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우에게는 더 이상 갈 길이 없었다.없어졌다.정말로... 끝난 걸까?‘하연우. 너... 원래 좋은 패를 쥐고 있었어.’가장 듣기 싫던 사람의 목소리가, 아무 예고 없이 머릿속에서 울렸다. 연우는 숨을 들이켜며 정신을 차렸다. 멍하니 고개를 들고, 유리 너머의 유하를 바라봤다.“그때 네가 했던 말, 무슨 뜻이야?”“뭐가?”유하는 고개를 갸웃했다.“그날 병실에서. 내가 찾아갔을 때, 네가 말했잖아. 내가 좋은 패를 가지고 있었다고.”연우의 목소리는 거칠었다.“그게 무슨 말이었어?”‘아, 그 얘기.’연우가 아직도 그 말을 붙잡고 있을 줄은 몰랐지만, 유하는 잠시 생각하다가 차분히 말했다.“하연우, 너는 말이야...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네.”“넌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고, 어릴 때부터 지원이라는 걸 충분히 받으면서 컸어. 배운 것도 많고, 스스로 쌓은 것도 있고. 예술 쪽도, 비즈니스 쪽도.”유하는 예전에 한 번 연회장에서 연우가 하프를 연주하며 노래하던 모습을 본 적이 있었다. 아무리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이었어도, 유하도 그 실력만큼은 부정할 수 없었다. 연우는 기본이 단단했고, 노력의 흔적도 분명했다.해외 유학도 마찬가지였다. 세계적인 명문대에서의 수학은 돈만 쓴다고 되는 일이 아니었고, 연우의 지도교수 역시 국내외 기업과 연결된 인맥을 다수 가진 인물이었다.그건 유하도 알고 있었다.“네 아버지가 어떤 인간이든, 널 어떻게 이용하려 했든, 어쨌든 너는 실력을 갖추게 됐어.”“유학 마치고 돌아와서, 네 아버지와 같은 길을 걷지 않았더라면, 그 일들에 손대지 않았더라면, 일찍 빠져나왔더라면 말이야. 나중에 집안일이 터져서 연루됐어도, 몇 년 살다 나오면 끝이었어. 키워준 대가라고 생각하면 그 정도는 감당할 수 있었겠지.”“근데 넌 그러지 않았어.”유하의 시선은 담담하게 연우에게 닿아 있었다.“넌 가진 걸 다 가지고도, 네 손으로 자기 길을 이렇게 만들어 버렸어.”평생을 감옥 안에서 보내야 하는 삶.철창 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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