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기욱이 말을 듣고 고개를 돌린 순간, 연경도 기회를 엿보고 있다가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었다.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맞닿고 숨결이 얽혔다.그의 시선이 연경의 입술에 닿았다.그녀의 입술은 매우 도톰하고 탐스러웠다. 웃지 않고 있을 때도 입꼬리는 자연스럽게 올라가 있고 입술색도 이슬을 머금은 해당화처럼 탐스럽고 고왔다.손기욱은 넋을 놓고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다급히 시선을 돌렸다.연경은 멍하니 그를 바라보고 있다가 급하게 고개를 숙였다. 너무 긴장한 나머지 부주의로 그만 이마를 손기욱의 어깨에 찧고 말았다.연경은 재빨리 뒤로 한 걸음 물러서서 고개를 숙였다.“죄송합니다, 나으리. 소인, 바로 가서 차를 새로 내오겠습니다.”말을 마친 그녀는 재빨리 차주전자를 챙겨 밖으로 나갔다.손기욱은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입꼬리를 올렸다.잠시 후, 연경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차주전자를 들고 방으로 돌아왔다.“나으리, 날씨도 차고 나으리께서는 어깨도 안 좋으시니 따뜻한 성질의 홍차를 마시는 게 더 낫습니다. 녹차는 찬 성질이라 많이 마시면 숙면에도 방해가 되고 불편하신 어깨에도 좋지 않습니다.”손기욱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난 홍차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연경은 고개를 숙이고 불안한 듯,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죄송합니다, 나으리. 소인이 그것도 모르고 그만 결례를 범했네요.”손기욱은 불안에 떠는 그녀를 힐끗 보고는 조용히 찻잔을 들었다.“너를 꾸중하려던 것은 아니었다. 안마나 계속하거라.”말을 마친 그는 진한 향기가 풍기는 차를 한 모금 마셨다.생각처럼 그리 떫지는 않았다.찻잔을 내려놓은 손기욱은 차가 식도록 주전자 뚜껑을 열어두었다. 그는 뜨거운 차보다는 차가운 차가 더 입맛에 맞았다.방안에는 다시금 침묵이 감돌았다. 연경은 조용히 그의 어깨를 주물렀고 손기욱은 무심한듯 고개를 옆으로 틀었다. 여인의 하얗고 가녀린 목덜미가 시야에 들어왔다.갑자기 그녀의 얕은 한숨소리가 들려왔다.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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