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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돌이킬 수 없는: Chapter 441 - Chapter 450

485 Chapters

제441화

모자 둘은 곧 자하산에 도착했다. 오늘은 날씨가 무척 좋았고 산들바람이 얼굴을 스치며 시원했다.강시연은 굳이 다른 일행과 합류할 생각이 없었다. 진도현은 착하고 말 잘 듣는 아이이지만 그래도 아직은 어린아이다.어린아이가 어른들과 함께 있으면 아무래도 지루하게 느낄 수밖에 없다.그래서 그녀는 아들과 단둘이 있을 수 있는 좋은 곳을 찾아 오롯이 둘만의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엄마, 우리 도착했어요?”진도현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이리저리 둘러보았다.역시 아이답게 활력이 넘쳤다. 도착했다는 말을 듣자마자 강시연의 손을 놓고는 휙 달려 나갔다.순식간에 마음속의 불쾌한 감정들이 사라지고 자신만의 세계 속으로 완전히 빠져들었다.강시연은 그런 아들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차 트렁크를 열어 캔버스와 간식과 장난감을 꺼냈다.그리고 손짓하며 말했다.“도현아, 엄마랑 같이 그림 그릴래?”“네!”진도현은 너무 신나서 두 손을 등 뒤에 숨긴 채 신비로운 표정으로 다가왔다.“엄마, 선물 줄게요.”강시연은 아들이 들고 온 들꽃으로 만든 꽃다발을 보자 눈가가 뜨거워졌다.그녀는 그것을 소중히 품에 안으며 말했다.“엄마 정말 마음에 들어. 도현아, 고마워. 그럼 오늘은 이 꽃다발을 그려볼까?”“좋아요.”진도현은 기뻐서 어쩔 줄 몰랐다.강시연의 눈빛은 한층 더 부드러워졌다. 그녀는 아들과 함께 좋은 자리를 찾아 앉고 두 사람의 캔버스를 세웠다.진도현은 아직 어린아이답게 상상력이 풍부했다. 그림은 엉뚱했지만 그 안에는 아이만의 순수한 매력으로 가득 찼다.강시연은 잠시 아들의 그림을 보고 혼자서도 잘 그릴 수 있겠다고 판단한 뒤에야 비로소 자신의 그림에 집중했다.그녀는 도대체 얼마나 오랜만에 이렇게 진심으로 그림을 그려보는지 알 수 없었다.주변은 온통 자연의 기운으로 가득 차 있었다. 따뜻하고 평화로워서 그저 그 자리에 머물고 싶을 만큼 좋았다.잠깐 강시연은 이 자하산 위에 작은 집을 지어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매일 해가 뜨면 일어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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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2화

진도현은 아빠 진수혁을 한 번 쳐다보고 다시 엄마 강시연을 바라보았다.그러다 마침내 무언가 결심한 듯 결국 강시연을 따라 걸음을 옮겼다.“엄마, 기다려요.”둘은 멀리 가지 않았고 자하산은 매우 넓었다.차를 가지러 가면 분명 저쪽에 있는 진수혁이 눈치챌 것이고 그렇게 되면 또다시 얽히게 될 게 뻔했다.그래서 강시연은 그저 진도현을 데리고 조금 떨어진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적어도 이렇게 하면 진수혁의 모습을 보지 않아도 된다.보지 않으면 생각나지도 않고 마음도 덜 아플 거라고 강시연은 이미 스스로 답을 내렸다.그런데 막 자리를 옮긴 그 순간 낯익은 한 인물이 시야에 들어왔다.이번엔 심하은이었다.강시연은 마음속에 남아 있던 미련이 순간 깨끗이 사라지는 걸 느꼈다.진수혁이 왜 자하산에 온 건지 이제야 알 것 같았다.알고 보니 두 사람은 데이트하러 온 것이었다.강시연은 분노와 허탈함이 뒤섞인 웃음이 터져 나왔다.가슴이 꽉 막혀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았다.이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도 몰랐다.진수혁은 대체 어떻게 이렇게 뻔뻔할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분명 어제까지만 해도 자기 앞에서 사과하고 어떻게든 화해하려 애쓰더니 오늘은 심하은과 함께 자하산에 왔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혹시 둘이서 낭만적으로 일몰이라도 보러 온 건지 강시연의 마음은 삭막하기 그지없었다.그녀는 한 번도 지금처럼 진수혁을 증오한 적이 없었다.그렇게 심하은을 잊지 못한다면 왜 이혼하지 않는 건지 이해도 되지 않았고 이혼만 하면 서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었다. 그때가 되면 진수혁이 뭘 하든 그녀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되었다.하지만 지금 진수혁은 그녀와의 관계를 끊지도 않으면서 한편으로는 심하은과 애매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었다.딱 양다리였다. 정말 역겨웠다.강시연은 속이 뒤집히는 듯했다.가슴을 움켜쥐고 몇 번이나 헛구역질했지만 토할 것도 없었다.그저 위 속이 타들어 가듯 쓰라릴 뿐이었다.진도현은 금세 엄마의 이상한 기색을 알아차렸다.서둘러 들꽃을 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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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3화

시간은 조금씩 흘러갔다.곧 해가 지기 시작했고 오늘 그들이 자하산에 온 이유는 바로 이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서였다.그래서 모두가 서둘러 하산 전 준비를 마치고 캔버스를 들고 그 황홀한 한순간을 담기 위해 정신없이 붓을 움직였다.강시연도 예외는 아니었다.그녀가 막 캔버스를 집어 들려는 순간 진도현의 얼굴이 이상하게 굳어 있는 걸 보고는 물었다.“왜 그래?”“엄마...”진도현은 조금 머쓱하게 말했다.“배가 좀 아파요. 화장실 좀 가야 될 것 같아요.”“그래 엄마가 데려다줄게.”강시연은 별생각 없이 일어섰다.그런데 그 순간 아이가 급히 그녀를 앉혀버렸다.“엄마, 저 이제 다 컸어요. 화장실 정도는 혼자 갈 수 있어요.”“아까 봤는데 바로 저기 근처에 공용 화장실 있더라고요. 금방 다녀올게요.”그는 씩씩하게 손을 흔들며 활짝 웃은 뒤 총알처럼 뛰어갔다.오지원이 그 모습을 보고 걱정스레 물었다.“괜찮을까요? 혼자 보내도 돼요? 우리 그냥 따라가 볼까요?”강시연은 잠시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두 사람은 화장실 밖에서 한참 동안 기다렸는데 진도현은 그 문으로 나오지 않았다.사실, 진도현은 화장실 안에서 뒤쪽에 또 하나의 문이 있다는 걸 발견한 것이다.그 문은 바로 조금 전 아빠 진수혁이 있던 산등성이로 통하는 길이었다.“나쁜 아빠, 어떻게 그 나쁜 이모랑 같이 산에 올라올 수가 있어?”진도현은 어린 얼굴을 바짝 굳히며 작은 주먹을 단단히 쥐었다.그는 더 이상 아빠와 엄마가 싸우는 걸 보고 싶지 않았다.결국 상처받는 건 자신뿐이었다.지금 당장 아빠에게 진실을 알려야 한다.심하은의 본모습을 폭로해서 앞으로는 절대 그 여자를 만나지 못하게 해야 했다.그래야 엄마가 다시 웃을 수 있다고 결심한 진도현은 화장실 뒷문을 밀치고 빠르게 뛰어나갔다.곧 산등성이에 도착했지만 놀랍게도 진수혁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대신 어디선가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정말 다 준비된 거 맞아요?”그건 분명 심하은의 목소리였다.진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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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4화

“악.”비명과 함께 아이가 바닥에 내동댕이쳐졌고 몸을 움직일 틈도 없이 심하은이 그의 목을 움켜쥐고 끌고 갔다.그녀는 진수혁과 똑같이 닮은 얼굴을 내려다보며 냉소를 지었다.“이 버르장머리 없는 놈, 감히 나를 불륜녀라고 부른다고? 불륜녀가 무슨 뜻인지나 알아? 넌 아무것도 몰라. 내가 네 아빠를 먼저 알았어. 네 엄마가 오히려 불륜녀고 너는 그 불륜녀가 낳은 사생아야. 그런 주제에 내 앞에서 감히 떠들어?”심하은은 진도현의 몸을 거칠게 움켜쥐며 몇 번이나 세게 꼬집었다. 그제야 속이 조금 풀리는 듯했다.진혜연은 입가에 냉소를 띠며 느릿하게 다가왔다. 바닥에 쓰러진 아이를 내려다보며 비웃었다.“좋아, 마침 잘됐네. 원래는 무슨 이유로 진수혁을 유인해야 할지 고민 중이었는데 네가 스스로 찾아왔구나. 그럼 우리더러 무정하다고 하지 말아라.”“으아.”진도현은 필사적으로 몸부림쳤다. 하얀 얼굴에는 공포가 가득했다.“엄마, 아빠,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심하은은 아이의 입을 거칠게 막으며 낮은 목소리로 경고했다.“여기서 함부로 소리 내면 지금 당장 네 목숨을 끊어버리고 네 그 천한 엄마도 네 곁에 묻어줄 거야.”진도현은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하고 그저 눈물만 흘렸다.한편, 진수혁은 산꼭대기에서 계속 기다리고 있었다.그가 바라보는 곳은 자줏빛 안개가 낀 자하산이었고 묘한 불안감이 밀려왔다.이곳은 그가 어릴 적 납치되었던 바로 그 장소였다.그때, 심하은이 죽을힘을 다해 달려 나와 그를 구해준 덕분에 그는 살아남았다.그 은혜 때문에 그는 줄곧 그녀에게 너그러웠다.하지만 그게 결국 이렇게 많은 비극을 낳을 줄은 몰랐다.진수혁은 고개를 숙여 문자 메시지를 다시 확인했다.자신이 자하산에 도착했다는 것을 이미 알렸는데 상대방은 여전히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장도영 쪽에서도 별다른 소식이 없었다.그런데도 그의 가슴 깊은 곳에서는 강한 예감이 들었다.아마 이번에는 모든 진실이 드러나게 될 것 같았다.심하은은 사실 그의 생명의 은인이 아니었다.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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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5화

몽롱한 사이 진수혁은 진혜연과 심하은의 목소리를 들은 것만 같았다.그러나 고개를 돌려보니 자신 뒤에는 검은 옷과 검은 바지를 입은 한 남자가 서 있었고 품에는 한 아이를 꼭 껴안고 있었다.“아빠, 살려줘요.”“도현아.”진수혁은 아이의 얼굴을 보고서야 이마의 핏줄이 도드라지며 낮은 목소리로 경고했다.“넌 도대체 누구죠. 내 아들을 놓아요.”그러나 상대는 아랑곳하지 않고 냉정하게 품에서 단도를 꺼내 진수혁 발 앞에 던졌다.그러고는 아이의 목을 더욱 꼭 쥐며 냉혹하게 말했다.“진수혁 씨, 지금 네게 두 가지 선택 기회를 주겠어요.”“첫째, 바닥에 있는 이 칼로 스스로 목을 베어요. 둘째도 아주 간단하죠. 진한 그룹 대표직에서 물러나요. 그렇지 않으면 이 아이는 죽을 거예요.”그가 말하는 사이 손의 힘은 점점 더 강해졌고 진도현의 작은 얼굴은 질식으로 이미 보랏빛을 띠기 시작했다.“아빠...”작은 아이는 겨우 숨을 쉬며 맑은 두 눈으로 진수혁을 바라봤고 그 눈동자에는 두려움과 간청이 가득했다.진수혁의 가슴은 찢어지는 듯했다. 그는 망설임 없이 바닥에 있는 칼을 집어 들었다.“흥분하지 마요. 그냥 아이일 뿐이에요. 도대체 누가 시킨 거죠? 혹시 나한테 보낸 문자 때문인가요?”진수혁의 머리는 빠르게 돌아갔다. 눈앞 사람의 정체를 알아내려 애썼지만 그 사람은 매우 낯설었고 자신과는 아무 연관이 없어 보였다.아마도 누군가의 지시를 받고 움직인 사람일 것이다.그는 깊게 숨을 들이쉬고 천천히 손을 들어 현재 상황을 진정시키려 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한 마디씩 물었다.“제발 흥분하지 마요. 얘기하면 해결할 수 있어요. 알겠어요. 분명 누군가의 지시를 받고 온 거겠죠. 상대가 얼마를 준다고 해도 내가 그 금액의 세 배를 주겠어요.”이미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이었다.“만약 만족스럽지 않다면 원하는 액수를 말해요. 절대 거절하지 않을 거니까.”진수혁은 남자에게 천천히 다가가며 그가 안고 있는 진도현을 뚫어지게 응시했다. 아이는 숨을 제대로 못 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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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6화

“도현아.”“좋아요. 약속하죠. 그룹 대표직은 자발적으로 포기할게요. 대신에 절대 내 아들을 다치게 해선 안 돼요.”“아빠...”진도현의 숨소리는 점점 희미해지고 목소리도 작아졌다.진수혁은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 그는 재빨리 휴대전화를 꺼내 남자 앞에서 장도영의 번호를 눌렀다. 머릿속으로는 이 사람이 대체 누구인지 계속 생각했다.지금 그룹을 노릴 수 있는 사람이 장문호 말고는 없었는데 장문호는 이미 죽었고 얼마 전에 체포되어 곧 사형을 선고받았다.설마 장문호의 공범이 남아 있는 건 아닌지 의심하면서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경찰이 장문호를 검거했을 때 이미 그 부하들을 처리했다고 기억했다.따라서 그들이 아닐 가능성이 높았다. 그렇다면 또 누가 있는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몽롱한 사이 그는 오늘 자하산에 온 진짜 이유를 떠올렸다. 어릴 적 심하은의 목숨을 구해준 은혜를 조사하려 왔다.즉 그는 심하은 때문에 이곳에 온 것이었다.진수혁은 평소 아주 은밀하게 행동했기 때문에 장도영 말고는 오늘 자신이 자하산에 온 사실을 아는 사람이 없었다. 다만 심하은이라면 예외였다.그는 오늘 이곳에 온 궁극적 목적이 심하은을 조사하는 것임을 잊지 않았다.혹시 처음부터 이 일을 꾸민 사람이 심하은의 부하였을 가능성은 없는지 생각하다가 곧장 생각을 거두었다. 심하은에게는 그 정도의 힘이 없었다. 그녀는 야망은 있었지만 기껏해야 강시연을 이기고 안주인 자리를 차지하려는 수준이지 진한 그룹을 노릴 정도는 아니었다.그러자 한순간 진수혁의 머릿속에 익숙한 얼굴 하나가 떠올랐다. 바로 진혜연이다.순간 진혜연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진혜연은 심하은과 친했고 여러 차례 도와주기도 했다.지난번 룸 안에서 들은 바로는 이 모든 일이 진혜연이 심하은을 지시한 것이었고 자신만 속았던 것이었다. 이제 생각해 보니 처음부터 진한 그룹을 노린 진짜 사람은 진혜연이었을지도 몰랐다.그 생각에 진수혁은 분노로 웃음이 나왔다. 참으로 훌륭한 고모였다.“배후가 진혜연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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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7화

역시나 남자의 얼굴에 잠시 흔들리는 듯한 표정이 스쳤다.하지만 그 표정은 곧 사라졌다.그의 얼굴에 사나운 기색이 번졌고 손에 힘을 주더니 칼날이 진도현의 팔을 깊게 그었다. 아이의 찢어지는 비명이 울려 퍼졌다.“아파요!”“아빠, 엄마, 살려주세요.”“도현아.”순식간에 숲속에서 한 가냘픈 여인의 몸이 튀어나와 남자에게 거세게 달려들며 진도현을 구하려 했다.진수혁은 그 모습을 분명히 보았다. 그 여자는 바로 강시연이었다.하지만 그녀는 여자였다. 체구도 작고 힘도 약해 불시에 공격했지만 남자의 반격을 막아내지 못했다.진수혁이 막기도 전에 강시연은 남자에게 머리채를 잡혀 땅바닥에 사정없이 내던져졌다.“어디서 튀어나와서 감히 나를 덮쳐요? 내가 이 판에서 몇 년을 굴렀는데 이런 모욕은 처음이네요. 당신 같은 여자한테 사람을 빼앗긴다면 앞으로 어디 가서 체면이 서겠어요?”그는 분노로 강시연의 목을 세게 조르며 그녀와 아이를 동시에 땅에 눌러 붙였다. 그리고 차갑게 고개를 들어 진수혁을 바라봤다.“진 대표님, 내가 잘못 본 게 아니라면 이 여자가 당신 아내겠죠? 부부 금실이 대단하네요. 어떻게 둘 다 동시에 산으로 올 생각을 했을까요? 근데 덕분에 일이 더 쉬워졌어요. 스스로 걸어 들어오다니 이젠 헛소리 그만해요.”남자가 손에 힘을 주자 강시연의 얼굴에 고통이 뒤덮였다.그는 흥분한 듯 세 사람의 고통을 바라보며 비웃었다.“진 대표님, 시간이 없어요. 선택해요. 진한 그룹을 포기할래요? 아니면 자신을 포기할래? 아니면 아내와 자식을 포기할래요?”“그만. 진한 그룹을 포기한다고요.”그러자 남자는 비열하게 웃으며 말을 바꿨다.“에이, 그건 재미없죠. 생각해 보니까 죽기만 하면 회사는 어차피 우리 거잖아요. 그러니까 이렇게 해요. 두 가지 선택이 있어요. 본인이 죽든지 마누라랑 애가 죽든지 골라봐요.”“당신...”진수혁은 분노에 치를 떨며 고개를 숙였다. 강시연과 진도현의 처참한 모습을 차마 볼 수조차 없었다. 가슴이 짓눌린 듯 고통이 몰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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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8화

“진 대표님, 이 한 칼로는 부족해요. 당신이 바꾸려는 건 두 사람의 목숨이에요. 당신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은 자신의 생명을 내놓고 그 둘의 생명을 바꾸는 거예요. 그게 아니면 세 식구 모두 저 아래에서 다시 만나겠죠.”그의 웃음소리가 귀를 찢을 듯 울려 퍼졌다.날카로운 웃음이 강시연의 고막을 파고들었고 그녀는 어디서 그런 힘이 났는지 모르게 갑자기 결박을 뿌리치고 진수혁의 품으로 뛰어들었다.그때 귀 끝에 사각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마치 돌덩이가 산 위에서 굴러내리는 듯한 불길한 기운이 감돌았다.남자는 즉각 위험을 감지했다.이곳이 자하산이라는 걸 깨닫자 그는 폭우가 가장 쉽게 불러오는 재앙인 산사태가 떠올랐다.“빌어먹을, 하필 이런 날씨를 만나다니.”위험이 코앞까지 다가오자 그는 어쩔 수 없이 모자를 버리고 혼자 도망치기로 했다.남자가 떠나자마자 강시연은 곧장 진수혁을 꽉 끌어안고 자기 옷으로 상처 부위를 막았다.진수혁은 이미 기력이 쇠해 있었지만 여전히 그녀의 손을 힘껏 붙잡았다.“시연아, 어서 가. 산사태가 오고 있어. 지금 나가지 않으면 우리 모두 여기서 죽게 돼.”강시연은 그를 노려보며 소리쳤다.“이 지경인데 내가 어떻게 혼자 가요?”그녀는 이를 악물고 일어나 진수혁을 부축하며 함께 아들 곁으로 향했다.그때 진도현은 이미 의식을 잃고 있었다.그녀는 몸을 굽혀 아이를 등에 업고 한 손으로 진수혁을 붙잡은 채 비틀거리며 남자가 달아난 방향으로 걸어갔다.“이 길로 내려가면 돼요. 내 동료들이 지금 산 아래에 있어요. 우리 반드시 돌아갈 수 있어요.”산사태가 덮치기 전에만 내려가면 이 위험한 곳을 벗어날 수 있었다.하지만 그들의 희망은 오래가지 않았다.진수혁의 몸은 점점 더 약해지고 있었고 폭우는 그의 상처를 계속 덮쳐 더욱 깊은 고통을 가져왔다.비록 치명상을 피했지만 칼은 확실히 그의 몸을 깊이 파고들었고 그는 점점 기운을 잃어갔다.그는 갑자기 강시연을 밀쳐내며 마지막 힘을 짜냈다.“시연아, 어서 도현이를 데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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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9화

“진수혁!”강시연은 더 이상 폭발하는 감정을 억누르지 못했다.그녀는 진수혁의 얼굴에서 흘러내린 피가 턱을 타고 자신의 목덜미로 떨어지는 걸 멍하니 바라봤다.피 한 방울 한 방울이 차갑게 떨어질 때마다 마치 무거운 망치로 가슴을 내려치는 듯한 고통이 밀려왔다.가슴 깊은 곳에서 찢어질 듯한 통증이 번져왔고 그녀는 이번에는 정말로 그와 마지막 인사를 해야 하는 건지 아득하게 생각했다.하지만 진수혁은 여전히 말을 이어갔다.“시연아, 그동안 정말 미안했어. 내 잘못이 컸어. 내가 이기적이었고 어리석었고 심하은의 추악한 본모습조차 구분하지 못했지. 널 너무 많이 울게 했고 실망하게 했고 절망하게 했어. 만약 우리에게 다음 생이 있다면 제발 다시는 나를 만나지 마.”그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고 목소리는 점점 더 약해졌다.“하지만 어쩌겠어. 나는 도저히 널 놓을 수가 없어. 가끔 생각해. 내가 이렇게 엉망인 놈이 너 같은 사람을 만난 건 전생에 나라라도 구한 덕분일 거야. 하지만 너한테는 나를 만난 게 가장 불운한 일일지도 모르지. 그래서 널 자유롭게 해줘야겠다고 생각했어. 그래야 네가 행복할 거라 믿었거든. 그런데... 난 그게 안 돼, 시연아. 난 정말로 널 사랑해. 우리가 떨어져 지내는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너랑 우리 아들을 생각했어. 정말 너를 데리고 돌아가고 싶어. 우리 셋이 평범하게 살고 싶어. 이제 심하은과 장문호 모두 다 지옥에나 가버리라고 해버리고 싶어. 하지만...”그의 말은 점점 끊기며 얼굴은 점점 창백해졌다.이미 온몸의 힘이 빠졌음에도 그는 끝까지 그녀를 품 안에 감싸며 폭우와 무게로부터 그녀를 지켜냈다.강시연의 가슴은 먹먹하게 아파졌다.눈물이 쉴 새 없이 흘러내렸다. 그녀는 급히 그의 입을 막고 고개를 저었다.“그만 말해요. 제발 그만 말해요. 부탁이에요. 더는 말하지 마요.”그녀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옆에 있던 진도현의 귀에 닿았다.작은 아이는 그제야 눈앞의 상황을 이해했다.그는 아무 생각도 할 겨를 없이 비틀거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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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0화

마음이 엉켜 있었다.갑자기 병실 복도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리더니 그 뒤로 수많은 사람이 우르르 몰려왔다.선두에는 진수혁의 어머니 허자옥이 있었다. 그녀 뒤에는 진명진도 서 있었다.진명진은 강시연을 보자 화가 치밀어 올랐는지 그녀를 가리키며 호통쳤다.“또 자네군. 우리 진씨 가문이 도대체 몇 대를 망쳤으면 이런 여자를 만나야 하는지! 진짜 재수 없게 시연 씨만 나타나면 좋은 일이 없어요. 천 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산사태를 왜 둘이 마주치냐고. 혹시 사람 좀 잘못 만나서 남편을 못살게 하는 거 아니에요?”날카롭고 신랄한 목소리가 귓가를 찌르자 강시연은 몸이 굳어 반박할 힘조차 없었다.그저 고개를 숙이고 그녀의 분노가 쏟아지는 대로 두었다.하지만 진명진도 말이 길지는 않았다. 허자옥이 입을 열었기 때문이다.허자옥은 강시연의 상태가 좋지 않음을 한눈에 알아보고 다가와 그녀의 손을 살며시 잡았다.“괜찮아?”“저...”강시연은 코끝이 시큰해지며 눈물이 참을 수 없이 흘러내렸다.진명진은 비웃듯 코웃음을 쳤다.“울 줄만 알지 뭐 할 줄 알아요? 우리 진씨 가문의 복을 다 내동댕이쳤네요.”“입 닥쳐요.”허자옥이 단호하게 꾸짖었다.“남자가 여자를 보호하는 건 당연한 일이고 이런 자연재해는 드물지만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에요. 어린 부부가 이런 일을 겪은 것만으로도 충분히 힘든 거예요. 여기서 더 문제를 만들지 마세요.”그리고 그녀는 강시연에게 계속 말했다.“무서워하지 마. 의사에게 물어봤는데 처치만 잘하면 수혁이는 괜찮대. 너희는 부부니까 수혁이가 당연히 널 지켜야 했던 거야. 죄책감을 느낄 필요 없어. 수혁이가 깨어 있다면 아마 자신이 한 행동을 후회하지 않을 거야.”강시연의 마음에 따뜻한 온기가 스쳤다.그때, 진도현이 오지원과 함께 데려왔다.그는 아까 울면서 엄마를 찾으며 소리쳐서 오지원이 어쩔 수 없이 그를 데리고 온 것이다.진도현은 엄마를 보자마자 달려와 그녀의 품에 안겼다.작은 몸이 떨리며 울었다.“엄마, 아빠 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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