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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내 결혼의 불청객: Chapter 151 - Chapter 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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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1화

메시지를 보내고 잠시 후, 서유정은 곧 박수환의 답장을 받았다.[저 지금 집 아니에요. 레스토랑 앞에서 만나면 될 것 같아요.]서유정이 알겠다는 이모티콘과 함께 다시 메시지를 보냈다.[전 바로 레스토랑으로 출발할게요. 6시쯤이면 도착할 거예요.]레스토랑 앞에 도착한 서유정은 마침 박수환과 마주쳤고 두 사람은 함께 안으로 들어갔다.이때, 레스토랑의 길 너머에는 차 한 대가 세워져 있었다.양주원은 눈을 감고 있었고 조수석에는 정지석이 앉아 있었다. 창밖을 내다보던 정지석이 갑자기 쯧, 혀를 찼다.그 소리에 눈을 뜬 양주원이 말했다.“왜 그래?”“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방금 유정 씨를 본 것 같아서요. 잘못 본 거겠죠.”요즘 들어 양주원은 일에만 몰두한 채 서유정의 일에도 더는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양주원이 무슨 생각인지 알 수 없었던 정지석은 감히 양주원 앞에서 서유정의 얘기를 꺼낼 수도 없었다.하지만 양주원이 신나경을 해고한 건 정지석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처음엔 회사에서 소란을 피우던 신나경은 양주원에게 경고를 받은 것인지 다시는 회사로 찾아온 적이 없었다.정지석의 말에 미간을 찌푸린 양주원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어디서 봤는데?”잠시 머뭇거리던 정지석이 길 맞은편의 레스토랑을 가리켰다.“저 레스토랑으로 들어갔어요. 하지만 제가 본 건 뒷모습뿐이라 착각한 걸 수도 있어요.”사실 정지석은 서유정의 얼굴을 똑똑히 봤었다. 다만 웃으며 남자와 레스토랑으로 들어가는 서유정의 모습에 정지석은 차마 사실대로 양주원에게 얘기할 수 없었다.게다가 지금은 양주원이 서유정에게 어떤 마음인지도 알 수 없었다.이때, 뒷좌석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놀란 얼굴로 고개를 돌린 정지석은 차에서 내려 레스토랑으로 걸어가는 양주원의 뒷모습을 볼 수 있었다.멍한 표정을 짓던 정지석이 황급히 차에서 내려 양주원을 따라갔다.한편, 레스토랑으로 들어간 박수환과 서유정은 종업원이 건넨 메뉴판을 보고 있었다.“저희 가게는 애피타이저로 프렌치 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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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화

단호하게 선을 긋는 서유정의 태도에 실망감이 양주원을 감쌌다. 잠깐의 침묵 후, 양주원이 겨우 입꼬리를 올려 미소 지었다.“유정아, 서씨 가문에서 널 위해 파티를 준비한다고 들었어.”서유정이 서씨 가문으로 돌아가면 양주원은 기회를 봐서 서유정과의 결혼을 허락받은 후 그녀를 달래줄 생각이었다.양주원이 조금만 애를 쓰면 서유정은 결국 전처럼 마음이 약해질 것이라고 양주원은 생각했다.서유정은 그런 양주원의 모습에 조금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그게 너와 무슨 상관인데?”미간을 찌푸린 양주원이 서유정의 말에 대답하려던 그때, 주머니에 있던 휴대폰 벨소리가 울렸다.상대방이 무슨 얘기를 한 것인지 통화를 하던 양주원의 표정이 어두워졌다.“알겠어. 곧 갈게.”전화를 끊은 양주원이 서유정을 보며 말했다.“유정아, 회사에 갑자기 일이 생겨서 가봐야 할 것 같아. 우린 나중에 다시 만나.”양주원의 말은 그저 헛소리일 뿐이라고 여긴 서유정은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자신을 무시하는 서유정의 모습에 또다시 실망한 양주원은 말없이 몸을 돌려 레스토랑을 벗어났다.처음부터 끝까지, 양주원은 박수환에게는 시선조차 주지 않았다.양주원에게 박수환은 그저 라이벌이 될 자격도 없는, 의사 나부랭이에 불과한 사람이었다.서유정이 고개를 숙이고 휴대폰을 확인하는 박수환을 쳐다보았다. 메시지에 답장하는 것 같아 말없이 기다리던 서유정이 박수환이 휴대폰을 내려놓자 그제야 입을 열었다.“수환 씨, 조금 전엔 죄송해요. 전 남자친구가 갑자기 나타날 줄은 몰랐어요. 괜히 저 인간 때문에 기분 상하지 않으셨으면 해요.”고개를 들어 서유정을 보는 박수환의 눈은 다정하기만 했다.“기분 상하긴요. 전 전혀 신경 안 써요.”만약 박수환과 메시지를 주고받은 사람이 지금 이 말을 듣고 있다면 솔직하지 못한 그의 모습에 비웃음을 흘렸을지도 몰랐다. 정말 신경 쓰지 않는다면 양주원을 쫓아내려고 에어 테크에 문제점을 제기하라고 문자를 하지도 않았을 테니 말이다.차로 돌아간 양주원은 무표정한 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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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3화

멈칫하던 서유정은 박수환이 무슨 얘기를 하는 건지 뒤늦게 깨닫고는 웃으며 대답했다.“오늘부터 일주일 정도는 바쁠 것 같아요. 그 밥은 제가 그랜드 코트로 이사하고 나서 먹어요.”“그래요. 그럼 운전 조심해요.”박수환과 인사를 나눈 서유정이 차에 탔다.집으로 돌아와 막 거실에 발을 들인 서유정은 소파에 앉아 있는 이혜숙을 보고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할머니, 왜 아직도 안 주무셨어요?”서유정을 본 이혜숙이 소파 옆자리를 툭툭 두드렸다.“유정아, 여기 와서 앉아. 할 얘기가 있어.”“무슨 일인데요?”이혜숙 곁에 앉은 서유정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일요일 파티 말이야. 네가 어떤 걸 좋아할지 몰라서 일단 아줌마에게 네가 좋아하는 스타일로 준비하라고 해뒀어.”서유정이 고개를 가로저었다.“할머니께서 원하시는 대로 하면 돼요. 전 특별히 좋아하는 건 없어요.”그 말에 이혜숙의 얼굴은 실망한 표정이 역력했다.“유정아, 오늘 저택에서 네 엄마가 민아에게도 똑같은 질문을 했어. 민아는 뭐라고 대답했는지 알아?”서유정이 미간을 찌푸렸다.“할머니, 전 걔가 뭐라고 대답했는지 궁금하지 않아요.”만약 이혜숙이 고집하지 않았다면 서유정은 영원히 본가로 돌아오지 못했을 것이다.“신경 쓰고 싶지 않은 거 알아. 유정이 네가 연을 끊고 싶을 정도로 엄마, 아빠에게 실망 많이 했다는 것도 알아. 하지만 원래 네 거였던 것들은 전부 네가 되찾아야 해. 안 그러면 전부 남의 것이 되고 말 테니까.”“하지만 전 그런 거엔 관심 없어요. 서민아에게서 뺏고 싶지도 않고요.”이혜숙이 답답하다는 듯 서유정을 쳐다보았다.“관심이 없어? 네가 애초부터 서씨 가문의 딸로 자랐다면 그런 무너져가는 월세방에서 지냈을 일은 없었을 거야. 양주원에게 그런 대접을 받았을 리는 더더욱 없었겠지. 만약 너마저도 네가 당연히 누려야 하는 모든 걸 쟁취하려 하지 않는다면 남들도 널 도와주지는 않을 거야.”“그리고 너 지금 변호사 사무실 하고 있잖아. 집안의 힘을 빌리면 사무실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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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4화

다음 날 아침. 잠에서 깨 세수를 한 서유정이 거실로 내려왔다. 서민아와 주희정이 소파에 앉아 이혜숙과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본가를 떠난 후, 서유정은 한 번도 서민아와 마주친 적이 없었다.몇 년 사이 서민아는 전보다 많이 성숙해진 모습이었다. 샤넨 슈트를 입고 단정한 메이크업을 한 서민아의 얼굴엔 보기 좋은 미소가 걸려 있었다. 그녀에게서 우아한 아름다움이 느껴졌다.서유정의 시선을 느낀 서민아가 고개를 돌렸다.“언니, 일어났어요? 안 그래도 할머니께서 아줌마에게 언니를 깨우라고 하실 참이었어요.”서민아가 미소를 띤 채 친근하게 말했다. 줄곧 연락이라도 하면서 지낸 것 같은 다정한 말투였다.차가운 눈빛으로 서민아를 보던 서유정이 아무런 대답 없이 이혜숙에게로 시선을 돌렸다.“할머니, 저 일이 있어서 아침은 못 먹을 것 같아요.”고개를 끄덕인 이혜숙이 대답하려던 그때, 주희정이 언짢은 듯 입을 열었다.“서유정. 민아가 인사하는 거 못 들었어? 사람이 말을 했으면 대답을 하는게 기본 예의야. 넌 그런 예의도 없어?”그 말에 옆에 있던 서민아가 얼른 말했다.“엄마, 저는 괜찮아요. 언니가 금방 잠에서 깨서 제 말을 못 들어서 그런 걸 거예요. 언니한테 뭐라고 하지 마세요.”주희정이 흥, 콧방귀 뀌었다.“귀가 먹지 않고서야 못 들었을 리가 없지.”“주희정!”이혜숙의 표정이 어두워졌다.“아침부터 시끄럽게 무슨 소란이야? 계속 그런 소리할 거면 당장 나가.”주희정이 입을 삐죽였다.“그렇게 유정이 편만 드시다가 쟤가 밖에서 사고라도 치면 그땐 얼마나 후회하시려고 그러세요.”집을 나서려던 서유정이 주희정의 말에 고개를 돌렸다.“다른 사람의 말에 대답하는 건 기본적인 예의가 맞긴 하죠. 하지만 그것도 상대방이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인지 봐야 하는 거 아닐까요?”주희정이 파랗게 질린 표정으로 대답했다.“난 네 엄마야. 민아는 네 동생이고. 네가 어떻게 감히 그런 소리를 해?”서유정이 실소를 터뜨렸다. 상대하고 싶지도 않은 인간이 굳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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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화

“주 여사님이 저를 건드리지만 않으시면 저는 불만이나 의견 같은 건 전혀 없어요.”냉소 짓는 주희정의 얼굴에는 혐오와 짜증이 가득했다.“날 향한 불만이야 사흘 밤낮으로 얘기해도 부족하겠지. 그리고 조금 전 민아 얘기, 하나도 틀린 거 없어. 애초에 이 집을 나간 건 네 선택이었어. 그러니까 우리가 너에게 죄라도 지은 것처럼 굴지 마.”주희정의 두 눈을 응시하던 서유정은 이 상황이 그저 가소롭게 느껴졌다.몇 년 전의 그때와 다를 것 없이 똑같은 모습이었다. 주희정은 그때처럼 여전히 이유도 묻지 않은 채 그저 서유정에게 죄부터 덮어씌웠다.“주 여사님, 저는 이 집을 떠난 걸 단 한 번도 후회한 적 없어요. 그리고 아무도 원망한 적 없고요. 그러니까 함부로 제 생각을 추측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네요.”그들과의 인연을 끊기로 마음을 먹은 이유 중에 양주원이 있는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또 다른 이유는 서유정이 그들에게 철저히 실망했기 때문이었다.“그래. 네가 언제까지 그렇게 큰소리칠 수 있을지, 내가 지켜볼게.”더는 주희정과 말싸움을 이어가고 싶지 않았던 서유정이 고개를 돌려 이혜숙을 향해 말했다.“할머니, 저 다녀올게요.”주희정과 서민아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은 서유정이 몸을 돌려 집을 나섰다.분노로 얼굴이 하얗게 질린 주희정이 서유정의 뒷모습을 빤히 응시했다. 그녀의 눈빛은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서민아가 얼른 주희정을 달래며 말했다.“엄마, 화내지 마세요. 언니도 화가 나서 하는 얘기일 거예요. 진심으로 받아들이시면 안 돼요.”“그래서 더 화가 나는 거야! 쟤가 다시 집에 돌아오고 나서 우리가 먹여주고 재워주고 했는데도 쟤는 여전히 저렇게 말을 안 들어. 배은망덕한 계집애.”그 말에 옆에 있던 이혜숙이 차가운 말투로 입을 열었다.“민아를 키울 때도 먹여주고 재워주기만 하고 다른 건 아무것도 신경 안 써줬어?”반박하려 이혜숙에게로 시선을 돌린 주희정은 뼈가 에일 것 같은 차가운 두 눈을 마주하고는 머리가 창백해졌다.입을 뻐금거리던 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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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화

이혜숙이 몸을 일으키자 주희정이 그녀를 더 설득하기 위해 얼른 이혜숙의 뒤를 따랐다. 하지만 오은화가 주희정의 앞을 가로막았다.“여사님, 돌아가시죠. 사모님께서 이젠 쉬셔야해서요.”오은화가 이혜숙의 곁에서 일한 지 3, 40년이 넘어갔다. 이혜숙도 그런 오은화의 조언은 진지하게 고민하는 편이라 오은화에게 밉보이는 건 주희정에게는 아무런 득이 되지 않았다.주희정이 고개를 돌려 서민아에게 말했다.“민아야, 가자.”고개를 끄덕인 서민아가 주희정과 함께 본가를 나섰다.차에 오른 주희정이 분통을 터뜨렸다.“화원이 대체 뭐가 그렇게 대단해서 매번 올 때마다 이렇게 허리를 굽혀야 하는 거야. 정말 지긋지긋해.”두 눈을 반짝이던 서민아가 시선을 내리며 말했다.“엄마, 죄송해요. 저 아니었으면 오늘 본가에서 할머니 눈치를 보지 않으셔도 됐을 텐데.”죄책감과 슬픔이 가득한 서민아의 표정을 본 주희정은 찌르르 마음이 아팠다.자신이 서씨 가문의 친딸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서민아는 줄곧 조심스러운 나날을 보냈다. 활발하던 전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민아야, 네 탓이 아니야. 전부 할머니가 잘못하신 거야. 어머님이 너무 유정이만 편애하시니까.”서민아가 고개를 가로저었다.“아무래도 언니가 할머니 친손녀니까요. 언니를 더 아끼시는 것도 당연한 거죠.”“나에겐 민아 네가 내 친딸이야. 서유정은 그저 날 창피하게 할 뿐이라고.”매년 해외에서 전액 장학금을 받으며 수석으로 졸업한 서민아를 생각하면 주희정은 그저 뿌듯할 뿐이었다.직접 키운 딸이 서유정보다 몇 배는 나았다.‘보는 눈이 없는 어머님이나 서유정을 아끼시는 거지.’“사실 언니도 똑똑하잖아요. 변호사가 됐다고 들었어요.”주희정이 혐오 담긴 눈빛을 반짝였다.“이혼 소송밖에 할 줄 아는 게 더 있어? 그것 때문에 난 고스톱 치러 갈 때마다 웃음거리가 되고 있어. 됐어. 기분 나쁘니까 이제 걔 얘기는 그만해.”서민아가 나긋하게 대답했다.“네.”한편, 부동산 직원과 함께 사무실을 보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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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화

부동산 직원의 문자를 본 서유정이 믿기 어려운 사실에 눈을 커다랗게 떴다.[하루 사이에 전부 나갔다고요?]만약 둘 중 하나가 나갔다면 아무런 의심 없이 부동산 직원의 말을 믿었을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두 곳이 모두 계약되었다는 건 누가 봐도 이상한 일이었다.또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부동산 직원이 답장했다.[네. 전부 나갔어요. 그리고 요즘 저희 쪽에는 새로 나온 사무실이 없어요. 다른 곳에서 알아보셔야 할 것 같아요.]어제보다 확실히 차가워진 태도에 서유정이 미간을 찌푸렸다. 어쩐지 이상한 낌새가 있었지만 뭐가 문제라고 콕 집어 얘기하긴 어려웠다.사무실을 구할 다른 부동산은 얼마든지 있었다. 여기가 안 된다면 다른 부동산을 알아보면 그만이었다. 서유정이 부동산 직원에게 10만 원을 송금한 후 문자를 보냈다.[그동안 같이 사무실 보러 다니시느라 수고하셨어요. 이건 제 마음이에요. 부담 가지지 말고 받아주시면 좋겠어요.]부동산 직원이 이번엔 곧바로 답장했다.[이러지 않으셔도 돼요, 유정 씨. 하지만 혹시 요즘 누구한테 밉보인 적 있으세요?]서유정이 막 문자를 확인한 순간, 상대방이 문자 전송을 취소했다.시선을 내린 서유정이 문자를 작성했다.[받으세요. 요즘 날도 추웠는데 고생하셨어요.]잠시 후, 부동산이 직원이 고맙다는 말과 함께 문자 하나를 더 보냈다.[방금 제가 전송 취소했던 문자 보셨어요?][네, 봤어요. 고마워요.]두 사람의 대화창을 삭제한 서유정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 몰래 자신의 변호사 사무실 오픈을 방해할 만한 사람을 하나하나 되짚어 보던 서유정은 유력한 범인으로 주희정과 양주원을 의심했다.주희정은 서유정이 서민아의 자리를 뺏을까 걱정하는 사람이었고 양주원은 그저 단순히 서유정이 잘되는 꼴은 못 보는 사람이었다. 뒤에서 몰래 이런 짓을 꾸민 것은 두 사람 중 한 명일 가능성이 높았다.잠시 생각하던 서유정이 휴대폰을 내려놓고 방을 나섰다.서유정이 거실 소파에 앉아 요즘 한창 인기인 사극을 보는 이혜숙의 곁으로 다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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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8화

이혜숙이 서유정의 등을 토닥이며 다정하게 말했다.“다 큰 애가 애교는.”“아무리 커도 전 영원히 할머니 손녀잖아요. 할머니 앞에선 언제까지나 애죠.”“그건 그러네.”화기애애한 분위기의 이혜숙과 서유정을 보던 오은화가 눈물을 훔쳤다.서유정이 본가로 돌아온 후 이혜숙은 평소보다 웃는 날이 더 많아졌다.이혜숙이 얼마나 서유정을 예뻐하는지 알 수 있었다.같은 시각.에어 테크 대표 사무실.서류를 손에 든 정지석이 노크하고 사무실로 들어섰다.“대표님, 요즘 유정 씨가 부동산을 알아보고 있다고 해요. 사무실을 찾고 있는 것 같은데...”사인하던 손을 멈칫한 양주원이 고개를 들어 정지석을 쳐다보았다.“같은데?”“알아보니까 신나경 씨가 대표님 이름으로 유정 씨가 알아본 부동산 매니저를 찾아갔더라고요.”그 말에 양주원의 눈빛이 순식간에 차가워졌다.“지금 당장 신나경에게 연락해서 사무실로 오라고 해.”한 시간이 채 되지 않아 신나경이 도착했다.한눈에 봐도 한껏 꾸민 모습이었다.양주원이 제일 좋아하던 민낯 메이크업을 하고 양주원이 좋아하던 노란색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주원 씨, 갑자기 오라고 한 게 혹시 내가 보고...”양주원이 차갑게 신나경의 말을 잘랐다.“내 이름으로 서유정이 알아보던 부동산 매니저를 찾아갔었다고?”신나경의 얼굴에 걸렸던 미소가 순간 얼어붙었다. 무의식적으로 귓가의 머리카락을 만지던 신나경이 말했다.“주원 씨... 난...”“헛소리는 듣고 싶지 않아. 난 네가 그 매니저를 찾아가 무슨 얘기를 한 건지, 그게 궁금한데.”얼굴이 창백해진 신나경은 입술을 꼭 깨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인내심이 바닥 난 양주원이 말했다.“말하고 싶지 않으면 안 해도 돼. 지금 당장 그 매니저에게 전화해서 물어보면 되니까.”휴대폰을 꺼내는 양주원의 모습에 신나경이 잔뜩 당황한 얼굴로 황급히 양주원을 불렀다.“주원 씨... 안 돼. 내가 다 말할게. 난... 난 그저 유정 씨에게 사무실을 임대해 주지 말라고 한 게 전부야.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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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9화

저도 모르게 부르르 몸을 떤 신나경이 공포가 섞인 눈빛으로 양주원을 쳐다보았다.“알겠어, 주원 씨.”신나경이 손으로 배를 어루만졌다. 지금은 임신했다는 사실을 밝힐 수 없었다. 만약 양주원이 그 사실을 알게 된다면 아이를 지우라고 할 것이 분명했다.아이를 지울 수 없을 때까지 기다리거나 아이를 낳고 나서 양주원에게 그 사실을 알려야 했다.신나경은 당분간은 조용히 지내는 편이 낫겠다고 판단했다.얼굴이 창백해진 신나경의 모습에 양주원은 저도 모르게 마음이 약해졌다. 그는 한참 만에야 입을 열었다.“그만 가 봐.”고개를 끄덕인 신나경이 눈시울을 붉히며 사무실을 나섰다.신나경의 발걸음이 사무실 문 앞에 다다랐을 때, 뒤에서 양주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새 직장을 알아보고 있는 거면 소개해 줄 수 있어. 하지만 잊지는 마. 우리 사이는 이미 끝났어.”신나경의 몸이 뻣뻣하게 얼어붙었다.“괜찮아. 나도 취직 정도는 혼자 할 수 있어. 주원 씨 동정은 필요 없어.”신나경이 문을 열고 걸음을 옮기자 사무실은 곧 다시 조용해졌다.왜인지 이유를 알 수 없는 짜증이 치밀었다. 그 짜증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서류를 책상에 던진 양주원이 미간을 꾹 누르며 정지석을 불렀다.“유정이에게 줄 선물 준비됐어?”정지석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준비해 뒀어요. 확인해 보시겠어요?”“아니. 모레 파티 갈 때 주면 돼.”“네. 또 필요한 게 있으세요?”“아니. 나가 봐.”정지석이 사무실을 나서자 휴대폰을 꺼낸 양주원이 서유정과의 대화창을 열었다.서유정은 이미 양주원을 차단했고 두 사람의 대화창의 마지막에는 서유정이 받지 못한 문자가 덩그러니 떠 있었다. 전송 실패 표시가 유난히 눈을 찔렀다.서유정이 다시 서씨 가문으로 돌아가면 양주원은 곧바로 서민형을 찾아가 두 사람의 약혼에 관해 의논할 생각이었다.포기하지만 않는다면 서유정은 반드시 그를 용서할 것이라고 양주원은 생각했다.‘아마도... 그러겠지?’매번 싸울 때마다 서유정은 양주원이 먼저 사과하기만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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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0화

주희정과 서민형이 여러 번 설득했지만 서문호는 끝내 서경 그룹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서민형은 그런 서문호의 고집에 화가 났지만 억지로 납치해 올 수는 없는 노릇이라 체념할 수밖에 없었다.“문호에게는 내가 다른 거로 보상을 해줄 거야. 그 건물을 유정이 명의로 해주든 아니면 나와 인연을 끊든, 알아서 해.”이혜숙은 서민형이 대답할 기회조차도 주지 않고 뚝 전화를 끊었다.휴대폰을 내려놓고 한참 생각에 잠겼던 서민형은 결국 이혜숙의 결정에 따르기로 결심했다.이혜숙의 손에 여전히 서경 그룹 대부분의 지분이 있는 탓이었다. 또 다른 이유로는 나중에 서경 그룹이 에어 테크과 협력하려면 지금 서유정에게 조금이라도 잘해주어야 했다. 그래야 서유정이 서경 그룹을 위해 양주원과 계약 조건을 논의할 수 있었다.하지만 좋은 부지인 성신동의 건물을 서유정에게 넘겨야 한다는 게 서민형은 마음이 아팠다.서민형이 변호사에게 부동산 명의이전 관련 서류를 준비해 오라고 얘기했다.2 시간 후, 부동산 증여 계약서가 작성되었다.사인을 마친 서민형이 계약서를 변호사에게 건네며 말했다.“오후까지 전부 처리해요.”“네, 대표님.”집을 나서던 변호사는 마침 쇼핑을 마치고 돌아오는 주희정과 서민아와 마주쳤다.주희정이 의아한 눈빛으로 전인수를 쳐다보았다.“전 변호사님, 일 때문에 오셨어요?”전인수가 고개를 끄덕였다.“네. 대표님께서 증여 계약을 처리하라고 하셔서요. 사모님, 전 일이 있어서 먼저 가볼게요.”옆에 있던 서민아가 증여 계약이라는 말에 곧바로 신경을 곤두세웠다.주희정에게로 시선을 돌린 서민아가 무심하게 얘기를 꺼냈다.“엄마, 아빠가 왜 갑자기 증여 계약서을 작성하라고 하신 걸까요? 누구한테 뭘 주시려고?”그 말에 주희정이 미간을 찌푸렸다.“내가 물어볼게.”거실로 들어선 주희정이 쇼핑한 물건을 테이블에 내려놓고 빠르게 서재로 걸음을 옮겼다.서민형이 태륜빌딩을 서유정에게 증여하려는 사실을 안 주희정이 버럭 화를 내며 서민형과 서재에서 말다툼을 시작했다.두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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