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요.”강씨 어멈은 유왕비가 돌아갈 기미를 보이지 않자, 신경 쓰지 않고 기요와 연경에게 가계를 정리하고 계산하는 법을 가르쳤다.유왕비는 줄곧 연경을 유심히 관찰하고 있었다.청아한 목소리에 눈을 반짝이며 수업을 듣는 모습, 단정한 자태까지 흠잡을 데가 없었다. 유왕비는 어제 손이 닿았을 때의 촉감이 떠올라 저도 모르게 자신의 손을 매만졌다.거칠다고 할 수는 없지만 연경에 비하면 손색이 있었다.유왕비는 한숨을 내쉬며 착잡한 눈길로 연경을 잠시 관찰하다가 쉬는 시간을 틈타 강씨 어멈에게 다가갔다.“어멈, 연경 저 아이를 잠시만 빌릴 수 있을까요?”강씨 어멈은 불쾌한 말투로 대꾸했다.“연 이랑은 엄연히 나으리의 첩실입니다. 그렇게 대놓고 이름을 부르는 건 예법에 맞지 않아요.”유왕비도 성내지 않고 부드럽게 잘못을 시인했다.“일깨워 주셔서 감사해요, 어멈.”연경은 유왕비를 돌아보며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마마, 소첩에게 무슨 볼일이 있으신 겁니까? 시간이 오래 걸리는 거라면 소첩이 어멈께 허락을 구하겠습니다.”“내가 일전에 매화당에 두고 간 것들이 좀 있는데 자네와 함께 가서 가져왔으면 하네.”연경은 묘한 눈길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언뜻 건방져 보이면서도 선을 넘지 않는 유왕비는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매화당은 손기욱의 처소이니 멋대로 들어간다면 안 좋은 소문이 들릴 테니 그녀를 찾아와 부탁을 한 게 틀림없었다. 어차피 거절하기 애매한 부탁이었다.연경은 어멈에게 고개를 숙이며 허락을 구했다.“어멈, 마마를 모시고 가봐야 할 것 같네요.”그러던 그녀는 갑자기 기요에게 고개를 틀더니 말했다.“내일이면 용의백부의 연회날인데 아씨도 같이 매화당으로 가셔서 제가 손수 만든 간식을 맛보시지 않으렵니까? 내일 연회 때 좀 싸가고 싶어서요.”기요는 순간 마음이 혹했다.그냥 구경만 하려던 참인데 손기욱의 처소로 초대라니 궁금증이 일었다.유왕비는 싸늘한 시선으로 기요를 힐끗 보고는 연경을 재촉했다.결국 궁금증을 참지 못한 기요는 얼굴을 붉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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