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내 결혼의 불청객: Bab 51 - Bab 60

100 Bab

제51화

서유정의 표정은 담담했다.“당신은 양주원 친구이고 우린 이미 헤어졌어요.”그녀의 말은 앞으로 두 사람은 어떤 인연도 없을 거라는 의미였다.“나는 주원이 친구이기도 하지만 네 친구이기도 하잖아.”그 말에 서유정은 씁쓸하게 웃으며 답했다.“글쎄요... 제가 감히 정시훈 씨 친구가 될 수 있을까요?”그녀의 냉정한 태도에 정시훈은 억지로 말을 이어가는 대신 화제를 돌렸다.“지난번 바에서 말이야, 물어보지 못했던 게 있어. 정말 주원이랑 헤어지기로 결심한 거야?”“이미 헤어졌잖아요. 진심인지 아닌지 아직도 모르겠어요?”정시훈은 그녀의 차가운 얼굴을 조용히 바라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그럼 만약 언젠가 양주원이 후회하고 돌아온다면 다시 받아줄 생각 있어?”“없어요.”서유정은 고개를 들어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진지하게 말했다.“정시훈 씨, 무슨 의도로 이런 질문을 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내가 양주원한테 매달릴까 봐 걱정돼서 그러는 거라면 안심해도 돼요. 헤어지고 나서도 매달릴 만큼 비굴한 사람은 아니니까요.”그 말에 정시훈은 순간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다가 이내 해명했다.“그런 의도는 아니었어. 만약 내 말이 상처가 됐다면 사과할게.”“굳이 사과까지 하실 필요는 없고요. 전 그저 이런 식의 떠보는 말이 불편할 뿐이에요. 볼일이 있어서 먼저 가볼게요.”그녀는 망설임 없이 그의 옆을 지나쳤다.정시훈은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서유정은 정말로 양주원에 대한 미련이 전혀 없는 것 같네. 뒤돌아볼 일도 다시 엮일 일도 없겠지.’며칠 전 그들끼리 술자리를 가졌을 때 양주원은 당당하게 말했었다.“서유정은 결국 나한테 다시 돌아올 거야. 그 여자는 나 없으면 안 돼.”‘서유정이 다시 돌아보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알면 양주원은 어떤 표정을 지을까?’그녀가 다시 룸으로 돌아갔을 때 동창회는 거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었다.하지만 사람들은 그냥 흩어지지 않고 2차로 노래방에 가자며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서유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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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화

‘감히 나한테 이런 짓을 해? 어떻게 감히 나한테...’양주원은 이를 악물며 결심했다.‘좋아. 언젠가 나한테 다시 돌아오겠다고 빌면 그땐 절대 쉽게 받아주지 않을 거야.’옆자리에 앉아 있던 신나경은 무표정하게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얼굴이었다.차가 신나경의 아파트 앞에 도착할 때까지 두 사람 사이에는 긴 침묵만이 흘렀다.“오늘 고생 많았어.”신나경은 고개를 들고 언제 그랬냐는 듯 부드러운 미소를 띠며 답했다.“내가 해야 할 일이었는데 뭐.”“올라가. 난 오늘은 집에서 자야겠어.”“응. 알았어.”신나경은 기사에게 조심히 운전하라고 말한 후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렸다.그녀는 양주원의 차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미소 지으며 바라보다가 차가 멀어지자 표정이 싸늘하게 변했다.신나경은 천천히 돌아서 단지 안으로 들어가며 핸드폰을 꺼내 번호 하나를 눌렀다.잠시 후 그녀는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전에 내가 부탁한 일, 이제 시작해도 돼.”전화를 끊은 신나경은 서늘한 미소를 지으며 입꼬리를 올렸다.다음 날 아침, 일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서유정은 방아름의 연락을 받았다.[유정아, 어젯밤 모임 끝나고 돌아가던 길에 우현이가 뒤차에 받혀서 다쳤대. 지금 병원에 있어.]잠시 멈칫한 서유정은 곧바로 전화를 걸어 물었다.“지금 상태는 어때? 많이 다쳤어?”“오른쪽 다리 골절이고 다른 데는 찰과상 정도야. 생명엔 지장 없고 의사 말로는 최소 한 달은 누워 있어야 한대.”서유정은 그 말을 듣고 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불행 중 다행이네. 어느 병원이야? 이따 병문안 갈게.”방아름이 병원 이름과 병실 번호를 알려주자 서유정은 전화를 끊은 뒤 서둘러 씻고 병원으로 향했다.병실 문 앞에 도착했을 때 안에서 다소 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우현아, 너 정말 이 일 유정이한테 말 안 할 거야?”그 말에 서유정은 문 앞에 멈춰 섰다.잠시 정적이 흐른 후 성우현의 힘없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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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화

서유정은 더 이상 캐묻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병실에서 잠시 머무르다가 일어섰다.“난 볼일이 있어서 이만 가볼게. 푹 쉬고 있어. 나중에 다시 올게.”성우현은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응, 조심히 가.”“그래.”서유정이 병실을 나서자마자 안에서 조태우의 불만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봐봐, 유정이한텐 말하지 말자고 그러더니 알아도 신경 안 쓰잖아!”“조용히 좀 해. 나는 진짜 이 일은 사고라고 생각해.”“그렇게 생각하는 건 너밖에 없어!”더는 듣고 싶지 않았던 서유정은 발걸음을 서둘렀다.차에 올라탄 그녀는 핸드폰을 꺼내 양주원의 번호를 차단 목록에서 해제하고 바로 전화를 걸었다.몇 번의 신호음 끝에 전화가 연결되며 양주원의 조롱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뭐야? 이제 연기는 그만두기로 했어? 서유정, 어제 경찰 부른 건 그냥 넘기지 않을 거야.”“양주원.”서유정은 숨을 깊이 들이쉬고 또박또박 말했다.“성우현 사고, 너랑 관련 있어?”잠시 정적이 흐르고 싸늘한 양주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전화번호 차단 해제하고 연락한 이유가 고작 그거야?”“그래. 그 사고, 너랑 관련 있어?”양주원은 냉소를 터뜨렸다.“나랑 관련 있으면 어쩔 건데? 또 경찰 부를 거야?”그는 서유정에게서 전화가 왔을 때 혹시나 그녀가 마음을 바꿔 화해하자는 건 아닐지 잠깐 기대했다.하지만 그건 그의 착각에 불과했다.서유정은 성우현의 사고가 그의 짓인지 아닌지 따지기 위해 전화한 것이었다.‘나를 화나게 하는 게 목적이라면 성공이네.’“네가 한 짓이라면 나는 절대 널 용서하지 않을 거야.”양주원은 숨이 턱 막히는 듯했다.그녀가 고작 그런 남자 때문에 자기한테 이런 말을 한다는 게 참을 수 없이 화가 났다.“좋을 대로 해!”서유정이 뭐라 대답할 틈도 주지 않고 그는 핸드폰을 테이블 위에 세게 내리치며 전화를 끊었다.“안 놀아!”양주원의 싸늘한 기운에 조민재가 눈썹을 추켜세우며 입을 열었다.“여자 하나 때문에 왜 이렇게 예민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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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화

조민재는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일어나 그대로 자리를 떴고 그가 데리고 온 친구도 함께 나가며 방 안에는 정시훈과 양주원만 남았다.정시훈은 냉랭한 얼굴로 가만히 앉아 있는 양주원을 바라보며 말했다.“주원아, 나 어젯밤 금월 호텔에서 서유정 만났어.”표정 하나 없이 있던 양주원의 눈썹이 살짝 움직였지만 그는 곧 냉담하게 말했다.“나랑 상관없어. 굳이 나한테 말 안 해도 돼.”“어제 서유정한테 너랑 정말로 끝난 거냐고 물었는데 뭐라고 했을 것 같아?”양주원은 핸드폰을 집어 들며 정시훈을 쳐다봤다.“뭐라고 했든 관심 없어. 그러니까 너도 굳이 말하지 마.”정시훈은 웃으며 나지막이 물었다.“진짜 관심 없는 거야, 아니면 듣고 싶지 않은 대답일까 봐 피하는 거야?”“정시훈.”양주원은 눈을 가늘게 뜨고 단호하게 말했다.“우리 두 사람 사이의 일에 끼어들지 마.”“주원아, 나는 네가 네 마음을 똑바로 들여다봤으면 좋겠어. 나야 서유정이랑 몇 번밖에 안 봤지만 확실한 건 서유정이 정말로 마음을 접은 거라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거라는 거야.”지금이라면 양주원에게 아직 기회가 있을지 모르지만 계속 그렇게 자만하다간 진짜 영영 끝날지도 몰랐다.양주원이 서유정이 떠났다고 깨닫게 되는 날은 이미 늦었을 터였다.룸 안은 이내 조용해졌고 두 사람의 숨소리만 간간이 들려왔다.양주원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대로 자리를 떠났다.한편 병원 입구, 양주원이 전화를 끊자 서유정도 다시 걸지 않았다.그녀는 핸드폰을 내려놓으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어쩌면 이번 사고는 정말 단순한 사고일 수도 있겠어. 이미 헤어진 마당에 성우현을 해칠 이유가 없잖아?’서유정은 그렇게 자신을 납득시키며 차에 올라 병원을 떠났다.그리고 어느덧 월요일 오전, 로펌 건물 앞에 도착한 서유정은 박현우와 마주쳤다.그가 인사를 건넸을 때 서유정은 잠시 알아보지 못하고 멈칫했다.회색빛 머리를 검은색으로 염색하고 깔끔한 정장 바지에 검은색 울 코트를 걸친 박현우는 키도 크고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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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화

얌전한 그의 모습에 성하나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이 사람이 정말 사무실에서 진태현과 언성을 높이며 싸우던 박현우가 맞나? 혹시 다른 사람이 빙의한 건 아닌가?’서유정이 점심을 먹고 막 휴식을 취하려던 찰나 고현아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전화를 받자 고현아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서 변호사님, 조금 전에 육진호가 집까지 따라와서 딸을 데려갔어요. 저 이제 어떡해야 하죠?”그 말에 서유정의 표정이 굳어졌다.“일단 신고부터 하세요. 지금 어디 계세요?”“집... 집에 있어요. 육진호가 폭력까지 행사해서 다쳤어요.”“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출발할 테니 먼저 경찰에 신고하고 기다리세요.”“네...”전화를 끊자마자 서유정은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로펌 밖으로 향했다.박현우가 급히 따라 나오며 말했다.“유정 누나, 저도 같이 가요.”서유정은 잠시 멈춰서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두 사람이 고현아의 집에 도착했을 때는 오후 두 시가 가까운 시각이었다.경찰은 거실에서 고현아에게 사건에 대한 진술을 받고 있었다.고현아의 얼굴에 난 상처를 본 서유정은 미간을 찡그리며 그녀 옆에 앉아 변호사 신분을 밝히고 경찰 조사에 협조하며 진술을 마쳤다.경찰은 고현아가 신청해 둔 접근 금지 명령을 확인하고 육진호의 집으로 가 체포 및 구금 절차를 밟기로 했다.서유정은 고현아를 데리고 병원에 가서 상해 진단을 받게 했다.가는 길에 고현아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변호사님, 그 사람이 아이를 억지로 데려갔는데... 그러면 양육권은 제가 가질 가능성이 높아지겠죠?”“네, 접근 금지 명령이 내려진 상황에서 육진호 씨가 아이를 강제로 데려간 건 이미 명백한 불법행위입니다. 판사가 양육권을 판결할 때 아이의 심리적, 신체적 안정에 대한 부분도 고려하기 때문에 고현아 씨가 양육권을 받을 가능성은 높아졌어요.”고현아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알겠습니다.”고개를 숙인 그녀의 눈동자엔 알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이 담겨 있었다.진단을 마치고 병원을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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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화

고현아의 말에 자극받은 중년 여성은 더욱 격한 반응을 보였다.“천한 년! 애초에 넌 맞아 죽어야 했어!”“그랬다면 지금쯤 당신 아들은 감방에서 썩고 있었겠죠!”여자는 길길이 날뛰며 고함쳤다.“하늘도 무심하시지! 세상 사람들 좀 보세요! 우리 아들이 무슨 죄예요? 저런 독한 여자를 만나서... 바람피운 것도 눈 감아 줬더니 경찰서에 잡혀가고 애도 못 만나게 하고... 아이고... 이게 말이 돼요? 세상에 어디 이런 법이 있어요!”소리가 컸던 탓에 주위 사람들이 하나둘 구경하기 시작했다.하지만 고현아는 전혀 기죽지 않고 싸늘하게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더 크게 소리 질러 보시죠? 되도록 일을 크게 만들어서 당신 아들이 얼마나 구질구질한 인간인지 세상 사람들 다 알게 해요! 그러면 회사에서 잘릴 수도 있겠네요?”그 말에 여자는 입을 꾹 다물었고 고현아는 입꼬리를 비틀며 조소를 지었다.“계속 소리 질러 보세요. 왜 갑자기 조용해졌어요?”여자는 독기 품은 눈으로 고현아를 노려보며 이를 갈았다.“고현아, 넌 시어머니도 무시하고 남편은 감옥에 보내는 여자야. 너 같은 년은 언젠가 천벌 받게 되어 있어.”“내 인생 최악의 벌은 당신 아들 유진호랑 결혼해서 당신 같은 시어머니 밑에서 살게 된 거예요.”그 말에 여자의 얼굴이 새파래졌다.“우리 아들이 너 같은 여자랑 결혼한 게 진짜 집안 망신이야. 두고 봐, 난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말을 마친 그녀는 박현우의 손을 뿌리치고 빠른 걸음으로 사라졌다.그 뒷모습을 보며 고현아는 차갑게 웃었다.그녀는 자기 아들의 이익이 걸린 일이면 꼭 목을 졸린 닭처럼 조용해지는 인간이었다.“고현아 씨, 일단 상처부터 치료하러 가시죠.”고현아는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전 괜찮아요, 변호사님. 경찰서에 가서 딸부터 데리고 오고 싶어요.”조금 전 경찰서에서 전화 와서 딸을 데려가도 된다고 했다.“상처 치료는 금방 끝나요.”고현아는 쓴웃음을 지었다.“변호사님은 아이가 없어서 잘 모르시겠지만 엄마는 아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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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화

두 사람이 떠난 뒤 서유정은 진료실 쪽으로 향했다.몇 걸음 가지도 않아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는 양주원이 눈에 들어왔다.그는 차가운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고 눈빛에는 온기 하나 없었다.대체 얼마나 오래 보고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서유정은 고개를 숙이고 못 본 척하며 걸음을 재촉하려 했지만 옆을 지나치려는 순간 양주원이 그녀를 확 잡아끌었다.“서유정, 네가 숙이기만 하면 예전 일은 없던 일로 해줄게. 결혼 준비도 다시 시작하고. 나랑 결혼하면 더 이상 일 안 해도 되고 오늘 같은 일도 다시는 겪지 않을 거야.”양주원은 말하며 그녀의 얼굴을 훑었다.긁힌 상처를 본 순간 그의 표정이 더 어두워졌다.서유정은 그의 손을 냉정하게 뿌리쳤다.“필요 없어.”오늘 겪은 일은 양주원이 결혼해서 바람피우는 걸 평생 참고 살아가는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그 말을 마친 그녀는 양주원을 단 한 번도 돌아보지 않고 그대로 떠났다.양주원은 그 자리에 선 채 그녀의 뒷모습을 매섭게 노려보았다.그는 이미 한발 물러나 자존심을 꺾고 그녀에게 돌아오라고 말한 건데 그녀는 끝내 그가 내민 손을 잡지 않았다.‘좋아. 이렇게 된 이상 나를 떠나서 너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제대로 보여주지.’양주원은 핸드폰을 꺼내 정지석에게 전화를 걸었다.“오늘부터 서유정이 어떤 사건도 못 맡게 해. 단 하나도 안 돼.”전화를 끊은 뒤 그는 그녀가 사라진 방향을 차갑게 노려보다가 돌아섰다.서유정은 치료를 마치고 약을 받은 후 박현우에게 경찰서 도착했는지 문자를 보냈다.곧바로 박현우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유정 누나, 방금 고현아 씨랑 딸을 집에 모셔다드렸어요. 전 지금 병원 쪽으로 가는 중이에요.”“그래요. 천천히 와도 돼요.”경찰서에서 병원까지 가까웠기에 10분도 채 안 되어 박현우가 도착했다.로펌으로 돌아가는 길에서 박현우가 조심스레 물었다.“누나, 사건에 너무 감정적으로 개입하는 건 아닐까요? 오늘처럼 고현아 씨의 전남편이 딸을 데려간 일은 사실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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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화

서유정은 박현우의 말에 웃음을 터뜨렸다.“이제 겨우 일주일이잖아요. 곧 익숙해질 거예요.”잠시 말이 없던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유정 누나, 전에도 이렇게 일이 많았어요?”서유정은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지금보다 더 많을 때도 있었어요. 한 달 내내 매일 새벽까지 일한 적도 있어요.”박현우가 놀란 눈으로 되물었다.“주말에도 쉬지 않고요?”“네.”“그럼 본인만의 시간이 하나도 없었겠네요? 누나, 혹시 일만 하느라 연애 한 번도 못 해본 건 아니죠?”젓가락을 들던 손이 멈추고 고개를 숙인 그녀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양주원이 바람나기 전까지 두 사람은 일주일에 하루는 꼭 시간을 내 함께했다.산책하기도 했고 집에서 밥을 해 먹으며 영화 보며 소소하게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평범했지만 따뜻하고 편안했던 시간이었다.하지만 양주원의 곁에 신나경이 나타난 이후로 두 사람의 시간은 늘 싸움으로 끝나기 일쑤였다.결국 그 감정을 견디지 못해 서유정은 일에 몰두하기 시작했고 시간이 지날수록 일이 그녀의 삶을 거의 다 차지하게 되었다.서유정이 말이 없자 박현우가 조심스럽게 물었다.“누나 표정 보니까 제가 제대로 짚은 거 같은데요?”서유정은 정신을 가다듬고 고개를 들며 말했다.“연애는 당연히 해봤죠. 하지만 헤어졌어요.”“아...”“그런데 연애해 봤다니까 왜 그렇게 아쉬운 표정이에요? 그렇게까지 연애 못 해봤을 것같이 생겼어요?”‘학창 시절엔 고백하겠다고 줄 선 애들만 해도 기숙사부터 교문까지 널렸는데...’“아니요. 연애 많이 해봤을 것같이 생겼어요. 열 명은 안 돼도 여덟 명은 있을 거 같은 느낌?”서유정은 피식 웃었다.“됐고 밥이나 먹어요. 어린애가 무슨...”어린애라는 말에 박현우는 발끈했다.“저 스물둘이에요. 법적으로 결혼도 할 수 있는 나이라고요. 어린애 아니거든요!”“그래요, 알았어요. 어린애 아니고 큰애. 됐죠?”박현우는 말문이 막혔다.식사를 마치고 박현우를 데려다주고 집에 가려던 찰나 송지민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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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화

조민재의 말이 끝나자마자 양주원이 냉랭하게 입을 열었다.“후회해야 할 사람은 서유정이야. 내가 뭐가 아쉬워서 후회해? 기회를 줬는데 안 잡은 건 걔라고. 내가 굳이 고개 숙여가며 매달려야 해?”헤어진 후 그는 몇 번이나 기회를 줬지만 서유정은 한 번도 마음을 열지 않았다.그 생각만 하면 양주원은 속에서 천불이 났다.‘서유정이 없다고 내가 못사는 것도 아니고.’조민재는 놀란 듯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서유정한테 다시 만나자고 했었어? 그런데 걔가 거절했다고?”말이 끝나기 무섭게 양주원이 가지고 놀던 라이터를 꽉 쥐었고 표정도 싸늘하게 굳었다.“정말? 진짜 그랬다고? 그래서 지금 신나경이랑 사귀는 것도 사실은 서유정 화나게 하려고 그러는 거야?”양주원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지만 그를 둘러싼 분위기는 금방이라도 얼어붙을 듯 차가웠다.조민재는 양주원이 서유정에게 복수하고 싶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런 유치한 짓을 할 줄은 정말 상상조차 못 했다.옆에 있던 정시훈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주원아, 네가 이럴수록 서유정은 더 멀어질 거야.”양주원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그래도 상관없어. 서유정이 없어도 난 잘 살 거야.”정시훈이 뭔가 더 말하려던 찰나 룸 문이 열리며 신나경이 들어왔다.그녀는 웃는 얼굴로 양주원 옆에 앉았지만 테이블 밑에 놓인 손은 주먹을 꽉 쥐고 있었다.그 시각, 1층.서유정은 차를 주차한 뒤 송지민이 보낸 룸 번호를 확인하고 클럽 안으로 들어섰다.로비에 들어서자 사방으로 뻗은 계단이 보였고 그녀는 가장 가까운 계단으로 발걸음을 옮겼다.곧 212호 룸 앞에 도착한 그녀는 앞에 적혀있는 동이라는 글자를 보지 못했다.노크하자 안에서 들어오라는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서유정은 이상하다고 느끼면서도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서유정?”고개를 들어 양주원, 조민재, 정시훈 등 익숙한 사람을 발견한 그녀는 잠시 당황한 눈빛을 보였다가 이내 미간을 찌푸렸다.양주원은 그녀를 본 순간 눈빛이 흔들렸지만 곧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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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화

문을 닫은 서유정은 고개를 들어 방 번호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역시나 문 앞에는 동 212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입술을 꾹 다문 그녀는 조용히 자리를 떠났다.룸 안에서는 양주원이 굳은 얼굴로 연거푸 잔을 비우며 술을 들이붓고 있었다.주변에는 차가운 기류가 감돌았다.그 모습을 본 조민재가 말렸다.“주원아, 술 너무 많이 마시면 몸 상해. 좀 자제해.”양주원은 차갑게 그를 쳐다보고는 다시 말없이 잔을 들었다.손에 들린 술잔을 기울이려는 순간 한 가느다란 손이 그의 손 위에 얹혔다.“주원 씨, 내일 아침 여덟 시에 중요한 회의 있잖아. 이제 그만 마셔.”신나경이 부드럽게 말했다.마치 조금 전 서유정과의 마주침은 없었던 일인 양 언제나처럼 살갑고 차분했다.그녀를 바라보는 조민재의 눈매가 가늘어졌다.이제야 신나경이 왜 양주원 곁에 3년이나 머물 수 있었는지 알 것 같았다.‘저 정도의 인내심은 아무나 보일 수 있는 게 아니지.’양주원은 무표정하게 말했다.“손 치워.”하지만 그녀는 눈빛 하나 흐트러뜨리지 않고 말했다.“그럼 나도 같이 마실게. 네가 한 잔 마시면 나도 한 잔, 네가 한 병 마시면 나도 같이 마실게.”신나경은 조용히 손을 거두고 옆에 있던 위스키병을 들어 뚜껑을 따자마자 거칠게 병째 들이켰다.“콜록콜록...”처음 마시는 독한 술에 위가 뒤집히는 듯한 감각이 들었다.술이 입가에서 턱까지 흘러내렸지만 그녀는 멈추지 않았다.다시 병을 들어 올리려는 순간 양주원이 그녀의 손에서 병을 빼앗아 탁자 위에 거칠게 내려놨다.“그만해.”“줘. 마실 거야.”양주원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를 품 안으로 끌어당겼다.“얘 데리고 먼저 갈게. 천천히 마셔. 계산은 내 앞으로 달아놓고.”그 말을 끝으로 다른 사람이 뭐라 반응하기도 전에 양주원은 신나경을 안은 채 룸을 나섰다.잠시 침묵이 흘렀고 조민재가 술잔을 돌리며 입을 열었다.“예전에는 신나경을 신경 쓰지도 않았는데 오늘 보니까 3년을 버틴 이유를 알겠더라.”‘하지만 양주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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