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 이제 그만해. 더 이상 유하 씨 건드리지 마. 준서랑 재윤이 일도 그렇고, 유하 씨 일도 그렇고... 이번엔 누나가 진짜 선 넘었어, 여기서 끝내.”남진은 문 앞까지 걸어가 문을 잡아당겼다. 뒤돌아보지 않은 채 낮고 단호하게 말을 이었다.“누나가 그래도 계속하겠다면, 그게 재윤이든 유하 씨든 상관없이 그 순간부터 나는 더 이상 누나 동생 아니야. 아무리 괴로워도, 난 끝까지 누나에게 맞설 거야.”쾅!닫힌 문짝에 물컵이 세게 부딪쳤다. 물이 문을 타고 흘러내렸고, 유리컵은 산산조각 나 바닥에 흩어졌다.설아는 책상을 세게 내리쳤다. 손바닥 아래에는 붉게 구겨진 청첩장이 깔려 있었고, 얼굴은 음울하게 가라앉아 있었다.“쓸모없는 놈이 감히, 하늘 무서운 줄도 모르고 날뛰네.”...배씨 가문의 남매가 약혼 청첩장 하나로 거의 돌아올 수 없는 선을 넘을 뻔한 일은, 유하의 귀에는 전혀 들어가지 않았다. 유하는 그 시각 약혼식 준비로 정신이 없었다.대부분은 청산이 직접 챙기거나 전문가들에게 맡기고 있었지만, 중요한 전화 몇 통은 유하가 직접 받아야 했다. 오래 알고 지낸 지인들뿐만 아니라, 비즈니스로 얽혔던 파트너들, 그리고 디자인 업계에서 함께 일해 온 협업자들까지 연락이 쏟아졌다. 확인차 연락하는 경우도 있었고, 축하 인사를 전하는 전화도 있었다.유하는 하루 종일 전화를 받느라 목이 따가울 정도였다.서재 옆 작은 발코니.방금 유하는 전화를 하나 끊고 차를 한 모금 마신 뒤, 흔들의자에 기대 햇볕을 좀 쬐며 쉬려던 참에 핸드폰이 다시 울렸다.“또야.”유하는 숨을 두 번 고르고 화면도 보지 않은 채 전화받았다.“여보세요, 소유하입니다.”늘 하던 대로 먼저 인사를 건넸지만, 수화기 너머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다시 한번 불러도 여전히 침묵뿐이었다. 말하느라 산소가 부족해진 머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고, 유하는 흔들의자 팔걸이를 짚고 천천히 몸을 세웠다.“여보세요?”[나다.]오광진의 목소리였다.유하는 통화 기록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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