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씨 어멈은 심복이라기 보다는 오귀비가 그녀를 감시하기 위해 보낸 사람이었다. 궁중 생활을 오래 한 이 어멈은 머릿속에 황가의 위엄은 불가침이라는 생각밖에 없기에 매사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이제 와서 후작부 시종들이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비난한들, 관계만 더 악화될 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손기욱은 미간을 찌푸리며 최씨 어멈을 노려보더니 말했다.“얼굴이 못났다고 내가 겁나서 한소리 안 할 줄 알았느냐?”최씨 어멈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눈을 부릅떴다.“후작 나으리,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소인은 사실만을 말하였습니다. 저 아이들이 미리 이랑의 사주를 받고 입을 맞추었는지 누가 압니까? 의심을 제기한 게 그리도 큰 잘못인가요?”“대체 양치를 언제 했길래 이리도 입에서 똥내가 날까!”유왕비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나으리, 어멈에게 너무 뭐라 하지 마십시오. 최씨 어멈은 귀비마마의 신변에서 오래 일한 사람이라 불의를 보면 못 참는 성격이긴 하나, 나쁜 사람은 아닙니다.”그녀는 단 한마디로 최씨 어멈은 오귀비의 사람이고 시종들의 증언은 연경이 사주한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연경은 싸늘한 눈길로 유왕비를 바라보며 냉소를 머금었다.왕비가 당황하여 이성적인 판단을 못하고 있을 때 어떻게 하면 그녀가 숨긴 패까지 드러내게 할까 고민하던 찰나, 밖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다.노부인이었다.노부인은 손기욱과 유왕비가 단둘이 있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는 비로소 안심하며 말했다.“왕비의 위세를 부리러 여기 온 거라면 유왕부로 돌아가십시오. 친정이 그리워 왔으면 적어도 딸 노릇은 해야지요! 내가 내 수양딸을 보러 오는데 대문 앞에서 문전박대를 당해야 합니까? 왕비는 어지간히도 이 늙은이의 얼굴을 보기 싫은가 봅니다?”“저는 한때 유왕부에서 독이 든 음식을 먹은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시종들이 유난히 긴장하는 편이니 섭섭하게 생각지 마세요, 어머니.”유왕비는 순간 인상을 찌푸리는 손기욱의 표정을 놓치지 않았다.노부인은 아들과 연경을 번갈아 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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