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도현이를 그런 데 데려간 거야?”심하은의 눈은 벌겋게 충혈돼 있었고 아랫입술을 꼭 깨물며 참았던 눈물이 결국엔 주르륵 흘러내리고 말았다.“그런 거 아니야. 내가 데려간 게 아니라 도현이가 혹시라도 위험할까 봐, 그래서 옆에 붙어 있었던 거야.”그건 병원 오는 내내 그녀가 애써 짜낸 변명이었다.“도현이가 그러더라고, 강시연 씨가 반딧불을 잡자고 했대. 반딧불을 잡으면 같이 놀이공원에 가주겠다고...”심하은은 손등으로 눈물을 훔치며 억울하다는 듯 말을 이었다.“도현이 강시연 씨 많이 그리워해. 그 마음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아서... 그래서 그냥...”진수혁은 눈을 가늘게 떴다. 어두운 기색이 스치고 지나가며 무언가를 판단하는 듯한 침묵이 흘렀다.심하은은 소매를 걷어 팔 안쪽을 드러냈다. 살갗에는 오래된 듯했지만 여전히 선명한 흉터가 길게 남아 있었다.“아까 도현이 물에 빠졌어. 뛰어들어 구하다가 상처를 스쳤나 봐, 아프더라고.”그녀는 코끝을 훌쩍이며 눈물을 삼켰고 그 말에 진수혁의 눈빛이 잠시 흔들렸다.그 상처를 보는 순간, 기억 저편에 묻어두었던 오래된 일이 불쑥 떠올랐다.그때의 그는 아직 어렸다. 집안의 실권자도 아니었고 어른들의 경계 탓에 결국 라이벌에게 납치되어 외진 산속에 버려졌었다. 죽기 직전까지 갔던 그때, 작고 따뜻한 손 하나가 자신을 끌어올렸다.그 소녀는 자신을 고양이라고 불렀다. 길을 잃고 우연히 그곳에 들어섰다고 했었다.그때의 진수혁은 눈도 다쳐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고 기억나는 건 그 아이가 팔을 긁히면서까지 자신을 감쌌다는 것뿐이었다. 뾰족한 나뭇가지에 긁힌 그 상처는 그 어린 기억에 깊숙이 박혔다.몇 날 며칠 동안 그 아이는 자신을 돌봐주었고 진수혁은 그 아이 덕분에 처음으로 가족이 아닌 누군가에게서 온기를 느꼈다.그 후로 그는 평생 그 아이를 찾고 싶어 했고 그러던 어느 날, 심하은이 나타나 상처를 드러내며 자신이 그때의 아이였다고 주장했다.그래서였을까, 진수혁은 그날 이후 심하은에게 늘 잘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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