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내 결혼의 불청객: Bab 71 - Bab 80

100 Bab

제71화

“이제 왔는데 벌써 간다고?”송지민이 입을 삐죽이며 조금 불만스러운 듯 말했다.“너 오늘 할 일 많잖아. 난 아는 사람도 없고 여기 있어 봐야 심심하니까.”서유정이 그렇게 답하자 송지민도 그녀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어쩔 수 없지. 나중에 시간 되면 다시 만나자.”“응. 볼일 봐. 난 먼저 가볼게.”서유정은 2층에서 내려와 거실을 지나 후문 쪽으로 빠져나가려 했지만 정원 옆 정자에 다다르기 전 양주원이 그녀를 막아섰다.그의 표정은 싸늘했고 서유정을 바라보는 눈에는 분노가 가득했다.서유정은 눈살을 찌푸렸다.‘도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무슨 일이야?”“서유정, 너 송지헌이랑 무슨 사이야?”아까 송지헌이 서유정에게 외투를 걸쳐주고 그녀 편을 들어주는 장면을 떠올리자 양주원은 속에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그는 자신이 서유정을 더 이상 신경 쓰지 않는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다른 남자가 그녀를 감싸는 모습을 보자 마음이 심란해 참을 수 없었다.특히 그녀가 송지헌의 양복 상의를 입고 있는 모습에 양주원은 미쳐버릴 것 같았다.당장 그 옷을 그녀 몸에서 벗겨 던지고 싶은 충동까지 들었지만 간신히 자제하여 사람들 앞에서 망신당하는 일을 피할 수 있었다.따지는 듯한 그의 말투가 우습게 느껴진 서유정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무슨 사이든 네가 알 바야?”양주원의 안색이 어두워지며 불편한 그의 심기가 그대로 드러났다.“네가 뭘 하든 상관없지만 경고 하나 할게. 송지헌은 건드리지 마. 네가 함부로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그의 얼굴에 불쾌한 감정이 그대로 드러나자 서유정은 웃음을 머금은 채 대꾸했다.“걱정하지 마. 내가 누구랑 엮이든 너한테는 다시 안 가니까. 그리고 내가 감당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나한테 달렸지. 전 남자 친구밖에 안 되는 주제에 간섭이 너무 심한 거 아니야?”양주원의 얼굴이 완전히 어두워졌다.그녀를 바라보는 눈에서는 불꽃이라도 튀어 오를 것처럼 보였다.하지만 서유정은 더 이상 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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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화

고개를 돌린 서유정은 박수환의 얼굴을 보자 화가 반 이상 사그라들었다.남자는 은회색 슈트를 입고 있었고 단정하면서도 냉철한 분위기를 풍겼다.조명이 어둑했음에도 그의 또렷한 이목구비는 마치 조물주가 정성껏 조각해 낸 듯 흠잡을 데 없이 완벽했다.그가 길게 찢어진 눈으로 서유정을 바라보며 약간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그 얼굴을 마주하자 서유정은 도무지 화를 낼 수 없었다.그녀는 입술을 살짝 깨물며 차분히 입을 열었다.“괜찮습니다. 보험 처리하실 건가요, 아니면 그냥 합의하시겠어요?”박수환은 잠시 고민하다 나지막이 답했다.“보험 처리할게요.”“네. 그럼 보험사에는 연락하셨어요?”상황상 박수환의 과실이 맞았다.그는 잠시 미간을 찌푸렸다.평소 차와 관련된 일은 전부 정태민이 알아서 했기에 정작 그는 어떤 보험사에 가입되어 있는지도 잘 몰랐다.“잠시만요.”그는 바로 정태민에게 전화를 걸어 보험사 측에 연락해 사고 처리를 맡기라고 지시했다.박수환은 전화를 끊은 뒤 옆에 서 있는 서유정을 바라보며 말했다.“보험사 직원이 도착하려면 시간이 좀 걸릴 거예요. 날도 추운데 차 안에서 기다릴래요?”서유정은 낯선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강한 편이었다.아무리 잘생기고 그녀 취향에 딱 맞는 외모라 해도 그런 이유로 따라 타는 일은 없었다.“괜찮아요. 그냥 여기서 기다릴게요.”날이 꽤 춥긴 했지만 근처에 CCTV도 있어서 마음이 상대적으로 안정되었다.박수환은 자신을 경계하고 있는 그녀의 마음을 눈치채고 고개를 끄덕였다.“네, 알겠습니다. 그럼 저도 같이 기다릴게요. 아, 저는 박수환이라고 합니다. 성함이...”“서유정입니다. 변호사예요.”박수환의 눈빛에 금세 온기가 돌았다.“서 변호사님도 송지민 씨 생일 파티에 오신 건가요?”“네.”“그런데 왜 이렇게 일찍 나오셨어요? 제가 알기로 본격적인 파티는 저녁 7시부터인데요.”서유정은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선물만 전해주고 바로 나왔어요. 박 선생님은요?”박수환은 가볍게 웃으며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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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화

송지헌은 슬쩍 웃기만 했다.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박수환이 저러는 건 좀 수상했다.그는 시선을 서유정에게 돌리며 물었다.“차 많이 망가졌어?”서유정이 고개를 끄덕였다.“살짝 망가졌어요. 방금 보험사에서 차 끌고 갔어요.”“그럼 내가 기사 불러서 집에 데려다줄게. 여기서는 택시 잡기 힘들어.”송지헌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옆에 있는 박수환이 끼어들었다.“제가 데려다줄게요.”송지헌이 그를 힐끔 보며 씩 웃었다.“너 언제부터 그렇게 친절했어?”“내가 사고 냈잖아.”송지헌 속으로 헛웃음이 났다.‘전에 네가 레이싱카를 박살 냈을 때는 이런 모습 코빼기도 안 보였잖아? 그리고 예전엔 말 한마디 꺼내는 데도 한 글자씩 쥐어짜듯 하더니, 요즘 왜 이렇게 말이 많아?’그가 보기에 박수환이 서유정에게 꽂힌 게 분명했다.요즘 송지민이 귀에 딱지가 앉도록 서유정에게 괜찮은 남자 좀 소개해 주라고 징징댔는데 조건은 무려 양주원보다 잘생기고 양주원보다 돈 많고 양주원보다 더 진국인 남자였다.그래서 송지헌은 도대체 어디서 그런 인간을 찾냐고 투덜거렸었는데 이제 보니 박수환이면 그 조건을 전부 충족하긴 했다.“그래, 그럼 수고 좀 해줘.”그는 고개를 끄덕인 뒤 서유정에게 말했다.“유정아, 얘를 기사라고 생각하고 편하게 타. 어려워하지 않아도 돼.”송지헌의 인성은 믿을 만했기에 서유정도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네.”“난 일 있어서 먼저 갈게. 이따가 도착하면 나나 지민이한테 문자 보내줘.”“네, 알겠어요.”송지헌이 자리를 뜨자 박수환이 그녀를 바라보며 웃었다.“이제 믿겠어요? 저 나쁜 사람 아니에요.”“박 선생님, 전 한 번도 박 선생님이 나쁜 사람이라고 말 안 했어요.”“그렇죠. 괜히 제가 예민했네요. 타요, 집까지 데려다줄게요.”두 사람은 차에 올랐고 박수환이 물었다.“집 주소를 알려줄래요?”“해온 아파트요. 서운로에 있어요.”박수환은 서유정이 알려준 주소를 내비게이션에 입력하고 차를 출발시켰다. 가는 길 내내 그는 조용히 운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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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화

“한지유 씨, 오늘 서유정 씨 때문에 송지헌 씨한테 공개적으로 망신당했잖아요. 복수하고 싶지 않으세요?”신나경의 말을 듣고 한지유는 안색이 살짝 달라졌다. 그녀는 턱을 살짝 치켜올리더니 오만한 눈빛으로 신나경을 쳐다봤다.“제가 누굴 엿 먹이려고 맘먹으면 굳이 남이랑 손잡을 필요는 없거든요? 그런데 그쪽은 도대체 누구예요? 저한테 협력하자고 할 자격은 있어요?”신나경은 그런 말에도 전혀 기분이 상한 기색 없이 여전히 웃는 얼굴이었다.“적의 적은 친구라잖아요? 게다가 전 한지유 씨보다 서유정 씨를 더 잘 알아요. 어떻게 하면 서유정 씨를 무너뜨릴 수 있는지도 잘 알고요.”“그렇게 잘 알면 그쪽 혼자 알아서 하지, 왜 저를 찾아왔는데요?”“전 한지유 씨만큼 능력이 없거든요. 제가 할 수 없는 게 많아서 한지유 씨의 도움이 필요해요.”“푸흣, 그건 그냥 그쪽이 무능하다는 소리잖아요? 전 쓸모없는 사람이랑 손 안 잡아요.”그 말을 끝으로 한지유는 신나경을 스쳐 지나 그대로 자리를 떴다. 그런데 몇 걸음도 안 가서 신나경의 한마디가 그녀의 발걸음을 붙잡았다.“한지유 씨, 만약 제가 도와줄 수 있다면요? 송지헌 씨랑 이어지게 해드릴 수 있다면 말이에요.”그 말에 한지유는 고개를 돌려 신나경을 바라보며 다시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진짜로 그럴 수 있다면... 같이 서유정을 상대해 보죠, 뭐.”...월요일 아침 일곱 시 정각에 일어난 서유정은 세수하고 옷을 챙겨 입은 뒤 출근하려고 현관을 나섰는데 아파트 단지 입구 앞에 익숙한 검은색 벤츠 G클래스가 서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그녀는 눈을 의심하며 고개를 갸웃거렸다.‘저 차는 박수환 씨의 차 아닌가? 그런데 아침 일찍 여긴 왜...’서유정이 놀란 마음에 그쪽으로 걸어가 창문을 두드리려던 순간, 조수석 창문이 자동으로 스르륵 내려갔다.“타요. 회사에 데려다줄게요.”하지만 서유정은 본능적으로 손사래를 쳤다.“아니에요, 박 선생님. 너무 번거롭게 해드리는 것 같아서요.”“일단 타요. 계속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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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화

서유정은 고개를 갸웃하며 박수환을 바라봤다.“왜요? 제 차에 다른 문제라도 생긴 거예요?”박수환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오늘 보험사 쪽에서 연락이 왔는데 수리하는 데 시간이 좀 더 걸릴 거 같대요.”“얼마나요?”박수환이 잠시 생각하더니 조심스럽게 말했다.“대략... 보름 정도?”“아, 네...”서유정은 입술을 꼭 깨물었다.“앞으로는 굳이 데리러 오지 않으셔도 돼요. 저 지하철 타면 되니까요.”이때 신호등이 초록불로 바뀌자 박수환이 차를 출발시키며 말했다.“전 진짜 괜찮아요. 출근 시간도 비슷하고 어차피 같은 방향이에요. 게다가 제 잘못으로 서 변호사가 차를 못 쓰게 된 거잖아요.”그는 말을 잠시 멈췄다가 다시 이어서 말했다.“제가 매번 데려다주는 게 불편하면 이따가 서 변호사 로펌 앞에 제 차를 두고 갈게요. 보름 동안 제 차를 쓰고 서 변호사 차가 다 고쳐지면 그때 돌려주세요.”서유정은 화들짝 놀라 급히 손사래를 쳤다.“아니에요, 진짜 괜찮아요. 이 차는 너무 비싸잖아요. 제가 혹시라도 어디에 긁거나 부딪히기라도 하면 감당이 안 돼요.”지금 타고 있는 이 차 가격이면 그녀의 차 같은 것을 20대는 샀을 것이고 웬만한 사고 한 번만 나도 수리비가 그녀의 차 한 대 값은 될 것이다.“그러니까 더 이상 거절하지 말아요. 안 그러면 제가 더 미안해지니까.”서유정은 박수환의 또렷하고 단정한 옆모습을 바라보면서 잠시 말없이 있다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이 기간 동안만 부탁드릴게요.”“부탁은요. 당연한 일인데요.”“아, 그러고 보니 아까 병원에 간다고 하셨죠? 혹시 직업이 의사세요?”“네.”“그럼 가끔 수술도 하시겠네요? 늦게까지 일하는 날도 많고?”서유정이 그렇게 묻자 박수환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보며 웃었다.“네, 자주 있죠. 그런데 갑자기 왜 그런 걸 물어봐요?”“그냥요. 아침마다 저를 데리러 오시는 게 혹시 피곤하시지 않을까 싶어서요.”“걱정하지 마요. 어차피 저도 보통 이 시간에 출근해요. 서 변호사를 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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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화

“출발할게요.”박수환이 시동을 걸고 차를 출발시키자 차 안에 정적이 흘렀다. 서유정은 그와 아직 그리 친하지 않아서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몰라 결국 그냥 입을 다문 채 창밖 풍경을 멍하니 바라보았다.오늘 그녀는 연한 하늘색 롱패딩을 입고 머리는 귀엽게 번헤어로 묶어 이마와 하얗고 가느다란 목을 드러냈다. 그녀의 살결이 눈보다도 희고 깨끗해서 딱 봐도 스무 살 갓 넘은 대학생이라 해도 믿을 만큼 앳된 인상이었다.박수환은 운전하면서도 슬쩍 그녀를 곁눈질했고 그의 눈빛에 숨김없는 다정함이 담겨 있었다.30분쯤 지나 차는 서유정이 사는 아파트 앞에 도착했고 그녀는 안전벨트를 풀고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고생 많으셨어요.”“내일 봐요.”“네, 조심히 들어가세요.”차에서 내린 서유정은 박수환의 차가 멀어질 때까지 눈으로 배웅했다.그리고 고개를 돌리는 순간 조금 떨어진 거리에서 그녀를 바라보고 있는 송지민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송지민은 팔짱을 끼고 의미심장하게 눈썹을 치켜올리며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다.“지민아, 너 여긴 어떻게 왔어?”그녀의 예상치 못한 등장에 서유정은 깜짝 놀라 빠르게 다가갔고 송지민은 장난기 어린 표정으로 말했다.“너 요즘 수상해. 방금 그 남자는 누구야? 너를 데려다준 사람 말이야.”“그 사람이 남자인지는 어떻게 알았어?”“일단 여자들은 벤츠 G클래스 사면 검은색을 잘 안 고르거든. 그리고 운전하는 스타일을 보니까 백 퍼센트 남자야.”그 말을 듣고 서유정은 피식 웃고 말았다.“야, 너 진짜 탐정해도 되겠다.”“말 돌리지 말고 얼른 말해봐. 누구야? 무슨 사이야?”서유정은 송지민의 팔짱을 끼고 아파트 단지 안으로 걸어가며 말했다.“사실 이건 너랑 관련돼 있기도 해.”“나랑 관련이 있다고?”송지민은 어리둥절해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서유정은 어젯밤 박수환이 후진하다가 자신의 차와 부딪힌 것부터 지금까지 벌어진 일을 간단히 설명했고 그 이야기를 다 듣고 나서 송지민은 두 눈을 부릅떴다.“그래서 너 그 사람 만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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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화

전화는 꽤 오래 울린 뒤에야 연결됐다.“무슨 일이야?”반대편에서 딱딱하고 무미건조한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오자 송지헌은 피식 웃으며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박수환, 너 같이 도도한 사람도 결국 누굴 위해 허리를 굽히는 날이 오는구나.”솔직히 그는 송지민에게서 박수환이 요즘 서유정을 매일 데려다준다는 얘기를 듣고도 아직 믿기지 않았다.“요점만 말해.”“...”송지헌은 짜증을 억누르려고 숨을 들이켰다.‘참자. 참아야 해. 나중에 박수환이 유정이한테 까이는 날에 비웃어주면 되니까.’“내 동생 말로는 네가 어제 유정이 차를 박은 이후로 매일 출퇴근할 때 태워주고 있다던데... 내 기억이 맞다면 너 예전에 여직원이 차 좀 태워달라고 해도 죄다 거절했었잖아? 너 결벽증이 있어서 누가 네 차에 타는 게 싫다고 하면서 말이야. 갑자기 결벽증이 완치된 거냐?”그 시각 박수환은 빨간불 앞에서 차를 잠시 멈춘 상태였고 길고 곧은 손가락으로 핸들 위를 무심하게 두드리며 표정엔 큰 변화가 없었다.송지헌 말투에 장난기가 묻어 있는 걸 뻔히 알면서도 그는 굳이 반박하지 않았다. 어차피 그가 서유정에게 마음이 있는 건 사실이었으니까 숨길 이유도 없었다.“유정 씨는 다르니까.”“뭐가 다른데?”“넌 일밖에 모르는 인간이라 몰라. 넌 여자 친구가 없잖아.”그 말을 남긴 뒤 신호등이 초록불로 바뀌자 박수환은 별 미련 없이 전화를 끊어버렸다.한편 사무실에 있는 송지헌은 한참 지나서야 전화가 끊긴 것을 깨달았다.“젠장!”‘뭐야, 이 자식? 자기는 유정이를 차 태워준 것밖에 안 했으면서 지금 내가 여자 친구 없다고 놀리는 거야? 누가 보면 유정이가 이 녀석한테 마음이 있는 줄 알겠네? 그리고 누구더러 일밖에 모르던 놈이라는 거야?’씁쓸한 기분에 송지헌은 마음을 다잡고 다음에 서유정을 만나면 진지하게 박수환의 본모습을 알려줘야겠다고 다짐했다.그는 곧 고개를 숙여 서류를 정리한 다음 자리에서 일어섰는데 마침 전화가 울렸다.“지헌아, 우리 너무 오래 안 봤어. 오늘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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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화

“그거 좋은 거 아니야? 십조 자산 기업의 상속녀라니, 네 인생 목표가 그거 아니었어?”“남이 번 돈을 쓰는 거랑 내가 번 돈을 쓰는 건 완전히 다르거든? 내 꿈은 우리 오빠가 송원 그룹을 물려받고 나는 집에서 놀면서 호강하는 거였어. 그런데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오빠가 의대 간다더니 졸업하자마자 바로 의사 하겠다고 고집을 부리는 거야. 우리 엄마 아빠가 그렇게 말려도 소용이 없더라고...”그 얘기만 하면 송지민은 여전히 짜증이 치밀었다.서유정은 그녀의 잔에 따뜻한 차를 따라주며 말했다.“지민아, 그런 말 하지 마. 나 네가 진짜 부러워. 적어도 넌 회사라도 물려받을 수 있잖아.”그녀처럼 매일 머리 싸매고 사건 하나라도 따내려고 눈치 보는 인생과는 다르니까. 서유정은 요즘 몇 주째 제대로 된 사건 하나 수임 못 하고 있었고 이대로 가다간 진짜 굶어 죽을지도 모른다.게다가 8년을 사귄 남자에게 배신당하고 이젠 이별했는데도 계속 시비 걸고 있으니, 생각만 해도 피곤한 인생이었다.송지민은 그녀를 보며 갑자기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아, 맞다. 전에 내가 말했지? 서민아 그 위선자 곧 귀국한다고. 내가 들은 바로는 너희 부모님이 서경 그룹에 걔를 꽂아주려고 요즘 아주 대놓고 길을 닦아주고 있대. 가만히 있다가 다 뺏기기 전에. 너도 이제 좀 준비해야 해.”그러나 서유정은 송지민의 시선을 피하며 찻잔을 내려다봤고 잔 속의 물에 비친 자신의 얼굴이 유난히 창백하게 느껴졌다.잠시 침묵하던 그녀는 자조하듯 웃었다.“뺏긴 거라기보단 애초에 내 게 아니었어. 그 사람들의 사랑도, 서씨 가문의 지원도 다 한 번도 진짜 내 거였던 적이 없었잖아.”서유정은 돌이켜보면 차라리 자신이 서씨 부부의 친딸이라는 사실을 몰랐던 그때가 나았다고 생각했다. 괜히 기대해서 또 무너지고 그런 걸 반복하고 싶지 않으니까.송지민은 이마를 찌푸리며 날카롭게 말했다.“그게 다 서민아 그 여우 때문이잖아! 걔가 하루가 멀다고 네 부모님한테 가서 네 욕이나 하고 있으니 사이가 안 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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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화

성하나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그 사람도 참, 번거로운 거 안 귀찮나? 혹시 서 변한테 관심 있는 거 아니에요?”보통 남의 차를 들이받으면 보험 처리하거나 적당히 돈으로 해결하고 끝인데 매일 데려다주고 데리러 오기까지 하는 건 처음 봤다.서유정은 잠깐 멈칫하더니 고개를 저었다.“설마요, 그럴 리가 없어요...”요 며칠 동안 박수환은 정말 출퇴근 때 태워다 주는 거 말고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진짜 그녀에게 관심이 있다면 같이 밥이라도 한 번 먹자고 하지 않았을까?“그건 모르죠. 서 변, 그 사람을 잘 지켜봐요. 혹시 서 변한테 진짜 마음이 있을 수도 있잖아요.”성하나의 말에 서유정은 웃으며 대답했다.“언니, 그건 언니가 너무 오버해서 그래요. 우린 차 안에서 거의 말을 안 해요. 그 사람은 그냥 기사 같다니까요.”성하나가 뭐라 말하려던 찰나, 장소민이 다가왔다.“하나 씨, 진 변호사님께서 사무실에 좀 들르래요.”“네, 알겠어요.”성하나는 대답한 뒤 서유정에게 다시 고개를 돌렸다.“아무튼 조심해요.”그녀가 생각하기에 그 남자가 서유정에게 관심이 없어도 다른 속셈이 있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알겠어요.”성하나가 떠난 뒤 서유정은 다시 모니터 쪽으로 고개를 돌렸고 막 자료를 이어서 보려던 참에 옆자리에 있는 박현우가 불쑥 입을 열었다.“누나, 차 수리 맡기셨다고 했죠. 그럼 제가 요즘 데려다줄까요? 제가 어제 차를 샀거든요.”서유정은 놀라서 고개를 돌렸다.“진짜요? 현우 씨 차 샀어요?”“네. 그런데 누나 차를 박았다는 그 남자랑 원래 알던 사이예요? 왠지 수상해서요.”“아니요, 전혀 몰랐어요. 그런데 제 친구 오빠랑 친하다고 하는 걸 보면 인성은 괜찮을 거예요.”그 말에 박현우는 재빨리 반박했다.“그런 게 제일 위험한 거예요. 겉으로 멀쩡해 보여도 사람 속은 모르는 거예요. 혹시 그 남자가 누나의 차를 일부러 박은 건 아닐까요?”직접 본 적은 없지만 벤츠 G클래스를 몰고 다니는 걸 보면 딱 봐도 허세 가득한 남자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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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화

서유정은 고개를 돌려 박현우를 바라보며 말했다.“앞으로 고현아 씨 사건은 안 봐도 돼요. 고현아 씨가 조만간 사무실에 와서 계약 해지할 거예요.”박현우는 눈살을 찌푸리며 믿기지 않는다는 듯 물었다.“고현아 씨가 변호사를 바꾼다고요? 갑자기 왜요?”고현아 사건은 서유정이 꽤 심혈을 기울여 맡아온 일이었다. 1심까지 끝낸 상황이었고 이제 곧 2심 준비에 들어가야 하는 시점인데 이 타이밍에 변호사를 바꾼다니, 도무지 이해가 안 됐다.“더 좋은 변호사를 찾았대요. 그 변호사가 이혼 사건을 맡았던 경험도 많고 꽤 전문적이라나 봐요.”“아무리 전문 변호사라도 그렇지... 이런 식으로 도중에 변호사를 바꾸는 건 너무하잖아요! 누나는 왜 그런 걸 그냥 받아줘요?”박현우는 요즘까지도 서유정이 이 사건 때문에 밤낮없이 고생하는 걸 바로 옆에서 지켜봐 왔다. 고현아가 연락만 하면 서유정은 바로 달려갔고 자문 요청에도 일일이 응답하며 챙긴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런데 고현아가 이 시점에 변호사를 갈아탄다니, 생각할수록 화가 치밀었다.“제가 동의 안 해도 그쪽에서 앞으로 더는 협조 안 하겠죠. 이 사건을 굳이 붙들고 있을 이유도 없고.”게다가 이번 일은 고현아 탓만 할 수도 없는 게 분명히 양주원 쪽에서 거절하기 힘든 제안을 들이밀었을 것이다. 그러니 고현아가 직접 서유정에게 전화를 걸지 않았을까.하지만 뭐가 어떻게 되었든 서유정은 고현아가 승소하기를 바랐다. 고현아가 이혼 소송에서 진다면 육진호 같은 인간이 앞으로 고현아와 딸한테 뭘 할지 뻔하니까.“알겠어요.”서유정이 굳이 따질 생각이 없어 보이자 박현우도 더는 뭐라 할 수 없었다. 어쨌든 사건은 서유정이 수임한 것이었고 그는 어디까지나 보조일 뿐, 말할 권한은 없으니까.“네, 이제 일하죠.”서유정은 다시 컴퓨터 화면 쪽으로 시선을 돌렸고 표정에 감정이 전혀 묻어나지 않았다.한편 에어 테크 대표 사무실에서.양주원은 책상 앞에 앉아 정지석을 노려보며 말했다.“서유정이 오늘 나를 안 찾아왔어? 전화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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