บททั้งหมดของ 그들이 나를 버릴 때, 나는 세상을 가졌다: บทที่ 641 - บทที่ 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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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1화

“어때?”서재에서 일하던 유하는 밖에서 나는 인기척을 듣고 급히 문을 열어 물었지만, 그 순간 준서가 그대로 달려들어 품에 안겼다.“엄마, 아저씨가 저 괴롭혔어요! 엄마 못 보게 하고!”유하는 아들을 꼭 끌어안은 채 고개를 들어 뒤에 서 있는 청산을 바라보았다. 눈에는 의문이 가득했지만, 청산은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입 모양으로만 말했다.‘괜찮아졌어.’대충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해가 갔다.유하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부드럽게 말했다.“아저씨가 그렇게 나빴어? 그럼 엄마가 오늘 밤에 너만 데리고 놀러 나갈까? 청산 아저씨는 안 데리고 가고.”준서의 눈이 번쩍 빛났다.“응!”청산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이 녀석.”말투와 달리 얼굴에는 화난 기색이 전혀 없었다.“흥!”준서는 엄마 품에 숨어 있다가 고개를 돌려 청산을 향해 일부러 얼굴을 잔뜩 찡그리고 못생긴 괴물 흉내를 냈다.‘내가 엄마한테 제일 중요한 사람이야.’‘나 기분 상하게 하면 엄마가 이 아저씨랑 말도 못 하게 할 거야!’‘아저씨가 먼저 날 화나게 했잖아!’유하는 솔직히 청산이 정말로 아들을 설득해 낼 줄은 몰랐다. 잠깐 사이였는데도 준서는 여전히 삐쳐 있기는 했지만, 약혼 자체를 노골적으로 거부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기분이 완전히 풀린 건 아니었다.청산을 배웅해 보내고 나서, 유하는 핸드폰으로 대충 상황을 묻고 확인한 뒤 준서를 데리고 집을 나섰다. 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놀게 해 주고 나자, 준서의 마음속에 남아 있던 앙금이 조금씩 가라앉았다.어쨌든 아이 마음은 어느 정도 잡아 둔 셈이었다.다음 날, 이른 아침부터 초인종이 울렸다.문을 열자 밖에는 이미 기다리고 있던 청산이 서 있었다.“가자.”오늘은 약혼식 예복을 보러 가는 날이었다.일정이 다소 촉박했다. 약혼식이 이틀도 채 남지 않아 개인 디자이너에게 완전 맞춤 제작을 맡기기에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결국 가장 최근에 나온 하이엔드 기성 예복 중에서 고를 수밖에 없었다.소성란은 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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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2화

청산은 아직도 안에서 나오지 않았다. 서로 골라 주기로 약속했으니, 유하는 조급해하지 않고 밖에서 얌전히 기다렸다. 천천히 디저트를 몇 개 집어먹고, 홍차도 반 컵이나 마시고 난 다음에야 청산이 예복이 잔뜩 걸린 안쪽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데 청산의 손은 텅 비어 있었다.“내 드레스는?”유하가 물었다.‘설마 못 고른 건 아니겠지?’“하나 마음에 드는 걸 찾긴 했어, 피팅룸에 있어.”청산은 몸을 숙여 유하에게 디저트 하나를 집어 달라는 듯 고개를 기울였고, 입에 물고 나서야 말을 이었다.“네가 직접 가서 봤으면 좋겠어, 깜짝 놀라게 해 주려고. 내 건 그렇고, 네 건?”유하는 웃으며 대답했다.“내가 고른 것도 피팅룸에 있어.”...두 사람이 각각 예복을 갈아입고 나와 마주 섰을 때, 둘 다 잠시 말을 잃었다가 결국 서로를 보며 웃고 말았다.조명 아래의 유하는 만개한 꽃으로 장식된 핑크빛 튜브톱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무릎 부근에서 두툼한 핑크색 튤이 꽃봉오리처럼 모였다가, 다시 풍성한 레이어로 흘러내리며 바닥까지 부드럽게 이어졌다. 가슴선에는 연핑크와 흰색, 연보라 꽃들이 촘촘히 수놓아져 있었고, 허리와 스커트 곳곳에도 꽃 장식이 이어졌다. 튤 위에는 잘게 흩뿌린 별빛 같은 장식이 깔려 있어, 걸음을 옮길 때마다 은하수가 흐르는 듯 반짝였고, 꽃향기가 풍길 것만 같았다.청산의 눈에는 마치 별의 강 위에 피어난 꽃의 요정 같아 보였다. 한 시대의 성대한 꿈처럼 전혀 현실감이 없는 장면이었다.청산의 시선은 숨길 생각조차 없이 노골적이었고, 그 시선에 유하의 얼굴이 달아올랐다. 잠시 망설이다가 스커트 자락을 살짝 들어 올리고 다가가며, 발끝을 가볍게 돌렸다. 드레스 자락이 흩어지는 꽃과 별처럼 퍼졌고, 반쯤 파인 등은 눈처럼 희고 은은한 핑크빛 피부가 돋보였다.유하는 고개를 살짝 숙인 채 조용히 물었다.“예뻐?”청산은 목울대를 한 번 굴리더니, 이미 목소리가 낮게 잠긴 채로 대답했다.“너무 아름다워. 내 영혼과 인생 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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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3화

‘역시 청산 선배답네.’유하는 웃으며 말했다.“그래도 난 정말 좋아, 선배 마음이 고스란히 담겼잖아, 그래서 고마워.”“그럼 결혼식 예복은?”“당연히 내가 디자인해야지.”말하다 말고 유하는 다시 고민에 빠졌다.“근데 내가 직접 디자인하고 만들어 줄 수 있는 건 선배 예복뿐이야, 내 웨딩드레스는 고모할머니가 예전부터 직접 만들어 주겠다고 하셨어, 그게 고모할머니의 오랜 소원이거든.”“좋아. 그게 더 좋은데?”청산은 핑크빛 튤로 감싸진 유하의 가느다란 허리를 가볍게 끌어안고, 그녀의 이마에 조심스럽게 입을 맞췄다.“그럼 내 예복은 네가 디자인해 주는 거지?”“그래.”유하는 고개를 살짝 들어 남자의 시선을 피하지도, 물러서지도 않았다.조명 아래에 선 두 사람은 둘 다 눈에 띄게 빼어난 외모에, 핑크와 푸른빛이 섞인 드레스와 예복, 그리고 그 주변을 둘러싼 수많은 꽃 장식이 어우러져 눈부실 정도였다. 옆에서 지켜보던 매장 매니저는 한순간 넋을 잃은 듯하다가 무의식적으로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그 찰나를... 마치 한 시대의 찬란한 꿈처럼 그대로 담아 두기 위해서였다....시간은 촉박했지만, 약혼식에 필요한 준비는 놀랄 만큼 차분하고 순조롭게 마무리됐다. 그러나 약혼식을 하루 앞둔 밤, 유하는 뜻밖의 전화를 한 통 받았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사람에게서였다.“승환이?”마지막으로 헤어졌을 때의 상태가 떠올라, 유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너... 좀 괜찮아졌어?”[네.]승환의 목소리는 안정적이었고, 특별히 이상한 기색도 없었다. 하지만 이어진 말에는 묘하게 날이 서 있었다.[누나 약혼한다면서, 왜 저한테 말 안 했어요? 우리는 누나 동생 사이 아니에요? 이렇게 중요한 일을... 저는 왜 남한테서 들어야 해요?]“미안...”유하는 말을 고르며 대답했다.“몇 가지 사정이 있어서, 이번 약혼식에는 오씨 가문 사람들을 부를 수가 없어.”[못 부르는 거예요... 아니면 안 부르고 싶은 거예요?]유하는 미간을 찌푸린 채 아무 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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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4화

새벽, ‘대나무숲’ 주택단지.청산의 서재에는 따뜻한 조명이 켜져 있었고, 붉은 종이에 금박을 두른 두루마리 한 장이 책상 위에 곧게 펼쳐져 있었다. 은테 안경을 쓴 청산은 붓을 들고 금빛 먹을 찍어 조심스럽게 글자를 써 내려가고 있었다. 붓끝이 닿을 때마다 붉은 종이 위로 금빛 글자가 하나씩 또렷하게 남았다.그러나 열몇 자를 채 쓰기도 전에 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종이를 거칠게 찢어 쓰레기통에 던져 버렸다. 곁에서 지켜보고 있던 차동석은 곧바로 새 붉은 종이 두루마리를 펼쳐 올려놓았다.다시 쓰기 시작했다.이런 일이 밤새 수십 번이나 반복되었다. 쓰레기통이 붉은 두루마리로 가득 차 가는 와중에 차동석은 바닥에 떨어진 종이 위에 남은 금빛 글씨를 바라보다가 결국 입을 열었다. 글씨는 힘 있고 단정했으며 흐트러짐 하나 없이 빼어났다.“대표님, 이 정도면 충분히 좋습니다. 글씨도 완벽하고, 그대로 끝까지 쓰셔도 전혀 문제없어 보입니다.”“안 됩니다. 아직 부족해요.”청산은 고개도 들지 않은 채 답했다.“이건 저와 유하가 나누는 혼인서약서입니다.”‘완벽해야 한다, 단 한 점의 흠도 있어서는 안 된다.’“하지만 대표님 손이...”차동석은 붓을 쥔 청산의 손을 바라보았다. 미세하게 떨리고 있는 손끝을 보며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미간을 좁혔다.‘원래도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손인데, 이렇게 오래 앉아서 글씨를 쓰니...’“무슨 말씀입니까?”청산은 잘 듣지 못한 듯 되물었다.“이미 너무 늦은 시간입니다.”차동석은 조심스럽게 권했다.“잠시라도 쉬셨다가 몸을 추스른 뒤 다시 쓰시는 게 오히려 더 나을 수도 있습니다.”청산은 고개를 저었다. 그는 다시 붓을 움직이며 말을 이었다.“내일이 바로 약혼식입니다. 오늘 밤 안에 반드시 완성해야 합니다. 그리고...”붓을 멈춘 그는 고개를 들어 웃었다.“어차피 잠도 오지 않습니다.”약혼식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청산의 마음은 오히려 들떴다.더는 말려도 소용이 없다는 걸 깨달은 차동석은 결국 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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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5화

막 졸음이 쏟아지던 유하는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감탄 섞인 말을 반쯤 흘려들으며 본능적으로 한마디를 돌려줬다.“감사합니다.”유하는 그 말을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늘 그렇듯, 고객에게 건네는 직업적인 칭찬이겠거니 했다. 그래도 오늘은 여러 의미에서 드문 경사였다. 이렇게까지 큰 행사도 흔치 않으니, 유하도 약혼식이 끝나면 메이크업 팀에게 넉넉하게 봉투를 챙겨 주면 되겠다고 생각했다.“다 됐나요?”이대로 더 앉아 있으면 정말 잠들 것 같아, 유하가 물었다.“거의 다 됐어요.”마침내 옅은 메이크업으로 결정되고, 드레스까지 말끔히 정리한 뒤에야 메이크업과 스타일링 팀이 방을 나갔다.유하는 잠깐 눈을 붙였다가, 느릿하게 몸을 일으켜 기지개를 켰다. 그리고 거울 앞으로 가 머리 위에 얹은 핑크와 흰색이 섞인 비단 꽃 화관을 다시 한번 조심스럽게 고정했다.이상이 없는 걸 확인한 뒤, 몇 차례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가 내쉬고, 양손으로 볼을 가볍게 두드렸다. 거울 속의 여자가 다시 평소의 또렷한 기운을 되찾은 걸 확인하고서야 유하는 환하게 웃었다. 핑크빛 튤 드레스 자락을 살짝 들어 올린 채 가볍게 몸을 돌리자, 핑크와 푸른빛이 섞인 크리스털 스트랩의 하이힐이 또각또각하는 소리를 냈고, 발목을 감싸는 비단 꽃 장식이 살짝 드러났다. 빛이 흐르듯 반짝이는 가운데 유하는 문 앞까지 걸어갔다.약혼식이 곧 시작된다.이제 유하가 나갈 차례였다.다시 한번 드레스를 정돈한 뒤, 문손잡이를 잡고 막 열려던 순간, 문이 먼저 안쪽으로 밀려 들어왔다. 유하는 반사적으로 두세 걸음 뒤로 물러섰다.문밖에서 누군가 들어왔고, 문은 다시 닫혔다....리조트.넓은 잔디 위에 마련된 야외 예식장에는 꽃으로 가득 장식된 아치형 플라워 브리지가 세워져 있었다. 그 아래에서 차동석 집사와 나연이 단정한 예복 차림으로 양쪽에 서서, 오가는 하객들을 맞이하고 있었다.청산도 그 자리에 있었다.이번 약혼식은 여러모로 특별했다. 약혼을 앞둔 두 사람 모두, 직계 가족이 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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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6화

하객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이유는 단 하나였다.겉보기에는 특별한 위압감도 없고, 인자하며 소탈해 보이는 연배의 학자였지만, 이 사람의 존재감은 절대 가볍지 않았다. 그는 국내 학술계, 특히 계산과 항공우주 분야에서 손꼽히는 거목이었다. 국가 과학기술계의 원로 석학, 손지천 교수.손지천 교수는 국가 차원의 다수 전략적 핵심 연구 과제에서 여러 차례 총괄 책임자를 맡아 왔다.특히 우주항공 관련 계산 및 시스템 혁신 분야에서는 명실상부한 핵심 인물로 평가받아 왔다.그가 쌓아 온 업적과 위상은 학계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그런 손지천 교수가 왜 여기에 있는가?그것도 하필이면, 이 약혼식 자리에?손지천 교수는 평소 세계를 오가며 일정이 꽉 차 있는 인물로, 누가 불러도 시간을 내기 어렵기로 유명했다. 그런데 지금 이곳에 모습을 드러냈다.더 놀라운 건, 그가 임청산과 무척이나 화기애애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는 점이었다.물론 임청산이 IT 및 인공지능 분야에서 천재로 불리는 인물이고, 국가에서도 특히 주목받는 존재이긴 했지만...그렇다고 해서 이 정도 거물을 직접 불러올 만큼의 위치인가 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손지천 교수와 임청산은 단순한 선후배 관계라고 보기에도 신분과 급이 상당히 차이가 났다.더 따져보면, 연구 분야조차 다르지 않은가?우주항공 관련 계산 및 시스템과 인공지능은 같은 계열이라 해도 결코 동일한 분야라고 할 수는 없었다.그런데... 문득 손지천 교수가 최근 관심을 두고 있다는 새로운 연구 방향이 떠오르자, 하객들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주변의 시선과 소문이 어떻든 간에 정작 청산 본인도 상당히 놀란 상태였다. 다만 얼굴에 전혀 드러내지 않았을 뿐이다. 그는 예의를 갖춰 먼저 손을 내밀었다.“교수님, 이런 누추한 자리에 와 주실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미리 알았다면...”탁-말이 끝나기도 전에 손지천 교수가 청산의 손을 꽉 잡았다. 그리고 살짝 불만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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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7화

약혼식에 하객들이 한창 입장하고 있었다.하객들이 하나둘 입장하며, 꽃으로 가득 채워진 잔디 위에서는 삼삼오오 사람들이 모여 담소를 나누고, 하객석이 모두 차기를 기다리며 차분히 예식이 시작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그러나 화장실 안의 분위기는... 밖과는 딴판다.찰칵-문이 소리를 내며 안쪽에서 잠겼다.“왜, 내가 나타난 게 그렇게 놀라운 일이야?”짙은 자주빛에 가까운 와인색 수트를 입은 배설아가 문짝에 느슨하게 기대서 있었다. 그녀는 철제 케이스를 열어 가느다란 담배 하나를 튕기듯 꺼내 입에 물고는, 고개를 숙여 불을 붙였다. 연기를 한 번 길게 들이마셨다가 고개를 들며 천천히 연기를 내뿜는다. 희미한 웃음을 띤 채, 눈앞에서 빛나는 베일과 드레스 차림의 유하를 훑어보며 낮게 웃었다.“역시 이런 순간의 여자는 제일 예쁘다니까.”“배설아 씨, 여기엔 왜 오신 거예요?”유하는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놀란 듯 몇 걸음 물러나 화장대에 몸을 기댄 채, 손목 아래로 늘어진 분홍색 튤 너머로 조심스럽게 테이블 위를 더듬었다. 곧 핸드폰이 손끝에 닿았고, 긴급 연락처를 누르려는 순간이었다.멘솔 담배 특유의 향기가 갑자기 진해졌다. 차가운 바람처럼 스쳐 오는 향기와 함께 다음 순간 유하의 손은 옆에서 뻗어 나온 설아의 손에 테이블 위에 꽉 눌렸다. 유하 손바닥 아래 있던 핸드폰은 옆으로 쓸려 떨어졌고, 귓가에는 박하 향기가 섞인 설아의 낮은 웃음이 들려왔다.“뭐가 그렇게 급해? 남이랑 얘기할 땐 좀 성의 있게 하라고.”유하는 얼굴을 찡그리며 연기가 몰려오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배설아 씨를 초대한 기억은 없습니다. 그리고 제발 좀 저한테서 떨어져요. 담배 냄새 역합니다. 제 드레스에 재라도 떨어지면 어쩌시려고요.”드레스의 가격을 떠나서 지금 이 순간 담뱃재라도 묻거나 불티라도 튀면 대체할 방법이 없었다. 이런 수준의 하이엔드 커스텀 드레스는 단 하나뿐이다.무엇보다도, 이 드레스는 청산이 직접 골라 준 것이었고, 담배 냄새 자체가 유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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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8화

유하의 시선이 설아의 목으로 향했다. 다쳤던 여전히 거즈가 감겨 있었다.설아는 고개를 살짝 기울인 채, 유하의 차분한 얼굴을 훑어보았다. 잠시 후, 설아의 미간이 느슨해지더니, 유하의 손목을 꽉 쥐고 있던 손을 마침내 풀었다.“그래서 그게 나를 안 부른 이유라는 거야?”“해석은 본인 편한 대로 하세요.”유하는 대답했다.미친 사람의 사고방식을 굳이 이해하고 싶지 않았다.그리고 유하는 고개를 숙여 방금까지 붙잡혀 있던 자기 손목을 바라보고 미간을 찌푸렸다.‘귀찮네. 원래도 피부가 하얗고 예민한 편인데...’‘이 정도 힘만으로도 벌써 빨개졌어. 살짝 멍도 올라오는 것 같고.’‘분명 멍들 거야. 곧 약혼식인데, 누가 보면 곤란한데... 성가시게 됐네.’유하는 더 이상 설아를 신경 쓰지 않고, 액세서리 진열대로 걸어갔다. 드레스와 같은 색감의 비단 꽃 리본을 찾아 손목에 감아 가리려는 생각이었다. 그때, 등 뒤에서 설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야, 약혼식 중단시켜.”리본을 뒤적이던 손이 멈췄다.유하는 천천히 몸을 돌려, 무표정한 얼굴로 설아를 바라봤다.“뭐라고요?”설아는 어느새 회전의자에 앉아 있었다. 다리를 벌리고 앉은 자세는 거리낌이 없었다.유하의 시선을 느끼자 입에 물고 있던 담배를 떼어 의자 팔걸이에 문질러 끄며, 담담하게 다시 말했다.“내가 말했잖아. 약혼식 중단하라고.”“불가능합니다.”유하는 냉정하게 잘라 말했다.“그게 당신과 무슨 상관이죠?”“이 결혼식... 계속해서 네 인생에 무슨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 요즘 네가 너무 나대는 거, 내가 경고하지 않았나? 그 미친 네 전남편이 없는 줄 아는 거야? 아니면 진짜로 이 약혼식이 무사히 끝날 거라고 믿는 거야?”‘그 미친놈? 오승현을 말하는 거겠지.’유하는 얼굴색 하나 바꾸지 않고, 단정하게 말했다.“그렇다고 해도요. 그 사람은 제 약혼식을 망칠 수 없고, 망칠 용기도 없습니다. 저는 확신합니다.”설아가 눈썹을 들어 올렸다.“자신감 하나는 대단하네.”“그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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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9화

그리고 바로 그때였다.유하가 Y국에서 돌아온 후, 태건은 유하에게 조심하라고 일러주며 코시오가 곧 움직일 거라고 미리 경고했다.유하는 앞뒤 정황을 차분히 되짚었다.답은 너무도 분명했다.승현이 한때 죽은 척하며 유하를 이용해 코시오를 속였던 것처럼, 지금 유하가 하고 있는 모든 행동 역시 코시오가 ‘오승현이 혹시 숨겨둔 패가 남아 있는지’ 시험하기 위한 판단 기준이었다.유하는 참고 자료이자 동시에 시험지였다.양쪽 진영이 있었다.한쪽은 유하를 이용해 상대의 경계심을 풀려 했고, 다른 한쪽은 유하를 통해 상대가 여전히 다른 패를 쥐고 있는지를 가늠하고 있었다.정작 아무것도 모르는 유하는 양측의 힘겨루기에서 풍향계가 되어 있었다.‘둘 다 쓰레기야...’유하는 속으로 이를 갈았다.‘그래도 꼭 나쁜 것만은 아니야.’‘오승현이 감히 나를 풍향계로 쓰겠다는 거라면...’‘이번엔 내가 먼저 오승현에게 한 번 제대로 이용당해 주지.’이번 약혼식은, 바로 유하가 판을 짜놓은 함정이었다.유하와 청산의 약혼식은 코시오가 완전히 안심하기에 충분한 카드였다.코시오가 국내로 들어오기로 결심하게 된다면, 그 자체가 승현의 계획에는 유리하게 작용한다.그러면 반대로 승현 역시 이 약혼식을 절대 망칠 수 없을 것이다.왜냐하면 승현이 움직이면 코시오는 의심을 품을 것이고, 움직이지 않으면 그 자체로 자연스럽게 승현에게 이득이 된다.이익을 최우선으로 두는 승현이라면,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는 불을 보듯 뻔했다.그리고 유하는 이 약혼식을 계기로, 청산과의 약혼과 동시에 오씨 가문과의 결별을 공개적으로 선언할 생각이었다.그렇게 오씨 가문과 선을 긋고, 오씨 가문과 코시오의 각축전에서 완전히 빠져나와, 양쪽이 알아서 싸우게 두고 자신은 조용히 자기 삶을 살아가는 것.완벽한 계획이었다.결국 유하도 궁지에 몰려 하게 된 선택이었다.코시오는 곧 들어오고, 오씨 가문은 더 이상 믿을 수 없으며, 승현이 또 어떤 방식으로 유하를 이용할지는 알 수 없었다.승현은 이미 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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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0화

리조트의 야외 식장.손지천 교수의 등장으로 잔디밭은 잠시 술렁였다. 아무 행사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인물이 아닌 데다, 오늘처럼 이렇게 마주칠 기회도 흔치 않았기 때문이다. 기왕 만난 김에 한마디라도 걸어 보려고 다가오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았다. 최근 연구 방향을 캐묻지 않더라도, 안면을 트고 인사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의미가 있었다. 그러나 결과는 모두 같았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청산과 마주 앉아 온화한 얼굴로 웃으며 대화를 나누던 손지천 교수는 다른 이들을 대할 때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온화함은커녕, 차갑다 못해 고압적이었다. 형식적인 인사조차 없었다.여럿이 둘러싸고 말을 붙이려 했지만 단 한 마디도 제대로 나누지 못했고, 손지천 교수 곁에 함께 온 제자들이 자연스럽게 나서 웃으며 몇 마디로 상황을 정리해 버렸다. 그 이상 가까이 다가갈 틈조차 없었다.그제야 처음엔 그저 구경 삼아 이 자리에 온 이들조차 마음속 계산기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유하가 오씨 가문과 결별했다고 한들, 그것이 이해관계의 균열이든 축출이든 간에, 결코 밀리는 형국은 아니라는 판단이 자연스레 섰다. 함부로 한쪽에 설 문제가 아니었기 때문에 형세를 좀 더 지켜보는 것이 타당했다.뜨겁게 달아올랐던 잔디밭의 분위기는 서서히 가라앉았다. 하객들이 거의 다 도착하고, 여기저기서 이제 곧 신부가 나오는 것 아니냐며 웅성거리며 기다리는 말이 오갈 즈음, 플라워 브리지 쪽에서 다시 한 무리의 하객들이 몰려왔다.순식간에 웅성거림이 번졌고, 몇 마디 속삭임이 오가는 사이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쪽으로 향했다. 놀라움이 얼굴 위에 고스란히 드러났고, 잔디밭은 점점 조용해졌다.플라워 브리지 아래에서, 청산은 이쪽으로 걸어오는 사람들을 똑바로 바라보다가 미간을 살짝 좁히고, 옆에서 같은 표정으로 굳어 있는 나연에게 말했다.“나연 씨, 화장실 쪽으로 가서 유하 씨에게 지금 상황 그대로 전해주세요.”“아, 네, 알겠습니다.”나연은 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를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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