐오는 그 순간, 유하가 쌓아두었던 마음의 방어막은 한순간에 산산조각 났다.공포가 가장 먼저 유하를 삼켜버렸다.귀에 울리던 음악은 점점 멀어졌고, 시야에는 오직 눈앞의 새하얀 가면뿐이었다.핏빛 눈물 자국이 흐르는 그 가면.깜깜한 눈은 깊고 깊은 심연 같았다.악몽 속 죽음의 그림자가 고개를 드는 듯, 그 눈이 유하를 향해 서서히 다가오는 것만 같았다.마치 모든 것을 잡아먹겠다는 듯이.음악 한 곡이 끝날 때쯤, 유하는 이미 온몸이 식은땀으로 젖어 있었다.등은 끈적하게 젖어 붙었고, 손끝마저 차갑게 얼어붙어 있었다.가면의 남자가 유하의 손목을 잡고, 댄스홀 밖으로 이끌려는 순간...유하는 정신을 번쩍 차렸다.식은땀이 맺힌 손으로 있는 힘껏 뒤로 버티며 몸을 빼냈다.‘그 사람이든 아니든... 절대로 이 남자랑은 같이 나갈 수 없어!’남자가 멈춰 서서 고개를 돌렸다.가면 아래 유하의 얼굴도 똑같이 새하얗게 질려 있었지만, 눈길만큼은 물러서지 않았다.유하는 그의 검은 눈을 똑바로 노려보며 극한의 공포와 혼란을 억누르고 있었다.‘너야?’‘정말... 너야?’둘 사이에 팽팽한 시선이 오간 순간, 남자의 머리가 약간 기울어졌다.마치 유하의 뒤쪽을 힐끔 바라본 듯한 움직임.그리고 예상 밖의 행동을 했다.유하의 손을 들어 올리더니, 가면의 한 부분을 젖혀 날렵한 턱선과 창백한 입술을 살짝 드러냈다.그 입술이 유하의 손등에 차갑게, 아주 부드럽게 닿았다.그리고 머릿속이 하얗게 타올랐다.‘이 키스... 낮에 청산 선배가 내 손등에 했던 거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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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8화

“무슨 일이야?”파티가 한창 중반으로 접어들 무렵, 상황을 전해 들은 소성란이 황급히 1층 휴식실로 내려왔다.문을 열자마자 하얗게 질린 얼굴로 소파에 웅크려 앉은 유하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소성란의 표정이 단번에 굳어졌다.곧바로 소파 옆에 앉아 있는 청산에게 날카로운 시선을 꽂았다.“회장님, 그게... 이렇게 된 겁니다.”이미 대략적인 사정을 파악한 청산이 먼저 입을 열었다.하지만 그는 사실을 그대로 말하지 않았다.아주 조심스럽게, 몇 부분만 골라내어 설명했다.그럴 수밖에 없었다.소성란의 현재 건강 상태에서 ‘오승현이 살아 있다’라는 말을 바로 내놓는 건... 위험할 정도로 큰 충격일 수 있었다.그래서 청산은 숨을 고르고 말했다.“파티에서 검은 망토를 쓴 남자가 있었어요. 유하가 아는 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 상당히 무례하게 유하를 강제로 끌어내어 춤을 시도했어요. 그 뒤로 상태가 이렇게 된 겁니다.”“그게 전부야?”소성란은 믿지 못하겠다는 얼굴이었다.물론 그 행동 자체가 무례한 건 맞다.소성란도 이미 분노가 머리끝까지 올랐다.하지만, 유하가 이런 일로 이렇게까지 될 사람은 아니었다.정신적으로 완전히 무너져버린 이런 상태라니...‘이 정도로? 아무리 그래도... 너무 심한데?’청산은 바로 이어 설명했다.“회장님, 여기 파티 CCTV랑 입장 인원 명단을 볼 수 있을까요? 그 사람이 누군지 찾고 싶습니다.”“당연히 찾아야지!”소성란의 얼굴은 이미 냉혹하게 굳어졌다.‘누가 감히 그것도 내 집에서 내가 가장 아끼는 유하에게 눈을 돌렸다고?’‘간땡이가 부었어...’소성란은 벌떡 몸을 돌려 집사를 향해 외쳤다.“파티 끝났어! 이 저택 전부 봉쇄해! 사람들 하나씩 체크해서 검은 망토에 피눈물 가면 쓴 놈 찾아!”“불만 있는 사람들은 내가 원하는 거라고 전해. 그리고 그놈이 파티에서 나를 모욕했기 때문이라고 해. 관련 없는 사람들한테는, 끝나면 내가 보상할 거라고 말하고.”“예, 회장님.”집사는 바로 뛰어나가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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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9화

‘오승현은 분명 이미 목적을 이뤘잖아.’‘나를 이용해서 사회도, 코시오도 완전히 오승현의 죽음을 믿게 했고...’‘오승현의 계획도 차근차근 진행 중인데...’‘안정되기만 하면 곧 승리를 거둘 텐데...’‘도대체 왜 다시 나에게 접근한 거지?’‘나는 오승현이 죽은 척한 걸 폭로한 적도 없는데!’‘코시오에게 알린 것도 아니고!’‘그런데 왜 날 찾아와?’‘복수니 배신이니, 이제 그런 거 얽히고 싶지도 않아.’‘그냥 내 작은 집, 내 조용한 삶만 지키고 싶어.’‘오승현은 왜... 예전처럼 나를 이용하고 버리면 그만인데.’‘그럼 서로 편하게 남처럼 지내면 되는 거 아니야? 다시는 볼 것 없이.’‘그런데 무슨 자격으로, 무슨 이유로 나를 찾아오는 거지!’‘도대체 뭘 바라는 거야!’‘아니면 혹시... 경고하러 온 건가? 도대체 무슨 경고를?’유하는 손등에 떨어졌던 그 입맞춤을 떠올리자 손이 파르르 떨렸다.승현의 예전부터 이어진 제멋대로의 강압, 말도 안 되는 집착과 괴상한 성향들이 스치며, 유하는 거의 황당에 가까운 추측 하나를 떠올렸다.‘설마... 오승현 뜻이, 자기는 나를 버리고 필요 없다고 하면서도 나는 아무하고도 가까워지면 안 된다는 건가?’‘여전히 날 자기 소유물 취급하는... 그런 건가?’‘말도 안 돼!’‘무슨 권리로 그래!’억눌러왔던 뜨거운 증오가 불길처럼 치솟아 유하의 온몸을 집어삼킬 듯 타올랐다.유하는 아랫입술을 세게 깨물었다. 피가 배어날 정도로. 하지만 통증도 느껴지지 않았다. 느껴지는 건 오직 가슴을 가르고 튀어 오를 듯한, 짙고 무거운 분노뿐이었다.‘오승현... 이 미친개 같은 자식!’“유하?”옆에서 한 손으로 유하의 등을 토닥이며 달래고, 다른 손으로 노트북 화면에 뜬 ‘로즈 가든’ 전체 CCTV를 확인하던 청산이, 유하가 갑자기 입술을 꽉 깨물어 피를 낸 걸 눈치채고는 급히 유하를 품에 안아 끌어당겼다.“유하, 긴장 풀어. 나 여기 있어.”등을 부드럽게 토닥이는 리듬, 귓가를 스치는 낮고 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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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0화

현실에 가까워지고 있었다.첫 번째 남자가 유하에게 춤을 청했다가 거절당한 뒤, 유하의 왼쪽 사선 위쪽, CCTV의 사각지대에서 천천히 한 남자가 걸어 나왔다. 새까만 망토를 두르고, 새하얀 피눈물 가면을 쓴 남자. 목표는 너무나 분명했다. 인파를 가르듯 곧장 유하를 향해 걸어왔다.그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보지 않아도 유하는 알고 있었다.유하는 더 이상 화면을 보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청산은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본 것이나 다름없었다.남자가 춤을 마치고 난 뒤, 여성의 손등에 입을 맞추고, 유하의 머리에 꽂힌 장미까지 뽑아가는 장면.평소엔 잔잔하던 청산의 눈동자가 서서히 어두워졌다.‘허...’청산은 모든 걸 정확히 보았다.그리고 그 순간, 그도 분명히 느꼈다.당시 그는 유하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저 자식, 분명히 나 보라고 일부러 그런 행동을 한 거야.’‘과시이자, 동시에 경고하는 거지.’‘더 이상 나서지 말라고.’무릎 위에 떨어뜨린 청산의 두 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렸다. 손에서 시작된 날카로운 통증이 신경을 타고 팔을 타고 올라와 머릿속까지 꽂혔다.그리고 관자놀이가 쿵쿵거렸다.1년 전, 승현의 죽음을 통보받은 뒤로 한 번도 재발하지 않았던 손뼈 분쇄 후유증, 그 신경성 통증이 다시 도지는 기미였다.‘지금 이럴 때가 아닌데.’청산은 주먹을 꽉 틀어쥐었다. 통증을 억누르며 옆의 유하가 눈치채지 않게 버텼다. 극심한 통증을 참는 청산의 이마에는 어느새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화면 속, 여자의 여우 가면에서 장미를 뽑고 돌아서는 남자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청산은 확신을 굳혔다.‘이 인간은 절대, 백 퍼센트 오승현이야.’‘이런 짓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한 명뿐.’‘이 자식, 이미 ‘죽었다’라면서 왜 계속 살아 움직여?’‘진짜 질긴 악귀 같으니...’“선배?”시간상 모니터의 영상 재생이 거의 끝났겠다 싶어 시선을 돌린 유하는, 화면을 다시 보려던 찰나, 책상 아래 청산의 손이 주먹을 꽉 쥔 채 식은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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