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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시녀의 생존수칙: Chapter 291 - Chapter 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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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1화

그때의 경양백은 세자의 신분으로 돌아가신 선대 경양후작을 위해 3년상을 지내러 도화마을 근처에 왔다.풍교은은 그날 홀로 시장에 장을 보러 나왔다가 딱 봐도 귀티가 나는 사내와 우연히 마주쳤다.그때는 그저 경성에서 온 귀하신 분이 참 귀티가 흐른다고 생각했었는데 인간 탈을 쓴 짐승이었을 줄이야!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풍교은은 자신의 일생을 망친 그날을 지금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제발 저를 풀어주세요. 몸으로 은혜를 갚는 건 들어드릴 수 없어요. 차라리 시종으로 나으리를 위해 일할게요.”풍교은은 필사적으로 자신에게 달려드는 사내를 뿌리치려 몸버둥쳤다.송윤은 강압적으로 그녀의 두 팔을 잡으며 입술을 맞추었다.“말 들어. 난 너만 원해. 내가 모든 것을 책임질게.”“싫어요….”풍교은은 절망의 눈물을 흘렸고 무정한 손길은 그녀의 옷을 벗겨냈다.이날 그녀는 배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다가 태풍을 만나 강에 빠지고 말았다. 그리고 같이 배에 탔던 송윤이 그녀를 건져올려 주었다.처음에는 생명의 은인이라고 너무 감사하게 생각해서 온몸이 젖어서 밖에 나갈 수는 없으니 낡은 사찰로 들어가서 옷부터 말리자는 송윤의 제안을 아무런 의심 없이 받아들이고 말았다.그러나 모닥불 위에 겉옷을 걸치자마자 송윤은 달려들어 그녀를 잡고 생명의 은인은 몸으로 갚아야 한다는 황당한 주장을 펼쳤다.아무리 애원해도 소용이 없었고 풍교은은 그렇게 순결을 잃었다.여름의 습기 찬 바람이 사찰 안으로 불어들어왔지만 풍교은은 온몸에 한기가 들고 덜덜 떨렸다.그녀는 정혼자가 있고 5일 후면 혼인식을 치를 예정이었다.‘모든 게 끝났어.’마침내 송윤이 그녀의 몸에서 떨어지자 그녀는 망연자실한 얼굴로 겉옷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나 야속하게도 옷은 모닥불에 떨어져 그대로 불타더니 그녀의 손등까지 불길이 닿았다.풍교은은 마치 아무런 감각도 못 느끼는 사람처럼 불길을 바라만 볼 뿐이었다.이상함을 느낀 송윤은 재빨리 불을 끄고 안쓰러운 얼굴로 손에 난 화상 자국을 불어주었다.“많이 아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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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2화

죽고 싶지만 부모님이 눈에 밟히고 정혼자에게도 사정을 설명해야 했다.풍교은은 그렇게 망연자실한 얼굴을 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혼례식을 기대하는 오라버니와 부모님을 보고 그녀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그렇게 그녀는 밤새 울고 다음 날 정혼자인 이겸을 따로 만나 힘겹게 사실을 털어놓았다.“집으로 찾아와 파혼하세요. 모든 잘못은 제가 짊어지겠습니다. 정말 너무 미안해서 면목이 없어요.”“그게 너와 무슨 상관이라고? 잘못은 그 짐승이 했지! 교은아, 가서 관아에 신고하고 그 자식을 처벌하자!”이겸은 분노에 치를 떨며 주먹을 흔들었다.“안 됩니다. 저는… 부모님이 사람들의 손가락질 받는 걸 원하지 않아요.”풍교은은 절대 관아에 신고할 수 없다고 고집했다.이겸도 더 이상 그녀를 압박하지 않고 일정대로 혼례를 올릴 거란 말만 남긴 후, 몰래 송윤의 거처를 찾아갔다.그리고 그날, 이겸은 다리 한쪽이 부러져서 쫓겨났다.송윤은 호위를 시켜 이겸을 따라 도화마을에 가서 풍교은의 거처를 알아낸 후, 그녀에게 자신을 따를 것을 강요했다.거절한다면 이겸은 남은 한쪽 다리도 잃을 거라고 했다.그리고 자신은 하룻밤 사이에 이겸 일가를 모조리 없애 버릴 수도 있고 하루아침에 풍씨네 일가를 부자로 만들어줄 수 있다고 호언장담했다.결국 풍교은은 이겸에게 매정한 말로 이별을 고하고 그와 파혼했다.그러나 사정을 아는 이겸은 쉽게 포기할 수 없었고 필사적으로 그녀에게 매달렸다. 그 일을 통해 풍교은은 송윤의 말을 따르지 않으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알게 되었다. 풍씨 일가는 고지식한 사람들이라 절대 송윤이 선심 쓰듯 챙겨주는 재물을 받지 않을 것이고 그래서 더욱 가족에게 사실을 말할 수 없었다.사실을 말했다가 오라버니와 부모님이 이겸처럼 될까 두려웠다.차라리 그들이 자신을 부귀영화에 미친년이라고 오해하게 두는 게 나았다.풍교은은 자결을 시도한 적 있지만 송윤이 또 그녀를 살려냈고 도망쳐도 소용없었다.그녀에게는 약점이 너무 많았고 송윤은 그 약점을 이용해 그녀를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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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3화

손기욱은 그날 밤 제시간에 저택으로 돌아왔고 연경은 또 푸짐한 밥상을 차리고 그를 맞이했다.둘은 평소처럼 같이 앉아 식사를 했고 식사가 끝나니 연경은 평소처럼 다가와 그의 어깨를 주물러주었다.손기욱은 그녀가 계속 말이 없자 궁금했던 것을 물었다.“치풍이 네 어머니와 송육진을 데려왔다고 들었다.”연경은 멈칫하더니 힘겹게 입을 열었다.“나으리, 제 어머니는 핍박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외실이 된 거였습니다….”그녀는 그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았다.진실은 여전히 잔인하고 추했다. 그녀의 아버지는 민간인을 강제로 추행하고 그녀를 핍박하여 아이까지 낳게 한 짐승이었다.연경은 줄곧 어머니가 핍박에 의해 외실이 된 거라고 믿었지만 진실을 마주한 지금은 전혀 해방감이 들지 않고 오히려 경양백부에 대한 증오심만 깊어졌다.풍씨가 연경에게 사실을 말해주지 않은 이유는 그녀가 경양백을 미워하길 바라지 않아서였다. 만약 진실을 안 딸이 복수라도 시도했다가 나쁜 일을 당할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지금이야 무안 후작이 딸을 총애하고 있다지만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일이었다. 풍씨는 부끄러운 신분이 나중에 연경의 발목을 잡을까 봐 더욱 말하고 싶지 않았다.그러나 부모님과 이겸의 부모님이 모두 무안 후작가에 있으니 말할 수밖에 없었다.연경은 어머니의 사정을 듣고 전혀 어머니를 원망하지 않았다. 아무런 힘도 없는 여인은 권세 앞에 수긍하고 입을 다무는 것 외에 소중한 사람들을 지킬 방법이 없었을 것이다.연경은 어머니가 용감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그리고 지금은 손기욱의 생각이 궁금했다.이야기를 마친 연경은 조심스럽게 그의 표정을 관찰했다.그는 느긋하게 눈을 감고 듣고 있다가 시선이 느껴져 조심스럽게 눈을 떴다. 그와 눈을 마주친 연경은 재빨리 시선을 피했다.그 모습을 본 그는 목청을 가다듬고 그녀를 앞을 이끌었다.“연경아.”“예, 나으리.”연경은 속으로 그가 사실을 알고 어떻게 변할지에 대해 상상하며 결과가 어떻게 되든 받아들일 거라고 다짐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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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4화

“예?”연경은 고개를 들고 그에게 되물었다.“네가 화를 내는 모습도 너무 예뻐서 입씨름보다는 입맞춤을 하고 싶구나.”손기욱은 얼굴 하나 붉히지 않고 당당하게 말했다.연경은 불만스럽게 그를 노려보았다.수줍게 물든 볼은 꽃병에 꽂힌 꽃보다도 더 생기가 넘쳤다.손기욱의 눈빛이 뜨거워졌다.“계속 그렇게 쳐다보면 또 아프게 하는 수밖에 없어.”말을 마친 그는 가볍게 그녀를 들어올렸다.갑자기 허공에 뜬 연경은 화들짝 놀라며 재빨리 그의 목을 끌어안았고 손기욱은 그 길로 성큼성큼 침소로 향했다.연경은 다급히 그의 옷깃을 잡고 말했다.“나으리, 아직 드릴 말씀이 남았습니다. 경양백부 사람들은 어머니가 절벽에서 떨어진 줄로만 알고 있어요. 어머니에게 새로운 신분을 만들어 주셔서 그 집안의 속박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해줄 수는 없나요?”손기욱은 눈썹을 꿈틀대며 그녀에게 되물었다.“지금 내게 부탁을 하는 것이냐?”“제발요, 나으리….”애교 어린 목소리에 그는 미쳐버릴 것 같았다.그러나 연경은 오늘에야 비로소 자신이 그토록 바랐던 진실을 마주하고 마음이 많이 상했을 텐데 자신의 욕구만 따를 수는 없었다.그는 그녀를 안고 욕탕으로 가서 목욕을 한 뒤, 침상에 누웠다.아무리 짐승이라고 해도 지금은 가련한 여인을 품어주어야 할 때였다.그렇게 손기욱은 자신을 위로하며 힘들게 잠에 들었다.한편, 경양백은 밤중이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왔다.안으로 들어오니 집안이 온통 흰색으로 덮여 있었다.그는 놀란 소리로 물었다.“누가 죽었어? 선준이가?”시종은 고개를 푹 숙이고 작은 소리로 그에게 고했다.“풍 이랑과 육진 도련님께서 변을 당하셨습니다.”경양백은 멈칫하더니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되물었다.“누구라고? 그 둘은 고향에 돌아가지 않았더냐?”“마… 마차가 절벽으로 추락했습니다.”경양백은 시종의 멱살을 잡고 사납게 다시 물었다.“풍 이랑도 추락했다고? 다시 말해 보거라!”겁에 질린 시종은 덜덜 떨며 답했다.“아… 아마 그렇겠죠. 관도… 다 사놓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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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5화

풍 이랑은 저택으로 온 이후에 자발적으로 백부인을 찾아가 불임탕을 요구했다.백부인은 원하던 바였기에 가장 독한 약으로 주었고 그날 이후로 풍 이랑은 더 이상 아이를 밸 수 없는 몸이 되었다.경양백이 나중에 사실을 알았을 때는 이미 늦었다. 그는 뒤에서 백부인을 욕하는 것 외에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었다.백부인은 그랬던 사내가 버럭버럭 고함을 지르고 있으니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았다.그녀는 싸늘하게 경양백을 흘기며 말했다.“제가 그들을 시해하는 걸 직접 보기라도 했습니까? 나리께서 동의해서 고향에 보낸 것인데 중도에 사고가 난 걸 왜 제 탓을 하십니까?”“내일 성을 나가 수색할 것이다! 교은이가 죽었을 리 없어! 풍씨가 내 총애를 받는다고 늘 시기하지 않았느냐? 앞으로 매달 내가 여기서 시간을 더 할애하면 되지, 왜 그 여자를 못 죽여서 안달이야!”백부인은 경멸에 찬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정실은 존경받아야 하는 존재인 걸 시종들도 다 아는데, 그동안 제가 아니었으면 나으리는 진작에 굶어 죽었을 것입니다!”“당신이 풍씨를 위해 산 비녀마저 다 내 혼수에서 나온 것이죠! 당신이 그년을 위해 산 옷들 모두 내가 열심히 점포를 굴려 번 돈으로 산 것입니다! 내가 애초에 눈이 멀었지! 당신 같은 걸 낭군이라고!”백부인은 풍씨만 사라지면 부군의 마음도 자신과 위기에 빠진 백부로 돌아올 거라고 굳게 믿었다.그러나 현실은 너무 실망스러웠다.나이가 어릴 때는 철이 없어 그의 겉모습만 보고 혼인을 결심했고 지금도 그 준수한 외모는 여전했지만, 백부인은 더 이상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그의 추악한 언행은 이미 겉모습으로 덮을 수 있는 정도가 아니었다.경양백은 백부의 모든 지출이 부인에게서 나온다는 것을 떠올리고 뻔뻔하게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내일 무슨 일이 있어도 나가서 교은이를 찾을 것이다!”백부인은 짜증스럽게 손을 휘휘 저었다.“백부의 수많은 사람들 생계를 내가 책임지고 있고 각 가문과의 인맥도 유지해야 하는 마당에! 어제 은 백 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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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6화

“입도 맞추는 사이에 뭘 그리 신경 써?”손기욱이 피식 웃음을 터뜨리려 말했다.연경은 얼굴이 화끈거려 재빨리 주변을 살피다가 이쪽을 바라보는 시선을 보고는 재빨리 손기욱에게 주의를 주었다.“나으리!”잔뜩 골이 난 그녀를 보고 손기욱도 입을 다물었다.연경은 고개를 돌려 자신을 노골적으로 바라보는 그 시선과 눈을 맞추었다. 그 사람은 여전히 그녀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거리가 멀어 우리의 대화가 들렸을 리는 없고, 일부러 저러는 걸까?’그녀가 뭘 하기도 전에 벌떡 일어선 손기욱이 그녀를 등 뒤로 감추었다.그는 성큼성큼 연경을 훔쳐보던 사내에게로 다가가서 물었다.“뭘 그리 넋을 놓고 보고 있어?”“아름다우… 아닙니다, 손 지휘사님. 몰래 훔쳐보려는 의도는 절대 아니었어요….”자리에서 벌떡 일어선 사내가 황급히 예를 행하며 말했다.손기욱은 그 사내를 내려다보며 물었다.“넌 누구지?”싸늘한 냉기가 느껴지는 말투에 사내가 얼굴을 붉히며 답했다.“저는 예부 장 상서의 여섯째 아들 장육승이라 합니다. 편하게 육승이라 불러주셔도 됩니다, 나으리.”“하, 예부 상서의 막내 아들이었군.”손기욱은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경고했다.“여인이 탐나거든 혼인이나 하면 되지, 왜 내 사람을 훔쳐보는 것이냐? 그 건방진 눈을 확 파 버려야 정신을 차리겠느냐?”소리를 들은 주변 사람들이 이쪽으로 시선을 돌렸다.장육승은 수치심에 고개도 들지 못하며 다급히 사죄했다.“너그러이 용서해 주십시오, 지휘사님. 소인이… 무례를 범하였습니다.”“네가 무례를 범한 대상은 내가 아니다.”장육승은 사람들의 비웃는 듯한 시선 속에 연경에게 다가갔으나 중도에 손기욱이 그를 멈춰세웠다.그는 정중히 조금 전 무례를 범한 것에 대해 사죄했다.연경은 침착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사과를 받고 이 일을 마무리 지었다.그 후로는 멀리서 은근히 느껴지던 시선들이 쏙 사라졌다.점점 더 많은 손님들이 모이기 시작하자 연경과 손기욱은 서로 시선을 교환하며 은밀한 미소를 지었다.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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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7화

사람들은 분분히 송육진을 위해 길을 터주었다.백부인은 당황한 눈으로 송육진을 바라보며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그녀는 눈을 부릅뜨고 소년의 등 뒤를 바라보았지만 풍씨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소년이 연경의 앞을 지나칠 때, 연경은 격려의 의미로 작게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용기를 얻은 소년은 백부인의 앞으로 다가가 큰소리로 말했다.“큰어머니, 그렇게 제가 죽기를 바라셨나요?”백부인은 비명에 가까운 고함을 질렀다.“너… 절벽에서 떨어져 죽었다며? 어떻게 살아서 돌아온 거지?”“어머니의 사주를 받은 마부가 제가 죽은 걸 확인도 하지 않고 돌아와서 실망하셨나요? 저는 정말 운이 좋게 덩굴을 잡고 절벽에 매달렸고 이랑께선 필사적으로 저를 살리려다 힘을 다 소진하여 절벽 아래로 추락하였습니다.”사람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지금 사고를 사주한 것이 백부인이라는 말을 하고 있는 건가?”“잔인한 사람이네. 한번의 사고로 사람을 둘이나 죽이려 하다니!”“허 참, 진작부터 경양백 집안이 지저분하단 얘기는 들었지만 오늘 제대로 구경했구먼!”“송선준이 고리대금을 풀어 사람들의 피땀을 뜯은 사건을 잊었나? 하마터면 양 제주의 귀한 따님을 꽃병으로 쳐서 죽일 뻔하지 않았나? 그 어미에 그 아들이었던 게지!”백부인은 정곡을 찌르는 말에 피를 토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예전이었다면 삿대질을 하며 욕설을 퍼부었겠지만, 오늘은 그럴 수 없었다.그녀는 통곡하는 척하며 송육진을 품에 안고 아이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또 허튼소리를 지껄이면 정말 가만두지 않을 거다!”인질로 잡힐 풍씨도 없고 누님도 지켜주는 사람이 있으니 송육진에게 협박이 통할 리 없었다.그는 힘껏 백부인을 밀치고는 목청을 높여 말했다.“마부가 제 입으로 큰어머니께서 저와 이랑의 목숨을 거두라 하셨다고 말했습니다! 억울하시면 당장 마부를 불러 대질하시죠!”“그러네. 송육진 모자가 사고가 났는데 마부만 멀쩡히 돌아온 게 이상했어!”“정말 떳떳하면 마부를 불러오면 될 것 아닙니까!”사람들의 목소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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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8화

백부인은 하는 수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손기욱은 사람을 시켜 마부를 데려오게 했다.연경은 송육진을 의자에 앉힌 후, 아현을 보내 의원을 모셔오게 했다.두 사람은 전혀 손님 티를 내지 않고 자연스럽게 행동했지만 아무도 그들에게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니, 경양백 부인만 피를 토하고 싶은 심정이었다.잠시 후, 백부의 시종과 손기욱의 호위가 같이 돌아왔다.“마부가 사라졌습니다.”“부인, 마부가 일이 탄로난 것을 알고 도망친 듯합니다!”경양백 부인은 가슴을 치며 통곡했다.“우리 집안에 어찌 그런 짐승 같은 놈을 두었을까! 그놈이 막내와 나 사이를 이간질하고 도망을 쳤다니! 당장 관아에 사실을 알리고 놈을 잡아오거라!”사람들은 그녀가 전혀 당황하지 않는 모습을 보고 그녀에 대한 의심을 조금은 내려놓았다.연경은 걱정스러운 눈길로 손기욱을 바라보았고 손기욱은 느긋하게 말했다.“내가 이 사건을 맡기로 한 이상 중도에 포기할 수는 없지. 태복, 금위군을 이끌고 경성을 다 뒤져서라도 그 마부를 찾아서 데려오거라!”연경은 자신감 넘치는 그의 모습을 보고 비로소 시름을 놓았다.경양백 부인은 몰래 음침한 눈길로 손기욱을 노려보았다.참 얄밉고 거슬리는 사람이었다. 마부는 어제 돌아와서 보상을 받고는 멀리 떠난 상황이었다.‘흥, 어떻게 찾아내는지 두고 보자!’정적이 흐르는 사이, 조용히 앉아 있던 송육진이 분개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저와 어머니의 장례에 왜 아버지는 얼굴도 안 비추신 거죠?”백부인은 불길한 예감이 들어 다급히 말했다.“네 아버지는 너무 상심에 빠진 나머지 어젯밤 밤새 술을 마시다가 아직 기침을 못하셨다.”아들을 잃은 아버지가 보일 수 있는 흔한 반응이었다.그러나 송육진은 비웃음을 가득 머금고 말끝을 흐렸다.“아버지는 참말이지….”이때, 경양백의 목소리가 뒤쪽에서 들려왔다.“육진이 어디 있느냐? 육진아!”담담하던 송육진의 눈동자가 잠깐 흔들렸다.경양백은 비틀거리며 송육진의 앞으로 다가오더니 주변을 둘러보며 물었다.“네 어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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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9화

“목숨으로 갚으라니?”나약하기 그지없는 경양백은 습관처럼 부인의 눈치를 살폈다. 그동안 그가 고집을 부릴 때면 백부인은 그에게 금전적인 지원을 끊어 버렸다.“어머니가 추락한 지점은 저만 알고 있습니다. 어머니의 마지막 모습이 보고 싶거든 잘 고민해 보십시오.”말을 마친 송육진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그는 연경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나중에 이 집안의 세자가 되기 위해 누군가를, 심지어 아버지나 백부인을 죽여야 하는 날이 온다면 그것은 그가 직접 행해서는 안 되고 다른 사람의 손을 빌려야 한다는 말이었다.한편, 경양백은 풍교은을 떠올리며 점점 생각을 굳혔다.이때, 밖에서 돌아온 시종이 태복의 귓가에 대고 얘기를 전했다. 태복은 손기욱과 연경에게 공손히 보고를 올렸다.“나으리, 이랑, 마부가 밖에서 기다리고 있다는데 안으로 들어오게 할까요?”손기욱은 연경을 바라보았다. 그녀가 고개를 끄덕인 후에야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잠시 후, 손발이 꽁꽁 묶인 마부가 사람들 앞에 나타났다.“증인이 왔으니 이만 비켜주십시오!”치풍의 부하들이 줄곧 마부를 추적하고 있었기에 그는 경성을 나가기도 전에 치풍에게 잡혔다.백부인은 마부를 보고 완전히 온몸이 굳어버렸다.마부는 백부인의 눈길을 피하며 억울함을 호소했다.“마님, 제발 소인을 살려주십시오! 저는 마님께서 시키신 대로 다했는데 이리 저를 모른 척하시면 안 됩니다!”경양백은 주먹을 꽉 쥐고 증오에 찬 눈으로 부인을 노려보았다.“역시 너였구나!”“무슨 헛소리야! 대체 누가 날 모함하라고 시킨 것이냐? 넌 풍 이랑을 죽이고 하마터면 육진이까지 죽일 뻔했지만 배후만 털어놓는다면 네 가족은 내가 돌봐주겠다!”궁지에 몰린 백부인은 말을 빙빙 돌려가며 마부를 협박하기 시작했다.명성에 비하면 목숨이 더 소중했다.마부가 놀란 얼굴로 되물었다.“가는 길에 풍 이랑과 막내 도련님을 제거하라고 마님께서 제게 지시하셨지 않습니까? 배후는 당연히 마님이죠!”마부와 송육진, 증인이 둘이나 있으니 경양백 부인은 입이 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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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0화

이 상황을 빨리 마무리하고 싶은 경양백은 하는 수없이 손기욱의 앞으로 다가가서 말했다.“사돈의 사람을 제게 좀 빌려주실 수 있겠습니까?”손기욱이 태복에게 눈짓하자, 태복은 곧바로 치풍을 불렀다.그 모습을 본 백부인은 망연자실한 얼굴로 소리쳤다.“송윤, 이 나쁜 놈아! 그동안 쌓아온 부부의 정까지 버리려는 것이냐!”이 일은 분명 빠져나갈 구멍이 있었다. 모든 잘못을 마부에게로 돌리고 그의 가족들을 가지고 협박한다면 온전히 빠져나갈 수 있는 사건이었다.반면 처에게 이름까지 불리며 하대를 받은 경양백은 더 이상 그녀에게 시선도 주지 않았다.“당장 저 잔인한 여자를 관아로 끌고 가게!”백부인은 절망한 눈길로 경양백을 바라보다가 실성한듯 웃음을 터뜨렸다. ‘내가 눈이 멀어서 너 같은 것에게 마음을 주었지!’그녀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곁에 묶어두려고 했던 낭군이 이 정도로 배은망덕한 인간일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지나가는 개도 매일 먹이를 주면 꼬리를 흔든다는데!’경양백 부인이 압송된 후, 손님들도 분분히 자리를 떴다.손기욱은 연경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아직 이른 시간이니 밖에서 밥을 먹고 오후에는 금은방에 가서 네가 쓸 장신구도 좀 사자꾸나.”오랜만에 외출이라 연경은 당연히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그녀는 오후에 시간을 내어 자신의 점포에 찾아가 보기로 마음먹었다.떠나기 전, 연경은 안쓰러운 눈길로 동생을 바라보았다. 앞으로 소년은 홀로 백부에 남아 외로운 싸움을 이어갈 것이다. 그러나 백부인이라는 최대의 장애물이 사라졌으니 전보다는 순조로울 거라 생각했다.송육진은 안심하라는 듯이 밝은 미소를 지어보였다.백부를 나선 후, 둘은 마차에 올랐다. 연경은 강씨 어멈의 충고가 떠올라 손기욱에게 말했다.“강씨 어멈께서는 이 마차가 이랑이 쓸 수 있는 규격에 안 맞는다며 앞으로 다신 타고 다니지 말라고 하셨습니다.”“괜찮다. 집에 두고 썩히는 것보다야 하겠느냐? 새 마차를 구비하는 것도 돈이 드는 일이니 내 돌아가서 이런 사소한 일은 눈 감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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