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현은 오래전부터 알았다.자신은 누군가를 제대로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다정하고 완벽한 연인이 될 수 있는 사람도 아니라는 걸.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승현은 유하를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 알지 못했다.지금이 딱 그랬다.유하가 느끼는 고통, 가족을 잃고 세상과 분리된 듯한 감각, 정신을 붙잡은 채 조용히 무너져 내리는 상태를 승현은 분명히 느끼고 있었다.하지만 그는 그 곁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서 있기만 했다.어디서부터 위로해야 하는지도, 어디서부터 말려야 하는지도 알 수 없었다.아주 잠깐, 청산이라는 이름이 떠올랐다.그라면 방법이 있을지도 모른다고.하지만 생각은 거기까지였다.승현은 인정할 수 없었다.유하를 청산에게 넘겨주는 것도, 유하를 놓아주는 것도.유하가 지금 이만큼 무너져서 살고자 하는 마음조차 희미해졌다는 걸 알면서도, 승현은 유하의 손을 놓을 수 없었다.그래서 결국 생각을 바꿨다.그리고 답을 찾았다.설득할 수 없다면, 위로할 수 없다면, 막을 수 없다면...그럼 함께 가면 된다고.살아도 함께, 죽어도 함께.곰곰이 생각해 보면, 승현은 지금까지 가족을 위해, 가문을 위해 너무 많은 것을 해왔다.자기 인생의 선택권까지 내놓으면서.그 대가에는 승현의 결혼도, 승현의 사랑도 포함되어 있었다.그리고 지금 그의 연인, 그의 아내, 그의 유하가 가장 사랑하던 사람을 잃고 완전히 절망해 있는데, 그가 내밀 수 있는 것은 너무도 적었다.목숨 하나뿐이었다.그마저도 유하가 언제든 버릴 수 있는 목숨.하지만 승현은 그런 사람이었다.그에게 사랑은 이것뿐이었다.이 사랑은 아프고 숨 막혔지만, 그가 줄 수 있는 가장 강렬한 것이었다.목숨과 심장과 영혼을 한꺼번에 내놓는 방식.뼈를 뽑고 골수를 파내는 고통을 감수하면서도 내미는 것.그래도 그것은 사랑이었다.모든 걸 태워버릴 수 있을 만큼 뒤틀린 사랑.유하는 거절할 수 없었다.승현은 그녀가 거절하는 걸 허락하지 않았다.정 거절하고 싶다면, 원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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