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다음 한동안.유하는 긴 시간 동안 숨 돌릴 틈 없이 바쁘게 지냈다.소성란이 남긴 Splendid를 맡아 운영하며, 신제품 발표회, 연회 참석 일정이 줄줄이 이어졌다. 밤낮의 구분도 없었고, 국내로 돌아가지도 않았다.슬퍼할 시간조차 없을 만큼 바빴고, 어쩌면 바쁘게 지내는 것으로 슬픔을 밀어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청산에게서 온 전화도 딱 한 번 받았을 뿐이었다.국정원 업무로 인해 당분간 해외 출국이 어렵다는 말을 듣자, 유하는 조용히 이해한다고 말했다.이해할 수 있었다.국정원 일이라는 게 원래 특수한 데다, 코시오 관련 사안이 아직 정리 단계였고, 마무리를 앞둔 민감한 시기였다.관련자 전원의 이동 제한은 불가피했다.불가항력... 그건 유하도 잘 알고 있었고, 당연히 이해했다.로즈 가든 서재에서, 유하는 전화를 끊고 핸드폰을 내려놓으며 담담하게 생각했다.공적인 일, 국가적인 일이 더 중요하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다만, 유하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게 하나 있었다.이 일의 핵심 책임자 중 하나인 오승현은 이렇게 중요한 시기에 왜 해외에 있고, 왜 하필이면 자기 고모할머니의 집 앞에서 그렇게 당당하게 드나들고 있는지...‘왜 아무도 오승현을 막지 않지?’유하는 진지하게, 조직 쪽에 편지라도 써서 신고할지 고민했다.‘직무 태만 아닌가?’그때 서재 문이 노크 소리와 함께 열렸다.집사가 조심스럽게 들어왔다.“아가씨, 오승현 대표님이 또 오셨습니다.”“알아요.”유하는 무표정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요즘은 워낙 자주 마주쳤다.연회에서도, 행사에서도, 그리고 이렇게 직접 찾아오는 일까지.이제는 놀라지도, 화가 나지도 않았다.화낼 기력조차 없었다.“이번에도 돌려보낼까요?”집사가 물었다.“음... 잠깐만.”유하는 잠시 망설이다가 되물었다.“전에 고모할머니를 마지막으로 뵌 사람이 그 사람이라고 했지?”집사는 유하의 표정을 살폈다. 감정의 동요가 보이지 않자, 조심스럽게 대답했다.“네, 아가씨.”“그 사람... 들여보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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