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현은 축 처진 어깨로 말없이 걸었다. 어린 얼굴엔 복잡한 감정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엄마와 함께 있고 싶은 마음과, 심하은 이모가 서운해할까 봐 걱정되는 마음이 엉켜 속을 뒤흔들었다.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왜 다 함께 있어 줄 순 없는 걸까...’그때, 휘슬 소리가 울렸고 경기는 정식으로 시작되었다.강시연과 양진우는 놀랍도록 호흡이 잘 맞아 금세 사람들 틈을 뚫고 맨 앞줄까지 나아갔다.그 모습을 본 심하은은 문득 승부욕이 치밀어 걸음을 재촉했다. 하지만 정작 옆에서 정신을 놓고 멍하니 걷고 있던 진도현을 완전히 잊고 말았다.“이모! 이모, 나 기다려줘요...”진도현의 얼굴이 순식간에 새파래졌다. 심하은을 향해 소리치려는 순간, 몸이 중심을 잃고 앞으로 고꾸라졌다. 작은 몸이 그대로 땅바닥에 철퍼덕 넘어졌다. 순간적으로 극심한 통증이 밀려왔다.진도현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억울한 감정이 북받쳐 올랐고 와락 울음을 터뜨렸다.현장은 금세 아수라장이 되었다.그제야 정신이 든 심하은이 황급히 달려와 진도현을 일으켜 세웠다. 무릎은 심하게 까져 살이 드러나 피가 맺혔고 보기에도 끔찍했다.“도현아, 미안해. 이모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니야...”말을 잇는 그녀의 눈가에도 눈물이 흘렀다.선생님은 곧장 대기하고 있던 의료진을 불러 응급 처치를 받게 했다.하지만 진도현은 그 뒤로 경기에 참여할 수 없었고 옆에 앉아 다른 아이들이 뛰노는 모습을 지켜봐야만 했다.심하은은 조용히 흐느끼며 진도현에게 거듭 사과했다.진도현은 눈살을 찌푸렸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처음으로 심하은에 대한 불쾌한 감정이 올라왔다.만약 엄마가 옆에 있었다면 지금쯤 따뜻하게 안아주며 위로해 줬을 것이다.‘아니지, 애초에 엄마였다면 나를 다치게 두지 않았을 거야!’그 무렵, 강시연과 양진우는 골인 지점에 도착했고 단연 조 1위를 차지했다.진도현은 시상대 위에 선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그중에서도 양진우의 해맑은 웃음은 유독 눈에 거슬렸다.진도현은 입술을 꾹 깨물고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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