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형이 서씨 가문의 본가에 도착했을 때, 이혜숙은 낮잠을 자려고 침대에 누워 있었다.그를 보자마자 그녀는 안색이 어두워졌다.“무슨 일이야?”이혜숙의 쌀쌀한 태도에 서민형도 이젠 익숙해져 있었다.그가 앞으로 성큼성큼 다가오며 입을 열었다.“어머니, 유정이가 박대진을 고소하려 한다는 사실 알고 계세요?”놀란 표정을 짓던 이혜숙은 이내 미간을 찌푸렸다.“박대진이 사람을 시켜 유정이를 납치했어. 고소하는 건 당연한 일 아니니?”그 말에 말문이 막혀 버린 서민형은 한참이 지나서야 퉁명스럽게 말했다.“다른 사람이면 말도 안 해요. 박대진은 한성시 박씨 가문의 사람입니다. 저희가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고요.”“정말 박씨 가문의 미움이라도 사게 되면 그들이 서경 그룹을 공격한다면 저희는 반격할 능력이 없어요. 박씨 가문에서는 유정이가 박대진을 고소하려는 걸 알고 이미 우리 회사의 협력업체들을 찾아가 우리와 계약을 해지하도록 강요하고 있어요. 이대로 가다가는 한 달도 안 되어 서경 그룹은 파산하게 될 겁니다.”아무 말이 없는 이혜숙의 모습에 서민형은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어머니, 살아남아야 복수든 뭐든 할 거 아닙니까? 이번에는 이 일을 이용하여 박씨 가문에 배상할 것을 요구합시다. 훗날 서경 그룹이 강해지고 나서 천천히 그들한테 되갚아줘도 늦지 않아요.”이혜숙은 무표정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네가 이러고도 아버지야?”정상적인 아버지라면... 딸이 납치되어 거의 죽을 뻔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분노하고 무슨 수를 써서라도 되갚아 주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서민형은 이 일을 이용하여 박씨 가문과 협상하고 이익을 얻으려 할 뿐이었다.아들이 나이를 먹은 중년이 아니었다면 이혜숙은 지금이라도 당장 아들한테 뺨을 날리고 싶었다.서민형은 얼굴이 굳어졌다.“어머니, 저도 서경 그룹을 위해서 이러는 겁니다. 유정이가 이 난리를 피우는 걸 지켜보기만 할까요? 서경 그룹이 파산되어야 속이 후련하시겠어요?”“이 일은 신경 쓰지 말거라.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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