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환은 상대방의 농담을 무시하고 곧장 본론부터 꺼냈다.“내 친구 중에 변호사가 한 명 있어. 경험도 꽤 많고 오늘 막 전 로펌에서 퇴사했는데 혹시 너희 쪽에 이혼 전문 변호사 자리 비어 있어?”“굳이 필요하진 않지만 한 명 더 들어온다고 나쁠 건 없지. 그런데 네가 이렇게 직접 전화까지 할 정도면 보통 사람은 아니겠네? 여자야, 남자야?”“여자야.”상대는 바로 흥미가 생긴 듯 목소리가 높아졌다.“설마 네 여자 친구야?”박수환은 침을 꿀꺽 삼켰고 목소리는 더 낮아졌다.“아니야.”“그럼 아직 썸 타는 중인가? 그런데 네가 여자를 꼬시는데 나를 이용해 놓고 나한테 아무것도 안 해 주는 건 좀 너무한 거 같은데?”박수환은 소파에 비스듬히 기대며 나른하게 말했다.“내가 뭘 해 주길 바라?”“네 차고에 있는 한정판 컬리넌, 그거 한번 몰아보게 해줘.”“그거 네가 가져.”“진짜야?”상대방은 믿기지 않는 듯 목소리가 더 높아졌다.예전에 그가 박수환의 차고에 들어갔다가 그 차를 보고 만져보려 했다가 거절당했는데 이렇게 쉽게 준다고 하다니? 박수환이 그 여자에게 푹 빠져 있는 게 분명했다.“내일 당장 와서 몰고 가. 아, 그리고 그 여자한텐 우리가 아는 사이라는 거 말하지 마. 신세 지는 거 되게 싫어하거든.”박수환의 말을 듣고 상대방은 피식 웃었다.“그런 것까지 신경 쓰는 거 보니까 이번엔 진심이구먼?”그러나 박수환은 대답하지 않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전화를 받은 쪽에서는 휴대폰을 내려놓으며 금테 안경 너머로 호기심 어린 눈빛을 번뜩였다.‘아니, 박수환이 저렇게까지 마음을 줄 정도면 어떤 여자인 거지? 궁금해서 잠도 안 올 지경이네.’그렇게 그가 궁금해하던 찰나, 휴대폰 화면에 메시지 알림이 떴다. 박수환이 그 여자의 정보를 보낸 것이다.‘서유정’, 남자는 그 이름을 보는 순간 입가의 미소가 굳어졌고 눈을 휘둥그레 뜬 채 화면을 몇 번이고 다시 확인했다.‘서유정? 진짜 그 서유정이야? 아니, 박수환이 좋아하게 된 사람이 왜 하필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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