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나를 버릴 때, 나는 세상을 가졌다 のすべてのチャプター: チャプター 821 - チャプター 830

841 チャプター

제821화

“떠나라고요?”승환이 이마를 찌푸렸다.“그래.”유하는 관자 쪽을 눌렀다. 잠시 망설였지만, 결국 돌려 말하지 않았다.“네가 깊이 개입한 건 아니야. 그건 나도 알아. 하지만 네 신분 자체가 너무 민감해. 어떤 식으로든 이미 가장 핵심적인 위치에 얽혀버렸어.”“여기서는... 이제 네가 더 나아갈 길이 없어. 만약 네가 계속 앞으로 가고 싶다면.”유하는 승환이 이 말을 이해할 거라고 생각했다.일이 여기까지 온 이상 승환의 국내 정치적 전망은 이미 끝난 상태였다.다시는 이어질 수 없었다.훗날 조사를 통해 승환이 핵심 사안에 직접 관여하지 않았다는 점이 확인된다 해도, 코시오와의 관계, 그리고 그 혈통과 신분이 남아 있는 한, 이곳에서는 어떤 선택을 해도 늘 걸림돌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사실, 승환의 신분이 평범했더라면, 생부가 해외에서 영향력이 막강한 핵심 가문 인물이 아니었더라면, 정체가 이렇게 공개되지 않았더라면, 이 일은 여기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이미 모든 것이 퍼질 대로 퍼졌다.윗선이 승환을 놓아주든 말든, 국내에서 사정을 아는 어떤 집단이든, 괜히 문제를 끌어안고 싶지 않아서라도 본능적으로 승환을 피하거나 거부할 것이다.그건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사람이란 누구나 손해를 피하려는 쪽으로 움직이니까.그 누구도 예외는 아니었다.그리고... 솔직히 말해, 승환이 정말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애초에 이 사건이 지금 같은 규모로 커지지도 않았을 것이다.이 모든 걸 승환 역시 알고 있었다.승환의 표정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알고 있습니다. 요 며칠 동안 저를 불러서 이야기하신 분들도 같은 말씀을 하셨어요.”승환이 가볍게 웃었다.“제가 알고 있는 걸 전부 정리해서 제출하고, 깊게 관여하지 않았고 국가에 위해를 끼친 행위가 없다고 판단되면, 상황을 고려해서 처리해 줄 수 있다고요. 대신 조건이 있습니다.”잠시 말을 멈춘 뒤, 승환은 차분히 덧붙였다.“국내를 떠나는 겁니다. 국적은 생부가 속한 나라로 변경되고, 특별한 사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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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2화

“아... 그래.”유하는 속으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겠지.’이런 결론이 나온 것에 대해 유하는 사실 크게 놀라지도 않았다.어떤 사람의 위치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그 사람의 생사는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게 된다.살아 있느냐, 죽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그 존재 하나가 수많은 세력과 이해관계, 이익을 함께 끌어안고 움직이게 된다.그래서 처리라는 게 그렇게 간단할 수가 없었다.윗선의 입장에서 보자면 더더욱 그랬다.이미 사건은 벌어졌고, 중요한 건 코시오가 살았느냐 죽었느냐가 아니었다.코시오의 생사가 상대국으로부터 얼마나 많은 양보를 끌어낼 수 있는지, 얼마만큼의 자원과 조건을 협상 테이블 위로 올릴 수 있는지가 진짜 핵심이었다.그게 진짜로 사람을 아프게 만드는 부분이었다.세력간의 힘을 겨루는 판이 되기도 했다.다만... 유하는 다른 쪽이 마음에 걸렸다.‘코시오가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키진 않겠지?’“누나,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유하의 생각을 읽은 듯, 승환이 웃으며 말했다.“코시오는 돌아가더라도 영구적인 감시와 격리 상태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생전에 다시는 본국 땅을 밟을 수 없습니다.”이 역시 협상의 결과 중 하나였다.게다가, 의도적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롱나 가문 쪽에서 합의한 조건에 따라 코시오의 귀환은 조금 늦춰질 예정이었다.롱나 가문은 그 전에 승환이 먼저 D국으로 들어오길 원했다.가문을 인수하고 내부 세력을 정리하는 것.그렇게 되면, 이미 모든 판은 굳어지고 코시오는 손을 쓸 수 없게 된다.그제야 유하가 무언가를 깨닫고 반응했다.“그 말은... 그때쯤 되면, 네가...”“네.”승환은 웃고 있었지만, 말투는 차분했다.“제가 감독자 중 한 명이 됩니다.”롱나 가문을 맡는 것을 받아들이는 순간, 코시오의 관리에 문제가 생길 경우 승환 역시 감독자로서 책임을 져야 했다.이 또한 두 나라 정부 사이에서 나온 계산된 결론이었다.유하는 미간을 찌푸렸다.굳이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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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3화

“승환아, 너는 바람처럼 살아야 해.”유하는 그 말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햇빛이 고르게 내려앉던 그날, 유하는 전적으로 자신에게 의지하고 있었고, 또 깊은 곤란 속에 빠져 있던 승환에게 그렇게 말하며 축복처럼 건넸다.승환이 바람처럼 자유롭게, 넓은 세상 어디서든 마음껏 나아가 높이, 멀리 날아가기를 바란다고.그런데 지금은 그때로부터 얼마나 시간이 지났다고.이미 승환의 몸에는 족쇄가 채워졌다.유하는 처음에 승현이 제안한 이 방법이 그저 ‘떠나는 것’ 정도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지금에 와서 보니, 그건 결코 그 정도로 끝나는 일이 아니었다.결단을 내린 순간, 롱나 가문으로 가는 건 사실상 경계를 그어놓고 그 안에 자신을 가두는 일이었다.이후에는 자유라는 말 자체가 성립하지 않았다.가문의 영광과 몰락, 흥망성쇠라는 건... 원래부터 개인의 전적인 희생을 전제로 한다.특히 가문의 수장이 되는 사람은 그 삶 자체로 가문의 의지를 대변하는 존재였다.그 순간부터 개인으로서의 자유는 사라진다.최고의 명예와 권력은 결코 쉽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었다.그 대가는 대개 지나치게 컸다.어쩌면 인생 전부일지도 모른다.그 사실을 유하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가슴 안쪽이 답답하게 부풀어 올라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신물이 차올랐다.유하는 입을 열어 무언가 말하려 했고, 붙잡고 싶었고, 승환의 선택을 막고 싶었다.하지만 끝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방법이 없었다.승환에게는 애초에 다른 선택지가 존재하지 않았다.그리고 차분히 생각해 보면, 유하가 보기엔 자유롭지 않고 위험해 보이는 그 낡은 롱나 가문이 오히려 승환에게 허락된, 유일하면서도 가장 나은 길이었다.여기까지 이르자 유하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어졌다.눈이 붉어진 채 억지로 입꼬리를 올려 괜찮은 척 웃어 보이려다가 번번이 실패하는 유하를 보며, 승환의 마음은 오히려 한결 가벼워졌다.승환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누나.”승환은 그 두 글자를 낮게 불렀다.아주 부드러운 목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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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4화

유하는 다시 말했다.“그래서 말이야, 승환. 롱나 가문에 가서 무슨 일이 생기든, 아무리 위험해도 나를 찾으면 돼. 그날처럼 나는 괜찮아. 나는 그럴 의지가 있어.”조명 아래에서 승환의 초록빛 눈이 은은하게 빛났다.승환은 미세하게 떨리는 웃음을 띠며 말했다.“네, 누나. 저도 그렇습니다.”승환은 입을 열어 무언가를 더 묻고 싶었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미 이런 약속을 받았다는 것만으로도 다른 것들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게 느껴졌다.승환은 알고 있었다.승환은 누나에게 중요한 사람이 될 것이다.이 약속이 있는 한....식사를 마치고 승환에게 이것저것 다시 당부를 한 뒤에야 유하는 자리를 떴다.유하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하지만 알고 있었다. 승환이 떠나기로 했다면, 그건 이미 마음을 굳힌 것이고, 자연스럽게 조사팀 사람들에게 모든 걸 정리해서 말할 것이다.그리고 그 이야기들은 유하가 들을 필요가 없는 것들이었다.오늘 들은 이야기만으로도 이미 충분했다.‘다시 만나게 될 거야.’조사팀 직원이 병실까지 부축하려 하자 유하는 가볍게 손을 들어 거절했다.유하는 벽을 짚고 천천히, 한 걸음씩 자신의 병실로 돌아갔다.유하의 병실 창문은 열려 있었다.비가 그친 뒤의 옅은 습기와 젖은 흙의 향기가 여름바람을 타고 스며들었다.후텁지근한 공기 속에 희미하게 시원함이 느껴졌다.유하는 창가에 서서 밖을 바라보았다.그렇다.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될 것이다.미래의 어느 날, 세상의 어느 한구석에서.유하는 손을 들어 창가의 얇은 커튼을 그러쥐었지만, 안으로 밀려든 바람에 다시 흘러내리듯 풀려 옆으로 흩날렸다.유하는 저도 모르게 웃었다.“바람이라면, 영원히 갇혀 있지는 않겠지.”유하는 승환을 믿었다....아래층,복도 끝에 있는 병실.문이 열렸다.승현이 안으로 들어섰고, 한눈에 병상 위에 다리를 접고 앉아 있는 승환이 보였다.초록빛 눈으로 승현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은 분명 기다리고 있었음을 말해주고 있었다.“왔네요.”승환의 말에 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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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5화

승환은 초록빛 눈을 가늘게 휘며, 도발하듯 웃었다.“무슨 잔꾀요? 형, 무슨 말씀인지 전혀 모르겠는데요.”승현의 시선이 차갑게 가라앉았다.승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조용히 승환을 내려다보고 있었다.말이 없는데도 보이지 않는 압박이 승환을 휘감았다.승환은 웃음을 거두었다.어깨를 으쓱하며 과장되고 가벼운 어조로 말했다.“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저는 형처럼 그렇게 냉정하지 못해서요. 형은 제게 정말 중요한 친형이잖아요. 제가 어떻게 형을 실망하게 하겠어요.”승환은 ‘친형’이라는 단어에 의도적으로 힘을 실었다.예상대로 승현의 표정이 굳어졌다.승환은 가볍게 웃다가 이번에는 조금 진지하게 말을 이었다.“그런데요, 형. 제가 이렇게까지 했잖아요. 목숨도 걸었고, 이렇게 말 잘 들었는데... 보상은 없는 겁니까?”“뭘 원해?”“어머니를 만나고 싶어요. 직접, 얼굴 뵙고 싶어요.”“선 넘지 마.”승현은 냉소를 흘리며 말했고, 그대로 돌아서 문 쪽으로 걸어갔다.문을 열려던 찰나, 등 뒤에서 아주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하지만 그 말투는 의외로 진지했다.“저,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겁니다.”“형...”간절한 부탁이었다.승현의 손이 문손잡이 위에서 잠시 멈췄다.그러나 승현은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문을 열고 빠른 걸음으로 밖으로 나갔다.문이 둔탁한 소리를 내며 닫혔다....“간병인은 정리했어?”밤이 되어, 청산이 국정원에서 돌아오자 유하는 낮에 있었던 일을 간단히 이야기했다.“응.”유하는 자세한 설명은 하지 않았다.청산은 세면대에서 손을 씻고 소독까지 마친 뒤 나왔다.차가운 손끝으로 유하의 옆 머리카락을 살짝 들어 올리며 가볍게 웃었다.“그럼 다시 한 명 구하면 되지.”“괜찮아.”유하는 고개를 저으며 청산의 손을 붙잡았다.두 손으로 감싸 쥐며 말했다.“몸도 거의 회복됐어. 혼자서도 할 수 있어. 선배가 없을 때 문제 생기면, 호출 버튼 누르면 간호사 와.”“정말 그래도 되겠어?”청산이 물었다.“응, 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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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6화

“왜 안 자?”청산이 병상에 앉아 이제 막 몸을 눕히려는 참이었다. 그때 옆 병상에서 자고 있던 유하가 갑자기 몸을 돌리더니 침대에서 내려와 청산 쪽으로 걸어왔다.유하는 고개를 저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가까이 다가와, 청산이 놀란 시선을 보내는 사이 다친 다리를 조심스럽게 피해 그의 목을 감싸안았다. 유하의 얼굴이 깊숙이 청산의 품에 묻혔다.청산은 잠시 멈칫했다. 미처 생각이 따라오기 전, 손이 먼저 반응했다. 유하의 허리에 팔을 두르고 품 쪽으로 가볍게 끌어당겼다. 얇은 옷 너머로 전해지는 체온과 부드러운 감촉이 고스란히 느껴졌다.곧 정신을 차린 청산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기분 안 좋아?”“응.”유하는 작게 대답했다. 목소리는 가라앉아 있었다.“여기 너무 답답해. 집에 가고 싶어... 고모할머니도 보고 싶고.”앞의 말만 들었을 때 청산은 단순히 퇴원해서 나가고 싶다는 뜻이라 여겼다. 입을 열려던 찰나, 뒤에 이어진 말을 듣고 그대로 멈춰 섰다.‘고모할머니.’“무슨 일 있었어?”청산은 고개를 숙여 유하의 머리 위에 턱을 얹었다. 살짝 젖은 앞머리가 눈가를 가렸고, 시선은 깊게 가라앉아 있었다.유하는 청산의 그 말을 듣는 순간, 청산의 목을 감싸고 있던 팔에 힘이 멈췄다.잠시 기다렸지만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청산은 유하의 등을 가볍게 두드리며 차분히 말했다.“조금만 더 좋아지면, 그때 같이 해외로 나가자. 고모할머니도 같이 뵙고. 응?”지금은 때가 아니었다.국내에 남아 있는 일도 그렇고, 유하와 청산의 몸 상태도 아직 온전하지 않았다. 눈에 띄는 상처를 가지고 소성란을 만나는 건 적절하지 않았다.유하도 그걸 알고 있었다. 갑자기 그런 말을 꺼낸 건 낮 동안 있었던 일들로 마음이 가라앉았기 때문이다. 이유를 제대로 설명하기는 싫었고, 그저 본능적으로 청산에게 가까이 가고 싶었다.다행히도 청산은 자세히 캐묻는 사람이 아니었다.그렇게 생각하던 중, 허리에 닿은 힘이 조금 더 조여 왔다. 몸이 가볍게 들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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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7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아직도 부족했다.“유하야, 우리 얼른 결혼하자.”어둠 속에서 낮고 가라앉은 목소리가 울렸다. 쉽게 가라앉지 않는 감정이 깊게 스며 있었지만, 그 말에 대한 대답은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그날 밤은 오랜만에 깊게 잠들었다.유하가 눈을 떴을 때, 곁에는 이미 청산이 없었다. 옆자리는 식어 있었다.요 며칠 청산은 늘 이른 아침에 나가 늦게 돌아왔다. 유하는 그 패턴에 익숙해진 상태였다.잠시 침대에 앉아 멍하니 있다가, 유하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세면하고 아침을 먹었다. 이후에는 의사의 안내에 따라 각종 검사를 받고, 이어서 재활 훈련을 진행했다. 병원에서의 하루는 늘 비슷하게 흘러갔다.그 뒤 며칠 동안은 비교적 조용했다. 찾아오는 사람도 없었고, 방해받는 일도 없었다.유하는 마음을 놓고 재활에 집중했다.지금 유하가 바라는 건 단 하나였다. 몸을 최대한 빨리 회복한 뒤 고모할머니에게로 돌아가는 것. 소성란을 만나러 가는 것.1년도 훨씬 전에, 승현의 위장 사망 사건이 있었고 그 이후 양쪽을 오가긴 했지만, 이렇게 오랜 기간 소성란 곁을 비운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이전에는 아무리 출장이 잦아도 보름을 넘기지 않았다. 유하는 반드시 소성란이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하지만 이번은 이미 시간을 넘긴 상태였다.다행히도 이번에는 소성란이 재촉하지 않았다. 매일 영상 통화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그리움은 쌓였다.유하는 소성란에게로 돌아가고 싶었다.그 생각이 강해질수록 재활에도 더 힘을 쏟게 됐다.시간이 흘러 6월 중순에 접어들자 기온이 점점 올라갔다. 유하의 몸 상태도 눈에 띄게 좋아졌고, 마침내 하씨 집안과 관련된 소식이 전해졌다.최근 하씨 집안은 소란스러웠다.고발 증거 자료가 제출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하지철과 하연우 명의의 여러 사업체에 대한 조사가 시작됐고, 관련자들은 수차례 소환됐다. 외부에는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들이 빠르게 퍼졌고, 온라인에서도 루머가 돌기 시작했다.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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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8화

욕실에서 나온 유하를 본 청산은 걸음을 멈추며 잠시 말을 잃었다가 말했다.“이렇게 입은 건 정말 오랜만에 보는 것 같아.”유하는 잠깐 멈춰 섰지만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사실 유하는 이런 지나치게 격식을 갖춘 차림을 좋아하지 않았다. 몸을 옥죄는 느낌이 들었고, 숨이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 유하는 예전에 자주 입었던 것도 오씨 가문에 일이 터졌던 그 시기 때문이었다. ‘유가족’이라는 위치로 공식 석상에 나서야 했고, 사람들을 만나 상황을 정리하고 달래야 했기에 어쩔 수 없었다.그런데도 결국은...‘아, 생각하면 할수록 짜증 나.’유하는 속으로 혀를 찼다.‘그 인간...’“무슨 생각해?”유하의 정신이 잠시 다른 데로 가 있던 참에 청산의 목소리가 갑자기 가까워졌다. 그녀는 고개를 들자 어느새 앞에 서 있는 청산이 보였다. 남자의 손에는 흰 바탕에 대나무 자수가 들어간 넥타이가 들려 있었다.“이거 할까?”“어? 넥타이?”유하는 잠시 멍해졌다. 이건 굳이 해야 하나 싶었다. 막 거절하려던 찰나, 청산의 눈길과 마주쳤다. 그리고 조금 전 떠올린 생각이 겹치자, 설명하기 어려운 찜찜함이 올라왔다. 결국 거절하려던 말은 삼켜졌다.‘그래, 하자. 조금 답답하긴 해도 오늘 한 번뿐이니까.’유하는 그렇게 스스로를 설득했다.그런데 청산이 넥타이를 천천히 유하의 목에 두르기 시작하자, 이상할 정도로 표정이 진지해졌다. 너무 진지해서 유하의 마음 한쪽이 괜히 불편해졌다.‘뭔가 이상한데...’유하는 본능적으로 한 발 뒤로 물러났지만, 목에 걸린 넥타이가 당겨지며 숨이 잠깐 막혔고, 더 이상 물러날 수 없었다.넥타이 끝을 잡고 있던 청산은 당기는 느낌을 알아차리고 고개를 들었다. 안경 너머의 검은 눈동자에는 아무런 의도가 없어 보이는 표정이 담겨 있었다.“왜? 내가 너무 세게 해서 아파? 조금 느슨하게 할까?”“아, 아니야.”마음속의 불편함은 더 커졌고, 유하는 이 상황을 빨리 넘기고 싶어졌다.“그, 다 됐어? 더 늦으면 재판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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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9화

법원에 도착했을 때, 재판 개정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아 있었다.증인석에 앉은 유하는 주변을 한번 여유롭게 훑어보고는 속으로 혀를 찼다.하씨 집안의 이 일, 생각보다 훨씬 판이 컸다.‘별걸 다 보네.’사건의 특수성 때문에 당사자, 피해자, 증인 등 관계자 외에는 방청객도, 기자도 없었지만, 관련자들만으로도 좌석은 거의 다 찬 상태였다.이 정도면 하지철 쪽이 저지른 일이 적지 않다는 뜻이었다.유하는 속으로 그렇게 정리했다.막 자리에 앉자마자 눈에 익은 얼굴들이 여럿 보였다. 사업적으로 알고 지내던 사람들이었고, 피해자석 쪽에는 예전에 하씨 집안과 가까웠던 인물들도 섞여 있었다.‘대체 무슨 일을 당한 거지.’다만, 유하의 시선이 다소 소란스러운 법정을 지나, 오른쪽으로 두 자리 떨어진 빈 좌석에 멈췄다.좌석 앞 명패에는 익숙한 이름이 적혀 있었다.태준혁이었다.유하와 마찬가지였다.준혁 역시 하지철이 계획적으로 해치려 했던 대상이었다. 형사 사건이긴 했지만, 범주로 보면 기업 범죄와도 연결된 사안이었다. 준혁은 오늘 재판에서 가장 중요한 피해자이자 핵심 증인 가운데 한 명이었다.당연히 와야 하는 인물이다.그런데 개정이 임박했지만 준혁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이러면 곤란한데.’유하가 아는 한, 하지철 사건 가운데 자신을 제외하고 가장 무게가 큰 건은 태씨 가문 장남 태준혁을 노린 청부 범죄였다.반역 혐의는 성립 여부가 불투명했지만, 이 사건은 달랐다.그 외의 세부적인 부분은 유하도 잘 알지 못했다. 자료를 제출한 뒤의 수사는 전부 상부에서 진행됐고, 유하는 간간이 확인 조사에 응한 것이 전부였다.유하의 판단으로는, 하씨 집안이 코시오와 얽힌 문제에서 반역죄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유하 사건과 태씨 가문 사건만으로도 하씨 집안을 벗어나기 어렵게 만들 수 있었다.하지만 준혁이 나오지 않거나 이전 조사의 진술을 뒤집기라도 하면, 유하 혼자만의 증언으로는 부족할 수도 있다.‘태준혁은 꼭 나와야 해.’그러다 출발 전에 이솔이 따로 전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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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0화

더구나 승현이 위장 사망 상태에서 다시 살아온 이후, 이 일은 다시 크게 퍼졌다. 온라인과 업계 안에서는 이런 특수한 상황에서 혼인 관계가 유지되는지에 대한 이야기까지 나왔다. 당사자 중 한 명은 이미 약혼까지 한 상태였기 때문이다.지금 이 자리에서 두 사람이 마주친 걸 본 사람들로서는, 마음이 편할 리 없었다.걸음이 저도 모르게 느려졌다.사람들이 유하 앞에서 멈춰 섰다.아까 몸을 비켜 길을 내주었던 유하는 그 무리가 갑자기 눈앞에 멈춰 서자 어색함을 느꼈다.‘뭐야, 왜 멈춰?’“유하 씨.”먼저 말을 건 건 승현이었다. 웃음을 띠고 고개를 가볍게 숙였지만, 말투에는 분명 선을 긋는 기색이 담겨 있었다.유하는 잠시 멈칫했다. 원래라면 그냥 지나칠 생각이었다. 하지만 승현의 태도를 보니, 그날 했던 말은 분명히 전해진 듯했다. 모르는 척할 정도는 아니고, 그렇다고 가까워질 생각도 없어 보였다.‘이 정도면 됐지.’인사조차 하지 않는 것도 이상했다.유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담담하게 말했다.“오 대표님.”복도는 다시 조용해졌다. 더 이상 시선을 두지 않은 채 유하는 승현 옆을 지나 미리 봐 두었던 계단 쪽으로 향했다. 그쪽이 비교적 조용했고, 통화하기에도 적당했다.발걸음을 옮기는 사이, 스쳐 지나가는 찰나에 유하는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자신보다 한 뼘쯤 큰 승현은 고개를 낮춰 유하의 셔츠 칼라 아래로 드러난 흰 바탕에 초록색 대나무 무늬가 놓인 넥타이를 잠깐 바라봤다. 그는 표정에는 아무 변화도 없었다.서로 완전히 모르는 사람처럼 지나쳤다.그 뒤를 따르던 사람들 역시 잠시 눈치를 보다가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쾅!계단실 문을 막 열려던 유하는 안에서 들려온 소리에 손을 멈췄다.‘뭐야? 설마 폭행? 그것도 법원에서?’잠시 망설이던 사이, 안쪽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하는 더 고민하지 않고 문을 밀고 들어갔다.“형, 이건 연우가 한 게 아니야. 전부 연우의 아버지 생각이었고, 연우는 몰랐대!”준범의 목소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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