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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내 결혼의 불청객: Chapter 181 - Chapter 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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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1화

서유정은 걸음을 멈추고 주희정을 돌아보며 말했다.“주 여사님, 안녕하세요. 저를 저녁 식사에 초대하셨잖아요? 배고프네요. 밥이나 먹죠.”주희정은 숨을 깊게 들이쉬더니 화를 참으며 말했다.“뭐가 그렇게 급해? 누가 보면 굶기는 줄 알겠네.”서유정은 듣는 척도 하지 않고 곧장 식탁으로 걸어가 앉았다. 한눈에 봐도 십여 가지의 모양과 맛 모두 뛰어난 요리들이 식탁 위에 화려하게 차려져 있었다.하지만 단 하나도 서유정이 좋아하는 요리는 없었다.주희정이 화가 나서 이를 갈며 서유정을 꾸짖으려던 참에 옆에 있던 서민아가 살짝 그녀를 건드리며 양주원이 아직 있다는 듯 눈치를 주었다.주희정은 간신히 마음속의 분노를 누르고 웃는 얼굴로 양주원을 바라보며 말했다.“양 대표, 유정이도 왔는데 같이 식사하자고.”바로 그때 서민형도 들어와서 주희정의 말을 듣고는 곧바로 맞장구를 쳤다.“양 대표, 가지.”주희정과 서민형이 자신을 살갑게 대하자 양주원은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좋아요.”5년 전 서씨 가문에 처음 왔을 때 문턱을 넘자마자 주희정이 보였던 그 경멸 어린 표정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그를 모욕하기 위해 주희정은 일부러 도우미에게 신발 커버를 가져오게 하고는 오만한 어투로 거실 바닥을 방금 닦았는데 더럽히면 도우미가 다시 닦아야 한다고 말했다.서민형은 그를 처음 본 순간 다른 꿍꿍이가 있어 일부러 서유정과 만나는 것이며 서씨 가문의 돈을 노리고 서씨 가문을 발판 삼아 출세하려는 것이라 말했다.당시 그는 가난한 청년이라 주희정과 서민형이 우습게 보고 마음대로 모욕할 수 있었지만, 이젠 에어 테크 대표가 되니 그들은 잘 보이기 위해 아부하고 있었다.양주원과 서민형이 나란히 식당으로 걸어가고 주희정과 서민아가 뒤를 따랐다.식당에 도착하자 주희정은 서유정이 상석에 앉아 있는 것을 보고 표정이 확 변했다.“서유정, 누가 너한테 거기 앉으라고 했어! 일어나서 양 대표 앉으라고 해.”“난 이 자리가 좋아요.”“양 대표는 손님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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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2화

양주원은 웃음을 띠고 있었지만 마음을 바꿀 생각은 없었다.“다른 사람이 차를 운전하는 게 익숙하지 않아서요.”“그럼 오늘 밤은 여기서 지내. 별장에 빈방이 많아.”양주원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내일 아침 중요한 회의가 있어요. 술은 다음에 와서 같이 마시죠.”양주원이 조금도 체면을 생각해 주지 않자 서민형은 간신히 웃는 얼굴을 유지했다.“그래, 다음에 올 때는 거절하지 마.”“네.”서민형이 서유정을 바라보며 말했다. “혼자만 먹지 말고 양 대표한테도 좀 집어줘.”“이 사람은 손이 없어요?”그 말에 식당 안이 조용해졌다.서민형은 서유정이 몇 마디만 더 하면 고혈압으로 쓰러질 것 같았다.분명 과거 서유정이 서씨 가문에 있을 때는 항상 조심스럽게 행동하며 그들에게 잘 보이기 바빴고 큰 소리로 말한 적도 없으며 대놓고 그들에게 면박을 주는 일도 없었다.그런데 이번에 돌아온 뒤로는 가시 돋친 고슴도치처럼 성가시게 굴었다.“양 대표는 손님이잖아.”“손님인 것과 손이 있고 없는 게 무슨 상관이죠?”“...”양주원이 아직 있는 것을 생각해 서민형은 간신히 감정을 가라앉히고 양주원을 바라보며 말했다.“양 대표 입맛에 맞는 음식으로 준비했으니 한번 먹어봐.”양주원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성의 감사합니다.”그는 테이블 위의 요리를 훑어보고 서유정이 좋아할 만한 요리가 하나도 없다는 걸 발견했다. 그중 서너 가지는 서유정이 평소에 손도 대지 않을 음식이라 무심코 눈썹을 찌푸렸다.‘서씨 가문에선 서유정을 아예 배려하지 않는구나.’“서 대표님, 저녁을 저 혼자 먹는 것도 아닌데 저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 입맛에 맞는 음식도 준비해야죠.”서민형이 웃으며 말했다.“물론이지. 양 대표는 우리와 입맛이 아주 비슷해. 마파두부나 소고기볶음은 우리도 다 좋아하는 거야.”“여러분이 좋아한다고 해서 모두가 좋아하는 건 아니잖아요.”양주원의 말에 담긴 뜻을 알아챈 서민형이 서유정을 바라보며 말했다.“너 예전엔 매운 거 꽤 좋아하지 않았어?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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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3화

서유정이 들어온 순간부터 주희정은 줄곧 화를 참아왔는데 서유정이 분수도 모르고 점점 더 그들의 체면을 깎아내릴 줄은 몰랐다.더 이상 참으면 피를 토하며 쓰러질 것 같았다.서유정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주 여사님 말씀이 맞아요. 일부러 불편해지라고 이러는 거예요. 여러분들이 먼저 저를 불편하게 했잖아요. 억지로 이 식사 자리에 불러들이고.”주희정은 서유정을 한순간도 더 보고 싶지 않았다. 이렇게 혐오스러운 사람이 자기 친딸이라는 생각에 더욱 짜증이 났다.일어나서 떠나려던 찰나 옆에 있던 서민형이 차갑게 그녀를 흘겨보았다.“앉아. 손님이 아직 있는데 자리를 뜨는 건 무슨 경우야?”주희정은 가만히 선 채로 몇 초가 지나서야 간신히 분노를 누르고 다시 자리에 앉았다.서유정이 대충 밥을 두어 숟가락 떠먹고 일어나려는데 서민형이 말을 꺼냈다.“서유정, 오늘은 너와 양 대표 사이의 결혼 문제를 상의하려고 부른 거야.”서유정은 일어나려다 멈칫하며 고개를 들어 서민형을 바라보았다.“내가 언제 이 사람과 결혼하겠다고 했어요?”“8년이나 만났는데 양 대표가 아니면 누구랑 결혼해?”“누구든 상관없지만 이 사람과는 절대 안 해요.”서민형은 서유정이 홧김에 하는 말이라고 생각해 개의치 않았다.서유정이 양주원과 헤어진 이유는 그도 양주원에게서 들은 바 있었다.그저 양주원이 밖에서 다른 여자를 만난 것뿐이고 딱히 별일도 아니었다.이 바닥 남자들 대부분이 밖에 다른 여자를 두는 건 흔한 일이니까.집안에 들이지만 않으면 그저 모르는 척 눈 감고 넘어가는 게 당연했다.“결혼은 애초에 부모의 뜻에 따르는 거야. 예전엔 너희가 아직 어리고 양 대표 사업도 안정되지 않아서 반대했지만, 지금은 창업에 성공했으니 결혼을 추진할 때도 됐지.”서유정은 웃음이 났다.‘결국엔 그때 양주원이 아무것도 없는 가난뱅이라 반대했다는 소리잖아.’양주원이 양씨 가문의 사생아가 아니라 어느 가문의 후계자였다면 당일로 요란법석을 떨며 결혼시키려고 난리였을 것이다.“그렇게 양주원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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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4화

서유정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네가 앞으로 내 앞에 나타나지 않는다면 나도 다시는 그런 말 안 할게.”서유정의 냉담한 표정을 보며 양주원의 미간이 찌푸려졌다.“유정아, 나랑 신나경 일로 화가 났다는 거 알아. 나도 이제 그 여자랑은 깔끔하게 정리했고 앞으로 다시는 안 만날 거야. 아무리 화가 났어도 이젠 풀릴 때가 됐잖아.”서유정은 다소 짜증이 났다. 그들은 이미 헤어졌고 양주원이 신나경과 어떻게 지내든 그녀와는 아무 상관 없는 일이라고 여러 번 강조했다. 그런데 왜 양주원은 들으려 하지 않는 걸까.“멋대로 생각해.”“이번엔 정말 정신 차렸어. 그러니까 너도 그만 좀 해, 응?”이미 서유정의 바람대로 신나경과 헤어졌는데 대체 언제까지 이럴 생각인 걸까.서유정이 외면하며 말했다.“네가 정신을 차리든 말든 나랑 상관없어. 신나경이 아니라 누구를 만나든 마음대로 해. 참, 한 가지 물어볼 게 있어. 박수환 씨가 병원에서 해고당한 거, 네가 한 짓이야?”양주원이 비웃으며 말했다. “그새 너한테 고자질했어?”고작 하찮은 의사 따위 연화에서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었다.단순히 병원에서 해고한 것만으로 충분히 봐준 것이었다.박수환이 계속 서유정에게 매달린다면 그냥 해고하는 거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역시 너였구나. 양주원, 예전에는 왜 네가 이렇게 비열하고 파렴치한 사람인지 몰랐을까?”박수환과 갈등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그의 직장을 잃게 했다.만약 둘이 조금 더 세게 다퉜으면 상대에게 더 심한 짓을 하진 않았을까.서유정의 깎아내리는 말에 양주원의 표정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내가 비열하다고? 다른 남자 때문에 나한테 뭐라고 하는 거야?”서유정을 뚫어지게 노려보는 양주원의 눈에서 불꽃이 튕기는 듯했다.“내 말이 틀렸어? 조금 다퉜다고 직장을 잃게 했잖아. 양씨 가문 사람들이 너와 어머님 어떻게 괴롭혔는지 잊었어? 지금 네가 양씨 가문 사람들과 다른 게 뭐야!”“나를 양씨 가문 사람과 비교해?”양주원의 눈에는 믿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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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5화

양주원에게 남은 기대가 있었기에 그를 미워하고 원망했지만 이젠 조금의 기대마저 사라지자 정말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호수처럼 쥐 죽은 듯 고요한 서유정의 눈동자를 보자 양주원의 마음속에 혼란이 밀려왔다.마치 무엇인가 그의 눈앞에서 서서히 사라져 가는데도 그저 바라볼 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한때 서유정이 그를 바라보던 눈빛은 항상 애정이 가득했고 지금처럼 차갑지 않았다.가슴 한가운데에서 밀려오는 격렬한 통증에 제대로 서 있을 수가 없었다.이대로 정말 서유정을 잃게 될 것 같았다.“유정아...”양주원이 손을 뻗어 그녀의 손을 잡으려 하자 서유정은 눈살을 찌푸리며 두 걸음 뒤로 물러났다.그의 손끝이 옷자락을 스치며 본능적으로 잡으려 했지만 실패했다.“양주원, 좋게 끝내자. 나한테 더 매달리지도 말고 서로 괴롭히지도 말고.”서유정이 떠난 후 양주원은 한참 동안 몸이 얼어붙을 때까지 제자리에 서 있다가 비로소 발걸음을 옮겼다.그랜드 코트로 돌아온 서유정은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뒤 망설이다 박수환 집 문 앞에 다가가 손을 들어 문을 두드렸다.어쨌든 그녀 때문에 양주원과 갈등이 생겼고 그가 직장을 잃은 데에는 자신도 책임이 있는 것 같아 사과할 생각이었다.곧 문 안쪽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서유정은 숨을 깊게 들이쉬고 상대가 문을 열자마자 고개를 숙여 사과할 준비를 했다.그러나 문이 열리는 동시에 그대로 시선이 한 곳에 멈춰버렸다.박수환은 이제 막 샤워를 마친 듯 허리에 수건 하나만 두르고 있었는데 짧은 머리카락에는 아직 물방울이 맺혀 있었다.물방울이 가슴을 타고 천천히 아래로 흘러내려 복근을 지나더니 마지막으로 타월 속으로 사라졌다.상대가 서유정임을 알아본 순간 박수환의 눈에 놀라움이 스쳤다.“왜 유정 씨가... 미안해요. 배달인 줄 알고... 잠시만요.”박수환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눈앞에서 문이 요란하게 닫혔다.서유정의 머릿속에는 남자의 뚜렷한 이목구비, 섹시한 목젖, 단단한 복근이 떠올랐다...‘평소엔 꽤 마른 체형인 줄 알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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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6화

서유정의 눈빛에 담긴 미안함을 보고 박수환이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말했다.“괜찮아요. 일 문제는 내가 알아서 해결할 수 있어요.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병원으로 복귀할 것 같아요.”서유정이 아랫입술을 깨물었다.“내가 알아보고 일자리가 생기면 알려줄게요. 가고 싶으면 가고 싫으면 안 가도 돼요.”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죄책감만 더욱 커질 것 같았다.박수환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그래요. 하지만 내 일 때문에 유정 씨 일상이나 일에 영향을 끼치는 건 싫어요. 정말 내가 알아서 해결할 수 있어요.”“네, 알겠어요. 할 얘기는 끝났으니까... 이만 가볼게요.시간도 늦었으니 박수환은 더 이상 붙잡지 않고 그녀를 문 앞까지 배웅했다.“잘 자요.”서유정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잘 자요.”집에 돌아온 서유정은 샤워하고 바로 잠자리에 들었다.아마도 박수환이 타월 하나만 두르고 있는 모습을 본 게 너무 충격적이었는지 밤에 꿈까지 꿨다. 그것도 박수환에 관한 에로틱한 꿈이었다.아침에 완전히 잠에서 깬 서유정은 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극도의 수치심을 느꼈다. ‘앞으로 어떻게 박수환 씨 얼굴을 보지?’문제는 갑자기 이런 꿈을 꿨다는 것이다.‘요즘 욕구불만인가?’고개를 흔들며 머릿속의 이상한 장면들을 떨쳐낸 서유정은 일어나 씻고 간단히 아침을 먹은 뒤 신발을 갈아 신고 외출 준비를 했다.오늘은 사무실을 청소하고 사무용품도 좀 사러 가야 했다.문을 열자마자 맞은편 문도 열렸다.문 열리는 소리를 듣자마자 서유정은 제일 먼저 문부터 닫았다.어젯밤 박수환과 관련된 야릇한 꿈을 꿨는데 지금 그를 마주하면 분명 어색할 것 같았다.맞은편에서 문 닫히는 소리가 들린 뒤 서유정은 몇 분 더 기다렸다가 박수환이 이미 밑으로 내려갔을 거라 생각하며 밖으로 나왔다.엘리베이터로 향하는 복도 모퉁이에 다다랐을 때 박수환이 훤칠한 키를 자랑하며 엘리베이터 앞에 서 있는 것이 보였다.발소리를 듣고 박수환이 고개를 돌리는 순간 서유정이 발을 움츠리는 모습이 딱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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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7화

정신을 차린 서유정은 고개를 들어 박수환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니요... 왜 그런 생각을...”“오늘 뭔가 나를 피하는 것 같아서 내가 뭘 잘못한 건 아닌지 생각했어요.”“아니에요... 그냥 어젯밤에 잠을 잘 자지 못해서... 수환 씨와는 상관없어요.”“잠을 잘 자지 못해요?”“아니요. 그냥 가끔 그렇고 보통은 잘 자요.”박수환은 고개를 끄덕인 뒤 더 이상 말을 꺼내지 않았다.곧 엘리베이터가 지하 1층에 도착했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서유정이 박수환을 바라보며 말했다. “오늘 좀 바빠서 먼저 갈게요. 다음에 봐요.”“네.”서유정은 발걸음을 다그치며 자리를 떠난 뒤 차에 올라타서야 비로소 한숨을 내쉬었다.조금 전 둘이 함께 있을 때 그녀의 머릿속은 온통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생각들로 가득했다. ‘도대체 언제부터 이렇게 음란해진 걸까.’심호흡하며 마음을 가다듬은 뒤 차분함을 되찾은 서유정은 차에 시동을 걸고 출발했다.하루 종일 서유정은 밖에서 가구를 사느라 발붙일 틈도 없이 바빴고 점심도 대충 때우고는 계속해서 사무용품을 사러 돌아다녔다.저녁 무렵 서유정은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돌아왔다.소파에 앉는 순간 온몸을 그대로 파묻고 싶을 정도로 편안했다.개인 로펌을 등록하기 전에는 이렇게까지 힘들 줄 몰랐다.오늘만 해도 돌아다니면서 각종 사무용품을 사느라 더 이상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지쳤다. 역시 예전에 단순히 남을 위해 일할 때가 편했던 것 같다.소파에 잠시 멍하니 있던 서유정은 기운이 좀 회복된 것 같아 일어나서 저녁으로 간단히 라면을 끓여 먹으려 했다.이제 막 냉장고를 열어 계란을 꺼내자마자 초인종이 울렸고 인터폰으로 박수환임을 확인한 서유정이 문을 열었다.“발코니에서 거실 불이 켜진 걸 보고 돌아왔을 거라 생각했어요. 나도 오늘 마침 할 일이 없어서 새 요리를 몇 가지 배워봤는데 시간 나면 맛 좀 봐줄 수 있어요?”그날 박수환이 만들었던 몇 가지 요리의 맛을 떠올리며 서유정은 1초도 고민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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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8화

박수환은 고개를 숙여 식탁 위의 요리를 한 번 훑어보며 말했다.“지난번에 식사할 때 매운 음식 두 가지는 별로 안 먹는 것 같아서 담백한 음식을 좋아할 거라고 짐작했죠.”서유정은 박수환이 이렇듯 세심하게 관찰할 줄은 몰랐다.“네, 어릴 때 계성에서 자라서 매운 걸 전혀 안 먹었어요. 그래서 입맛이 담백한 편이에요.”“그럼 앞으로 내가 요리할 때는 담백한 것만 할게요.”“괜찮아요. 수환 씨 입맛대로 준비하면 돼요. 이젠 매운 음식도 먹어요.”박수환이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식사를 마친 서유정은 일어나 박수환과 함께 그릇을 치웠다.“괜찮아요. 내가 할게요.”“같이 치워요. 안 그러면 내가 너무 미안해요.”이사 온 지 며칠 안 됐는데 벌써 박수환 집에서 두 끼나 먹었으니 뭔가 도와주지 않으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정말 괜찮아요.”박수환이 서유정의 손에서 그릇을 가져가려 하자 서유정이 휙 손길을 피했다.“그냥 그릇 두 개와 접시밖에 없어요. 나랑 다툴 시간에 벌써 다 치웠겠네요.”“알겠어요. 다음부터는 그냥 나한테 맡겨요.”“네.”수저까지 정리한 서유정은 거실에 잠시 앉아 있다가 돌아갔다.집에 돌아와 소파에 눕자마자 서유정은 송지민의 전화를 받았다.“유정아, 최근 연화시 병원에 채용 공고가 있는지 좀 봐달라고 했잖아. 방금 제3병원에서 공개한 채용 공고를 봤는데 너한테 문자로 보냈으니까 시간이 날 때 확인해 봐.”그 말에 서유정의 눈동자에 기쁨이 스치며 서둘러 말했다.“알았어, 지금 바로 볼게. 지민아, 고마워!”채용 공고 페이지를 열어 본 서유정은 박수환에게 곧장 전달했다.[수환 씨, 내 친구가 방금 제3병원 채용 공고를 찾았어요. 여기 사이트에 들어가 보고 관심 있으면 면접하러 갈래요?]메시지를 보낸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박수환이 답장을 보냈다.[알겠어요. 한번 볼게요. 수고했어요. 요즘 로펌 등록하느라 바쁜데 내 일에 너무 신경 쓰지 마요. 나는 일자리를 급하게 찾을 필요도 없고 마침 한동안 푹 쉴 생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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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9화

조민재는 눈살을 찌푸리며 입구에 있는 웨이터를 향해 손짓했다.“룸 안의 술병들을 치우고 청소도 해줘. 얘는 여기 얼마나 있었어?”웨이터는 술병을 재빨리 치우며 조민재의 질문에 대답했다.“양 대표님 어젯밤에 오셨습니다.”“그럼 어젯밤부터 지금까지 계속 마셨다는 거야?”“아... 아마도요...”조민재의 얼굴이 일그러졌다.“왜 일찍 알려주지 않았어? 사람이 이 지경으로 술을 마실 때까지 그냥 내버려뒀어? 만약 무슨 일 생기면 너희 클럽에서 책임질 수는 있고?”웨이터는 겁에 질려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하고 고개를 숙인 채 엉망인 룸을 치우기만 했다.조민재는 잠시 생각하다가 여전히 불안한 마음에 양주원을 병원으로 데려갔다.검사를 마친 후 의사는 양주원이 경미한 알코올 중독일 뿐이라며 해독제를 처방하고 떠났다.진단 결과를 들은 조민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혹시나 양주원이 술을 먹고 무슨 문제가 생겼을까 봐 정말 걱정했다.약을 투여한 지 1시간 정도 지나자 병상에 누워 있던 사람이 몸을 꿈틀거리며 마침내 깨어났다.양주원은 머리가 깨질 듯 아팠다. 천천히 일어나 앉아서 눈을 뜨자 침대 옆에 앉아 있는 조민재가 보여 멈칫했다.“네가 왜 여기 있어?”조민재의 얼굴은 차갑게 굳어 있었다.“그건 너 스스로한테 물어봐야지. 왜 여기에 있는지.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그렇게 마신 거야? 의사 말로는 경미한 알코올 중독이래.”무엇인가 떠올랐는지 양주원의 표정이 어두워졌다.“별일 아니야. 병원에 데려다줘서 고마워.”“별일 아닌 표정이 아니잖아. 회사에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거야? 예전에 회사 상장을 준비 중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 그게 아직 안 된 거야? 그 일 때문이야?”양주원은 고개를 숙이고 쓴웃음을 지으며 들릴 듯 말 듯 한 목소리로 말했다. “차라리 회사 일 때문이었으면 좋겠어.”회사에 문제가 생기면 적어도 해결할 방법을 찾을 수 있었다. 설령 파산해도 다시 기회를 잡아서 시작하면 되었다.하지만 서유정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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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0화

조민재는 휴대폰을 꺼내 정시훈에게 전화를 걸었다.“시훈아, 주원이가 서유정 때문에 술에 만취해 버렸어. 이미 오래전에 서유정에 대한 마음이 식었다고 했잖아.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주원이가 이렇게까지 무너지는 모습은 본 적이 없어.”“앞으로 걔와 서유정 사이 일은 나한테 말하지 마. 관심 없어.”조민재가 눈살을 찌푸렸다.“왜 그렇게 매정해? 주원이는 우리 친구야. 서유정 때문에 술을 마셔서 알코올 중독에 걸렸는데 너는 전혀...”정시훈이 짜증스럽게 말을 끊었다.“걔가 술 마시다 죽어도 나랑은 아무 상관 없어. 나도 일해야 하니까 끊는다.”조민재에게 말할 틈도 주지 않고 정시훈은 바로 전화를 끊었다.지난 3년간 양주원에게 수없이 충고했지만 상대가 전혀 귀담아듣지 않아 이젠 그도 포기했다.어차피 양주원은 서유정과 어울리지 않으니까.조민재는 휴대폰을 집어넣고 다시 연락하는 대신 양주원을 재빨리 따라갔다.양주원을 집까지 데려다준 뒤에야 조민재는 자리를 떠났고 집에 돌아와서 잠시 생각하다가 결국 서유정에게 전화를 걸었다.신호음이 몇 번 울리고 상대가 바로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시죠?”“서유정, 나야. 조민재.”전화기 너머 상대가 잠시 침묵하더니 몇 초가 지나서야 서유정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하지만 분명 전보다 훨씬 차가워져 있었다. “조민재 씨가 무슨 일로 나한테 전화했죠?”“서유정, 주원이랑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걔가 어젯밤부터 지금까지 계속 술을 마셨어. 의사는 알코올 중독이라고 하던데 가서 좀 말리면 안 될까?”양주원의 꼴을 보니 조민재는 그가 계속해서 술에 취해 살 것 같았다.“조민재 씨, 나랑 양주원은 이미 헤어졌고 그 사람이 어떻게 되든 나랑 아무 상관 없어요.”조민재는 눈살을 찌푸렸다. “예전에 만났던 정을 생각해서라도...”“조민재 씨.”서유정이 말을 끊으며 한 마디 한 마디 또박또박 말했다.“양주원과 만나는 동안 난 최선을 다해서 미안한 게 전혀 없어요. 이젠 헤어졌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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