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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돌이킬 수 없는: Chapter 421 - Chapter 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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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1화

“시연 씨...”장 비서가 허둥지둥 달려와 강시연의 초라한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파 손을 뻗어 부축하려 했다.“제가 모셔다드리겠습니다.”강시연은 손을 저으며 이미 평정심을 되찾은 듯한 얼굴로 억지로 일어섰다. 몸을 떨며 휴대폰을 꺼내 택시를 부르고는 곧장 걸음을 옮겼다.장 비서가 내민 손은 허공에 멈춘 채 거둬야 할지 말아야 할지 길을 잃었다. 마치 시간이 멈춘 듯 굳어 있었다.한참 후, 그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진수혁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보고했다.그 사이 강시연은 이미 택시에 올라타 있었다.그녀는 손을 들어 얼굴을 어루만지다가 어느새 눈물이 줄줄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알고 보니, 그녀도 완전히 무심했던 건 아니었다.분명 다 정리했다고 생각했는데 왜 가슴이 이렇게 아픈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멍하니 몸을 숙이던 강시연은 갑자기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를 들었다. 자세히 보니 그건 놀이공원에서 진수혁이 건넸던 작은 토끼 열쇠고리였다.그녀는 지금껏 그것을 소중히 간직하며 위의 보호 필름조차 떼지 못하고 있었다.자신은 완벽주의자라 여겼고 인생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큰 흠은 없다고 말이다.하지만 지금 이 감정은 결국 변해 버렸다. 마치 보호 필름이 벗겨진 아크릴처럼 수많은 흠집이 생겨 다시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된 것이다.강시연은 어디서 힘이 솟았는지 열쇠고리를 가방에서 거칠게 뜯어내 창밖으로 던져 버렸다.그제야 그녀는 붙잡을 수 없는 인연이 있고 처음부터 잘못된 사랑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다면 놓아야 했다.그에게 기회를 또다시 주어선 안 됐다. 결국 상처만 남는 것은 자신이었다.강시연은 눈물을 급히 닦았다. 울지 않으려 했지만 눈물은 끊어진 구슬처럼 멈추지 않았다.택시 기사도 보다 못해 말했다.“아가씨, 아직 젊잖아요. 무슨 일인들 못 이겨내겠어요. 너무 슬퍼하지 말고 울면 좀 나아질 겁니다. 인생은 계속 살아 나가야죠.”지방 사투리가 섞인 그의 구수한 말투가 이상하게도 조금 위로가 되었다.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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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2화

의사는 자신이 순간 실례를 범했음을 깨닫고 난감하게 한숨을 내쉬었다.지금 강시연의 목에는 길게 난 상처가 있었고 봉합해도 흉터가 남을 수 있었다.그러나 눈앞의 여자는 아무렇지 않은 듯 그저 묵묵히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이토록 안쓰러운 상황에서 의사도 더는 말을 보탤 수 없었다.그저 그녀에게 서명하게 한 뒤 곧바로 봉합 수술을 준비했다.그렇게 강시연은 병상에 누워 마취하고 깊이 잠들었다.다시 눈을 떴을 때 목의 상처는 이미 치료되어 있었다.심각하진 않았지만 보기만 해도 가슴이 철렁할 만큼 생생한 자국이었다.간호사 역시 여성이었기에 그녀의 마음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는지 따로 위로의 말을 건네지 않았다.대신 상처 관리와 회복 방법을 하나하나 꼼꼼히 알려주었다.강시연은 그 세심함이 고마워 인사를 한 뒤 지친 몸을 이끌고 천천히 1층으로 내려갔다.1층은 수납 창구였다. 계산을 마치고 떠나려는 순간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수혁아, 상처가 너무 아파. 좀 불어줄 수 없어?”강시연은 저도 모르게 그 소리가 나는 쪽을 바라보았고 거기엔 진수혁과 심하은이 함께 있었다.심하은은 이미 상처 처치를 끝낸 듯했고 진수혁은 서류를 들고 분주히 움직이며 그녀의 투정을 달래고 있었다.“아, 시연 씨.”심하은이 눈을 반짝이며 부르더니 이내 살짝 힘을 빼며 진수혁의 품으로 몸을 기댔다.진수혁은 반사적으로 그녀를 보호하듯 안아 올렸다.막 봉합을 마친 상처가 다시 벌어지면 안 되었기 때문이다.강시연의 이름을 들은 진수혁은 고개를 번쩍 들었다.언제부터인지 강시연이 그들 뒤에 서 있었다.낯선 사람을 밀어내는 듯한 냉기가 그녀를 감싸고 있었고 그는 반사적으로 무언가 말하려 했다.그러나 강시연은 마치 그들을 보지 못한 듯 무표정하게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진수혁이 눈살을 찌푸리며 그녀의 소매를 잡으려 손을 뻗었지만 허공을 스쳤다.그는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심하은을 밀어내듯 비켜 세우고 벌떡 일어서며 말했다.“시연아, 병원엔 왜 온 거야?”말이 끝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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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3화

분위기는 순간 고요해졌다.진수혁의 머릿속은 하얗게 비어 있었다.그는 강시연을 뒤쫓고 싶었지만 이미 그녀는 병원을 벗어난 뒤였다.남은 건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는 심하은뿐이었다.“수혁아,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 내가 너를 위해서 목숨까지 내놓았는데 지금 시연 씨를 몇 마디 얘기한 게 뭐가 그렇게 잘못이야? 이건 전부 너를 위한 거잖아. 나를 이렇게 괴롭히면 안 되지. 두 번 다시 나를 서럽게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잖아.”심하은은 점점 서러워져 마침내 사람들 앞에서 울음을 터뜨렸다.하지만 그 눈물이 진수혁의 마음을 움직이기는커녕 오히려 약간의 짜증을 불러일으켰다.주변에는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시선을 돌리고 있었다.진수혁은 손가락을 세게 쥐며 억지로 마음을 진정시켰다.그리고 생각했다. 심하은 말이 틀린 건 아니었다.이제 두 번째로 자신의 생명을 지켜준 거였다.그는 심하은에게 반드시 보답하겠다고 약속했었다. 그래서인지 모든 잘못을 그녀에게만 돌릴 수 없었다.진수혁은 깊게 한숨을 내쉬며 피로감이 가득한 눈빛으로 몸을 낮추고 그녀의 상처를 다시 살폈다.“가만히 있어. 상처 좀 볼게.”심하은은 콧날이 시큰해져서 그의 가슴을 밀었다.“가서 시연 씨나 찾지. 왜 나를 신경 써? 어차피 나는 목숨을 구해줬을 뿐 네 마음속에서 시연 씨만큼의 자리는 없잖아.”“그런 소리 하지 마.”진수혁이 눈살을 찌푸렸다.“너와 시연은 달라. 너는 내 생명의 은인이고 시연은 내 아내야. 둘을 어떻게 비교할 수 있겠어?”심하은은 하고 싶은 말이 목구멍까지 치밀어 올랐지만 참았다.도대체 자신이 그에게 어떤 의미인지 따져 묻고 싶었지만 여긴 병원 로비였고 환자들이 오가며 곁눈질하고 있었다.이곳에서 자신이 우스꽝스럽게 보이는 일은 절대 용납할 수 없었다.결국 그녀는 울분을 억누른 채 입술을 내밀며 말했다.“그럼 날 안아다가 데려가 줘.”진수혁은 한참을 망설였지만 결국 그녀를 안을 수 없었고 대신 휠체어를 가져와 조심히 그녀를 앉혔다.심하은은 서러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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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4화

그는 액셀을 밟으며 빠르게 사라져 갔다.한편 진수혁은 택시를 잡아타고 서둘러 강씨 가문으로 향했다. 집에는 강민석이 없었고 문을 연 사람은 진도현이었다.“아빠.”진도현은 무척 기뻐하며 그의 품으로 달려들었다.부자는 잠시 다정한 시간을 보냈지만 진수혁의 마음은 여전히 강시연이 걸렸다. 그는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물었다.“도현아, 엄마는 어디 계시니?”작은 얼굴이 금세 걱정으로 가득 차며 시무룩해졌다.“엄마가 다친 것 같아요. 하지만 계속 괜찮다고만 하셨어요. 돌아오신 뒤로는 방에 들어가시더니 저한테도 아무 말씀 안 하세요. 아빠, 빨리 엄마 좀 보러 가세요.”아들의 얼굴에 어린 걱정이 가득했다. 진수혁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그는 아들을 안아 올리고 한 손으로 문을 닫은 뒤 아이를 방에 들여보냈다. 곧바로 강시연의 침실 문을 두드렸다.세 번의 노크 소리 뒤에 들려온 것은 지친 기색이 역력한 강시연의 목소리였다.“도현아, 문 잠그지 않았어. 그런데 엄마가 좀 피곤하니까 혼자 조금만 놀고 있을래?”진수혁은 조심스레 문손잡이를 돌리고 안으로 들어섰다. 침대 위에는 눈을 감은 채 조용히 누워 있는 강시연이 보였다.그녀는 한층 수척해 보였고 목에는 붕대가 감겨 있었다. 창백한 얼굴엔 핏기 하나 없고 꼭 감은 눈가에는 희미하게 눈물이 맺혀 있었다.그녀가 울고 있었다.진수혁의 가슴이 조여 왔다. 그는 성큼 다가가 그녀를 조심스럽게 품에 안았다.“시연아, 내 얘기 좀 들어줄래? 내가 다 설명할게.”강시연은 눈을 뜨자마자 그를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나가요.”그러나 그는 물러서지 않고 계속 말을 이었다.“그날 내가 놀이공원을 떠난 건 심하은을 만나기 위해서가 아니었어. 장문호의 흔적을 발견했기 때문이야. 너랑 도현이를 해칠까 봐 미리 장문호를 찾으려 했는데도 결국 한발 늦었어. 장문호가 먼저 널 납치했잖아.”“그리고 오늘 내가 심하은과 함께 병원에 간 것도 하은이가 미리 장문호의 계획을 알려줬기 때문이야. 그래서야 대비할 시간이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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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5화

“강시연.”진수혁의 날카로운 고함이 주변의 공기를 단숨에 얼어붙게 했다.눈가에 맺힌 강시연의 흐릿한 눈물이 보이자 그는 곧바로 후회했다. 허둥지둥 그녀의 눈물을 닦아내려 했지만 끊어진 실처럼 흘러내리는 눈물은 멈출 줄 몰랐다.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는 예전부터 지금까지 강시연의 눈물만은 가장 두려워했다.하지만 결국 또다시 그녀를 울리고 말았다.강시연의 마음은 이미 감각을 잃은 듯 무뎌 있었고 스스로에게 물었다.이미 이번엔 놓아주겠다고 다짐했는데 왜 또 눈물이 나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잠시 후, 그녀는 마음을 다잡고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며 한 글자 한 글자 차가운 목소리로 얘기했다.“수혁 씨, 나가요. 더는 보고 싶지 않아요.”“시연아, 미안해. 일부러 화낸 게 아니야.”그는 다급히 변명했다.“그냥 네가 더 이상 괜히 억지를 부리지 않길 바랐을 뿐이야. 어쨌든 이번 일에서 심하은이 널 한 번 구해준 건 사실이잖아.”“날 구했다고요?”강시연은 순간 참지 못하고 비웃음이 터져 나왔다.심하은이 어떤 사람인지 이미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하루빨리 사라지길 바라며 그 자리를 차지해 진씨 가문의 진짜 안주인이 되길 꿈꾸는 여자였다.더는 다툴 힘조차 없었다.강시연은 힘 빠진 손으로 그를 문 쪽까지 밀어내고 복도를 가리켜 단호히 말했다.“나가요.”“시연아.”진수혁은 끝까지 포기하지 못했다.분명 모든 걸 설명했는데 왜 그녀는 그렇게도 완강하며 왜 그토록 심하은을 붙잡고 있는 건지 몰랐다.쾅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크게 닫히며 울렸다.두 걸음이나 뒤로 물러난 진수혁은 큰 충격에 손을 올리며 짜증을 겨우 참았다.곧, 안쪽에서 강시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도현아, 엄마랑 아빠가 일이 있어서 당분간 못 만날 거야. 아빠가 보고 싶으면 지금 따라가도 돼.”어린 진도현이 감당할 수 있을 리 없었고 금세 울음을 터뜨리며 외쳤다.“엄마, 도현이는 영원히 엄마랑 같이 있을 거예요.”이내 방 안은 고요해졌다.얼마 지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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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6화

“진 대표님, 소식이 하나 들어왔습니다.”“말해.”진수혁의 목소리는 힘이 없었다.전화기 너머 장 비서는 전혀 눈치채지 못한 듯 계속 보고를 이어갔다.“이번 납치 사건 심하은 씨와 무관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경찰이 이미 1차 조사를 마쳤고 장문호를 높은 강도로 심문했는데... 그는 강시연 씨의 행방을 알려준 사람이 다름 아닌 심하은 씨라고 말했습니다. 지금 심하은 씨는 경찰서에 연행됐지만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며 대표님을 만나겠다고 고집하고 있습니다. 아직 명확한 증거는 없지만 저는 장문호 씨가 거짓말을 하는 사람 같지는 않습니다. 어차피 장문호 씨는 이미 체포돼 어떤 거짓을 꾸며도 결말은 바뀌지 않으니까요. 경찰도 경험이 많습니다. 심하은 씨의 통화 기록을 포함해 여러 방면에서 증거를 수집 중이라고 합니다. 결론적으로, 심하은 씨가 결코 단순한 인물은 아닌 것 같습니다.”진수혁의 손에서 휴대전화가 바닥으로 떨어지며 큰 소리를 냈다. 온몸이 굳어지고 등골이 서늘해졌다.만약 처음부터 강시연의 행적이 심하은의 입에서 흘러 나간 것이라면 모든 상황이 한순간에 설명이 된다.하지만 아직 증거가 없다.게다가 그녀는 자신과 강시연을 구해 준 지금까지는 은인이었다.이 상태에서 의심만으로 그녀를 단정하고 싶진 않았다.그는 깊게 숨을 들이쉬며 천천히 눈을 감았고 목소리가 점점 낮아졌다.“계속 조사해. 반드시 증거를 찾아.”정말로 심하은이 맞다면 지금까지 자신이 한 모든 행동이 우스운 코미디가 되어버린다.또다시 다른 여자 때문에 강시연을 상처 입힌 꼴이었다.머릿속은 뒤엉켜 있었다.어째서 심하은은 이렇게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을 한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한쪽에선 강시연을 팔아넘기면서 다른 쪽에선 장문호를 팔아넘기고... 혼란한 마음을 애써 다잡으며 몇 마디 더 지시를 내린 뒤 진수혁은 마침내 시동을 걸었다.목적지도 없이 차를 몰았다.어디로 가야 할지조차 알 수 없었다.결국 핸들을 돌린 곳은 오래된 본가였다.집 안은 유난히 쓸쓸했다.강시연과 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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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7화

“그 나쁜 놈이 드디어 잡혔구나.”방금 전까지 잔뜩 찌푸렸던 이마가 순식간에 펴지더니 허자옥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장문호 때문에 집안이 엉망이었는데 이제야 체포됐다니 마음속 큰 짐 하나를 덜어낸 기분이었다.기분이 좋아지자 그녀는 평소보다 말이 많아졌다.“수혁아, 시연이가 이런 일을 겪었으니 많이 놀랐을 거야. 내가 이미 보양식을 좀 챙기라고 했으니 잠시 뒤에 가져가서 시연에게 꼭 먹여. 네 몸도 챙기고... 너도 많이 야위었어.”진수혁은 잠시 머뭇거리다 말문을 열었다.“엄마, 예전엔 시연이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으셨잖아요?”그때의 고부 갈등이 떠올랐다. 강시연은 그 일로 마음고생이 심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머니가 먼저 메시지를 보내며 몸까지 챙기다니 의외였다.허자옥은 아들의 말에 약간 머쓱해지더니 눈을 흘겼다.“그건 옛날얘기야. 사람이 생각이 바뀔 수도 있지. 전에 나는 집안 배경이니 뭐니 그게 제일 중요한 줄 알았어. 그런데 이제 보니 다 부질없어. 사람 됨됨이와 능력이 훨씬 값지지. 시연이는 참 좋은 아이야. 지금 곁에 있는 사람을 소중히 대해. 잃고 나서 후회하지 말고.”잠시 말을 멈췄던 그녀는 단호히 덧붙였다.“그리고 심하은하고는 어서 정리해.”그 이름이 나오자 진수혁은 머리가 지끈거렸다. 강시연과의 갈등도 결국 심하은에게서 비롯된 것이었다. 이젠 본능적으로 거부감이 들었다.“어머니, 그 말뜻은 알아요. 다만 하은이가 두 번이나 제 목숨을 구했으니 은혜는 갚아야 하지 않겠어요?”허자옥은 비웃듯 냉정하게 말했다.“너 정말 어리석어. 네 고모 진혜연하고 그 심하은 씨가 왜 그렇게 친한지 생각해 본 적 있어? 네 고모 성격 너도 알잖아. 이익이 없으면 누구를 눈에 두는 사람이 아니야.”그녀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졌다.“그리고 그 목숨을 구했다는 것도 나는 오래전부터 의심이 들었어. 네가 어릴 적 겪었던 그 납치 사건도 애초에 누군가의 계략이었을지도 몰라. 그 배후가 어쩌면 진혜연일 수도 있어.”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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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8화

그의 마음속은 이미 짜증과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더는 기다릴 수 없었다. 진짜를 직접 확인해야 했다.“거기서 기다려. 내가 지금 당장 갈게.”전화를 끊자마자 진수혁은 옷도 갈아입지 않은 채 시내 한복판의 화평 레스토랑으로 차를 몰았다.그는 레스토랑 사장과 친분이 있었기에 전화 한 통으로 곧바로 VIP 대접을 받았다.하지만 지금 진수혁에게는 인사치레할 여유가 없었다.그가 원하는 건 오직 하나 그들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직접 듣는 것뿐이었다.객실 위치를 확인한 그는 곧장 계단을 올라갔다.그러나 문 앞에 도착하자마자 안에서 들려오는 날카로운 목소리에 발걸음이 멈췄다.“멍청한 년, 왜 강시연 씨 위치를 수혁에게 알려줬어? 사전에 나한테 얘기도 안 하고. 너처럼 조급하게 굴면서 행동하면 뭐가 남는지 몰라? 생각이 있는 거야?”날카로운 목소리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진혜연이었다.그런데도 심하은은 기죽지 않고 맞받아쳤다.“나한테 무슨 수가 있어요? 수혁이 나한테 느끼는 건 고마움뿐이에요. 어릴 적 그 사건이 아니었으면 벌써 나를 걷어차고 시연 씨랑 알콩달콩 살고 있겠죠. 날 좋아하지 않는데 내가 뭘 어쩌겠어요.”그녀의 목소리는 점점 울분으로 바뀌었다.“고모는 몰라요. 수혁이가 시연 씨를 얼마나 아끼는지, 시연 씨를 위해 목숨까지 내던지는 사람인데 내가 어떻게 참아요? 시연 씨가 죽지 않는 한 내게는 희망이 없어요. 나도 이제 지긋지긋해요. 그 진씨 가문의 안주인 자리는 원래 내 거였어요.”진혜연은 냉정하게 받아쳤다.“그건 네가 무능해서지. 내가 그때 그렇게 유리한 판을 깔아줬는데도 강시연 씨를 못 이긴 게 누구야? 너 때문에 내 모든 계획이 다 틀어질 뻔했어. 만약 진수혁이 정말 다쳤으면 장문호가 진한 그룹을 통째로 집어삼켰을 거야. 게다가 그놈이 입만 열면 10억 원을 요구하는데, 지금 진한 그룹에 현금이 그렇게 많을 것 같아? 넌 거의 날 파멸시킬 뻔했어.”심하은은 더는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난 몰라요. 이미 일이 이렇게 됐으니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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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9화

“닥쳐.”진수혁은 온몸이 긴장으로 굳어 마치 분노한 사자처럼 그녀의 변명을 전혀 듣지 못했다. 그의 머릿속에는 배신과 계략이라는 단어밖에 남지 않았다.그가 진심으로 믿었던 사람이 결국 이렇게 보답하다니 이게 바로 인과응보라는 건지 헛웃음이 났다.진수혁은 화가 극에 달해 웃음을 터뜨리며 창백한 심하은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한 글자 한 글자 또렷하게 말했다.“장문호는 어떻게 강시연의 행적을 알게 된 거야? 말해.”심하은은 그의 위협에 몸이 떨리며 얼굴은 핏기 하나 없이 창백했다. 그녀는 무심코 진혜연에게 도움을 청하려고 고개를 돌렸지만 지금의 진수혁은 분노의 절정에 있어 누구 말도 통하지 않았다.진혜연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심하은에게 자업자득이라는 듯한 눈길을 보냈다.심하은은 이를 악물고 마음을 다잡아 그의 발 아래로 뛰어들어 양복바지 아래 감싸진 종아리를 꼭 붙잡고 눈물을 글썽이며 울었다.“수혁아, 제발 내 말 좀 들어줘. 강시연의 행적은 내가 흘린 게 맞지만 그때 나는 잠시 정신이 나갔던 거야. 내 마음 너도 잘 알잖아. 하지만 네 눈에는 내가 전혀 안 보이잖아. 미안해. 정말 내가 잘못했어.”심하은은 눈물이 범벅이 되어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그녀는 이런 진수혁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수십 년을 알고 지내온 심하은의 눈에 비친 진수혁은 그녀에게 어느 정도 인내심이 있었고 가장 화가 많이 났을 때조차 이렇게 무거운 말을 한 적이 없었다.하지만 지금, 모든 것이 무너져 버렸다.“수혁아, 내가 잘못한 건 인정해. 하지만 기회를 줘. 나중에라도 죄에 대해 속죄하려고 장문호의 위치를 알려줬잖아. 내가 너를 구하기도 했잖아. 제 상처 좀 봐.”그녀는 필사적으로 옷을 끌어당기며 상처를 드러내려 했고 진수혁의 동정심을 끌어내고자 했다.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얼굴을 본 진수혁에게는 동정심 한 줌도 남지 않았고 남은 것은 오직 혐오뿐이었다.“더 이상 말하지 마. 내가 바보 같았어. 네 헛소리를 믿은 내가 잘못이야. 너 때문에 시연이 한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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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0화

갑자기 진혜연이 손에 있던 유리컵을 움켜쥐더니 심하은의 머리를 향해 세차게 내리쳤다.“모든 게 다 네 잘못이야. 너 때문에 내 계획이 다 망쳤어.”진혜연은 온몸이 떨리며 원래는 심하은을 이용해 진한 그룹의 지분을 얻고 진수혁을 회사에서 쫓아내려 했었다.그런 계획을 위해 그녀는 오래도록 치밀하게 준비했다. 진수혁이 어릴 때부터 계획을 세우며 심하은을 일부러 활용했지만 결국 모두 허사로 돌아가고 말았다.“쓸모없는 년.”진혜연은 가슴에 억눌린 분노를 터뜨리듯 미친 듯이 달려들어 심하은의 긴 머리카락을 꽉 잡고 손발을 모두 쓰며 날뛰었다.심하은도 절대 물러서지 않았다. 두 사람은 예전의 체면 따위는 없이 서로 뒤엉켜 날뛰며 마치 미친 여자처럼 난투를 벌였다.그 와중에도 진수혁은 마음이 급했다.그는 강시연을 오해했음을 깨달았다.원래 처음부터 무리한 행동을 했던 사람은 바로 자신이었다. 진수혁은 갑자기 주먹을 핸들에 쾅 내리쳤다. 손가락 관절에서 전해지는 통증도 마음속 후회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도대체 자신이 뭘 한 건지 후회만 남았다.강시연이 혼자 병원에 가서 상처를 치료하게 내버려두고 자신은 다른 여자와 함께 있는 걸 직접 보았을 때 강시연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자책했다.진수혁은 강시연이 보였던 실망 어린 눈빛을 떠올리며 가슴이 칼로 찢기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 그는 조급하게 휴대폰을 열어 미안하다는 메시지를 보내려 했다.하지만 메시지가 전송되는 순간 갑자기 강렬한 느낌표가 나타났다.진수혁의 얼굴이 굳어졌다.그는 차단당했다.이번엔 강시연이 정말 마음을 굳혀 자신을 포기하려는 게 분명했다.진수혁은 씁쓸하게 웃으며 채팅 화면을 한참 바라보다 결국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전화를 걸었다.역시 예상대로였다. 강시연은 그의 모든 연락처를 차단했다.이렇게 단호한 모습은 확실히 그녀다웠다.진수혁은 눈을 감고 마음속의 조급함을 억누른 뒤 곽지훈에게 전화를 걸었다.저쪽에서는 아마도 바에 있는 듯 귀를 찌르는 비트 소리가 들려왔다.“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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