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나를 버릴 때, 나는 세상을 가졌다의 모든 챕터: 챕터 651 - 챕터 660

665 챕터

제651화

‘오승현이 어머님을 위험에 빠뜨릴 리가 없어! 그렇다면 도대체 이런 일이 어떻게 벌어진 거지?’“유하야!”유하의 머릿속에서 생각이 수없이 뒤엉키고 있던 그때, 소파에 앉아 오광진과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박영심이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렸다. 유하를 발견하자마자 얼굴이 환하게 밝아지더니, 기쁜 기색을 감추지 못한 채 달려와 유하의 손을 덥석 잡았다.“약혼 소식 왜 나한테 말 안 했어? 이거 네 약혼식이잖아, 나를 친구로 생각 안 하는 거 아니야?”“이것 좀 봐, 내가 너한테 주려고 선물 엄청 많이 준비했어, 약혼 축하해!”말하며 박영심은 방 한쪽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거실 절반을 가득 메운 크고 작은 리본이 묶인 선물 상자들은 전부 박영심이 준비해 온 약혼 선물들이었다.“아직 더 있긴 한데, 광진이가 못 들고 오게 하더라. 네가 좋아하는 옥 장식이랑 골동품 같은 것들이야. 조금 있다가 사람 시켜서 네 새집으로 옮길게, 집 꾸미는 데 쓰라고.”박영심은 흐뭇한 얼굴로 유하를 바라보았다.“유하야?”“네, 듣고 있어요.”유하는 대답하며 박영심의 상태를 살폈다. 역시 아직 기억이 혼란스러운 단계에 머물러 있었고, 유하를 예전의 친구로 인식하고 있는 듯했다.유하는 가볍게 숨을 들이마신 뒤, 오광진 맞은편에 앉아 있던 청산을 한 번 바라보고는 이내 미소를 띠며 말을 이었다.“고마워요. 그런데요, 제가 분명히 말씀드렸던 것 같은데요. 혹시... 안 전해졌나요?”박영심의 시선이 곧바로 오광진에게 향했다.“어?”오광진은 그 말에 순간 멍해졌다.‘유하가 언제 그런 말을 했지? 분명 참석 안 했으면 좋겠다고 하지 않았나?’그러나 오광진이 더 생각해 보기도 전에, 박영심이 불만 가득한 얼굴로 달려들어 그의 귀를 잡아당겼다. 오광진은 어쩔 수 없이 먼저 박영심을 달래야 했다.두 사람이 투닥거리는 사이, 청산이 다가와 유하의 귀 옆에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걱정 마. 미리 다 배치해 놨어. 이 근처는 계속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어서, 아무도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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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2화

유하는 과거에 오광진이 다른 사람이라고 믿었었다.적어도 예전의 행동만 놓고 보면, 그는 박영심에게 베푸는 정성이 남다르다 못해 지나칠 정도였고, 그 진심만큼은 의심할 여지가 없어 보였다. 그런데 지금은 달랐다. 코시오가 어둠 속에서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오광진은 박영심을 데리고 거리낌 없이 밖을 활보하고 있었다. 예전처럼 세심하게 보호하며 조심하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오 회장은 어머님을 이용하고 있는 걸까?’‘역시 오씨 가문의 남자들은 다 똑같아, 가족에 대한 진심이라는 게 없어.’유하는 이를 악물었다. 눈빛이 서늘하게 식어 갔다.소파에 앉아 있던 오광진 역시 표정이 굳어졌다. 손에 쥔 정교한 찻잔 속 수면이 미세하게 흔들렸고, 그는 낮고 무거운 목소리로 냉정하게 내뱉었다.“유하야, 어른들의 일을 함부로 입에 올리지 마라.”“저는 회장님 같은 분을 이 자리에서 모실 수 없습니다.”유하는 조금의 체면도 남기지 않았다.“이제 나가 주세요. 제 약혼식에 오씨 가문 사람들은 환영하지 않는다는 거, 진작 아셨을 텐데요.”“확실하냐?”오광진은 나연과 머리를 맞대고 영상을 보고 있는 박영심을 한 번 바라보았다. 그 눈길에는 잠시 부드러움이 스쳤다. 그는 찻잔을 조용히 내려놓고 담담하게 말했다.“유하야, 네가 어떻게 생각하든 이 약혼식은 네 시어머니가 꼭 오고 싶어 한 자리다. 네가 다시 한번 행복으로 들어서는 모습을 보고 싶어 했어.”“그리고 나는 이 약혼식을 망칠 생각도 없다. 애초에 나는 네가 승현이와 어울린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다만 그때는 승현이가 너를 원했고, 나는 그 흐름에 힘을 실어 줬을 뿐이지.”오광진은 잠시 말을 멈췄다가 다시 이었다.“솔직히 말해 보자. 너와 승현이의 결혼이 아무리 엉망이었다 해도, 그건 너희 둘의 문제였다.”“그동안 나와 네 시어머니가 너를 함부로 대한 적이 있었나? 곤란하게 만든 적이 있었나? 그런데 너는 이제 와서 나에게 이런 식으로 말하는구나.”유하는 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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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3화

오광진은 결국 박영심을 데리고 식장에 들어왔다.행사장은 순식간에 미묘한 동요로 가득 찼다. 애초에 이 자리에 모인 사람 중 상당수는 최근 떠돌던 소문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가늠하러 온 이들이었다. 그런데 소문 속에서 이미 완전히 틀어져 결별했다고 알려진 두 당사자가, 그것도 모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정말로 파국이라면 오씨 가문이 어떻게 이런 자리에 축하하러 나타날 수 있단 말인가?소유하와 오씨 가문 사이에는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잔디 위에 흩어져 약혼식이 시작되기를 기다리던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계산을 머릿속에 굴리고 있었다. 안면이 있는 몇몇은 직접 오광진에게 다가가 캐묻고 싶어 했지만, 그는 몇 마디로 가볍게 넘겨 버렸고, 더 이상 이야기할 생각이 없다는 태도를 분명히 밝혔다.“교수님께서도 이런 자리에 나올 여유가 있으셨군요.”이런저런 질문을 적당히 흘려보낸 뒤, 오광진은 박영심을 데리고 손지천을 찾아왔다. 다른 사람들은 대충 응대해도 됐지만, 이 자리에서 손지천 교수만큼은 그냥 지나칠 수 없고, 인사는 해야 할 상대였다.손지천 교수와 오광진은 오래 알고 지낸 사이였으니, 역시 오광진을 외면하지 않고 별일 아니라는 듯 한마디 던졌다.“옛 친구의 제자를 보러 왔지요. 그런데 오 회장님은 일부러 미움받으러 오신 겁니까?”오늘 약혼식의 주인공인 유하와 청산은 물론이고, 승현과의 관계까지 생각하면 오광진의 등장은 그 자체로 눈총을 살 만했다.오광진은 속으로 한숨을 삼켰다.‘이번에 돌아가면 승현이 이놈은 정말 가만두지 않겠어!’‘도대체 무슨 말도 안 되는 계책을 낸 거야!’‘오늘 하루 완전히 체면을 구겼잖아. 애초에 그 녀석 말을 믿은 내가 잘못이지.’그러나 겉으로는 여전히 웃음을 걸고 있었다.“옛 친구의 제자라니요, 손 교수님을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 또 누가 있겠습니까.”손지천 교수는 무대 위에서 유하의 손을 잡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청산을 힐끗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타일 교수 말입니다. 그 노친네가 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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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4화

손지천은 코웃음을 쳤고, 오광진은 웃기만 할 뿐 더 말하지 않았다. 사실 두 사람 모두 알고 있었다. 승현이 학문을 더 깊이 파고들 수 있었는지의 문제에서 가업은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이긴 했지만 전부는 아니었다. 결국 핵심은 오씨 가문에서 더 이상 정치와 직접 맞닿는 인물을 만들 수 없다는 판단이었다.그 기술 방향은 연구를 계속해 나가다 보면 언젠가는 필연적으로 핵심을 건드리게 된다. 그리고 오씨 가문의 영향력과 뒷받침할 수 있는 자원을 고려하면, 어떤 지점부터는 통제 불가능해진다. 승현은 분명 가문의 영향 아래에서 기술 연구를 심화시켰을 것이고, 그것은 국가적 대결정과 맞물리며 정치의 중심으로 끌려 들어갈 가능성이 컸다.그 자체만 놓고 보면 나쁜 선택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문제는 이미 오씨 가문에는 오국수가 군 출신으로서 상당히 큰 판을 쥐고 있었고, 그 존재만으로도 국가 지도부의 경계 대상이 되어 있었다는 점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또 하나의 정치 라인이 생긴다면, 그건 자신을 표적으로 만드는 꼴이나 다름없었다.결국 학문은 개인 차원에서 즐기는 정도라면 몰라도, 판을 키우는 것은 금기였다.하지만 승현은 무엇이든 끝까지 가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었다. 애초에 그 가능성 자체를 차단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게다가 승현이 직접 연구에 뛰어들지 못한다고 해서 투자까지 못 할 이유는 없었다. 돈을 버는 데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었으니까.오광진은 그 점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문제는 승현의 생각이 달랐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유하를 핑계 삼아 어떻게든 막아 왔지만, 이제는 그마저도 사라지자 승현은 점점 억누르지 못하고 다시 이 분야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참 골칫덩어리야,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군.’그렇게 생각하며 오광진은 무대 위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청산과 유하를 바라보았다. 그때, 갑자기 아래쪽에서 웅성거림이 커졌다. 여러 명의 하객이 이 상황에서조차 예의 없게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서로 얼굴을 맞대고 속삭이고 있었다.다시 무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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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5화

‘나도 이제는 물러날 때가 됐지, 이제 세상은 젊은것들의 차례야.’오광진은 웃었다. 다만 그것은 승현이 드디어 제대로 된 상대를 만났다는 데에 대한 묘한 감회였다.‘승현이 그 녀석이 그냥 마음껏 날뛰게 두지 뭐.’‘설마 아직도 모르고 있는 건 아니겠지.’‘베갯머리송사라는 게 꼭 여자만 남자에게 하는 줄 아나?’‘임청산이라는 사람이 생각보다 훨씬 만만치 않아. 유하에게 영향을 줄 정도라니.’‘...’그러나 상황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유하가 MB그룹 이사회에서의 사임과 완전한 결별을 강경한 태도로 공식 발표하자마자, 그 소식은 삽시간에 온라인을 장악했다. 여론은 순식간에 들끓었고, 각종 기사와 해석이 쏟아졌다.그리고 거의 동시에 또 하나의 소식이 실시간 검색어 최상단을 차지했다.약혼 사진 한 장이었다.사진 속에서 수정과 다이아몬드로 장식된 비단 꽃과 분홍빛 쉬폰 드레스를 입은 여자는 조명 아래 서 있었다. 그 곁에는 마치 같은 빛을 머금은 듯한, 신선하면서도 단정한 인상의 남자가 그녀를 끌어안고 있었다. 남자는 여자의 이마에 입을 맞추고 있었고, 그 표정에는 숨길 생각조차 없는 애정이 담겨 있었다.한 폭의 그림 같았다.사진이 공개되자마자, 말 그대로 순식간에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다.댓글은 거의 한 방향이었다.[미쳤다, 너무 잘 어울린다.][이게 진짜 천생연분이지.][그림체가 일반인과는 다르네.][...]한참을 감탄한 뒤에야 사람들은 제목을 읽었고, 같은 실시간 뉴스 목록에 떠 있던 기사들과 맞물려 상황을 이해했다.오씨 가문의 며느리였던 인물, 작년 국제 쇼에서 산수 테마의 의상으로 주목받으며 예술적 천재라는 수식어를 얻은 소유하. 그리고 이미 이른 나이에 AI 천재로 이름을 알린 임청산. 그 둘의 약혼식 사진이었다.‘천재와 미인’이라는 키워드가 붙자 화제성은 폭발적이었다. 검색어는 쉽게 내려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청산과 유하의 인사가 끝나고 약혼식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잠시 휴식을 취한 뒤 하객들에게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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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6화

잔디 쪽은 하객들이 오가고 있었다.온라인에서는 이미 난리가 난 지 오래였고, 각종 기사와 실시간 검색어가 뒤엉켜 정신없었지만, 정작 약혼식 현장은 오히려 고요했다. 적어도 겉으로 보기에는 그랬다.유하와 청산이 하객들 사이를 오가며 잔을 들 때, 들려오는 말들은 하나같이 축하 인사뿐이었다.다들 눈치라는 걸 아는 사람들이었다. 이런 자리에서 굳이 불편한 말을 꺼낼 만큼 무례한 이는 없었다.그런데도 오광진과 함께 잔을 나누는 유하와 청산을 향해 머무는 시선은 적지 않았다. 셋이 나란히 서서 웃으며 대화를 나누는 모습만 보면, 조금 전까지 떠들썩하던 뉴스들을 보지 않았다면 정말로 관계가 원만하다고 믿어 버릴 법도 했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오광진이 아내를 대동해 전 며느리의 약혼식에 참석한 모습을 보고 나서 최근 떠돌던 유하와 오씨 가문의 불화설이 사실이 아닌가 보다 생각한 이들도 있었다.하지만 지금은 달랐다.더 이상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다.오씨 가문의 사람이 현장에 있는 상황에서 유하는 언론을 통해 MB그룹 이사회에서의 사임과 결별을 이처럼 강경하게 발표했다. 그것도 아직 완전히 물러나지도 않은 시점에서였다.이건 명백한 결별 선언이었다. 완전히 선을 그은 것이다.심지어 오광진이 오늘 이 약혼식에 모습을 드러낸 행동은 다른 사람의 눈에도 쉽게 이해되지 않았다.애초에 이 자리에 모인 사람 중 상당수는 유하와 오씨 가문이 틀어졌다는 소문을 들으며 이렇게 추측하고 있었다.오씨가 아닌 유하가 MB그룹의 실권을 쥐고 있는 상황 자체가 오씨 가문으로서는 불편하지 않았겠느냐는 짐작이었다. 아무리 MB그룹 전 대표이사의 유언이라고는 해도, 오승현은 이미 세상을 떠났고, 시간은 살아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조금씩 침식시키는 법이다. 어느 집안이 가문의 막대한 자산과 권한을 외부인의 손에 오래도록 맡겨 두고 싶겠는가?결국 유하는 오씨가 아니었다. 만약 시댁의 자산과 권한을 쥔 채로 재혼이라도 한다면, 그 돈과 힘은 고스란히 남의 손으로 넘어가게 된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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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7화

하객들의 시선이 다시 유하의 곁에서 옅고 온화한 미소를 띠고 서 있는 임청산에게로 옮겨 가자, 다들 속으로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솔직히 말해, 유하의 남자 보는 안목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하나같이 쉽사리 만나기 힘든, 손에 꼽을 만한 인물들이었다.비록 청산이 오씨 가문 같은 막강한 배경을 지닌 것은 아니었지만, 그 자체로도 절대 부족하지 않았다. 능력과 실력은 이미 검증된 상태였고,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은 오히려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컸다. 게다가 항공우주 분야의 손지천 교수까지 직접 불러들인 걸 보면, 청산의 배경 역시 절대 만만치 않을 터였다.그 순간, 몇몇 하객은 슬그머니 마음을 움직였다. 아직 약혼하지 않은 집안의 딸들을 데리고 와서 유하에게 한 수 배우게 해 볼까 하는 생각까지 스쳤다. 어떻게 하면 저런 남자를 고르고, 또 결국 자기 사람으로 만들 수 있는지 말이다.그러나 곧 그 생각은 스스로 접었다. 곰곰이 따져 보니, 유하 역시 애초에 만만한 인물이 아니었다. 오늘 이 약혼식에 참석한 이들 중 상당수는 이미 직간접적으로 유하와 한 번쯤은 부딪혀 본 사람들이었다. 유하 또한 분명 다루기 쉽지 않은 사람이었고, 그 점에서는 과거 승현과 거래할 때보다 약간 더 온화할 뿐, 본질적으로는 절대 쉽지 않았다.겉으로는 부드럽고 온순해 보이지만, 안에 품은 기개와 고집은 절대 작지 않았다. 무엇보다 유하의 인생 이력 자체가 평범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런 삶을 그대로 따라 살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자기 집안의 딸들이 과연 그만한 무게를 견딜 수 있을지 생각하자, 다들 말없이 고개를 저었다.결국 그런 생각들을 자연스럽게 접었다.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해졌다. 오늘 이 자리에 ‘구경’하러 온 사람들 모두가 마음속으로 결론 내렸다. 비록 유하가 오씨 가문과 완전히 갈라섰다 해도, 절대 함부로 건드릴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이었다.그동안 품고 있던 사소한 속내와 계산들도 조용히 눌러 담게 되었다.애초에 이 자리에 모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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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8화

건물 안으로 발을 들이는 순간, 박영심은 저도 모르게 걸음을 멈췄다.겉에서 보았을 때는 전통적인 양식의 건물이었지만, 내부는 전혀 달랐다.2층까지 통으로 비워 올려다볼 수 있게 복층 구조로 설계되었고, 천장까지 훤히 트여 있었다. 실내는 텅 비어 있었다. 가구 하나 없이 비어 있는 공간, 벽면에만 부채꼴 모양의 스테인드글라스 창 두 개가 나 있을 뿐이었다.주황빛으로 기울어 가는 석양이 그 유리창을 통과하며 쏟아져 들어오자, 붉고 노란 색채가 뒤섞인 유리의 빛이 공간 안에 흩뿌려졌다. 공허한 방 안에서 그 색채는 유난히 선명하고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그러나 그보다 더 눈길을 끈 것은, 그 스테인드글라스 아래 서 있는 한 남자였다.비록 등만 보이고 있었지만, 어깨까지 내려오는 금빛이 도는 갈색의 중간 길이 곱슬머리, 그리고 그 뒤태만으로도 충분했다. 화가의 눈으로 보기에 골격과 선만으로도 성별을 판단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남자였다. 그것도 체격과 골격 구조가 놀랄 만큼 완벽한, 외국인 남자였다.‘분명히... 아주 잘생겼을 거야.’박영심은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다.괜히 방해될까 싶어, 그녀는 문 앞에 멈춰 선 채 몸만 살짝 기울여 안을 들여다보았다. 시선은 텅 빈 실내를 천천히 훑었다.아무것도 없었다. 정말로 아무것도.장미는커녕 꽃 한 송이조차 보이지 않았다.그런데도 공기 속에는 분명한 향기가 감돌고 있었다.박영심의 시선은 다시 남자의 등으로 돌아갔다.검은 트렌치코트, 어깨 위로 흘러내린 황갈색 곱슬머리. 그는 여전히 박영심을 등진 채 스테인드글라스 너머로 점점 낮아지는 석양을 바라보고 있었다. 석양의 빛이 남자의 몸 선을 따라 금빛과 붉은빛의 윤곽을 그려 내고 있었고, 그 모습은 어딘가 우아하면서도 신비로웠다.공기 속의 향기는 점점 짙어지고 있었다.박영심은 잠시 멍해졌다. 이유를 알 수 없었지만, 남자의 뒷모습을 보고 있으니 묘한 기시감이 들었다.‘어디선가 본 것 같은데... 그런데 내 기억에는 이런 사람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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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9화

석양은 금빛과 붉은빛 노을이 뒤섞였다.스테인드글라스 창은 그 빛을 받아 다채로운 색을 실내 가득 흩뿌렸지만, 정작 넓은 공간 안에는 더 이상 아무도 없었다.남자도, 여자도 이미 사라진 뒤였다.그런데 바로 그때, 스테인드글라스 창 중 하나가 갑자기 열리며 짙은 홍색의 그림자 하나가 창을 넘어 안으로 몸을 던졌다. 그 실루엣은 익숙하다는 듯 방 안 한쪽으로 곧장 걸어가더니, 이내 걸음을 멈췄다.그곳에는 단 하나의 꽃이 놓여 있었다.그녀의 짙은 붉은색 바지 끝자락에는 스테인드글라스에서 튄 듯한 오색의 빛이 어지럽게 묻어 있었다.그녀는 허리를 굽혀, 이 텅 빈 방 안에 유일하게 남아 있던 물건을 집어 들었다.검은 장미 한 송이였다.손가락 사이에서 장미를 굴리며, 아직도 공기 속에 짙게 남아 있는 향기를 맡던 그녀는, 손등으로 코끝을 가볍게 가린 채 한참을 있다가 낮게 웃었다.“아, 저게 바로... 코시오구나?”‘제법 흥미로운 사람이네.’...식장은 여전히 떠들썩했다.웃음과 대화, 잔이 부딪치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반면, 관제실 안은 숨이 막힐 듯한 정적에 잠겨 있었다. 열댓 명이 모니터 앞에 앉아 화면을 쉴 새 없이 전환하며, 조금이라도 이상한 장면이 없는지 집요하게 확인하고 있었다. 청산과 오광진 역시 말없이 그 화면들을 따라가고 있었다.영상이 바뀔 때마다 방 안은 고요했다.사람 목소리 하나 없이 숨소리마저 죽인 공간.그러다 그 답답한 침묵을 깨뜨리듯, 문이 거칠게 열렸다.유하는 관제실로 들어오자마자 오광진의 옷깃을 거칠게 움켜잡았다. 얼굴은 잔뜩 가라앉아 있었고, 억눌린 분노가 낮은 목소리로 터져 나왔다.“대체 무슨 속셈이야!”유하는 치미는 분노를 간신히 참고 있었다.‘오지 말라고 했잖아, 떠나라고 했잖아, 몇 번이나 말했는데.’‘말을 안 들었으면 어머님이라도 지켜야 할 거 아니야.’ ‘그런데 눈앞에서 사라졌잖아!’‘이게 일부러 방치한 게 아니라고 어떻게 믿어!’“회장님이 바로 어머님 곁에 있었잖아요, 그걸 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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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0화

유하의 눈이 순식간에 붉어졌다.당장이라도 불길이 치솟을 것 같은 기세였다. 그걸 보자마자 오광진이 재빨리 입을 열어 화살을 다른 데로 돌리려 했다.“그건... 우리 그 애가 한 말이야.”누구를 가리키는지 굳이 말할 필요도 없었다.이 자리에 있는 세 사람 모두가 알고 있었다.유하는 숨이 턱 막혔다.분노가 목구멍까지 차오르자 뱉지도, 삼키지도 못한 채 걸렸다.‘오승현, 이 개자식... 진짜 미친 거 아니야?’그런데 그 순간, 오광진이 갑자기 한 걸음 물러섰다. 유하가 움켜쥐었던 옷깃을 스스로 정리하더니, 유하가 다시 폭발하기 전에 그대로 문 쪽으로 향했다.CCTV 화면도 더 이상 보지 않았다. 마치 여기까지 온 목적이 방금 그 한마디를 전하는 것뿐이었다는 듯이.“숨 좀 고르고.”그가 남긴 말은 그뿐이었다.문이 닫히고, 관제실 안은 다시 정적이 내려앉았다.청산은 곧바로 유하 곁으로 다가가 손바닥으로 그녀의 등을 천천히 쓸어내렸다.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였다.“걱정하지 마, 이미 사람들 풀어서 찾고 있어, 이건 애초에 네 책임도 아니고 부담 가질 일도 아니야, 오씨 가문이 굳이 이 판에 끼어든 거니까.”유하는 한 박자 늦게 숨을 골랐다.“일단 찾아, 리조트 안만 보지 말고 밖도 같이 봐야 해, 수상한 차량도 전부 확인하고, 아무리 잘 숨겨도 사람을 데리고 나가는 건 쉽지 않아.”“알겠어.”청산은 곧바로 고개를 끄덕이고, 따라와 있던 차동석을 돌아보며 지시를 이어갔다.“약혼식 연회는 중단하지 말고, 괜히 소란 나지 않게 그대로 진행해, 손님들은 예정대로 여기서 하루 묵게 하고, 주차장과 출입구는 집중해서 확인해.”짧지 않은 지시가 이어졌고, 그 과정에서 유하가 놓친 부분들까지 자연스럽게 채워졌다.모든 지시가 내려간 뒤, 청산은 다시 모니터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는 유하 쪽으로 몸을 돌렸다.“오 회장님이 그렇게 단호하게 나가는 걸 보면, 이미 나름대로 준비는 해 둔 거야, CCTV도 안 보고 나간 걸 보면 더더욱, 그쪽에서도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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