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그들이 나를 버릴 때, 나는 세상을 가졌다: Bab 561 - Bab 570

665 Bab

제561화

이솔은 지금 진짜로 귀신한테 들린 게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아니면, 도대체 어떻게 지금 상황을 설명하란 말인가?바로 뒤에서 총구를 이솔의 뒤통수에 들이대고 있는 남자의 목소리가 그 기억 속 상당히 공포스러운 어떤 남자와 똑같을 수가 있나?게다가 그 남자, 본인도 인정했다!‘지...진짜 귀신이면 총은 왜 들고 다녀...?’‘내 뒤에 있는 이건 또 뭐고, 걘 분명 죽었다고... 죽었다고 했잖아?’‘전에 유하한테 물어봤을 때, 그 사람 유골도 다 태워서 가루 됐다며!’‘미라로도 살아서 나오지 못 할 걸?’이솔의 심장은 거의 고장 나기 직전이었다.‘아 진짜, 왜 하필 오늘!’‘댄스홀 답답해서 뛰쳐나온 걸 왜 후회해야 하냐고.’‘답답하면 딴 데 가면 되지, 왜 혼자 정원까지 나와서...’‘그것도 소성란 회장님네 저택 정원에!’‘누가 이런 데서 잡것이 들이닥칠 거라 생각이나 했겠어!’“알아들었어? 말해.”뒤에서 사람인지, 귀신인지, 아니면 그 사이 어딘지 모를 존재가 성질 난 듯 재촉했다.총은 더 깊게 뒤통수에 눌러왔다.“알... 알아들었어.”이솔은 침을 꿀꺽 삼키고도 결국 호기심을 참지 못했다.“너... 대체 사람... 맞지? 귀신은 아니지?”‘이거 안 물어보면 나 오늘 잠 절대 못 잔다.’‘아니지, 내일 해 뜨는 걸 볼 수 있을지도 불확실한데 무슨 잠이야!’‘젠장! 꽃구경 좀 한 게 무슨 큰 죄라고!’‘왜 내가 이런 꼴을 당해야 하는데!’“중요해?”남자의 목소리가 싸늘했다.이솔은 순간 어깨가 저릿하게 떨려서 헛웃음만 흘렸다.“안 중요해, 안 중요해. 계속 해...”“아까 알아들었다며.”남자의 목소리는 더 차가웠다.이솔은 속으로 바득바득 욕을 삼켰다.‘아니 내가, 방금 네가 승현이라고 한 그 순간 정신이 혼미해져서 지금 아무 말도 안 들리거든?’‘니가 뭔 말을 했는지 내가 어떻게 알아!’“허.”승현이 비웃는 소리가 났고, 그가 더 가까이 다가왔다.이솔의 시야 끝에 하얗게 일그러진 반쪽짜리 얼굴이 잡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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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2화

“무서워?”승현이 쭈그리고 앉아, 이솔의 얼굴에 씌워진 가면을 총으로 툭툭 두드렸다.낮게 웃으며 장난치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겁먹지 마. 아직 안 죽었으니까.”그렇게 말하더니 승현은 망토 안쪽에서 탄환 한 줌을 꺼냈다.그리고 이솔이 보는 눈앞에서 하나씩, 아주 천천히 탄창에 끼워 넣어 장전했다.총구는 곧바로 이솔의 미간으로 향했다.승현의 목소리는 가벼웠고, 비웃음이 깃들어 있었다.“강이솔. 그래도 너, 내 아내 친구잖아. 그 정을 봐서라도 마지막 기회 한 번 더 줄게... 셋을 센다. 셋.”“잠깐만!”드디어 목소리가 돌아왔다.이솔의 머릿속엔 쌍욕만 가득했다.‘셋까지 센다며.’‘하나둘은 왜 빼먹어?’‘잡아먹었어?’‘내가 반응 조금만 늦었으면 지금 뒤통수에서 꽃 피울 뻔했네!’‘근데... 진짜 그걸 하라고? 진짜로?’승현이 방금 제시했던 그 요구를 떠올리자, 이솔은 속이 꽉 막히고 영혼이 거부했다.‘근데 안 한다고 하면...’이솔은 단 1도 의심하지 않았다.‘이 미친놈은 진짜 쏜다. 그리고 진짜 나 죽일 거다.’‘내 기억으론, 이놈은 원래 무서워하는 게 없었지.’‘젠장! 어떡해!’‘방법이... 있어야 해.’이솔은 이를 악물고 자신을 진정시키려 했다.‘시간만 조금 끌어도 되는데...’‘누가 지나가다 나 좀 구해줘라, 제발... 아 진짜 죽겠다!’하지만 승현에게 그런 인내심은 없었다.기회를 줄 생각 따윈 더더욱 없었다.갑자기, 승현도 몸을 낮춰 이솔과 같은 높이로 내려왔다.그리고 이솔의 귓가에 몇 마디를 조용히 속삭였다.이솔의 눈이 휘둥그레졌다.“너, 너 그게 무슨 말이야!”“말 그대로.”승현은 벌떡 일어서더니, 손안의 총을 가지고 노는 듯 천천히 굴렸다.“강이솔. 날 믿어. 내가 살아 있는 동안은 유하는 절대 날 버리지 못해. 그러니까 너도 잘해. 너한테도 좋고, 유하한테도 좋고, 모두한테 좋아. 네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지? 날 실망시키지 않겠지?”“아 맞다.”무언가 떠올랐다는 듯 승현이 고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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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3화

이솔은 완전히 기운이 빠져 바닥에 주저앉았다.얼빠진 채 한동안 멍하니 있다가, 멀지 않은 곳에서 발소리와 사람 목소리가 들려왔다.승현이 다시 돌아온 줄 알고, 이솔은 거의 기어가다시피 흔들리는 몸으로 벌떡 일어나 옆의 화목 숲으로 파고들었다.그러다 들려온 목소리 중 하나를 듣는 순간, 숨이 간신히 가라앉았다.“유하야!”이솔은 급하게 가면을 벗어 던지고, 그 목소리 쪽으로 뛰어갔다.“이솔?!”정원 곳곳을 사람 데리고 수색하던 유하가 순간 얼어붙었다.심장이 덜컥하고 내려앉은 듯 놀라더니, 앞을 막던 경호원을 확 밀쳐내고 뛰어오는 이솔을 잡아 세웠다.그리고 위아래로 살피며, 걱정과 초조가 뒤섞인 목소리로 외쳤다.“너 여기서 뭐 해? 왜 여기 있어?!”승현이 아직 정원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만으로도, 유하는 등골이 오싹해졌다.그러면서도 의문이 스쳤다.‘거의 모든 사람은 댄스홀에 있었는데... 이솔이는 뭐 때문에 여기 있는 거지?’“아, 나...”이솔은 2초 망설이다가, 괜히 말끝을 흐리며 얼버무렸다.“안에 좀 답답해서 나왔어... 아, 맞다. 넌 여기 왜...”더 이상 말할 용기도 선택할 용기도 없어서, 급하게 화제를 돌렸다.그러다 주위를 메우고 있는 수많은 경호원을 보고는, 그제야 이상함이 뇌를 쿡 찔렀다.‘뭐야 이거... 왜 사람이 이렇게 많아? 무슨 일 터진 거야?’“사람 찾는 중이야.”유하는 설명할 겨를도 없이 짧게 상황을 말했다.청산이 써준 그대로의 말투였다.그리고 데려온 사람 일부에게 다시 수색 구역을 넓히게 하고, 정원에 남아 있던 손님들도 전부 댄스홀 쪽으로 먼저 안내하라 지시했다.하지만 이솔은 그 말의 속뜻을 정확히 들었다.그리고 확신했다.완전히 믿게 되었다.‘아까 댄스홀에서 우리 유하 붙잡고 억지로 춤추려던 그 변태...’‘그 새끼가 오승현이었다!’‘진짜였네, 그 쓰레기!’‘가짜 죽음 쇼로 위장까지 하고, 또 유하를 속이고...’‘왜 그러는진 몰라도, 그놈이라면 충분히... 아니, 너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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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4화

“없어.”이솔은 단호하게 말했다.그리고 마음속에서 결심도 끝났다.‘오승현이 어떤 미친 수를 쓰든... 한번 해보자.’‘그놈이 말한 제안, 그대로는 아니고... 방식을 바꿔서.’‘도망치는 건 해결이 아니야.’‘문제가 안 풀리면, 사람을 풀어야지!’‘설마 오승현이 진짜로 무서운 게 하나도 없겠어?’‘없으면... 만들면 되지.’‘단... 유하만 설득할 수 있다면!’그 생각에 이르자, 이솔은 이제 막 다시 수색으로 움직이려는 유하를 급히 붙잡았다.“유하, 이건 경호원들한테 맡기고... 너...”이솔은 정원 조명 아래 창백하게 떠 있는 친구의 얼굴을 똑바로 보며 말했다.“너 진짜 상태 안 좋아. 나랑 먼저 방으로 가서 좀 쉬자. 응?”유하는 확실히 지쳐 있었다.댄스홀에서 나온 뒤로 줄곧 정신이 바짝 서 있었고, 앉아 있으려고 해도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다.승현을 직접 잡아내거나, 최소한 정말로 떠났다는 걸 확인하기 전까지는 마음 한구석도 편치 않았다.어두운 곳마다 승현의 시선이 박혀 있는 듯한 느낌.조금 전의 기억처럼, 그 얼음 같은 눈빛이 등을 콕콕 찌르는 느낌.“유하, 잠깐만 쉬자.”거절하려던 바로 그때, 조용히 따라오며 말 없던 청산이 입을 열었다.“여긴 내가 볼게. 너 먼저 들어가서 쉬어.”“근데 나...”청산은 유하의 굳어가는 손가락을 살살 떼어냈다.땀이 흥건히 묻은 골프채도 건네받으며, 부드럽게 웃었다.“걱정 마. 가서 쉬어. 계속 이러면 내가 걱정돼. 무슨 소식 있으면 바로 알려줄게. 그리고 안쪽이 훨씬 안전하고.”청산의 웃음은 목소리처럼 따뜻하면서도 묘하게 힘이 있었다.그 말 한마디에만 해도, 유하의 마음속에서 소란스럽던 불안이 조금 눌렸다.팽팽하게 당겨져 있던 긴장도 살짝 풀렸다.이때를 놓칠세라, 이솔이 재빨리 끼어들었다.“가자, 가자. 나 너랑 상의할 것도 있어. 좀만 들어가서 얘기하자.”조금 망설이던 유하는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숨을 고를 시간이 필요하기도 했다.유하가 경호원들과 사람들을 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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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5화

청산은 약병 속 약이 사라진 걸 소성란이 눈치챌지 걱정했다.딱 그때.바로 뒤에서 문이 벌컥 열렸다.“여기서 뭐 하는데?”정말 피할수록 더 마주친다는 말처럼 익숙한 노인의 목소리가 가까워졌다.그리고 한 손이 청산의 손에서 약병을 가로챘다.“진통제? 너 다쳤어?”청산의 심장이 움찔 굳었다.창백한 얼굴에 억지로 미소를 걸고, 눈앞의 여인을 바라봤다.“회장님, 어떻게 여기까지...”“니들이 사람 보내서 나한테 전하라며. 오승현이 정원에 있을 수도 있다고.”소성란은 약병을 들고 휴식실 문 쪽을 턱으로 가리키며 무심하게 말했다.“그래서 사람 데리고 가서 찾아봤어. 근데 찾았더니만 그 자식이 죽어도 아니라고 발뺌하길래, 그냥 데리고 와서 유하한테 확인시킬 생각이었지. 근데... 너 혼자네? 유하는?”청산의 머릿속은 아까의 고통 때문도 아니고, 그 말의 충격으로 더 굳어버렸다.‘찾았다고? 말도 안 돼.’사실, 정원에 가기 전부터 청산은 감시카메라를 보고 이미 그 남자가 승현이라는 걸 확신하고 있었다.그래서 오히려 정원에서 사람을 찾는다는 자체가 의미 없다고 봤다.승현 같은 놈이 이렇게 대놓고 침입했다면, 당연히 도망칠 준비까지 완벽하게 해놨을 거라 생각했다.정원에서 붙잡힐 가능성 따윈 없다.있을 리도 없다.다만 유하가 너무 불안해서, 뭔가 하지 않으면 더 무너질 것 같아서 청산은 굳이 말리지 않고 ‘찾아보자’ 했던 것뿐.사실은 유하를 좀 걷게 하고, 기분을 환기시하려던 거였다.그런데 소성란은 지금 찾았다고 했다.‘말이 되나?’청산이 천천히 뒤돌아보자 경호원 둘이 어떤 남자를 끌고 들어오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하얗게 핏물 자국이 그어진 가면.검은 망토.고개를 숙인 채 질질 끌려오는 남자.그리고 그 남자의 손이 미세하게 경련하듯 떨렸다.청산의 눈썹이 아주 서서히 찌푸려졌다.그 표정에는 놀람보다, 더 복잡한 무언가가 섞여 있었다....위층, 유하의 방.쉬러 오자는 말은 했지만, 유하는 한순간도 마음을 놓지 못했다.방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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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6화

유하가 침대 머리맡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이솔은 유하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을 따라가 뭐가 있나 하고 보다가 말고, 아무 생각 없이 그 핑크빛 하얀 장미 한 송이를 집어 들었다. 표정엔 영문을 모르겠다는 기색이 떠올랐다.“장미잖아, 왜?”‘꽃 한 송이에 이렇게 놀란다고?’“아, 아니...”숨을 한 번 들이쉬고 겨우 말을 잇는 유하.“오... 승현, 오승현이야...”이 말을 들은 순간, 이번엔 이솔이 입을 다물었다.‘뭐라고 할까?’‘아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아!’아까 정원에서는 유하가 모르는 척 얼버무리길래, 파티에서 망토 쓴 그 남자가 승현이라는 걸 유하가 아직 모르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진작에 알아보고 있었던 것이다!그러니 승현이 이솔을 협박해 도와달라고 했던 거다.승현 역시 유하가 이미 눈치챘다는 걸 알아챘겠지.‘큰일 났네. 유하 그 겁 많고 예민한 성격에... 이 일 알게 되면, 오승현 계획대로 가도 문제, 내가 조금 손본 계획대로 가도 문제... 어찌 됐든 어렵겠어!’‘젠장! 오승현 그 인간, 계획이 있으면 좀 참고 가만히 있든가.’‘꼭 이렇게 사고를 하나 더 얹어 일을 키우네...’‘게다가 훔쳐온 꽃을 대놓고 여기까지 들고 와서 놔둔다고?’‘오승현, 어떻게 한 거야?’‘겁주려고 작정했네, 진짜 미친놈...’‘아, 망했다. 왜 나는 자꾸... 일은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이미 끝나버린 기분이 드는 걸까?’이솔은 절망했다.유하는 침대 가장자리에 멍하니 앉아 아무 말 못 하고 있는 이솔을 보고, 단순히 놀라서 얼어붙은 거라고 생각했다. 숨을 조금 고르고 나서, 그동안 자신이 알아낸 것들, 사건의 전말을 전부 털어놓았다.이솔은 유하의 하소연을 듣다가 너무 놀라 결국 멍해졌다.‘이렇게 일찍부터 알고 있었다고?’‘끝났네. 쉽지 않겠어.’마음속에 잔뜩 쌓여 있던 걸 다 말해버려서인지, 후련해진 유하는 처음으로 숨을 길게 내쉬었다. 조금은 가벼워진 것 같았다.청산에게 기대는 부분이 있긴 했지만... 이솔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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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7화

“안 돼!”“못 해!”“하지 마!”이솔의 말을 듣자마자, 유하는 잠시 멍해 있다가 거의 반사적으로 세 번이나 거절했다.‘어이없네, 이게 또 무슨 황당한 방법이래.’‘이 난리로 부족해서 난장판 추가하는 거야? 제발 내 걱정 좀 덜어줘!’“유하야.”포기하지 않은 이솔이 유하의 손을 꽉 붙잡았다. 목소리는 흥분으로 떨렸다.“잘 생각해 봐. 오승현 그 미친 인간, 매일 미친개처럼 너한테 달라붙잖아. 죽음을 꾸며내는 짓도 서슴없이 하는 사람인데, 그 인간 머릿속을 정상적인 기준으로 이해할 수가 있어? 다음엔 또 무슨 짓을 할지 너 확신할 수 있어?”유하는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당연히 확신할 수 없지. 확신할 필요도 없어...’‘오늘 일도 그렇고,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봐도 좋을 게 단 하나도 없다.’‘그리고 절대 내가 마주하고 싶은 것도 아니야.’‘오승현 그 인간은 늘 그랬으니까.’유하가 망설이는 걸 보자, 이솔은 바로 이어서 몰아붙였다.“왜 이런 상황이 반복되는지 알아? 너는 지금까지 계속 오승현이 만들어놓은 거대한 사냥터 위에 서 있었어. 아무것도 모른 채 매번 수동적으로 끌려 들어가서, 늘 사냥감이 됐던 거야.”유하는 인상을 살짝 찌푸렸지만 말하지 않고 들었다.“왜 사냥감이 돼? 왜냐하면 너는 계속 도망치기만 했으니까. 도망이 아니더라도, 너 스스로 사냥감이라는 프레임은 그대로야. 지금까지 한 번도 오승현이라는 사냥꾼을 제대로 마주해서 싸워본 적이 없잖아.”유하는 반박하려 입을 열었지만, 잠시 떨리던 입술이 다시 굳게 닫혔다.반박할 수 없었다.과거 승현은 유하에게 육체적인 폭력은 한 번도 행사하지 않았지만, 정신적으로 가스라이팅을 통해 철저하게 무너뜨렸다. 그 흔적은 이미 오래전 일이지만, 유하에게 남은 공포는 뼛속에 아로새겨진 조건반사였다.어둠 속에 숨어 있는 악마처럼, 어디에나 있고 언제든 튀어나올 수 있었다.유하는 정말로... 진심으로 오승현이라는 남자가 두려웠다.“그러니까, 이 공포를 없애지 않으면 문제는 계속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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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8화

“오승현을 장악하는 거야!”“한 방에 끝내버리는 거지!”이솔은 손에 쥔 장미를 힘껏 움켜쥐어 뜯었다. 파스락 소리와 함께 꽃잎이 으깨지는 모습을 보자, 유하의 시선은 이상할 정도로 맑고 또렷했다.유하는 그대로 굳어버렸다.부서진 장미를 멍하니 쳐다봤다.잘린 꽃잎에서 스며 나온 연한 분홍빛 즙이 이솔의 가느다란 손가락을 타고 흘러내렸다.새하얀 침대 시트 위로 뚝뚝 떨어지며 투명하게 번지는데, 그 모습이 마치 물에 희석된 피 같았다.유하의 심장은 크게, 빠르게 요동쳤다.‘사냥...?’‘오승현을... 내가 사냥?’‘누가?’‘나?’머릿속이 퍼뜩 비어버린 듯 어질어질해졌다.‘말도 안 돼...’유하는 관자놀이가 다시 쿵쿵 뛰기 시작하는 걸 느꼈다. 어딘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왔지만, 방금 들은 말의 충격이 너무 커 제대로 정리가 안 됐다.한참 뒤에야 겨우 입을 열었다.“그, 근데... 그렇게 하면 내가 스스로 함정에 뛰어드는 거 아니야? 난 더 이상 오승현이랑 엮이고 싶지도 않아...”유하는 드디어 정신을 차렸다.이솔의 말이 일리가 없는 건 아니었다.하지만 유하가 원하는 건 단 하나.승현을 떨쳐내고 조용히, 숨 쉬듯 평범하게 사는 것.그런데 이솔이 말한 건 완전히 반대였다.‘수동에서 능동? 사냥감에서 사냥꾼?’‘내가 오승현을 사냥한다고?’‘그게 도대체 나에게 무슨 도움이 된다는 건가?’‘잡아서 뭐 해? 그다음은?’‘그리고 무엇보다... 들키면?’‘그 인간이 어떤 인간인데...’‘걸리면 끝이지. 죽어도 내가 먼저 죽겠지.’‘심지어... 오승현 같은 걸 사냥해서 나한테 좋을 게 뭔데?’‘나 아직 정신 멀쩡한데? 미쳤다고 내가 먼저 사고를 만들어?’유하는 도저히 이솔이 한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너 아직 이해를 못 한 거야.”이솔이 한숨을 쉬었다.“지금은 오승현이 또 너한테 달라붙은 상황이야. 네가 아무리 피하려 해도 못 피하고. 그렇다면 사냥감으로 당하고만 있을 게 아니라 네가 사냥꾼이 돼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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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9화

대학 시절, 유하는 단 한 번... 정말 딱 한 번 승현에게 엮인 게 전부였다.그런데 그 한 번이 아직까지도 끝나지 않았다.‘그게 얼마나 큰 교훈이었는데...’‘얼마나 뼈아픈 실수였는데...’이솔은 말을 잇지 못했다.‘아 진짜... 소유하 왜 이렇게 똑똑해!’유하는 그런 경험을 두 번 다시 겪고 싶지 않았다.‘큰일 났다. 나 진짜 피 토하겠네.’‘다 오승현 그 미친 새끼 때문이야! 나 협박해서 일 시키는 것도 모자라, 오늘은 또 왜 이런 쇼까지 해서 유하 경계심만 더 올려놓고...’‘이제 진짜 안 되겠는데.’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머릿속에 승현의 목소리가 번개처럼 스쳤다.그리고 태준혁의, 웃고 있지만 절대 안 웃고 있는 그 표정도.이솔은 등골이 싸늘해졌다.‘안 돼. 안 돼. 절대 안 돼.’‘귀국하고 싶지 않아. 태씨 집안으로 다시 들어가느니... 죽는 게 나아.’유하와 함께 미친 듯이 뛰고 싸우고 사고 치는 건 이솔에게 아무것도 아니었다.목숨 걸라고 하면 걸 수 있다.하지만 태씨 가문에 갇혀 사는 건, 그건 진짜 ‘살아 있지만 죽은 갓’과 같았다.그건 못 견딘다.그거 하나만큼은 절대 할 수 없다.그리고... 만약 승현이 거짓말을 한 게 아니라면, 그가 진짜 원하는 건 유하를 해치는 게 아닐지도 모른다.이솔은 자신에게 그렇게 되뇌었다.정확히 말해, 자신에게 최면을 걸었다.게다가 아까 이솔이 했던 말도 틀린 건 아니었다.‘오승현 같은 미친놈은, 위에서 누가 꽉 눌러주지 않으면...’‘그냥 풀린 짐승이야. 눈에 보이는 대로 물어뜯어. 그러다 다 같이 끝나는 거지.’‘아무도 못 살아남아.’사실 그건 이미 수없이 증명된 사실이었다.그런 짐승이, 지금은 희한하게도 ‘원하는 게 있다’라며 멈춰 서 있었다.그리고 그 원하는 건 단 하나.딱 한 사람.그 한 사람만 얻으면, 짐승은 잠잠해진다고 말했다.물론 승현 말이 진짜인지 확신할 수는 없었다.하지만 믿는 수밖에 없었다.이솔은 이미 승현에게 목덜미를 잡힌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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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0화

어떻게든, 일단은 유하의 생각이 더 꼬이지 않게 막은 셈이었다.이솔은 한숨을 내쉬며 뒤따라갈 수밖에 없었다.솔직히 말해서, 이솔은 붙잡힌 사람이 승현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정말 승현을 잡은 거라면, 그리고 가면 아래 숨겨진 얼굴이 승현이었다면, 소성란이 이렇게 부드럽게 사람을 보내서 불러올 리가 없었다.‘로즈 가든’ 전체가 벌집처럼 뒤집혔을 것이다.그나마 유하는 하루 종일 겁에 질리고 마음이 뒤죽박죽이라, 그 단순한 부분조차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있는 거겠지.‘도대체 누굴 잡은 거지?’‘쳇, 중요하지 않아.’‘지금은 유하가 이런 ‘게임’에 스스로 참여하게 만들 방법을 생각하는 게 먼저야.’ ‘저 짐승 같은 놈을 최대한 묶어두려면...’‘오승현 그놈, 거의 미쳐 가고 있어.’‘아니, 이미 미쳤지.’‘오승현 그 미친놈은 오직 하나의 목적을 위해서라면 가짜 죽음 쇼까지 벌이는 인간인데...’‘이런 인간이 코시오를 처리하는 데 성공해버리면, 오승현을 잠시나마 묶어두던 패이자 목표까지 잃어버리게 되는 건데...’‘그다음 목표는 누구겠어?’‘그리고 이번엔, 새로운 목표를 위해 또 무얼 할 수 있을까?’이솔은 상상조차 하기 싫었다.승현의 광기를, 이솔은 이미 뼈저리게 경험한 적이 있었다.이솔에게는 분명했다.승현이 코시오라는 1차 목표를 잃기 전에 승현을 제압하거나 억제할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그렇지 않으면, 가장 큰 고통을 겪게 되는 건 결국 유하일 것이다.이솔과 청산,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그저 덩달아 휘말리는 수준이겠지만...‘오승현 그 미친놈은, 여자라고 봐주는 인간도 아니야.’‘목적만 이루면 그만인데, 만약 또 사람을 박살 낼 생각이라도 한다면?’‘못 할 것도 없지. 이미 한 번 했던 놈인데.’예전에 유하가 대학 시절 이야기를 하며, 자신이 모르는 사이 정신과 기억을 승현에게 조종당한 적이 있었다고 털어놓았을 때...그 순간부터 이솔은 절대로 다음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어떻게든 해봐야 해.’‘오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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