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기욱은 어색한 표정으로 입술을 꾹 깨물었다.잠깐 고민하던 태복이 말했다.“소인이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회안당에서 어쩌면… 사내가 쓰는 향고를 팔 수도 있으니까요.”“사오되, 절대 사람들에게 알려서는 안 돼. 특히나 연경에게는 더더욱!”손기욱은 얼굴을 만지작거리며 자신도 이제는 관리할 나이라고 생각했다. 자신보다 열 살이나 어린 연경을 데리고 살면 나중에 더 세월이 흘러 부녀지간 같다는 얘기를 심심찮게 들을 것 같았다.태복은 한참이나 그를 빤히 바라보다가 돌아갔다.손기욱은 한참 기다려도 연경이 오지 않으니 매향원으로 향했다.연경은 서재에서 열심히 책을 읽고 있었다. 손기욱은 조용히 시종들을 물린 후, 천천히 그녀의 곁으로 다가갔다.다가오는 소리를 들은 연경은 일부러 책을 치우지 않았기에 손기욱은 서책에 쓰인 문구를 바로 볼 수 있었다.서자가 5품 이상의 관직을 부여받고 집안에 적모가 없을 시, 생모를 적모로 봉한다는 내용이었다.“우리 경이, 나중에 우리 아이의 앞날까지 계획하는 것이냐?”손기욱은 그녀의 손에서 서책을 앗아가며 말을 이었다.“아직 회임도 하지 않았는데 벌써 책부터 찾아보는 게야?”손기욱은 아직 옷을 갈아입지 않은 연경을 노골적으로 바라보았다.그는 손을 뻗어 그녀의 허리를 잡고 책상 위에 앉혔다.연경이 뭐라 하기도 전에 그는 재빨리 말했다.“넌 간식으로 배를 불렸을지 몰라도 난 아직 배고프단 말이다.”“지난번에 여기에 뭘 놓고 간 게 있는 것 같은데 어디에 떨궜는지 모르겠구나… 지난번에도 우린…”그는 연경에게 말할 틈을 주지 않고 그대로 거칠게 입술을 부딪쳤다.최근 과거시험 결과가 나오면서 손유민은 손기욱이 예상했던 대로 합격란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고, 한껏 기대에 부풀었던 송학당과 금수원은 최근 들어 입을 꾹 다물고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특히나 금수원 사람들은 투명인간처럼 존재감을 확 줄이며 눈치만 보고 있었다.7일 후, 연경은 간만에 경양백부를 찾아갔다.저택 내부는 난장판이 따로없었다. 그녀가 발을 들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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