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이 굳어진 박대진은 한참이 지나서야 입을 열었다.“어머니, 왜 수환이의 편만 드시는 겁니까?”“너랑 이런 쓸데없는 얘기 하고 싶지 않아. 어떻게 해야 할지는 너 스스로 잘 생각해 보거라.”말을 마치자 연정미는 바로 돌아섰다. 박현우도 자리를 뜨려고 하자 박대진은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박현우, 거기 서.”“무슨 일인데요?”그의 말투와 표정은 차가웠고 박대진을 바라보는 눈에는 온기가 전혀 없었다. 눈앞에 있는 사람이 자신의 친아버지가 아닌 것처럼 낯설게 대했다.사실 박대진이 바람을 피우고 밖에 딴 살림을 차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로 박현우는 더 이상 그를 아버지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무슨 일? 박현우, 똑똑히 들어. 이번 생에 정운 그룹을 물려받을 생각은 하지도 말거라.”박대진은 자신이 정운 그룹을 물려받은 후, 박현우를 정운 그룹의 부대표로 만들 계획이었지만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다.박현우가 박수환의 편을 든다면 그도 부자지간의 정을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바라던 바입니다.”박현우는 담담하게 한마디 했다.어차피 정운 그룹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박대진의 불륜을 받아들이면서까지 회사를 물려받아야 한다면 차라리 연화시에서 평범한 변호사가 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했다.“그래. 언젠가는 네가 나한테 부탁할 날이 올 거다. 세상 물정 모르는 놈.”자신이 정운 그룹을 물려받게 된다면 박수환이든 박현우든 모두 오늘의 일을 후회하게 만들 것이라고 다짐했다.두 시간 후, 공항.박대진은 급히 박수환에게 다가와 차갑게 입을 열었다.“박수환, 네가 이겼다고 생각하지 마. 오늘 네가 나한테 한 짓들을 보며 어머니도 너한테 많이 실망하셨어. 정운 그룹을 물려받을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박수환은 고개를 들고 그를 쳐다보았다. 박대진은 새로운 양복으로 갈아입었고 목에는 거즈를 두르고 있었는데 핏자국이 은은하게 드러났다. 화가 많이 나 있는 것인지 박대진은 험악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두 사람은 나이 차이가 많이 났기 때문에 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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