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풍은 아직 송육진의 곁에 있었기에 연경과 함께 나간 사람은 태복이었다.손기욱과 치풍의 지시가 없이는 저택의 호위를 함부로 부릴 수 없었기에 태복은 하는 수없이 몇몇 남자 시종들을 거느리고 출발했다.일행이 성동 암시장에 곧 도착할 무렵, 말을 탄 사내들이 맞은편에 나타났다.연경은 불길한 마음에 창가에 앉은 아현에게 그들의 동향을 주시하고 있으라 지시했다.성동 암시장은 편벽한 구석에 위치하고 있었다. 맨앞에는 태복이 타는 마차가 있고 연경과 아현, 서란을 태운 마차는 중앙에, 아민과 다른 남자 시종들은 맨 뒤의 마차에 타고 있었다.연경의 마차가 갈림길을 지나던 순간, 말을 탄 자들이 갑자기 일행에게 접근하더니 신속하게 연경이 탄 마차를 납치했다.곧이어 그들은 유유히 갈림길 반대편으로 사라졌다.연경과 서란은 갑자기 마차가 흔들리자 몸을 가누기조차 힘겨웠고 아현은 다급히 차창 가림막을 열었다.뭔가 이상함을 느낀 아현이 뒤돌아서 연경을 보호하려던 순간, 한 사내가 주먹을 뻗어 그녀의 머리를 쳤다. 아무리 무공을 수련한 몸이지만 아직 어린 소녀에 불과한 아현 혼자 여러 명의 사내들을 상대하기엔 무리였다.아현은 곧바로 마차에서 끌려나와 바닥에 쓰러졌다. 그녀가 힘겹게 몸을 일으켰을 때, 마차는 이미 멀리 달려가고 있었다.아현은 필사적으로 달렸지만 이미 멀어진 마차를 따라잡을 수 없었다.연경은 차창을 통해 달리고 있는 아현을 확인하고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서란의 얼굴은 두려움으로 하얗게 질려 있었다.어릴 때부터 후작부에서 시녀로 일한 그녀가 감내하기엔 너무 위험한 상황이었다.연경은 침착하게 창가 가림막을 열고 말했다.“혹시 마차를 착각하신 거 아니오? 난 암시장에 급한 일이 있어 가는 길인데….”“얌전히 계세요! 나으리께서 저희에게 이랑을 모셔오라고 하여 가는 길입니다!”그 말을 들은 서란이 울음을 터뜨렸다.“이랑, 나으리가 보낸 사람들이었군요! 이제 안심해도 되는 거겠죠?”연경은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만약 손기욱이 보낸 사람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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