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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시녀의 생존수칙: Chapter 221 - Chapter 230

242 Chapters

제221화

풍 이랑은 다급히 빗자루를 내려놓고 다가가 연경을 부축했다.둘은 멀리서 송육진에게 조용히 하라는 시늉을 한 후에 서둘러 방으로 들어갔다.송육진은 절뚝거리며 연경의 앞으로 다가와 그녀를 아래위로 훑어보며 물었다.“누님, 괴롭힘 당한 거 아니죠?”연경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나으리는 좋은 분이야. 내게 잘해주신단다.”“거짓말, 말못할 병도 있고 나이도 많다고 들었는데….”연경은 재빨리 동생의 입을 막았다.“지금 네게 세세히 설명할 시간이 없어. 나으리께서 내게 장원과 점포를 하나씩 주시가 날 지켜줄 시종도 둘이나 붙여 주셨어.”풍 이랑과 송육진은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로 연경을 바라보았다.풍 이랑이 물었다.“무안 후작께서 네게 장원과 점포를 주었다고?”그녀는 경양백과 오랜 시간 함께하고 달콤한 말들도 수도 없이 들었지만 점포 하나 받지 못했다. 생활비조차 몇 번이고 어르고 달래고 애원해서야 겨우 조금 받을 수 있었다.그런데 무안 후작은 연경에게 이 정도로 통이 크다니 믿기지가 않았다.연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러니 돈 아깝다고 너무 힘들게 살지 마세요. 차후에 제가 정기적으로 은화를 보내드릴게요.”송육진은 수치심에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그는 사내로서 어머니와 누님을 지켜드려야 하는데 오히려 누님에게 민폐만 끼치는 것 같아 고개를 들 수 없었다.풍 이랑도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안 된다. 그건 네가 앞으로 살아갈 보장과 같은 것인데 차곡차곡 모아두고 있어.”연경은 송육진의 다리를 바라보며 물었다.“다리는 어쩌다 다쳤니? 왜 아직도 절룩거리고 있어?”전생에는 없던 일이 이번 생에 벌어졌고 그녀는 송육진이 스스로 넘어진 게 아니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그러나 송육진과 풍 이랑은 서로 시선을 교환하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부주의로 넘어진 거예요. 저는 괜찮아요, 누님. 언젠가는 낫겠죠.”“벌써 며칠이나 지났는데? 내 백초당 의원에게 물어봤는데 다쳤을 당시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뼈가 어긋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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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2화

중요한 얘기가 끝나자 연경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송육진의 얼굴을 쓰다듬었다.“다리는 많이 아프니?”“누님, 아무쪼록 그곳에서 잘 지내시고 건강하셔야 해요.”송육진은 품에서 뭔가를 꺼내 연경에게 건넸다.한편, 음식상을 준비한 백부인은 사람을 시켜 연경을 부르게 했다.그러나 아현과 아민 두 사람이 바깥에서 길을 가로막으며 연경은 쉬고 있으니 방해하지 말라고 전했다.백부인은 이상한듯 고개를 갸웃했고 송지운도 의심의 눈초리로 중얼거렸다.“몰래 풍 이랑을 찾아간 거 아닐까요?”백부인은 눈을 부라리더니 풍 이랑의 처소로 사람을 보내고 자신은 시종들을 거느리고 연경이 쉬고 있는 방을 찾아갔다.만약 그녀가 풍 이랑과의 관계를 기억하고 있다면 그녀를 마음대로 쥐고 주무르기 편할 것이다.풍 이랑과 송육진이 그들의 손에 있으니 연경도 순순히 그들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아현과 아민은 객방 밖에 서서 다가오는 백부인과 송지운을 보고 조용히 시선을 교환했다. 그러고는 각자 앞으로 나서서 든든히 문 앞을 가로막았다.경양백 부인은 두 사람을 시종이라 무시하며 큰소리로 호통쳤다.“점심 식사가 준비되었으니 연경에게 어서 일어나라 하거라.”“이랑은 반 시진만 주무신다 하셨습니다.”“썩 안 비켜?”분노한 백 부인이 소리쳤지만 아현과 아민은 허리를 곧게 펴고 싸늘한 눈길로 백부인을 바라볼 뿐이었다.백부인보다는 머리 하나는 작은 아이들이지만 두 아이의 눈에는 전혀 두려움이 없었다.그러나 두 사람이 막아설수록 백부인의 의심은 깊어져갔다. 그녀는 연경의 거짓말이 괘씸하고 또 혐오스러웠다. 어릴 때부터 발밑에 두고 짓밟던 외실의 자식이 신분 역전하는 꼴은 절대 두고 볼 수 없었다.‘정실은 나야! 경양백부의 안주인은 나라고! 일개 외실의 자식 주제에, 족보에 이름도 올릴 수 없는 년이, 어딜 감히 건방지게!’경양백 부인이 등 뒤에 있는 자신의 시종들에게 눈짓하자, 시종들은 우르르 몰려들어 강제로 문을 열려고 시도했다.송지운은 어머니에게 사실을 말할 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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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3화

아현과 아민은 절대 비키지 않을 태세로 병풍 앞을 든든히 가로막고 섰다.“이게 손님을 대하는 경양백부의 예법인가요? 당장 돌아가서 나으리께 고할 것입니다!”목청 큰 아현이 큰소리로 소리치자, 시종과 어멈들은 아무도 감히 앞으로 다가서지 못했다.“무슨 일이니?”이때, 연경의 금방 깬 듯한 나긋한 목소리가 병풍 뒤쪽에서 들려왔다.당장 다가가서 병풍을 밀어제끼려던 경양백 부인은 흠칫하며 어색한 목소리로 말했다.“아, 연경아… 이제 일어나 밥 먹어야지.”백부인은 재빨리 시종들에게 눈짓을 했고 사람들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물러갔다.아현과 아민은 재빨리 문을 닫고 서란도 재빨리 일어나 창밖을 통해 들어온 연경을 부축했다.잠깐 숨을 돌린 후, 연경은 재빨리 옷을 갈아입었다.한편 송지운은 안색이 푸르뎅뎅한 어머니를 보고 연경이 안에 있었다는 것을 눈치챘다.“정말 풍 이랑과 육진이를 기억하지 못하는 걸까요?”“누가 알겠어?”경양백 부인은 시큰한 허리를 주무르며 이를 갈았다.“기억을 못하면 어떻게든 기억을 하게 만들어야지!”“어머니, 방금 미처 말씀드리지 못한 게 있어요. 그 두 시종들, 아버님 사람이에요.”송지운이 어색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경양백 부인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눈을 부릅떴다.“그걸 왜 이제야 말하니? 방금 내가… 아이고, 이를 어쩌면 좋아?”송지운은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말했다.“전에 후작가에선 못 보던 얼굴들이에요. 아마 연경을 보필하라고 보낸 아이들일 거예요. 둘 다 아직 성년례도 치르지 않은 꼬마들이니 이따가 장난감 같은 걸 쥐여주고 잘 달래면 괜찮겠죠.”“그럴 수밖에.”경양백 부인은 심란하기 그지없었다. 안 그래도 최근 들어 안 좋은 일만 생기는데 더 이상 불란을 만들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송선준의 관직이 정해진다면 그때 가서 연경에게 화풀이를 해도 늦지 않았다.한편, 무안 후작가로 돌아온 연경은 백초당에 서신을 보냈다.송육진이 언제 다리 진료를 보러 갈지 알 수 없으니 미리 서주행에게 언질이라도 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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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4화

밥상 위에는 딱 봐도 연경이 직접 준비한 것으로 보이는 음식들이 잔뜩 차려져 있었다.“이런 건 친히 할 필요가 없다는데도?”연경은 다가와서 그의 겉옷을 벗겨주며 답했다.“어차피 소첩은 딱히 할 일도 없고 부관이 가져온 장부는 봐도 모르겠으니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손기욱이 물었다.“장부 보는 법을 배우고 싶은 게냐?”그의 명의로 된 장원과 점포는 모두 부관에게 맡겨 관리하고 있었다. 그는 그런 걸 신경 쓸 여유도 없고 소득만 들어오면 된다는 주의였다.고개를 끄덕이는 그녀를 보고 손기욱이 말했다.“나중에 사람을 시켜 가르치도록 하마.”연경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그의 볼에 입을 맞추었다.손기욱은 괜히 올라가는 입꼬리를 애써 누르며 정색해서 말했다.“원하는 게 있어서 밥상을 차린 게로구나.”“나으리, 그런 농담은 마십시오. 나으리께서 제가 한 음식을 맛있다고 해주셔서 차려드린 것이지요. 앞으로 매일 차려드리겠습니다.”말을 마친 연경은 살포시 그의 품에 안기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손기욱은 괜히 가슴이 간질거려 정색하며 말했다.“빈말이라도 듣기 좋으니 자주 해주려무나.”연경은 그의 귓가에 대고 작게 속삭였다.“저녁에 많이 들려드리겠습니다.”손기욱은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키며 그녀의 허리를 감아 의자에 앉혔다.“어서 밥이나 먹자! 이따가 대체 얼마나 좋은 소리를 들려주려고 그러는지 두고 보겠다.”연경은 수줍게 얼굴을 붉히며 미소를 지었다.그날 밤, 뜨거운 열기가 식은 후, 그는 연경을 품에 안고 물었다.“오늘 경양백가에 가서 괴롭힘을 당하진 않았느냐?”연경은 어차피 아현 자매가 다 얘기했을 것을 알고 간략해서 경과를 설명했다.손기욱이 물었다.“그래서 그 녀석은 어떤 관직을 원하는 거지?”“굳이 들어주실 필요는 없습니다, 나으리….”“어려운 일이 아니니 그쪽에서 뭘 원하는지나 말해주거라.”연경은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손기욱 성격에 송선준을 마음에 들어 할 리가 없는데 오늘따라 왜 이러는 것일까?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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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5화

송선준이 득세하는 날에 송육진의 삶은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다.연경은 억지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말했다.“나으리, 제가 어제 괜한 얘기를 꺼낸 것 같네요. 사실 나으리께선 경양백부를 위해 이렇게까지 해주실 필요는 없어요.”손기욱은 잠시 침묵하다가 말했다.“너도 알다시피, 난 뱉은 말은 지키는 사람이다.”연경은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그걸 알기에 그가 송선준의 부탁을 수락했다는 얘기를 듣고 가슴이 철렁했던 것이다.“그 집 큰 도련님은 품행이 단정치 못하여 세자의 자리를 박탈당하였습니다. 그런 사람을 위해 인맥을 동원하여 관직을 마련해 준다면 앞으로 나으리의 명성에도 안 좋은 영향을 끼칠 것입니다. 다 소첩이 괜한 얘기를 꺼낸 탓이에요. 저는 그저 경양백 부인이 너무 귀찮게 해서 얘기만 꺼낸 것뿐이었어요.”연경은 오늘따라 예상한 대로 움직여주지 않는 그가 갑갑했다.손기욱은 그녀를 한참 바라보다가 곤란하다는 듯이 말했다.“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야. 다만 사람들에게 얘기를 다 해둔 터라, 갑자기 번복하면 내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될 테지.”연경은 되돌릴 여지가 있다는 말에 그를 기분 좋게 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동원했다.그날 밤, 손기욱은 드디어 적극적인 연경이 어떤 쾌락을 가져다주는지 맛보게 되었다.깊은 밤, 연경은 그의 품에 지쳐 쓰러지면서도 할 말을 잊지 않았다.“나으리, 큰 도령은 중임을 맡을 재목이 아닙니다….”“그래, 알겠다. 내일 바로 거절하도록 하지.”그제야 뭔가 이상함을 느낀 연경은 눈을 뜨고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어쩐지 그의 속임수에 당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시선을 느낀 손기욱은 큰손으로 그녀의 등을 다독이며 말했다.“이제 그만 자. 설마 또 하고 싶은 것은 아니겠지?”연경은 바로 눈을 감으며 한숨을 내쉬었다.‘이런 능구렁이 같으니라고!’다음 날 아침, 손기욱은 경양백부로 사람을 보냈다.손기욱의 사람이 왔다는 얘기를 들은 송선준은 일이 성사된 줄 알고 버선발로 뛰어나와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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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6화

경양백 부부는 손기욱이 보낸 사람이 왔다는 소식을 듣고 신이 나서 세수를 하고 있었다.백부인은 입이 귀에 걸려서 너스레를 떨었다.“역시 폐하의 신임을 받는 충신이라더니, 이렇게 빨리 일을 해결할 줄은 몰랐네요.”경양백도 괜히 부러워 한마디했다.“사내로서 무안 후작의 위치까지 올라갔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을 테지. 선준이가 호부로 갈지 공부로 갈지 모르겠구먼.”“공부가 좋긴 한데 호부면 더 좋죠. 일도 쉽고 잇속도 챙기기 쉬우니 말이에요. 호부에서 관직을 맡고 있다면 체면도 살 테고요. 이 정도면 옥경 고년도 이혼하자 난리를 피우지 않겠네요.”경양백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선준이가 좋은 관직으로 가면 다른 형제들의 앞길도 트일 테니 정말 잘된 일이지.”경양 후작에게는 송선준의 위로도 두 명의 서자가 있었다. 경양백 부인은 곱지 않게 그를 흘겼지만 매번 서자들이 자신들은 관심도 못 받는다고 떠들고 다녀서 체면이 상하던 차라 앞으로 괜찮은 관직이나 쥐여주면 그 입을 틀어막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렇게 부부가 행복한 미래를 그리고 있을 때, 씩씩거리며 안으로 들어온 송선준이 다짜고짜 캐물었다.“어머니, 그제 대체 연경에게 무슨 짓을 한 겁니까!”“얘가 어제 술을 많이 마셔서 아직 술이 덜 깼나?”경양백 부인은 모든 시종을 물린 후에 싸늘한 얼굴로 아들에게 호통쳤다.“불효자라는 명성이 알려지면 앞으로 호부에서 무슨 수로 위신을 세우려고 그러니?”송선준이 이를 갈며 말했다.“호부는 무슨! 다 물 건너갔습니다! 대체 그제 무슨 짓을 한 거예요!”경양백 부인은 순간 당황한 표정을 지었고 경양백도 떨떠름한 얼굴로 물었다.“그게 무슨 소리니? 무안 후작이 이미 다 준비해 뒀다면서?”“어제 낮까지는 그랬죠! 그런데 갑자기 저녁에 생각이 바뀌었답니다! 연경 그것이 우리 백부에 왔다가 괴롭힘을 당했다면서 크게 노하셔서 밤새 잠도 못 주무셨답니다!”송선준은 경양백 부인의 장남으로서 어릴 때부터 귀하게만 자라왔고 꾸중 한번 들은 적 없기에 부모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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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7화

송선준의 처인 양옥경은 어제 밤새 그가 주절주절 늘어놓는 자랑을 들었다. 차후에 돈을 안 내고도 마음껏 먹고 마실 수 있다고 하지 않나, 전에 자신을 비웃던 사람들이 앞으로는 자신에게 굽신거라고 하지를 않나, 호부에 어떤 관직이 자신과 어울리는지 분석하기까지 했다.옥경은 하도 어이가 없어 싸늘한 시선으로 그를 바라만 봤다.그렇게 밤중이 되니 시중을 들라고 강요했고 그녀가 거절하자 술기운을 빌어 강제로 취하려 했다.앞으로 그가 득세하면 얼마나 기고만장할지 생각하니 옥경은 치미는 혐오감을 참을 수 없었다.그렇게 불만을 가득 안고 시부모님에게 문안을 왔는데 정원에 들어서자마자 어멈이 우물쭈물거리며 그녀의 앞을 막아섰다.옥경은 싸늘한 얼굴로 말했다.“나중에 어머니께서 또 내게 불효막심한 며느리라고 훈계하면 어멈이 책임질 건가?”송지운이 송유민과 혼인하고 얼마되지 않아 옥경은 송선준과 혼인했다.처음에는 부부 사이도 꽤 좋았고 시어머니도 온화하게 대해주었다. 그러나 송선준이 고리대금을 놓은 사실이 알려지고 분노한 그녀가 품행이 단정치 못하다고 그와 말다툼을 몇번 벌인 이후로 시어머니는 아들의 편에 서서 그녀를 괴롭히기 시작했다.그녀가 조금만 송선준에게 싸늘하면 시어머니는 갖은 핑계를 대어 그녀의 잘못을 훈계했다.문인 세가 출신인 그녀는 어릴 때부터 가난하다 하여 사람을 얕보지 말고 권세 앞에 굴복하지 말자는 가르침을 듣고 자랐기에 시어머니의 훈계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리고 송선준을 향한 불만과 혐오감만 나날이 커져가고 있었다.어멈은 싸늘하게 식은 옥경의 얼굴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옥경의 시종이 어멈을 밀치고 그녀를 부축하여 안으로 향했다.방에 들어가기도 전에 안에서 물건이 깨지는 소리와 송선준의 포효가 들려왔다.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어멈에게 물었다.“부군께서 지금 어머님께 저리 고함을 지르시는 건가?”어멈이 어색한 표정으로 답했다.“아닙니다. 도련님께서 아마 술기운이 덜 가셔서 언성이 높아진 것 같습니다.”옥경은 피식 코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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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8화

손기욱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손을 잡아 자신의 가슴에 얹었다.“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벌렁거리는구나.”연경은 그가 원하는 바를 모르진 않았다. 그러나 서란과 서령도 가끔 그녀에게 정사를 절제하라고 일깨워 주는데 연경으로서는 억울할 따름이었다.가끔 그녀는 눈앞의 사내가 전에 여자를 품은 적 없어서 이리 굶주린 게 아닌지 의심이 갔다.한편, 눈치 빠른 태복은 조용히 물러가려 했다.손기욱이 그를 불러세우고 물었다.“강씨 어멈은 언제 도착하지? 때 맞춰서 내 마중을 나가야겠다.”“어멈은 연세가 드셔서 수로로 오실 겁니다. 빨라도 6일 후에 도착하겠지요.”손기욱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태복을 물렸다.연경이 궁금한 얼굴로 물었다.“나으리, 강씨 어멈은 누구신가요?”전생에는 나타난 적 없었던 인물이지만 손기욱이 이토록 중요하게 생각하는 걸 봐서는 보통 사람은 아닌 것 같았다.“가계를 배우고 싶다고 하지 않았느냐? 강씨 어멈은 뭐든 잘하는 분이니 그분이 네 스승이 되어줄 것이다. 난 어릴 때 할머니 신변에서 자랐어. 어멈은 내 유모이기도 하지. 할머니께서 임종하실 때도 어멈이 곁에 있었다. 전에 궁에서 여관을 하시던 분이라 아는 게 많으니 앞으로 모르는 게 있으면 그분을 통해 배우도록 하거라.”‘나으리의 할머니를 모시던 분이라고?’그런 분이라면 노부인도 아마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인물일진대, 손기욱은 그녀를 위해 주저없이 그분을 모셔오게 했다.연경은 감격 어린 눈으로 그를 바라보다가 정중히 그에게 예를 행했다.“감사합니다, 나으리.”손기욱은 긴 팔을 뻗어 그녀를 품에 안으려 했지만 연경은 난처한 얼굴로 그의 손길을 뿌리쳤다.“나으리, 소첩 오늘은 좀 불편합니다.”손기욱의 입가에서 미소가 옅어졌다.다음 날, 연경은 송학당으로 문안을 드리러 갔지만 송지운은 보이지 않고 명월이 대신 말을 전하러 왔다.큰댁과 둘째네는 저택에 들어온 이후로 허구헌날 노부인을 귀찮게 했다. 오늘은 큰댁에서 방에 겉바람이 심하다고 하니 둘째네도 덩달아 지금 지내는 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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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9화

“지연이 회임한 것 같아요. 작은 마님은 아직 태도 안 나는데 지연의 배가 먼저 불러오기 시작했어요!”명월은 겁에 질려 벌벌 떨며 말했다.송지운이 데려온 세 시종 중에 지연만 아직 통방으로 올리지 않았다.손유민은 연경을 매화당으로 보낸 이후로 우울감에 젖어 있었고 과거시험도 코앞이라 곤장을 안 맞기 위해서라도 여색을 멀리했다. 그래서 아직까지 채련과 명월을 제외하고 다른 통방을 두지 않고 있었다.“한 달 전에 지연이 헛구역질을 하는 걸 봤거든요. 그때는 뭘 잘못 먹었나 보다 했는데 며칠 전에 작은 마님의 심부름으로 채련의 방을 찾았다가 지연이 옷을 갈아입는 모습을 봤어요. 배가 불룩 나온 것이 절대 살이 쪄서 그런 것 같지는 않았어요.”채련과 지연은 한방을 쓰고 채련은 수시로 손유민에게 불려갔기에 시종방에 있을 때가 드물었다.그래서 채련은 지연의 이상한 점을 발견하지 못한 듯했다.전생에 송지운이 유산하기 전날 밤, 연경은 벌을 받고 안방 밖에 있는 복도에서 밤새 무릎을 꿇고 있었다. 그러다 버티지 못하고 쓰러졌는데 눈을 떴을 때 송지운은 유산이 되었고 지연은 작은 마님을 잘 보살피지 못한 것에 죄책감을 느껴 자결했다고 했다.연경은 지연의 성격에 절대 스스로 목숨을 끊을 사람이 아니라 생각했는데 이런 사정이 있었을 줄이야.게다가 얘기를 들어보면 진연은 송지운이 회임하기 훨씬 전에 이미 회임을 했던 것이다.그러니 송지운은 분노했을 것이고 아이도 이로 인해 유산이 되었던 것이다.연경은 떨고 있는 명월의 손을 다독이며 말했다.“언니가 말을 안 해줬으면 저도 몰랐겠네요. 지연은 회임 사실을 오래 숨기지 못할 것이니 언니는 그저 모른 척하세요.”연경은 일전에 지연이 자신이 손유민에게 꼬리친 증거라며 내놓았던 그 손수건을 떠올렸다.지금 생각해 보면 그건 지연이 몰래 만들어서 가지고 있던 게 분명했다. 그녀도 금수원 시종이니 주인의 안 쓰는 옷감 정도 훔치는 건 일도 아니었을 것이다.명월은 자신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하지만 작은 마님께서 나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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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0화

“주행 오라버니가 침술을 잘한다고 들었는데 그분은 방법이 없을까요?”태복은 고개를 저었다.“장담하기 어렵습니다. 서 의원이 혼수상태의 사람을 구해준 적은 있지만 환자의 상황은 각자 다른 것이니까요.”“오라버니를 좀 만나고 싶어요. 아침에 노부인에게 허락을 구하러 갔는데 안 된다고 하시더라고요. 태복님이 오라버니께 서신 좀 전해주시면….”태복이 주저없이 고개를 끄덕이자 연경은 그제야 환한 미소를 지었다.경양백 부인은 절대 송선준의 세자 자리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그러나 부인을 살해한 건 중죄였다.살인죄를 추궁할 수 없더라도 그에게 상응한 처벌이 내려진다면 그는 영원히 재기할 가능성이 없어지는 것이다.이틀 후, 국사감 관저.양 부인은 딸의 침상 앞에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어여쁜 딸을 경양백부에 시집을 보냈는데 다 죽게 되어서 돌아왔으니 어찌 슬프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의원들은 깨어날 가망이 없을 거라고 말했다.양 부인에게는 삼남일녀가 있었는데 세 아들은 지방으로 발령받고 떠나 있었다. 이틀 전에 서신을 보냈으니 지금쯤 받아보았을 것이다.“마님, 둘째 며느님께서 오셨습니다!”시종이 눈물을 머금고 안으로 들어오며 소리쳤다.양 부인은 넋 나간 얼굴로 고개를 돌려 둘째 며느리를 바라보며 물었다.“어떻게 이리 빨리 왔어? 지금쯤 서신을 받았을 텐데?”“이틀 전에 경성에서 온 상대에게서 옥경이 얘기를 들었어요. 저는 걱정돼서 먼저 출발해서 왔고요. 어머니, 옥경이는 어떻게 되었나요?”지방으로 떠난 관료는 사사로이 자리를 비울 수 없지만 그 가족들은 자유롭게 경성에 출입할 수 있었다.가문의 유일한 딸인 양옥경이 침상에 꼼짝도 못하고 누워 있는 것을 보고 둘째 며느리 수희는 이를 갈았다.“새해에 그 일이 있었을 때 이혼을 시켰어야 해요!”“다툼 좀 했다고 이혼하는 경우가 어디 있겠어? 부부란 자고로 다 다투면서 함께 정을 쌓으며 사는 법인데 이렇게 될 줄 누가 알았겠니?”수희가 말했다.“그건 다툼이 아니죠, 어머님. 그 자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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