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은 놀라울 정도로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먼지 하나 없이 말끔하게 치워져 누가 봐도 미리 손을 본 티가 났다.강시연은 동지안에게 이끌리듯 거실 소파에 앉게 되었다. 동지안은 이런저런 말로 그녀의 안부를 챙기며 살갑게 다가왔다.“시연아, 이 차 괜찮니? 아니면 주스 줄까? 너 뭐 좋아해? 말만 해, 정훈이한테 당장 사 오라고 할게.”그 다정함에 강시연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 연신 두 손을 흔들며 고개를 저었다.“저는 그냥 생수면 충분해요.”그녀가 막연히 상상했던 한씨 가문은 이런 따뜻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격식 있고 다소 차가운 분위기일 줄 알았다. 그러나 막상 와보니 전혀 달랐다. 진씨 가문에서 느꼈던 팽팽한 긴장감은 아예 없었다.시간이 조금 지나자 그녀도 서서히 긴장을 풀었다. 동지안과의 대화는 생각보다 훨씬 즐거웠다.“민주한테 들었어. 시연이가 걔 심리 상담해 줬다며? 덕분에 많이 좋아졌다고.”“아직 완전히 나은 건 아니지만 예전보단 훨씬 안정됐어요.”강시연은 조심스럽게 답했다.그러자 동지안이 그녀의 손을 꼭 붙잡았다. 눈동자엔 진심에서 우러난 고마운 감정이 피어올랐다.“민주 걱정 참 많이 했는데 시연이 덕분에 한시름 놨어. 나도 요즘 가끔 가슴이 두근거리고 좀 불안하더라. 우리 집에서 며칠 지내면서 나도 좀 봐줄래?”그 말에 한정훈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어머니 속이 훤히 들여다보였다. 짐작하는 데 1초도 걸리지 않았다. 그는 낮고 단호한 목소리로 끼어들었다.“엄마, 시연 씨는 심리상담사예요. 내과 의사가 아니라고요.”동지안이 그를 노려보았다. 그러곤 입을 삐죽이며 중얼거렸다.“그게 그거지, 뭐.”거실엔 어느새 웃음꽃이 피었다.강시연은 무심결에 미소를 지었다. 눈빛엔 묘한 감정이 일었다. 아주 옅은 부러움과 그리움이 조용히 번지고 있었다.이런 집, 이런 가족, 이렇게 편안하고 단단한 분위기, 참 좋았다.점심은 한정훈의 본가에서 함께 먹었다. 식사를 마친 뒤, 그들은 곧장 포시즌 호텔로 향했다.한정훈은 아버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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