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구합니다, 나으리… 제가….”손기욱은 당황한 그녀를 보고 허리를 꽉 껴안아주었다.“그럼 벌을 받아야지.”연경은 죄책감 가득한 얼굴로 답했다.“달게 받겠습니다.”“그럼 감히 낭군을 깨문 벌로 매일 내게 쪽지를 보내거라.”연경은 매일 보는 사이에 그런 게 왜 필요하냐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네가 날 얼마나 그리워하는지 써서 태복을 시켜 금위군 초소로 보내거라.”손기욱은 새빨갛게 붉어진 그녀의 얼굴을 감상하듯 내려다보며 당당히 요구했다.연경은 금위군들이 우글거리는 곳으로 서신을 보내려니 부끄러워 미칠 것 같았지만 피가 묻은 그의 입술을 보니 거절할 수 없었다.“알겠습니다, 나으리.”손기욱은 당연히 거절할 줄 알았던 그녀가 요구를 받아들인 것만으로 기뻤다. 내일이면 연경이 보낸 쪽지를 받을 것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설렜다. 그래서 내일 자신이 글씨 연습을 하던 연습장을 보내줄 테니 매일 연습에 게을리하지 말라는 말을 남기고는 그녀를 안고 침소에 들었다.다음 날 아침, 당직을 서러 나가던 손기욱은 아침 일찍 저택으로 온 기요와 마주쳤다.그녀는 그가 저택을 나가는 길목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반가운 얼굴로 다가와 인사했다.“나으리를 뵈옵니다.”가문을 위해 무안 후작가와 정략혼인을 결심한 이상, 기요는 쓸데없는 자존심을 내려놓기로 했다.손기욱은 한참 떨어진 곳에서 걸음을 멈추고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증명서는 받았는가?”기요는 그에게서 좋은 말을 들을 거란 기대는 애초에 없었지만 처음 건넨 한마디가 이것일 줄은 예상치 못했다.그녀가 가져간 비녀의 가격을 적은 증명서는 그 당일 날 무안 후작의 심복에 의해 용의백부로 전달되었다. 그의 심복은 기요가 값도 지불하지 않고 장신구를 가져갔다며 후작 나으리께서 대신 값을 지불했으니 빠른 시일 내에 갚으라고 전했다.기요는 수치심에 고개를 숙였다.손기욱은 짜증스러운 얼굴로 손을 내밀었다.“쪼잔하게 구는 게 아니라, 내 돈도 하늘에서 떨어진 게 아니라서 말이지.”기요는 살짝 찢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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