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기욱은 피식 웃으며 중얼거리듯 말했다.“이대로 자려고? 오늘 밤만은 특별히 허락해 주지.”그런데 양심도 없는 여인은 얼굴을 그의 가슴에 비비더니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중얼거렸다.“어머니… 진이는 다리가 다 나았나요?”손기욱은 순간 찬물을 얻어맞은 기분이었다.“진이가 누구지?”그러나 그녀는 그대로 잠들어 더 이상 아무 대답도 해주지 않았다.다음 날 아침, 평소와 다른 그의 목소리에 태복이 걱정스러운 어투로 물었다.“나으리, 연 이랑에게서 풍한이 옮은 것 아닙니까? 소인에게 풍한약이 있으니 바로 가져오겠습니다.”손기욱은 코맹맹이 소리로 말했다.“괜찮다! 이 일이 알려져서 좋을 게 없어. 요 며칠은 금위군 숙소에서 지낼 테니 이랑이 다 나으면 내게로 사람을 보내거라.”태복은 그가 연경에게서 병이 옮았다는 얘기가 노부인에게 전해질까 이런다고 생각했다.한편, 정오가 다 되어서야 정신을 차린 연경은 자신이 손기욱의 거처에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그러나 어젯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그렇게 4일이 지나니 마침내 몸이 개운해졌다. 그 동안 손기욱은 한 번도 돌아오지 않았다.닷새째 되던 날, 송학당 시종이 노부인과 함께 외출해야 하니 단장을 하라고 전했다.연경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가유 공주의 연회에 참석한다고? 연회는 이미 지나지 않았어?”“이틀 미뤄졌을 뿐입니다. 노부인 기다리시게 하지 말고 서둘러 준비하십시오.”어차피 피할 수 없다면 연경은 가장 평범해 보이는 의복에 꽃 한송이로 머리장식을 대신하고 조용히 노부인을 따라 용의백 관저로 향했다.금일은 가유 공주가 부마인 기종을 위해 준비한 축하연이었다. 기종은 한림원에서 2년간 경력을 쌓은 후, 어사가 되었고 지금은 병부에서 종오품 병부외랑을 맡게 되었다.연경은 축하연이라는 얘기를 듣고 경양 후작가에서 사람이 올지 속으로 고민했다.한참 생각에 집중해 있는데 어딘가에서 강렬한 시선이 느껴졌다. 고개를 들자 이쪽을 바라보는 손기욱과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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