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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내 결혼의 불청객: Chapter 161 - Chapter 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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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1화

서민형이 미간을 찌푸렸다.“그게 무슨 말이야? 민아가 어떻게 생각하겠냐니. 민아 마음까지 내가 신경 써야 해?”‘민아가 양딸인 건 둘째치더라도, 내가 내 부동산을 마음대로 처리하겠다는데, 다른 사람 마음까지 생각해야 하는 거야?’“민아는 안 그래도 자기가 입양되었다는 것 때문에 눈치를 보면서 지내고 있어요. 당신이 유정에게 건물을 증여했다는 걸 알면 또 몰래 속상해할 거라고요. 민아 입장을 조금이라도 생각해 줄 수는 없어요?”화를 내는 주희정을 얼굴을 보던 서민형은 그녀가 더는 자신이 알던 주희정이 아닌 것 같았다.비록 서민아 편을 많이 들기는 했지만 서민형의 마음속에서 서유정은 여전히 서민아보다는 앞순위를 차지하고 있었다.설사 서유정이 끝까지 인연을 끊은 채 산다고 할지라도 서민형은 유서에 서유정이 가져야 할 유산을 남길 생각이었다.자신과 혈연관계로 이어진 사람은 서민아가 아닌 서유정이었다.비록 서민형 역시 주희정 못지않게 서민아를 아꼈지만 서민아가 결혼하게 되면 결국 서씨 가문과는 완전히 인연이 끊어질 것이라는 걸 서민형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유정이가 집으로 돌아오면 양주원도 곧 우리와 결혼 얘기를 꺼낼 거야. 앞으로 우리 회사도 에어 테크의 도움을 받아야 할지도 모른다고. 그깟 빌딩, 유정이 좀 주면 어때? 만약 민아가 이 일로 속상해한다면 그건 오히려 민아가 욕심이 많다는 얘기가 될 거야.”만약 서민아를 기른 그 10여 년의 정을 생각하지 않았다면 서유정이 돌아오던 그 순간에 서민아를 저택에서 내보냈을 것이다.그 말을 들은 주희정이 화륵, 분노를 터뜨렸다.“당신, 그게 사람이 할 소리예요? 전에 나한테 뭐라고 했어요? 민아도 친딸과 다를 바가 없다고 했었잖아요. 거짓말이었던 거예요?”“민아를 친딸처럼 생각한 건 사실이야. 하지만 유정이도 내 딸이야. 내가 유정이에게 빌딩 하나를 증여하는 게 뭐가 어때서 이러는 거야? 당신이야말로 유정이에게 너무 불공평하게 굴었다는 생각은 안 해봤어?”“공평이든 뭐든, 난 태륜빌딩을 유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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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화

“할머니, 저는 그 뜻이 아니라요. 저는 그저 사무실 하나 정도만 가질 생각...”“그러니 지금 빌딩 하나를 갖게 되었으니 더 좋은 거 아니야? 어차피 공짜로 주겠다는데 그걸 왜 거절해? 넌 그냥 주면 주는 대로 받아. 어차피 그건 그 사람들이 너에게 갚아야 할 빚이야. 그러니까 부담 같은 건 전혀 가질 필요 없어.”잠시 고민하던 서유정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알겠어요.”서유정이 증여 계약서 사인하자 계약서를 정리한 전인수가 몸을 일으켰다.“유정 씨, 공증을 받으려면 시간이 좀 걸릴 거라 나중에 등기 권리증과 함께 보내드릴게요.”“네. 고생하셨어요.”“제가 해야 할 일인데요, 뭐.”“아, 그리고 궁금한 게 있는데... 태륜빌딩은 지금 전부 임대가 나간 상태인가요?”전인수가 고개를 가로저었다.“그건 저도 알아봐야 할 것 같아요. 임대 상황은 제가 알아보고 나중에 문자로 보내드려도 될까요?”“네. 부탁드려요.”“더 궁금한 게 없으시면 저는 이만 가볼게요.”전인수를 배웅한 서유정이 몸을 일으켜 정원으로 향했다.정원의 정자에 앉아 오은화와 파티의 식사 메뉴를 의논하던 이혜숙이 서유정을 발견하고는 손을 흔들었다.“유정아, 얼른 와서 추가하거나 지울 메뉴가 있는지 확인해 봐.”이혜숙 곁으로 다가간 서유정이 메뉴 리스트를 건네받았다.“할머니, 저는 다 괜찮은 것 같아요. 그리고 여기 있는 메뉴 전부 제가 좋아하는 거잖아요.”“그래. 네가 괜찮다고 하면 셰프에게 이대로 준비하라고 일러둘게. 그리고 파티 당일에는 헤어 디자이너와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와서 머리와 메이크업을 봐줄 거야. 그날은 꼭 일찍 일어나야 해.”“네, 알겠어요.”시간은 빠르게 흘러 벌써 일요일 아침이 되었다. 아침 7시가 되자 서유정이 침대에서 일어났다.세수하고 방을 나서자 거실 소파에는 이미 남자 한 명과 여자 한 명이 앉아 있었다.오은화가 서유정에게 소개했다.“아가씨, 이분은 피터예요. 오늘 아가씨의 헤어를 책임지실 헤어 디자이너세요. 그리고 여긴 조윤 씨, 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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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3화

아침 식사를 마친 서민형이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주희정에게 말했다.“난 회사 다녀올게. 점심엔 화원에 가야 하니까 당신과 민아 데리러 올 거야.”“전 안 가요.”주희정이 원수라도 보듯 불만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그러자 서민형 역시 표정을 굳히며 말했다.“주희정, 꼭 창피를 당해야 그만둘 거야?”“어차피 유정이도 그랬잖아요. 이미 우리와 연을 끊었으니까 전 유정이를 신경 쓸 자격이 없다고요. 자격도 없는 엄마가 거기에 가서 뭐 해요?”“여보, 나 오늘 중요한 미팅이 있어. 지금 당신 투정 받아줄 시간 없다고.”주희정이 냉담한 표정을 지었다.“전 안 갈 거니까 당신은 가든 말든 마음대로 해요.”서민형이 어두운 얼굴로 고개를 숙인 채 조용히 아침을 먹고 있는 서민아에게로 시선을 돌렸다.“민아야, 엄마 설득 좀 해 봐. 아빠가 점심에 데리러 올게.”말을 마친 서민형이 자리에서 일어나 집을 나섰다.식탁 앞에는 주희정과 서민아 두 사람만이 남겨졌다. 탁, 젓가락을 던진 주희정이 서민아를 쳐다보았다.“민아야, 네 아빠는 신경 쓰지 마. 아침 먹고 우리는 쇼핑이나 하러 가. 엄마가 파티 때 입을 옷 좀 사줄게.”젓가락을 쥔 서민아의 손에 점점 힘이 실렸다. 말이 없던 서민아가 잠시 후에야 고개를 들고 주희정을 쳐다보았다.“엄마, 제 환영 파티는 안 할래요.”“왜?”의아한 표정을 짓던 주희정이 속상한 기색이 가득한 서민아의 얼굴을 보고는 곧바로 미간을 찌푸렸다.“서유정 때문에?”서민아가 고개를 가로저었다.“엄마, 언니와는 상관없어요. 오해하지 마세요. 그냥 제가 하고 싶지 않아서 그래요. 파티를 연다고 해도 화원이 아니면 어차피 사람들은 할머니가 저를 손녀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수군댈 거잖아요.”“저 때문에 할머니를 다른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게 하고 싶지 않아요.”“네가 왜 그런 걱정을 해. 어차피 어머님은 유정이밖에 모르시는데.”“아무리 그래도 할머니잖아요. 그리고 할머니가 언니를 편애하시는 게 당연하죠. 언니는 친손녀고, 전 입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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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4화

서민형이 걸음을 옮겨 주희정의 맞은편에 앉았다. 두 사람은 말이 없었다.십여 분 후, 계단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서민아가 빨간색 튜브톱 트임 드레스를 입고 내려왔다. 화려한 루비 목걸이, 긴 웨이브 머리, 정교한 메이크업. 그야말로 활짝 핀 붉은 장미처럼 매혹적이었다.수많은 사람 틈에서도 한눈에 서민아를 찾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그 모습을 본 주희정이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주희정이 자리에서 일어나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역시 우리 딸, 예쁘네.”서민아가 빠르게 계단을 내려와 웃는 얼굴로 주희정 앞으로 다가가 애교 부렸다.“엄마 안목이 좋은 거죠. 엄마가 골라주신 드레스 무척 마음에 들어요.”“네가 마음에 든다니 됐어. 잘 어울리네.”그 모습을 지켜보던 서민형이 미간을 찌푸렸다.“오늘은 어머니가 유정이를 환영하기 위해 연 파티야. 민아가 이렇게 입으면 너무 눈에 띄지 않겠어?”서민아가 표정을 굳히며 일부러 속상한 척 말했다.“아빠, 죄송해요. 전 그럴 생각은 아니었어요... 다른 옷으로 갈아입을게요...”방으로 올라가기 위해 몸을 돌리자 주희정이 재빨리 서민아의 손을 잡았다.“민아야, 갈아입을 필요 없어. 이거 입고 가.”“하지만 아빠가...”“네 아빠는 신경 쓰지 마.”말하며 주희정이 차가운 눈빛으로 서민형을 쳐다보았다.“걱정하지 마세요. 어머님도 유정이에게 이것보다 더 화려한 드레스를 준비해 줬을 테니까. 그리고 민아가 있다고 주목을 받지 못한다면 그것도 걔 문제인 거죠.”그 말에 서민형은 욱, 화가 치밀었다. 하지만 파티가 곧 시작되는 이 타이밍에 주희정과 실랑이를 벌여 좋을 것이 없었다. 서민형은 어쩔 수 없이 화를 꾹 눌러야 했다.“가자.”차가운 한마디를 던진 서민형이 몸을 돌려 집을 나섰다.세 사람이 화원에 도착했을 땐 입구에는 이미 많은 고급 외제차가 주차되어 있었다.차에서 내려 정원으로 걸어가자 인공산과 물줄기 그리고 정자와 누각이 풍경이 되어 펼쳐졌다. 서민아의 눈빛이 탐욕으로 반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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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5화

서민아를 아끼는 주희정의 모습을 본 손님들의 태도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사모님께서 양딸을 정말 아끼시는 것 같아요. 조금 전 얘기를 나눌 때도 계속 민아 씨 자랑만 하시더라고요. 유정 씨에 관해서는 한마디도 안 하시는 걸 보니 친딸은 정말 마음에 안 드시나 보네요.”“마음에 안 드는 것도 당연한 거겠죠. 시골에서 올라온 촌뜨기가 직접 키운 양딸과 비교나 되겠어요? 그쪽이라면 누굴 더 좋아하겠어요?”“서유정 씨도 서씨 가문으로 돌아온 후 서민아를 쫓아내려고 소란을 많이 피웠다고 들었어요. 그러니 아무리 가족이라고 해도 쪼잔하게 구는 모습이 싫었겠죠.”에어 테크의 협력 업체 대표와 얘기를 나누며 주변에서 들려오는 서유정을 비하하는 말을 듣고 있던 양주원이 미간을 찌푸렸다. 하지만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오늘 이 파티에 초대된 사람들은 전부 연화시의 유명 인사였다. 말을 잘못 꺼내 괜한 미움이라도 샀다가는 회사에 불필요한 손실을 안길 수 있었다.양주원이 그 말들을 못 들은 척 넘어가려던 그때,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팩트가 아닌 주워들은 얘기라면 사람 우습게 만드는 그런 말은 하지 말죠. 지금 하시는 짓, 아무 루머나 퍼뜨리는 한심한 인간들과 다를 게 없어 보이거든요.”그 말에 주위가 순식간에 조용해지며 목소리의 주인공에게로 시선이 쏠렸다.말을 꺼낸 사람이 박수환이라는 것을 확인한 양주원의 눈이 커다래졌다. 한낱 의사에 불과한 박수환이 어떻게 이런 파티에 초대된 걸까?양주원의 시선을 느낀 박수환이 고개를 돌려 그를 쳐다보았다.“양 대표님, 안녕하세요. 여기서 만날 줄은 몰랐네요.”와인잔을 들고 있던 양주원의 손에 힘이 실렸다. 그가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그건 제가 할 말 같은데요. 박수환 씨가 뭔데 여기에 계실 수 있는 거죠?”뭔데라는 두 글자에 박수환을 보는 주변 사람의 눈빛이 미묘하게 변해갔다.박수환에게 창피를 당한 여자가 박수환이 얼굴을 보고 잠시 멍한 표정을 짓더니 곧 피식, 냉소를 흘렸다.“별것도 아닌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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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6화

여자의 진지한 척하는 모습을 보며 도우미는 망설이는 기색을 드러냈다.“먼저 여사님께 여쭤봐야 할 것 같은데요...”만약 이혜숙이 초대한 손님인데 이런 식으로 내쫓으면 나무랄 게 분명했다.말을 다 마치기도 전에 여자가 차갑게 말을 끊었다.“파티가 곧 시작되는데 우리보고 여기서 여사님께 여쭤보길 기다리면서 시간을 낭비하라는 건가요? 양 대표님 아시죠? 이분이 증언해 줄 거예요. 이 사람은 평범한 의사일 뿐이에요. 오늘 온 사람들은 모두 연화 유명 인사들인데 여사님께서 평범한 의사를 파티에 초대할 것 같나요?”도우미가 양주원을 돌아보았다. “양 대표님, 정말 평범한 의사일 뿐인가요?”양주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양주원이 그 여자의 말에 동의하자 도우미는 어두워진 표정으로 다시 한번 박수환을 돌아보았다.“초대장이 없으면 자리를 떠나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그 말을 듣고 여자는 비웃었다.“빨리 꺼져요. 곧 경비원이 오면 좋게 말로 끝나진 않을 테니까.”“공짜로 먹고 마시려는 게 아니라 저 얼굴로 파티에 온 재벌가 아가씨를 꾀려는 걸지도 몰라. 그럼 수십 년은 덜 고생할 테니까.”“요즘 남자들은 참 얼굴 조금 반반하다고 바로 쉬운 길이나 찾고 있으니, 한심하네.”주변 사람들이 박수환을 바라보는 시선은 경멸과 멸시로 가득 차 있었고 이미 그가 일부러 섞여 들어와 얼굴로 재벌가 아가씨를 꾀려는 것이라고 단정 짓고 있었다.박수환의 표정은 평온했고 주변 사람들의 말에 전혀 부끄러워하거나 난처해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그가 움직이지 않자 여자의 얼굴이 어둡게 일그러졌다.“정말 이렇게 뻔뻔한 사람은 처음 봐요. 이 사람 쫓아내려면 경비를 불러야 할 것 같네요.”말이 끝나자마자 옆에서 차가운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내가 초대한 손님을 내쫓다니, 아가씨 권력이 참 대단한가 봐요. 모르는 사람이 보면 화원의 주인인 줄 알겠어요.”사람들이 고개를 돌리자 키가 큰 여자가 걸어오는 모습이 보였다.그녀는 흰색 튜브톱 드레스를 입고 가는 허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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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7화

상대의 말투에 담긴 비아냥과 조롱을 알아차린 주변 사람들의 눈빛에는 모두 남의 불행을 즐기는 기색이 스쳤다.그들은 서유정이 열여섯 살 때 서씨 가문이 그녀를 시골에서 연화로 데려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들의 눈에 서유정은 시골 사람이었고 서씨 가문의 친딸이 아니었다면 그들과 함께 있을 자격조차 없는 존재였다.서유정이 여자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전에는 몰랐어도 이제라도 알았으니 됐어요. 방금 무례했던 행동에 대해 내 친구에게 사과해요.”여자의 눈에는 믿을 수 없다는 빛이 스쳤다.“나보고 사과하라고요? 지금 장난해요?”내로라하는 사람들 앞에서 한낱 의사에게 사과하면 앞으로 얼굴을 어떻게 들고 다니겠나.서유정은 여자를 바라보며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나는 그쪽을 잘 알지도 못하고 모르는 사람과 농담하는 취미도 없어요.”서유정이 이렇듯 박수환을 감싸는 모습에 양주원은 참지 못하고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서유정, 박수환 씨가 먼저 도시연 씨를 욕해서 화가 난 도시연 씨가 도우미에게 내쫓으라고 한 거야. 왜 사건의 전말을 알지도 못하면서 다짜고짜 도시연 씨에게 사과하라고 해?”서유정이 웃으며 말했다.“그럼 말해봐. 박수환 씨가 왜 저 여자를 욕했는지. 서로 모르는 사이인데 박수환 씨가 들어오자마자 아무나 붙잡고 욕할 리가 있겠어?”그 말을 들은 도시연과 그녀 옆에 있던 일행은 다소 마음에 찔렸다. 조금 전까지 그들은 서유정의 뒷담화를 하고 있었다.서유정이 이 일을 알게 되어 소란을 피우면 그들에게 이득이 될 게 없었다.그 생각에 몇몇은 빨리 사과하고 넘어가라는 듯 도시연에게 눈짓을 보냈고 도시연은 입술을 깨물며 서유정을 바라보다가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서유정 씨, 이번 일은 내가 먼저 잘못한 게 맞으니까 사과할게요.”말을 마친 그녀가 박수환을 돌아보았다.“박수환 씨, 아까는 실례했어요. 서유정 씨 친구인 줄 모르고 그런 거니까 내가 무례했던 걸 용서해 줘요.”박수환은 무표정하게 말했다.“서유정 씨 험담을 했으니 서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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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8화

“유정아, 나도 널 위해 그러는 거야. 너는 오늘 밤 파티의 주인공인데 손님들의 작은 실수 하나하나 집요하게 따지면 너를 너무 속 좁은 사람으로 볼 수 있잖아.”서유정은 우습기만 했다. 양주원은 결국 너그러움을 강요하며 그녀를 억압하고 있었다.‘본인만 좋은 사람이지.’“나는 단지 도시연 씨가 말한 소문이 뭔지 알고 싶었을 뿐인데 그게 잘못이야?”양주원의 얼굴이 어두워지며 그는 서유정이 큰 그림을 생각하지 못한다고 여겼다.서씨 가문에 돌아오자마자 이렇게 오만하게 굴면 서씨 가문 사람들과 이혜숙을 불쾌하게 만들어 다시 한번 서씨 가문 사람들에게 미움을 받을 것이다.“유정아, 나는 단지...”말을 다 마치기도 전에 양주원의 표정이 확 변했다.두 사람이 이야기하는 사이 박수환은 이미 서유정 곁으로 다가가 자기 양복을 벗어 그녀에게 입혀주었다.주변 사람들은 모두 깜짝 놀라며 서로 눈빛을 주고받는 얼굴엔 흥미로움이 가득했다.서유정이 그토록 박수환을 감싸고 박수환이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그녀에게 옷을 입혀주는 걸 봐선 둘이 이미 사귀고 있는 게 아닐까 싶었다.현장에 있던 일부 사람들은 서유정이 과거 양주원 때문에 서씨 가문과 등 돌렸던 걸 알기에 무의식적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양주원은 박수환과 서유정을 노려보며 온몸으로 뿜어내는 차가운 기운이 사람을 얼어붙게 할 지경이었다.서유정은 양주원의 이상한 점을 눈치채지 못하고 오히려 박수환을 돌아보며 말했다. “안 추워요.”말이 끝나자마자 갑자기 어깨가 휑한 느낌이 들었다.의아해하며 돌아보니 양주원이 어두운 얼굴로 박수환의 양복을 들고 있는 것이 보여 서유정은 인상을 찌푸렸다.“양주원, 양복 내놔.”서유정이 양주원에게 손을 내밀었지만 상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은 채 박수환을 노려보며 한 마디 한 마디 또박또박 말했다.“박수환 씨, 남의 여자를 탐내는 게 얼마나 추한 짓인지 몰라요? 내연남이라도 되고 싶은 거예요?”박수환이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하려던 찰나 옆에 있던 서유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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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9화

서형석이 일찍 세상을 떠난 뒤 이혜숙은 젊었을 때 홀로 서씨 가문을 지켰다. 그녀가 아니었다면 서경 그룹은 이미 서씨 가문의 다른 식구들이 갉아 먹어 사라졌을 것이다. 그래서 주희정도 시어머니에게 마음속으로 어느 정도 경외심을 품고 있었다.곧 파티에서 해야 할 일을 생각하니 주희정은 마음에 찔려 고개를 들지 못했다.그녀가 입을 다물자 이혜숙은 오은화를 바라보며 말했다.“파티 홀까지 날 데려다줘.”파티 홀에 도착했을 때 북적이는 모습을 보며 이혜숙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오늘이 지나면 누구도 서유정을 우습게 보지 못할 것이다.그녀가 이 파티를 연 목적은 첫째로 서유정이 서씨 가문에 정식으로 돌아왔음을 모두에게 알리기 위함이었고, 둘째로 서유정의 미래를 위한 길을 닦아주기 위함이었다.이혜숙이 문에 들어서자마자 모든 이의 시선이 그녀에게 집중되었다.서민형과 주희정이 그녀 뒤를 따르며 함께 무대에 올랐다.이혜숙은 마이크를 잡고 목을 가다듬으며 말했다.“모두 파티에 참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파티는 제 손녀 서유정을 위해 마련한 자리입니다. 예전에 애 엄마가 병원에서 출산할 때 간호사가 아이를 착각했지만 다행히 하늘이 자비를 베풀어 다시 서씨 가문으로 돌아왔습니다. 앞으로 유정이가 평안하고 순조롭게 남은 생을 보내길 바라며 다시 한번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말을 마친 그녀는 마이크를 서민형에게 건넸고 서민형은 몇 마디 형식적인 말을 한 뒤 마이크를 주희정에게 넘겼다.주희정은 깊게 숨을 들이쉬고 감정을 가다듬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여러분, 제 딸의 파티에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서유정이 서씨 가문으로 돌아온 것 외에도 오늘 또 한 가지 기쁜 소식이 있습니다. 바로 저의 또 다른 딸 서민아가 해외 유학을 마치고 돌아왔다는 것입니다.”이혜숙의 표정이 변하며 옆에 있는 서민형을 차갑게 쳐다봤다.이혜숙의 불쾌한 시선을 마주한 서민형은 불안한 마음에 손을 뻗어 주희정이 쥐고 있는 마이크를 빼앗으려 했다.그런데 주희정은 미리 준비한 듯 곧바로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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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0화

무대 위에서 이혜숙의 표정은 단순히 어둡다고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다리가 부러지지 않았다면 지금 당장 일어나서 주희정의 뺨이라도 때렸을 거다.그녀는 고개를 돌려 오은화를 바라보며 말했다. “가서 마이크 가져와.”“네, 여사님.”오은화가 주희정 옆으로 걸어갔다.“사모님, 마이크 저한테 주세요.”이혜숙이 무엇을 하려는지 눈치챈 주희정은 무의식적으로 마이크를 등 뒤로 숨기려 했지만 움직이기 전에 오은화에게 손목이 잡혔다.“아파!”평소 안락한 생활에 익숙한 주희정은 이런 대우를 받아본 적이 없어 본능적으로 손을 놓아버렸다.오은화는 그 틈을 타 마이크를 빼앗고 주희정의 손을 놓은 뒤 이혜숙 쪽으로 걸어갔다.주희정이 마이크를 다시 빼앗으려 했지만 서민형이 막아섰다.“여보, 뭐 하는 거예요? 비켜요!”서민형이 차갑게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이렇게 창피를 당하고도 모자라? 이런 말을 할 줄 알았으면 같이 올라오지도 않았어!”주희정은 차갑게 웃었다. 서민형이 서유정만 차별하면서 서민아와 서유정이 함께 파티를 열도록 이혜숙과 상의하지 않았기에 그녀가 이렇게까지 한 것이었다.‘전부 당신들이 강요한 거야!’두 사람이 서로 실랑이를 벌이고 있을 때 이혜숙은 이미 마이크를 손에 쥐었다.“죄송합니다. 방금 며느리가 한 말을 들으니 저도 여러분께 제대로 말씀드려야겠습니다. 제 마음속 서씨 가문 아가씨는 오직 한 명입니다. 서민아는 며느리가 20년 넘게 키운 자식이라 모녀의 정을 쉽게 버리기 어렵다는 것도 이해합니다. 며느리가 양딸을 계속 키우고 싶다면 막지 않겠지만 제 손에 있는 지분은 오직 서씨 가문 사람에게만 물려줄 것입니다. 오늘 이 파티는 제 손녀 서유정을 위해 마련한 것이며 주인공은 오직 서유정 한 명뿐입니다!”이혜숙의 말이 끝나자마자 현장은 고요해졌다.조금 전 서민아에게 아부하던 사람들은 순식간에 흩어져 그녀와 거리를 두었다.서민아가 서 있는 곳 반경 4, 5미터 이내는 텅 비어 있었고 그녀는 온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은 듯 홀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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