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현과 아민은 절대 비키지 않을 태세로 병풍 앞을 든든히 가로막고 섰다.“이게 손님을 대하는 경양백부의 예법인가요? 당장 돌아가서 나으리께 고할 것입니다!”목청 큰 아현이 큰소리로 소리치자, 시종과 어멈들은 아무도 감히 앞으로 다가서지 못했다.“무슨 일이니?”이때, 연경의 금방 깬 듯한 나긋한 목소리가 병풍 뒤쪽에서 들려왔다.당장 다가가서 병풍을 밀어제끼려던 경양백 부인은 흠칫하며 어색한 목소리로 말했다.“아, 연경아… 이제 일어나 밥 먹어야지.”백부인은 재빨리 시종들에게 눈짓을 했고 사람들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물러갔다.아현과 아민은 재빨리 문을 닫고 서란도 재빨리 일어나 창밖을 통해 들어온 연경을 부축했다.잠깐 숨을 돌린 후, 연경은 재빨리 옷을 갈아입었다.한편 송지운은 안색이 푸르뎅뎅한 어머니를 보고 연경이 안에 있었다는 것을 눈치챘다.“정말 풍 이랑과 육진이를 기억하지 못하는 걸까요?”“누가 알겠어?”경양백 부인은 시큰한 허리를 주무르며 이를 갈았다.“기억을 못하면 어떻게든 기억을 하게 만들어야지!”“어머니, 방금 미처 말씀드리지 못한 게 있어요. 그 두 시종들, 아버님 사람이에요.”송지운이 어색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경양백 부인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눈을 부릅떴다.“그걸 왜 이제야 말하니? 방금 내가… 아이고, 이를 어쩌면 좋아?”송지운은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말했다.“전에 후작가에선 못 보던 얼굴들이에요. 아마 연경을 보필하라고 보낸 아이들일 거예요. 둘 다 아직 성년례도 치르지 않은 꼬마들이니 이따가 장난감 같은 걸 쥐여주고 잘 달래면 괜찮겠죠.”“그럴 수밖에.”경양백 부인은 심란하기 그지없었다. 안 그래도 최근 들어 안 좋은 일만 생기는데 더 이상 불란을 만들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송선준의 관직이 정해진다면 그때 가서 연경에게 화풀이를 해도 늦지 않았다.한편, 무안 후작가로 돌아온 연경은 백초당에 서신을 보냈다.송육진이 언제 다리 진료를 보러 갈지 알 수 없으니 미리 서주행에게 언질이라도 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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