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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내 결혼의 불청객: Chapter 171 - Chapter 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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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1화

이혜숙은 서경 그룹 지분 41%를 쥐고 있었고 서민형이 가진 지분은 고작 10%에 불과했다. 그녀가 누구를 지지하느냐에 따라 서경 그룹의 대표가 결정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그리고 방금 이혜숙은 자신이 가진 지분을 오직 서씨 가문 사람에게만 물려주겠다고 태도를 분명하게 전했다.그렇다면 그건 곧 온전히 서유정의 몫이 된다는 소리였다.서유정이 막 무대에서 내려오자 아까 서민아 곁에 모여 있던 사람들이 모두 서유정 주위로 다가왔다.“서유정 씨, 오늘 밤 정말 아름다우시네요. 혹시 오프닝 댄스를 함께 출 기회가 있을까요?”“춤 실력이 엉망이지 않았나? 괜히 서유정 씨 발이나 밟지 말라고. 참, 서유정 씨. 전 예전에 춤을 배웠는데 저랑 한 곡 추실래요?”“다들 가서 거울이나 보고 오시죠. 서유정 씨가 당신들을 안중에나 두겠어요? 춤은 무슨, 괜히 서유정 씨 밤에 악몽 꾸게 하지 말라고요.”...서유정이 한 무리의 남자들에게 둘러싸인 것을 본 양주원은 얼굴이 일그러지며 재빨리 걸어갔다.“다들 그 여자한테서 떨어져!”고개를 돌려 양주원임을 확인한 사람들은 그에게 밉보이기 싫어서 자리를 떠났고, 에어 테크를 우습게 여기는 사람들만 제자리에 서 있었다.“양 대표님, 제 기억이 맞다면 서유정 씨와 이미 헤어진 걸로 아는데요? 무슨 자격으로 저희한테 떨어지라고 하는 거죠?”양주원은 상대방의 말을 무시하고 시선을 서유정에게 고정한 채 말했다.“이리 와.”그가 서유정이 다른 남자와 어울리는 걸 제일 싫어했기에 예전엔 얼굴을 찌푸리기만 해도 서유정이 곧바로 양주원의 곁으로 돌아와 달래주곤 했다.이번에도 마찬가지일 거라 생각했다. 서유정이 적어도 사람들 앞에서 그를 난처하게 하진 않을 것이라고.하지만 양주원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서유정은 그를 무시한 채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는 박수환 쪽으로 걸어갔다.“박수환 씨, 오프닝 댄스를 함께 추고 싶은데 괜찮으시겠어요?”박수환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영광입니다.”서유정이 그의 손에 자기 손을 얹고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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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2화

양주원이 차갑게 박수환을 바라보며 말했다. “지금 날 가르치는 겁니까?”“양 대표님, 오해하신 것 같습니다. 방금 제가 한 말은 가르치는 게 아니라 경고입니다.”“경고?”양주원은 비웃으며 말했다.“고작 의사 따위가 무슨 자격으로 나한테 경고하는 겁니까? 내 전화 한 통이면 그쪽은 연화에 발도 못 붙일 텐데.”박수환은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저를 상대하겠다는 말씀인가요?”“상대한다는 말도 과분하죠.”양주원의 눈에 박수환은 바닥을 기어다니는 개미와 다를 바 없었고 그를 짓밟는 건 개미를 짓밟는 것만큼이나 쉬운 일이었다.“그럼 양 대표님 마음대로 하세요. 저도 궁금하네요. 양 대표님께서 저를 연화에서 쫓아낼 정도로 큰 힘을 가졌는지.”양주원이 피식 웃었다.“오늘 밤 당신이 한 말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겁니다.”“기대하겠습니다.”두 사람의 시선이 공중에서 부딪혔다. 하나는 뼈를 얼어붙게 할 만큼 차갑고 다른 하나는 담담하고 태연했다.그들 사이에는 마치 특별한 자기장이 존재하는 듯 주변 사람들과 동떨어져 보였다.주변은 떠들썩했지만 그들 사이에는 정적만이 흐르고 있었다....서유정이 2층 서재에 막 도착했을 때 안에서 격렬한 다툼 소리가 들려왔다.“어머님, 오늘 이렇게 말씀하시면 다른 집안과 민아 친구들이 어떻게 생각하겠어요? 민아도 어머님이 지켜본 자식인데 어떻게 이렇게 매정하실 수 있어요?”“감히 나한테 따지는 거야? 내가 오늘 파티는 유정이 한 사람을 위한 거라고 이미 말했고 네 부탁도 여러 번 거절했지. 그런데 넌 내 말을 귓등으로 들었잖아. 오늘 서민아가 당한 일은 전부 너 때문에 벌어진 거야.”“그럼 갖고 계신 지분을 민아에게 주지 않겠다는 건 무슨 뜻이에요? 민아도 서씨 가문 사람이에요!”이혜숙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서민아의 가녀린 목소리가 들려왔다.“엄마, 할머니께 뭐라고 하지 마세요. 전 서씨 가문과 혈연관계도 없고 서씨 가문에 남아서 엄마와 할머니 곁에 있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만족해요.”서유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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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3화

“그게 어떻게 똑같아요? 안 돼요. 이 목걸이는 얘한테 줄 수 없어요!”“내 물건을 누구에게 줄지는 내 자유야. 네가 결정할 자격은 없어.”“어머님!” “그만해!”이혜숙이 짜증스럽게 손을 휘저었다.“유정이한테 할 말이 있으니까 너희들은 나가봐.”주희정은 가만히 서서 이혜숙과 더 논쟁하려 했지만 옆에 있던 서민아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엄마, 우리 가요.”“하지만...”이혜숙이 그 목걸이를 서유정에게 준 걸 생각하니 마음속엔 울분이 가득 들어찼다.“가요. 계속 여기 있으면 할머니가 더 화내실 거예요.”서민아는 이혜숙을 바라보며 말했다. “할머니, 저희 먼저 나가볼게요.”서민아가 주희정을 데리고 나가자 서유정은 이혜숙을 바라보며 말했다.“할머니, 이 목걸이는 너무 귀한 물건이라 제가 받을 수 없어요. 도로 넣어두세요.”“비싸긴 뭘. 화원에는 이보다 더 비싼 게 한두 개가 아니야. 주면 그냥 받아.”이혜숙의 고집에 서유정은 어쩔 수 없이 목걸이를 받아들였다.“할머니, 감사합니다.”서유정이 서씨 가문에 돌아왔을 때 이혜숙은 그녀에게 선물을 준비해 준 유일한 사람이었다. 서민형은 이혜숙이 나서지 않았으면 그녀에게 사무실 하나조차 내주지 않았을 테니 결국엔 이혜숙에게 신세를 진 셈이었다.“할머니한테 뭘 그렇게 예의를 차려. 됐어. 더 할 말 없으니까 내려가 봐.”“네, 할머니. 일찍 쉬세요.”서재를 나와 계단 입구에 다다랐을 때 서유정은 주희정에게 붙잡혔다. “할머니가 준 목걸이는 나한테 줘. 내가 보관해 줄게.”이 말을 듣고 서유정은 눈썹을 치켜올렸다.“주 여사님께서는 대체 무슨 자격으로 목걸이를 보관해 주겠다는 거죠?”“당연히 네 엄마로서지. 서씨 가문에 돌아와서도 날 엄마로 인정하지 않는 게 소문나면 네 평판만 망가져.”서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맞는 말씀이에요. 하지만 저는 이미 성인이고 제 물건은 제가 보관할 테니 신경 쓰지 마세요.”“이게!”주희정은 화가 나서 이가 갈렸지만 서유정이 정말로 목걸이를 주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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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4화

양주원은 마음속의 짜증스러운 감정을 억누르고는 서유정을 바라보면서 한 글자 한 글자 분명히 말했다.“서유정, 나는 이미 신나경과 관계를 정리했어. 앞으로 그 여자와 어떤 연락도 하지 않을 거야.”서유정의 반응은 무덤덤했다.“그래. 근데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그녀의 무심한 태도에 양주원의 마음이 무겁게 가라앉았다.“며칠 뒤에 네 부모님께 우리 결혼 이야기를 하러 가는데 그때는...”“잠깐.”서유정이 말을 끊었다.“양주원, 내가 언제 너랑 결혼하겠다고 했어?” “전에 내가 신나경이랑 완전히 정리하기만 하면 용서해 주겠다고 하지 않았어?”이제 신나경과의 관계를 정리했는데 또 무슨 수작인 걸까.모든 인내심을 동원해 서유정을 봐줬다고 생각했다.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불만이 가득하다면 그땐 더 이상 봐주지 않을 것이다.‘심술을 부리는 것도 정도가 있지.’“그땐 어머님께 네가 신나경과 헤어질 수 없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서 한 말이야. 그 말을 할 때 이미 나는 널 사랑하지 않았어.”겨우 한 달 조금 넘게 지났을 뿐인데 한진숙과 나눈 대화를 떠올리자 서유정은 마치 오래전 일처럼 느껴졌다.양주원에 대한 감정도 이제 거의 사라져 버린 듯했다.말하는 서유정의 표정은 매우 평온했다. 마치 남 얘기를 하듯이.양주원은 그 자리에 굳어 버렸다. 거대한 불안이 순식간에 온몸을 휘감아 제대로 서 있을 수 없을 지경이었다.서유정과 함께한 8년 동안 서로의 성격에 대해선 꿰뚫고 있었기에 서유정의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걸 잘 알았다.지금까지는 매번 서유정이 단지 홧김에 일부러 무시하는 척하는 거라고 스스로를 속였다.하지만 지금은... 그녀의 잔잔한 눈빛을 바라보며 더 이상 스스로를 속일 수 없었다.송지민은 양주원이 서유정 앞에 서 있는 모습을 보고 표정이 확 변하며 재빨리 두 사람 쪽으로 걸어갔다.서유정 곁에 다가가자마자 그녀는 서유정을 뒤로 끌어당기며 양주원을 차갑게 바라보았다.“적당히 하지?”양주원은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은 채 혼이 빠진 듯 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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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5화

자기 딸에게 조금 주는 것도 마치 큰 은혜를 베푸는 것처럼 온 세상에 알리려고 했다.“실컷 떠들라고 해. 어차피 지금은 태륜이 내 명의로 넘어왔으니까 그 여자가 아무리 떠들어봐야 내게 별 영향은 없어.”원래는 서민아와 다툴 생각이 없었는데 오늘 밤 주희정이 무대에서 한 말과 조금 전 이혜숙이 준 목걸이를 자신에게 맡기라고 하던 걸 보고 서유정은 마음을 바꿨다.서씨 가문의 재산을 두고 서민아와 다투든 말든 주희정은 서민아만 편애하며 온갖 수단을 동원해 그녀를 억누를 텐데 그럴 바엔 차라리 싸워보는 게 나았다.애초에 전부 서유정의 것이었던 걸 주희정이 빼앗아 서민아에게 주려는 거니까.“맞아. 서씨 가문으로 돌아왔으니 가질 건 가져야지. 절대 서민아 그 불여우한테 네 걸 뺏기지 마.”서유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하지 마. 나도 다 생각이 있어.”서유정에게 나름대로 계획이 있어 보이자 송지민은 더 이상 말을 꺼내지 않았다.“참, 방금 너 가고 양주원과 박수환이 싸우는 것 같더라.”서유정이 송지민을 바라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박수환 씨는 괜찮아?”“괜찮아. 하지만 양주원 성격상 박수환 씨에게 무슨 짓을 할까 봐 걱정돼. 박수환 씨에게 조심하라고 꼭 전해줘.”“그래, 알겠어.”파티가 끝난 후 서유정과 이혜숙은 함께 서씨 가문 본가로 돌아왔다.이혜숙은 나이가 들고 오늘 하루 종일 지친 탓에 본가에 돌아오자마자 곧바로 침실로 들어가 씻고 잠자리에 들었다.서유정은 자신의 방으로 돌아와 이혜숙이 준 목걸이를 보관한 뒤 서둘러 씻으러 가는 대신 휴대폰을 꺼내 박수환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수환 씨, 오늘 밤 양주원이 난처하게 했다면서요? 무슨 짓이라도 했어요?]메시지를 보낸 후 대화창에는 즉시 ‘입력 중’이라는 글이 떴다.한참이 지나서야 박수환의 답장이 왔다.[괜찮으니까 걱정 마요.][네, 만약 무슨 짓 하면 꼭 나한테 말해줘요.][네, 늦었는데 일찍 쉬어요. 잘 자요.][잘 자요.]박수환은 대화창을 나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더니 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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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6화

박수환이 짙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 “원장님, 먼저 저를 해고하시고 투자금을 받은 뒤에 다시 상의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박 선생, 왜 이렇게 적극적이지? 이번 기회에 병원을 떠날 생각인가?”“그런 건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곧 다시 돌아올 겁니다.”...한밤중에 서민아가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목걸이 하나 복제해 줘. 나중에 사진 보내줄게.”전화를 끊은 뒤 서민아는 휴대폰에서 사진을 찾아 해외의 한 이메일 주소로 보냈다.이메일을 성공적으로 전송한 뒤 서민아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일어나 발코니로 걸어갔다.정원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마지막으로 이곳에 섰던 게 벌써 7, 8년 전이었다.이번에는 반드시 서유정을 완전히 짓밟아버릴 것이다.월요일 오전, 전인수가 부동산 서류와 임대 계약서를 들고 찾아왔다.“서유정 씨, 태륜은 이미 서유정 씨 명의로 이전되었고 여기 부동산 서류입니다. 여기 태륜 담당 관리인 매니저 연락처와 임대 계약서가 있는데 만기일 순서대로 표시해 두었습니다.”서유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전 변호사님 수고하셨어요.”“별말씀을요. 참, 제가 확인해 봤는데 태륜 빌딩은 3층부터 8층까지 작업실이 몇 군데 비어 있어요. 직접 가서 보시는 게 어떨까요?”“네, 오후에 가볼게요.”“제가 동행해 드릴까요?”“아니요. 혼자서도 괜찮아요.”“네, 그러면 추후 궁금한 점이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해 주세요.”전인수를 배웅한 서유정은 거실로 돌아와 책상 위의 임대 계약서들을 보며 머리가 아팠다.잠시 생각한 뒤 그녀는 관리인에게 전화를 걸어 그와 재무 담당자를 불렀다.관리인 강휘는 이틀 전 태륜이 서민형에서 그의 딸 명의로 넘어간 사실을 알고 서유정과 만날 기회만 노리고 있었다.“서유정 씨, 안녕하세요. 저는 태륜의 관리인 강휘이고 이쪽은 재무 담당 장윤이라고 합니다.”서유정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안녕하세요. 제가 방금 태륜을 물려받아 여러모로 모르는 게 많아서 여러분의 도움이 필요할 것 같아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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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7화

“그래요.”서유정이 본가 주소를 알려준 후 두 사람은 통화를 마쳤다.최희영은 휴대폰을 내려놓고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지금 서유정이 그랜드 코트에 간다면 분명 맞은편 집이 인테리어 중인 걸 발견할 테니 들통날 게 뻔했다.저녁, 서유정과 이혜숙이 저녁을 먹고 정원에서 산책하던 중 집사가 열쇠를 들고 두 사람 앞으로 걸어왔다.“아가씨, 방금 문 앞에 있던 사람이 이 열쇠를 전해 달라고 했어요.”서유정이 열쇠를 받아서 들며 말했다. “네, 고마워요.”이혜숙이 그녀 손에 든 열쇠를 보며 물었다. “언제쯤 이사 가려고?”“며칠 안으로요.”이혜숙이 한숨을 쉬었다.“할머니랑 겨우 며칠 같이 지냈는데 벌써 이사 가다니, 아이고...”서유정이 그녀 앞에 쪼그려 앉으며 웃었다.“할머니, 제가 이사 가더라도 앞으로 꼭 자주 뵈러 올 거예요. 할머니께서도 평소에 할 일 없으시면 언제든지 제 집으로 놀러 오셔도 돼요.”“집에서 지내는 건 어때? 기사한테 매일 출퇴근할 때 데려다 달라고 하면 되잖아.”“아니에요. 그래도 이사할게요. 가끔 야근하느라 늦을 때도 있어서 회사 근처에 사는 게 더 편해요.”서유정의 단호한 태도에 이혜숙은 설득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고 현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사흘 후, 서유정은 짐을 챙겨서 곧바로 그랜드 코트로 이사했다.방을 청소하고 정리하니 어느새 점심시간이 가까워졌고 서유정은 다시 나가서 장보기 귀찮아 배달 음식을 시켰다.휴대폰을 내려놓고 TV 리모컨을 찾으려던 참에 송지민의 전화가 걸려 왔다.“유정아, 내가 방금 소식 하나를 들었어.”서유정의 정교한 눈썹이 살짝 올라가더니 스피커폰으로 전환한 채 서랍 속에서 리모컨을 계속 찾았다.“무슨 일이야?”“양주원이 박수환 씨가 일하는 병원에 120억을 투자한다고 하더라!”서유정이 순간 멈칫하다가 말했다.“나랑은 상관없는 일 같은데.”“당연히 너랑은 상관이 없지만 박수환 씨와는 상관이 있어.”서유정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무슨 뜻이야?”“양주원은 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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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8화

“들어와서 좀 있다가 갈래요?”“괜찮아요. 오후에 병원에 가야 해서요. 아침에 짐 정리하느라 피곤했을 텐데 푹 쉬어요.”서유정도 예의상 해본 말이라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그럼 다음에 뵐게요.”“다음에 봐요.”문을 닫고 서유정은 손을 뻗어 다육식물을 살짝 건드리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다육식물을 발코니에 놓은 뒤 그녀는 컴퓨터 앞으로 돌아가 일을 계속했다.어느새 오후가 지나갔고 서유정이 정신을 차려보니 밖은 이미 어두워져 있었다.어디선가 풍겨오는 집밥 냄새에 서유정은 꼬르륵거리는 배를 쓰다듬으며 컴퓨터를 닫고 일어섰다.지갑과 휴대폰을 챙긴 서유정은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 먹을 것을 찾으려 했다.문을 막 닫았는데 맞은편 문이 열렸고 안에서 풍겨오는 밥 냄새에 서유정은 무심코 침을 삼켰다.서유정을 본 박수환의 눈에 놀라움이 스쳤다.“외출해요?”“네, 장 보는 걸 깜빡했어요. 나가서 간단히 먹을 생각인데 요리할 줄도 알았어요?”“네, 집에 간장이 없어서 내려가 사려던 참이었어요. 마침 음식을 넉넉하게 했는데 와서 같이 먹지 않을래요?”서유정은 처음엔 거절했다.“너무 신세 지는 것 같은데요?”“그럼 내려가서 간장 한 병 사다 줘요. 오늘 저녁 밥값으로.”“네, 어떤 간장 사 올까요?”“그냥 국간장이면 돼요.”“알겠어요.”“그럼 전 마저 요리하고 있을게요. 건물 맞은편에 마트 있어요.”“그래요.”서유정이 떠난 후 박수환은 문을 닫고 식탁 위의 네 가지 요리와 국을 바라보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10분도 채 지나지 않아 서유정이 돌아와서는 손에 든 봉투를 박수환에게 건네며 말했다. “여기 간장이요.”“고마워요. 음식도 다 됐으니까 같이 밥 먹어요.”“네, 손 씻고 올게요.”서유정은 박수환을 따라 부엌으로 들어갔다. 가지런히 놓인 주방용품과 깨끗이 닦인 냄비를 보며 그녀가 말했다.“부엌이 마치 한 번도 안 쓴 것처럼 깨끗하네요.”박수환은 간장을 양념통 옆에 놓으며 말했다.“요리하면서 치우는 게 습관이라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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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9화

“요리할 줄 알아요?”“네, 근데 요즘은 거의 안 해요.”서유정이 예전에 요리를 배운 건 양주원과 배달 음식을 시킬 돈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양주원은 매일 밤낮없이 창업에 매달리며 자주 밥을 거르곤 했기에 요리를 배워 그가 제때 세 끼를 먹도록 챙겨야 했다.그런데 뜻밖에도 나중에는 오히려 그녀가 배고픔 때문에 위병을 앓게 되었다.서유정의 기분이 가라앉은 걸 눈치챈 박수환이 웃으며 말했다. “우리 앞으로 밥 같이 먹어요.”“같이 밥 먹자고요?”“네. 둘 중 한가한 사람이 요리하고 그 집에서 같이 밥 먹는 거예요. 그러면 배달 음식 먹는 횟수를 줄일 수 있으니까.”그 말을 듣고 서유정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 “흥미로운 생각이네요. 한번 해보죠.”박수환의 표현이 괜스레 웃겨서 서유정의 입가에 자연스레 미소가 번졌고 울적했던 기분도 금세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식사를 마친 서유정은 박수환을 도와 설거지를 하려 했지만 그가 거절했다.“그냥 둬요. 식기세척기 있으니까.”박수환은 손이 빨라 금방 두 사람의 그릇과 접시를 식기세척기에 넣었다.식탁을 정리한 뒤 그는 서유정을 바라보며 말했다. “커피 마실래요, 차 마실래요?”“됐어요. 시간도 늦었는데 이만 가볼게요. 오늘 저녁 고마웠어요.”“네, 그럼 제가 데려다줄게요.”“저 바로 맞은편에 살아요.”박수환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 “그래요.”그 후 며칠 동안 서유정은 대학원 입시에 필요한 자료를 적지 않게 사들였다.금요일 저녁, 서유정이 책을 보고 있는데 서민형이 갑자기 전화를 걸어왔다.서유정은 받고 싶지 않았지만 그가 최근에 건물 한 채를 선물해 준 게 떠올라 잠시 망설이다가 전화를 받았다.“유정아, 내일 저녁에 시간 있니? 집에 와서 같이 저녁이나 먹자.”서민형과 주희정은 서유정과 가까운 사이가 아니라 함께 있으면 서로 불편하기만 했다. 그들이 아무 이유 없이 그녀를 불러 저녁을 먹자고 할 리가 없었다.“무슨 일 있으면 그냥 전화로 말씀하세요.”전화 너머로 잠깐의 침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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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0화

“알았어. 내가 물어보고 나중에 확인되면 연락할게.”“응, 고마워.”전화를 끊은 뒤 서유정은 창밖을 바라보며 서민형이 그녀를 불러 식사하러 오라고 한 목적이 무엇인지 생각했다.곧 차는 서씨 가문 대문 앞에 멈췄다.“아가씨, 도착했습니다.”서유정은 고개를 끄덕이며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렸다.문 앞에 다다르자 서유정은 언뜻 익숙한 차 한 대를 발견했다. 고개를 돌려 보니 역시나 양주원의 차였다. 표정이 확 바뀐 채 서유정이 돌아서서 떠나려는데 몇 걸음도 못 가서 서씨 가문의 도우미들이 달려와 그녀를 막았다.“아가씨, 대표님과 사모님께서 안에서 기다리세요.”서유정의 표정이 차갑게 굳었다. “비켜요!”도우미들은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가씨, 저희를 곤란하게 하지 마세요.”서유정이 비웃으며 말했다. “지금 도대체 누가 누구를 곤란하게 한다는 거죠?”도우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비켜서지도 않은 채 서유정과 서씨 가문 대문 앞에서 팽팽히 맞서고 있었다.한참이 지나자 서유정 뒤에서 서민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왔는데 왜 안 들어오니? 우리가 한참 기다리고 있는데.”돌아서서 서민형을 바라보는 서유정의 미간 사이로 차가운 기운이 스쳤다. “대체 무슨 일로 날 부른 건데요?”서민형의 표정이 굳어지더니 본능적으로 코를 만지며 자신의 불안함을 감추려 했다.“그냥 가족끼리 함께 밥 먹으려고 불렀지.”“나도 모르는 사이에 양주원이 서씨 가문 사람이 됐어요? 밖에서 떠돌았던 사생아였나요?”서민형의 얼굴이 일그러지며 화가 나서 소리쳤다.“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몇 년 밖에 나가 있다 보니 예의범절은 다 잊어버렸구나!”서유정은 깊게 숨을 들이쉬고 한 글자 한 글자 천천히 말했다. “난 같이 밥 못 먹으니까 실컷 드세요.”“먹기 싫어도 먹어. 들어오기 전까지 오늘 밤 여기서 나갈 생각도 하지 마!”서민형이 서슬 퍼런 표정을 지었다. 역시나 주희정의 말이 맞았다. 서유정은 그들과 같은 마음이 아니었고 절대 말을 들을 리가 없었다.지금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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