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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시녀의 생존수칙: Chapter 211 - Chapter 220

242 Chapters

제211화

오늘의 연경은 여느 때보다 더 다정했다.그녀는 뜨거운 닭죽을 후후 불어 손기욱의 입가로 가져다주고 수시로 뜨거우니 조심하라고 일깨워 주기까지 했다.손기욱은 딱히 죽을 좋아하지 않았다. 전장에 나가 있을 때는 배를 불릴 수 있는 음식 위주로 먹다 보니 빨리 소화가 되는 죽을 먹는 일은 거의 없었다.그럼에도 오늘 저녁 먹은 닭죽은 어느 때보다 맛이 있었다.죽 반 그릇을 뚝딱 해치우니 태복이 진수성찬을 준비해서 가져왔다.손기욱은 푸짐하게 차려진 보양식을 보고 고개를 저었다.“지금은 배가 고프지 않으니 상처부터 치료하자.”그냥 둬도 괜찮을 정도의 부상이지만 서주행이 약을 두고 갔으니 그의 호의를 거절하고 싶지는 않았다.연경은 그를 안방으로 부축했다. 손기욱은 그녀의 찰랑이는 까만 머리를 바라보며 피식 웃음을 지었다.“크게 다친 것도 아니니 스스로 걷는 것 정도는 거뜬해.”말은 그렇게 해도 그는 팔을 빼지는 않았다.“나으리는 소첩을 위해 다친 거니 가슴 아파서 그럽니다. 소첩이 보살펴 드리게 해주세요.”“가슴이 아파?”손기욱은 눈썹을 꿈틀거리며 연경의 가슴께로 시선을 두었다.연경은 그의 뜨거운 시선에 얼굴이 화끈거려 재빨리 문을 닫았다. 그러고는 그의 커다란 손을 잡고 자신의 가슴으로 가져가며 말했다.“여기가 너무 아픕니다. 나으리께서 돌아오시기 전까지 계속 갑갑하고 두근거렸어요.”손기욱은 저도 모르게 움찔하며 손을 내렸다.연경은 그가 옷을 벗는 것을 도와주고 연고를 멍이 든 곳에 발라주었다. 사실 멍든 곳은 별로 없어서 자세히 들여다봐야 찾을 수 있었다.손기욱은 여인이 자신을 빤히 쳐다보고 있으니 저도 모르게 몸이 달았다.연경은 손을 비벼서 따뜻하게 만든 후에 그에게 약을 발라주었다. 분명 별거 없는 행위인데도 손기욱은 가슴이 간질간질거렸다.연경은 뜨거운 그의 시선을 똑바로 바라보며 물었다.“나으리, 오늘 밤도 시침을 들까요?”이런 부상은 몇 시진이 지나면 쑤시고 아플 테니 푹 쉬게 내버려 두고 싶었다.그러나 손기욱은 이글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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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2화

그는 차가운 목소리로 비웃었다.“시끄러워 죽겠군. 점점 시정잡배를 닮아가는 것 같다니까.”연경은 그의 옷깃을 잡아당기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나으리, 다 듣겠습니다.”손기욱은 시끄럽게 떠드는 자들을 바라보며 오만상을 쓰고 헛기침을 했다.짜증이 담긴 기침소리에 떠들던 목소리가 잦아들었다.손기욱은 비웃음 가득한 웃음을 지으며 큰 숙부에게 말했다.“저를 보러 오셨다면서 왜 이리 시끄럽게 구십니까?”비웃음 가득한 말투에 큰댁 숙부는 화가 치밀어 연신 기침을 해댔다.“아프시면 의원을 찾아가야지 여긴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 제가 의원도 아닌데 말입니다.”큰댁과 둘째네 사람들은 서로 어안이 벙벙하여 눈치만 살폈다.기분이 안 좋은 손기욱에게 잘못 말을 걸었다가 된통 당하기만 할 게 뻔하니 큰댁 사람들은 큰 숙부를 부축하여 재빨리 자리를 떴다.둘째네도 이삿짐을 정리한다는 핑계를 대고 자리를 떴다.눈치 빠른 태복은 이 참에 다시 데운 음식들을 가져오게 했다.뜨거웠던 분위기가 완전히 사라지자 손기욱은 이가 갈렸다.“나으리, 치풍이 돌아왔습니다. 한참 전부터 기다리고 있었어요.”손기욱은 연경을 돌아보며 말했다.“넌 일단 돌아가서 쉬고 있거라. 난 이따가 송학당에 한번 들려야 하니.”그는 노부인에게 연경의 인신 계약서를 받으러 갈 생각이었다.연경은 그가 바쁜 걸 이해하기에 식사 시중만 들고 매향원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큰댁과 둘째네가 왜 갑자기 찾아왔는지 사람을 시켜 알아보기로 했다.손기욱도 곧바로 서재로 가서 치풍을 불렀다.“진이라는 사내는 알아보았느냐?”“소인이 경양 후작가와 연관이 있는 인물 가운데 이름에 진자가 들어간 인물들을 알아보았습니다만…”손기욱은 냉소를 지으며 비아냥거렸다.“인물 들이라니, 경성에 사내들이 참 많나 보구나.”치풍이 답했다.“이랑과 또래의 사람들만 추리면 열 명 정도 됩니다. 이랑과 접점이 있었던 사람은 셋이 있는데 한 분은 올해 서른인 태상사경의 여섯째 도련님이고 한분은….”단순히 연경의 머리를 쓰다듬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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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3화

손기욱의 싸늘한 시선을 받은 향란은 눈물을 머금고 방을 나갔다.그녀는 나오자마자 굳은 표정으로 태복에게 말을 걸었다.“태복님, 저 부탁 하나만 해도 될까요?”태복이 물었다.“나으리께 또 한소리 들었느냐?”향란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일전에 매화당에 갔을 때는 확실히 딴마음이 있었지만 그건 노부인의 분부가 있었기 때문이었어요. 그러지 않았다면 제가 어찌 감히 나으리께 딴마음을 품었겠어요. 그러니 제가 이젠 그런 생각하지 않는다고 나으리께 꼭 좀 전해주세요.”말을 마친 그녀는 동전 주머니를 꺼내 태복에게 건넸다.태복은 손사래를 치며 극구 거절했다.시종으로 일을 하면서 윗분들이 하사하는 재물은 받아도 시종들끼리는 굳이 이런 걸 받을 이유가 없었다.그는 자신이 모시는 분의 성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손기욱이 남녀문제에서 얼마나 고집이 센지는 모두가 아는 사실이었다. 그게 아니라면 8년 전에 변방까지 가지도 않았을 것이다.그러나 향란은 그때 후작가에 들어오지도 않았으니 태복은 부드러운 어투로 그녀를 달래주었다.“기회가 되면 내 나으리께 꼭 말씀드리도록 하마. 앞으로 네가 본분만 잘 지킨다면 나으리도 굳이 널 곤란하게 하시진 않을 거야.”향란은 그제야 표정을 풀고 고개를 끄덕였다.한편, 손기욱은 한참이나 설명해서야 노부인을 안심시킬 수 있었다.어머니를 자리에 모신 그는 단도직입적으로 말을 꺼냈다.“어머니, 연경의 인신 계약서를 이제 저에게 넘겨주시죠.”노부인이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왜? 그 아이는 시종 출신이다. 인신 계약서를 내가 쥐고 있어야 앞으로 총애를 등에 업고 허튼 짓을 하지 않을 게야. 이게 다 널 위해서 이러는 거다!”“시종이 왜요? 공주도 불란을 조성하는 마당에, 만약 제가 가유 공주 같은 사람을 부인으로 들이면 만족하시겠어요?”손기욱은 출신만 따지는 노부인이 너무 싫었다.누군들 시종으로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났겠는가?지금의 황제도 수대를 거슬러 올라가면 모두 평민 출신이었다. 무안 후작부 역시 평민 출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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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4화

계약서를 받아든 손기욱은 더 머물지 않고 바로 매향원으로 갔다.그날 밤, 손기욱은 원하던 대로 그녀를 품에 안았다.시달릴 대로 시달린 연경은 대충 몸을 씻자마자 뒤돌아서 잠을 청했다.손기욱은 그런 그녀의 어깨를 잡고 뒤돌게 했다.연경은 애원에 찬 눈망울로 그를 올려다보았다.“아직도 부족한 게냐?”피식 웃으며 묻는 그의 농에 연경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손기욱은 감춰두었던 계약서를 꺼내 그녀의 눈앞에 대고 흔들었다.시종 출신이니 그는 그녀가 글을 못 읽는 줄 알고 위에 적힌 글을 그녀에게 읽어주었다.“도화마을 풍씨의 딸 연경, 현재 부모님이 안 계셔서 살아갈 길이 막막하니 자원해서 경양 후작가의….”연경은 다 듣기도 전에 벌떡 일어나 계약서를 자세히 훑어보았다.“이건… 소첩의 인신 계약서인가요?”안 그래도 내일 물어볼 생각이었는데 손기욱이 조용히 이걸 가져온 것이다.“서주행 그 무능한 자식은 두 번이나 어머니에게 달라고 했다가 거절당했어. 내 내일 당장 가서 네 천적(賤籍: 천한 호적, 시종들 중에서도 가장 신분이 낮은 사람)을 없애주마.”손기욱은 의기양양한 얼굴로 턱을 치켜들며 말했다.연경처럼 종신 계약을 쓴 시종을 천적이라고 하는데 주인에게 맞아 죽어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사람들이었다.연경은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그의 품에 안겼다.“나으리는 참 좋은 분이십니다. 정말 대단하신 분이세요. 단방에 제게 자유를 주셨습니다. 나으리는 이 세상에서 가장 대단한 분이세요!”자유의 몸이 되었으니 이제 그녀도 당당하게 점포를 구매하고 운영할 수 있게 되었다.그동안 연경은 매일 글씨를 연습하고 손기욱이 주었던 금과 은표를 서주행에게 주어 돈을 불릴 수 있는 점포를 물색하게 했다.“대단한 사람이니 너를 품에 안았겠지.”손기욱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다음 날, 연경은 송학당에 문안을 갔다가 큰댁과 둘째네 며느리들을 만났다.전에 비하면 그녀를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연경은 그들이 저택에서 한동안 지낼 것을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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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5화

다음 날, 진료를 마친 서주행과 당직이 끝난 손기욱은 함께 취한루로 향했다.서주행도 연경의 계약서가 궁금했기에 자리에 앉자마자 친우에게 물었다.손기욱은 묘한 눈빛으로 그를 힐끗 쏘아보고는 말했다.“자네는 내 사람에게 너무 지나치게 관심을 주는군.”서주행은 의심에 찬 그의 눈빛을 보자 헛웃음이 나왔다.“자넨 나를 친우의 여인이나 넘보는 짐승으로 알아? 어째 점점 사내만 보면 개처럼 물어뜯으려고 하나?”“하!”손기욱은 차갑게 코웃음치며 부인했다.“난 그렇게 한가한 사람이 아니야.”“한가한 게 아니라 미친 사람이지.”서주행이 입을 삐죽이며 말했다.“어쨌거나 우리 연경이가….”손기욱은 싸늘한 목소리로 그의 말을 끊었다.“그 호칭부터 좀 고쳐. 왜 그렇게 친근하게 부르는 게야?”서주행은 불만스럽게 그를 쳐다보고는 제 할말을 했다.“우리 연경이가 자유의 몸이 되었으니 내가 미리 봐두었던 점포도 이제 그 아이의 명의로 돌아가는 거지?”“점포? 왜 난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지?”손기욱은 그녀가 왜 자신에게는 미리 말하지 않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외롭고 의지할 곳 하나 없는 아이야. 제대로 된 혼수도 없고. 내가 점포 하나 선물해 주려고 잠시 내 명의로 두었어. 연말에 그 아이가 백초당에서 요양 중일 때 자넨 바빠서 얼굴도 안 비쳤으니 상의할 기회조차 없었지.”손기욱이 부루퉁하게 말했다.“어쩌면 우리의 처음이 그 아이가 의도를 품고 내게 접근할 가능성도 있었는데 난 화 좀 내면 안 돼?”“가능성?”서주행은 못 믿겠다는 듯이 그의 말을 곱씹었다.손기욱은 치풍이 조사한 내용과 손유민이 했던 말을 서주행에게 들려주었다.침묵하던 서주행이 입을 열었다.“자네의 양자는 겉만 멀쩡한 망나니이니 녀석이 한 말은 믿을 게 못 돼. 연경이 그날 일부러 자네가 있는 곳으로 간 것은 맞지만, 어떻게 하면 자네를 곤경에서 구할 수 있을까 해서 찾아간 거야. 그런데 짐승 같은 자네에게 잡아먹힌 거지.”손기욱이 놀란 얼굴로 그에게 물었다.“그걸 자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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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6화

손기욱은 말없이 냉소만 지었다.서주행은 계속해서 이야기했다.“그날 백초당에서 연경은 또 악몽을 꾸었어. 경양백부에 풍 이랑이라는 분이 있는데 연경에게 가장 잘해주시던 분이라 하더군. 그 아이는 경양백 부인이 자신이 보는 앞에서 풍 이랑의 얼굴을 할퀴었는데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프면서 어릴 때 풍 이랑을 어머니라 불렀던 기억이 어렴풋이 떠올랐다고 해.”손기욱은 눈을 휘둥그레 뜨고 한마디 했다.“황당하군!”서주행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연경 그 아이도 황당한 꿈이라고 하더군. 허나 경양백 부인이 현실에서 그 얘기를 그 아이에게 꺼낸 적이 있었다고 하네. 다만 정말 기억이 안 나서 모른다고만 답했다지. 경양백 부인은 풍 이랑이 경양백의 외실이고 연경은 백부 밖에서 태어나 생부도 모르는 근본 없는 종이라는 말까지 했다고 해.”“그 아이는 꿈에 자신이 경양백을 아버지라 부르는 광경을 보았다고 하네. 그러나 백부로 돌아간 이후로 경양백은 그 아이를 딸로 인정해 주지 않았지. 연경도 그 꿈이 너무 황당해서 믿기지 않았다고 했어. 자신의 딸을 천한 시종으로 삼는 아버지가 어디 있겠냐면서 말이야. 그렇게 살 바에야 차라리 도화마을에서 굶어 죽는 게 나았을 거라고도 했지.”서주행은 여기서 이야기를 꺼냈다. 그때 연경에게서 얘기를 들은 후에 그 역시나 이 이야기를 소화하는데 한참이 걸렸다.말이 없던 손기욱은 한참 지난 후에야 쓴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황당해서 할 말이 없군.”“황당하긴 하지. 연경도 자네가 약을 탄 술을 마신 걸 보고 다른 꿈마저 현실이 될까 두려웠다고 하네. 불쌍하기도 하지. 그날 그 아이는 밤새 울기만 하면서도 믿고 싶지 않다고 했지. 그 아이는 자네에게 사실을 말하고 싶다고 했는데 내가 꿈 얘기는 너무 허황된 얘기라 비웃음만 들을 거라고 비밀에 부치라고 했어.”손기욱은 너무 황당한 이야기라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 술을 몇 잔 들이켜고 난 후에야 그는 비로소 조금 진정할 수 있었다.“어찌 이리 황당한 이야기를 지어내는 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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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7화

손기욱은 돌아가는 내내 속으로 경양백에게 욕설을 퍼부었다.특히 며칠 전까지 자신에게 사돈으로 친근하게 불렀던 것을 생각하면 역겨움이 치밀었다.이런 자가 어찌 연경의 아비가 될 자격이 있단 말인가.그렇게 매화당으로 돌아오니 연경은 시종들과 웃고 떠들며 새 옷을 만들고 있었다.진청색의 정교한 수놓이가 돋보이는 비단은 등불 아래에서 더욱 그 화려한 광택을 자랑하고 있었다. 옷의 크기로 보아 연경 자신의 옷은 아닌 것 같았다.손기욱이 성큼 다가가자 두 시종은 생글생글 웃으며 그에게 예를 행했다.“나으리, 이랑께선 친히 나으리의 옷을 지어주신다 합니다.”연경은 시종들에게 공구를 정리하라 이르며 말했다.“내일 날이 밝으면 다시 만들어야겠네요. 이 좋은 비단을 자칫 낭비할 수는 없으니까요.”손기욱은 안쓰러운 마음에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저택에 재봉사가 있는데 굳이 네가 이런 것까지 할 필요는 없어.”“소첩 오늘 황후마마께서 하사하신 비단을 둘러봤는데 이거로 나으리의 봄 옷을 만들면 좋을 것 같아서요.”손기욱은 부드럽게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내 말 듣고 재봉사한테 맡겨.”연경은 갑자기 자상해진 그의 모습을 보고 생각에 잠겼다.‘주행 오라버니와 술 한잔하신다더니, 설마 그 얘기를 들으신 걸까?’그녀는 격하게 치미는 감정을 추스르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궁에서 하사한 귀한 비단인데 재봉사가 실수라도 하면 어쩌려고요.”“그럴 힘이 있으면 나한테나 쓰거라.”차를 들고 들어온 서란은 그 말을 듣고 얼굴이 화끈거려 재빨리 고개를 수그렸다.연경은 수치심에 다급히 그의 입을 틀어막았다.“나으리!”그녀는 사람들 앞에서 그가 그들의 사적인 얘기를 아무렇지도 하는 게 굉장히 불편했다.“나으리, 차 드세요.”서란은 찻잔만 내려놓고 재빨리 밖으로 나갔다.손기욱은 그제야 뻘겋게 달아오른 연경의 얼굴을 보고 어색하게 기침하며 얘기를 돌렸다.“저 둘이 일하는 건 마음에 드느냐? 내일 무공을 좀 할 줄 아는 시종 둘을 붙여주마. 계약서는 네가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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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8화

물론 그가 이렇게 빨리 알게 된 것은 예상치 못했던 일이었다.어쩌면 빨리 모든 진실을 조사할 수 있으니 잘된 일일지도 모른다.“어떤 점포를 원하느냐? 점포 말고 다른 건 갖고 싶은 것 없어? 장원은?”“의복은 부족하지 않느냐? 내일 재봉사를 시켜 몇 벌 더 만들게 하마. 아니면 며칠 후에 시간 날 때 나와 같이 금옥당으로 가서 골라도 좋고….”손기욱은 세상의 모든 좋은 것은 다 그녀에게 안겨줄 태세로 주절주절 말했다.그러나 한참이 지나도 연경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의아해서 그녀의 얼굴에 손을 뻗으니 이미 그녀는 눈물범벅이 되어 있었다.손기욱은 울어서 빨갛게 부은 연경의 눈을 보고 가슴이 찔린 듯 아파왔다.“왜 우는 거지?”한숨 쉬듯 묻는 그의 질문에 연경은 와락 그의 목을 끌어안았다.“왜 제게 이렇게 잘해주시나요? 저는 괴롭힘만 당할 줄 알았지 어떻게 사랑과 관심을 받는지는 모릅니다.”남들에게 괴롭힘을 당할 때는 눈물 한 방울 나지 않았지만 누군가 다가와서 조금이라도 관심을 주면 저도 모르게 서러움에 눈물이 났다.어머니 앞에서도 그랬고 서주행 앞에서도 그랬고 손기욱은 더더욱 그랬다.손기욱은 그 말을 들으니 더욱 가슴이 쓰라렸다.나무 쓰려서 당장 달려가서 경양백의 멱살을 잡고 싶은 심정이었다.그는 치미는 감정을 억누르고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었다.“참으로 바보 같은 소리구나. 내가 네게 잘해주지 않고 또 누구에게 잘해주겠느냐? 그것들은 네 혼인선물로 치자꾸나.”“혼인… 선물이요?”연경은 눈물을 머금고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말로는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가슴 한구석에서 치솟기 시작했다. 손기욱의 반응은 그녀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강렬했다.손기욱은 부드럽게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며 말했다.“그래, 우리 경이도 앞으로는 기댈 곳이 있는 사람이니까.”연경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그의 품에 안겨 울음을 터뜨렸다.“너무 좋네요. 소첩도 이제는… 아껴주는 사람이 생겼네요. 앞으로도 계속… 제게 이렇게 해주실 수 있나요?”애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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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9화

“민아, 기억했지?”목청 큰 아현이 대놓고 큰소리로 아민에게 귓속말을 했다.아민도 덤덤히 고개를 끄덕이며 굵은 팔뚝을 휘저었다.“한 글자도 빠짐없이 모조리 기억했지.”송지운은 기가 막혀서 눈을 부라렸다.“뭘 기억한다는 게야? 어디서 이렇게 무례한 시종을 데려온 거지?”아현도 지지 않고 그녀를 흘기며 대꾸했다.“당신이 했던 말을 기억했다가 나으리께 다 이를 거예요!”송지운의 안색이 급변했다.연경은 웃으며 분위기를 무마했다.“나으리께서 내가 외출 시에 너무 조촐하면 후작가의 체면이 안 선다고 하시어 특별이 이 두 아이를 내게 보내주셨네. 처음 와서 아직 예법을 잘 모르니 이해하게.”송지운의 유산까지 아직 십일 정도 남았으니 연경은 이 시기에 굳이 그녀와 충돌을 빚어 귀찮은 일에 휘말리고 싶지 않았다.손기욱의 사람이란 얘기를 듣자 송지운은 입을 삐죽이면서도 더 이상의 불평은 하지 못했다.그녀는 연경 일행을 힘껏 흘겨보고는 앞장서서 걸었다.아민이 앞장서서 길을 열려고 했지만, 연경은 그녀의 옷깃을 잡고 고개를 저었다.저택 밖에는 마차 두 대가 세워져 있었다. 하나는 송지운이 평소에 타는 금수원 마차였다. 무안 후작가의 품격에 따라 비록 화려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차체가 튼튼하고 차벽에는 정교한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또 다른 마차도 송지운의 마차와 외형은 별반 다를 것이 없어 보였지만 가림막은 해당화가 수놓아진 밝은 색상이었다. 딱 봐도 연경을 위해 준비한 것으로 보였다.송지운은 질투가 났지만 아현과 아민이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지켜보고 있으니 불평 한마디 못하고 자신의 마차에 올랐다.반면 마차에 오른 연경은 호화롭지만 편안하게 꾸며진 마차 내부를 보고 감격이 몰려왔다. 그녀가 보았던 중 가장 화려한 마차는 용의백의 딸 기요의 것이었는데 이 마차는 그녀의 것보다 더 편안하고 더 두터운 주단이 깔려 있었다.이틀 안에 준비된 마차는 절대 아니었다.마차에 오른 연경은 시종들에게 주의사항을 말해주었다. 한편 경양백 부부는 노심초사하며 이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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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0화

송선준이 이를 갈며 말했다.“누가 아니래? 고작 국사감 사품 관원의 딸 따위가 형편이 좀 어려워지니 바로 도망칠 생각부터 하니! 그런 것도 문인 세가의 규수라니! 웃기지도 않아서 원!”그는 자신이 처벌을 면하기 위해 고리대금을 놓은 죄를 모두 부인에게 돌린 얘기는 일절 하지 않았다.백부인은 안쓰러운 얼굴로 아들을 바라보더니 연경에게 말했다.“선준이는 어릴 때부터 고생 한번 안 하고 자란 아이이니, 후작을 잘 구슬려서 좀 편한 관직에 올려달라고 해. 무안 후작처럼 싸울 일이 많고 힘든 곳은 절대 안 돼.”송선준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래. 녹봉이 좀 낮아도 상관없어. 내 듣기로 호부가 괜찮다던데. 거기는 국고를 관리하는 곳 아니더냐. 분명 콩고물도 많이 떨어질 테지.”연경은 이제는 나라 창고를 털어먹으려는 그의 뻔뻔함에 속으로 냉소를 지었다.백부인은 주변을 둘러보더니 조심스레 말했다.“호부는 너무 눈에 띄는 곳이니 당분간은 그런데 가지 말고 공부로 가거라.”“공부요? 집짓기나 하는 그런 천한 일은 저는 못합니다!”송선준은 손사래를 치며 거절했다.백부인은 못 말린다는 듯이 아들을 바라보며 간곡히 말했다.“그건 네가 몰라서 하는 소리야. 내 알아봤는데 겉보기에 딱히 미래가 없어 보이는 곳이라 아무도 주의 깊게 살피지 않을 테니 더 많은 잇속을 챙길 수 있는 게야! 집 짓기 같이 힘든 일은 네가 친히 하지 않고 어차피 사람을 부릴 텐데 뭐가 걱정이니?”모자는 마치 대경의 관직이 그들이 원하면 아무거나 가질 수 있는 것처럼 떠들어댔다.경양백 부인은 성격 포악하기로 소문난 사람이라 뭐든 제 마음대로 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고 경양백은 바람기는 많지만 집안에서는 부인의 눈치만 보는 무능력한 인간이었다.그러다 보니 두 사람의 사랑만 받고 자란 아들들은 이기적이고 무능하면서도 콧대만 높은 인간으로 자랐다.연경은 그들의 말을 듣고 있자니 머리가 지끈거렸다.한참 떠들어댄 후에야 그녀는 느긋하게 입을 열었다.“부인과 도련님의 뜻은 잘 알겠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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