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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시녀의 생존수칙: Chapter 331 - Chapter 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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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1화

연경은 아무런 동요도 없이 순순히 무릎을 꿇었다.그 모습을 본 유왕비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 “자네가 의도적으로 그랬을 거라 생각하진 않네. 어차피 가족인데 이만 일어나게.”그녀는 적을 만들러 여기까지 온 것이 아니었다. 그저 어린 연경이 시기에 사로잡혀 실수를 유도하려는 것이 목적이었을 뿐, 오히려 연경에게 동정과 연민을 살 기회를 주려던 것은 절대 아니었다.“마마께선 너무 착하셔서 탈입니다. 왕비마마는 이들을 가족으로 여기시지만 저쪽도 과연 같은 생각일지는 알 수 없는 법이죠.”어멈이 간곡히 타이르듯 말했다. 최씨 어멈은 유왕비가 혼인할 당시 오귀비가 하사한 어멈으로 궁중에서 상궁으로 일한 이력이 있었다.“일어나게. 나중에 오라버니가 아시면 또 내가 자넬 괴롭혔다고 생각하실 것 아닌가.”유왕비는 재차 연경을 재촉하며 시종을 시켜 연경을 일으켜세웠다.최씨 어멈은 상황이 이렇게 되자 마지못해 입을 다물었다.연경도 순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최씨 어멈은 친히 유왕비를 가마 의자에 모시고 싸늘한 얼굴로 말했다.“비록 무안 후작께서 저택에 안 계시더라도 일개 첩실이 왕비를 시해한 일을 방관하지는 않을 거네! 왕비께서 인자하셔서 조용히 넘어가는 것이니, 이랑은 돌아가서 잘 반성하고 왕비께 진심 어린 사죄를 드리는 게 좋을 거네!”유왕비와 그 일행이 노기를 뿜으며 떠나자, 연경은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아현은 볼멘소리로 그녀의 옷에 묻은 흙을 털어주며 뒤에 대고 침을 뱉었다.“이랑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나쁜 사람들!”연경은 못 말린다는 듯이 말했다.“너희는 땅을 파고 있었으면서 어떻게 그렇게 확신하니?”아현과 아민은 서로 시선을 교환하며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두 소녀는 눈으로 직접 본 게 아니라 자신들이 아는 연 이랑을 믿었다.연경은 고개를 들고 다락방이 있는 쪽을 올려다보았다.기요와 그녀의 시종이 언뜻 보였다.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다 본 것 같고 그녀의 편에 서줄지는 아직 확신할 수 없었다.그러나 어차피 서란을 시켜 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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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2화

말을 마친 연경은 가슴을 부여잡고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기요도 기분이 나쁘긴 마찬가지였다. 어머니의 이야기에서는 전혀 들은 적 없는 내용이었다.외부인은 모르고 둘만 아는 사소한 일이 더 사람을 미치게 하는 법이다. 모두가 아는 소문이 어쩌면 다 사실일 수 있겠다는 의심마저 들었다.기요는 이 흙탕물에 끼고 싶지 않았지만 궁금증을 주체할 수 없었다.“나무 밑에 뭐가 묻혀 있던가?”“비싸 보이는 청자기 꽃병이었는데 안에 뭐가 들었는지 꽁꽁 봉인했더라고요. 유왕비가 그것을 꼭 품에 안고 돌아갔어요. 아마도 그때 나으리께서 그분과 약속한 신물이겠죠.”다락방으로 들어오던 사내가 그 말을 듣고 걸음을 멈추었다.손기욱과 눈이 마주친 기요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일어나서 예를 행했다.연경은 놀란 눈으로 고개를 돌리고 그를 바라보았다.손기욱은 기요가 있으니 섣불리 다가가서 그녀를 안지는 못하고 매의 눈으로 그녀를 아래위로 훑어보았다.“유왕비가 매화당에 다녀갔다고 들었다.”연경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예전에 두고 간 물건이 있다며 소첩을 데리고 매화림으로 가서 땅을 파다가 피곤하시다면서 소첩에게 부축해 달라 명하셨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중심을 못 잡고 비틀거리시더니 발을 삐끗하신 거예요. 왕비께서는 소첩이 잡고 있어서 발목을 다쳤다고 하시는데 소첩은 절대 그런 일을 한 적 없어요. 기요 소저도 다락방에서 다 봤을 테니 소저에게 확인해 보세요!”말을 마친 연경은 기대에 찬 눈길로 기요를 바라보았다.손기욱의 시선도 기요에게 향했다.기요는 저도 모르게 가슴이 뛰었지만 겉으로는 도도한 척 입을 열었다.“이랑, 무슨 농담을 그리 하는가? 난 여기서 조용히 간식만 먹고 있었지 이랑과 유왕비가 뭘 하는지 염탐한 적은 없네.”연경의 표정이 눈에 띄게 굳었다.“기 소저는 분명 보셨을 겁니다. 만약… 보지 못하셨다면… 제 결백을 증명해 줄 사람이 없어요.”기요는 난감한 얼굴로 손기욱을 바라보며 말했다.“나으리, 저는 정말 보지 못했습니다. 조금 이상하군요. 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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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3화

연경이 그 말을 듣고 실망하기도 전에 손기욱은 불쾌한 기색으로 말을 이었다.“종이인형도 아니고 진작에 다친 걸 우리 후작부에 뒤집어씌우려는 수작 아니야?”연경은 그제야 안도의 숨이 나왔다.마침 소리를 듣고 들어왔던 아민이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존귀하신 유왕비께서 시정잡배처럼 재물이나 뜯어내려고 후작부에 책임을 전가했을까요?”같이 들어온 아현도 씩씩거리며 큰소리로 불평했다.“그럴 수도 있죠! 글쎄 그분이 저희에게 고의로 구덩이를 세 개나 파게 했다니까요? 흙은 제가 일부러 그분에게 튀게 했는데 저를 벌하지 않고 이랑에게 죄를 묻더군요! 비열하긴!”“저희 이랑만 억울하죠! 그분이 예전에 나으리께서 얼마나 잘해주셨는지 얘기하는 걸 들어주시고 모함까지 당했으니까요!”“저는 보진 못했지만 이랑은 절대 그분을 잡아당길 분이 아니에요. 불만 있으면 제게 하라고 하세요!”손기욱은 시종들의 말을 듣고 표정이 점점 굳어지더니 조심스레 연경의 눈치를 살폈다.표정을 보면 아무렇지 않아 보였다.아민이 또 한마디 덧붙였다.“나으리, 먼저 왕비께 가셨다가 오시는 길입니까?”아현이 눈을 부릅뜨며 그를 바라보았고 연경도 고개를 들고 그의 답을 기다렸다.손기욱은 머리가 지끈거려 재빨리 자매에게 물러가라 명했다.“재잘재잘 아주 시끄러워 죽겠네!”자매가 밖으로 나간 후에야 그는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말했다.“집에 돌아오자마자 여기로 달려오는 길이야.”연경은 입을 삐죽이며 비꼬듯 말했다.“왕비께서 아직도 매화당에서 두 분이 전에 심은 매화나무를 감상하는 줄 아셨습니까? 늦어서 어떡해요? 왕비와 함께 옛 추억을 회상하는 일은 다음으로 미루어야겠네요. 그래도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는 줄곧 제 본분을 잊지 않을 것이고 왕비께 무례한 행동도 하지 않을 것입니다.”그 말을 들은 손기욱은 화를 내는 대신 연경을 안고 빙글빙글 돌았다.놀란 연경은 재빨리 그의 목을 끌어안았다.몸이 갑자기 허공에 뜨는 기묘한 느낌에 조금 전에 느꼈던 불쾌한 감정도 눈 녹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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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4화

연경은 입을 삐죽이며 더 이상의 말을 아꼈다.약간의 질투는 두 사람의 사이를 더 가깝게 만들 수 있지만, 질투가 과하면 화를 부르는 법이다.손기욱은 고개 숙여 연경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왕비가 신경 쓰여서 그러는 게 아니다. 천애고아인 그 사람을 걱정해 주는 습관이 오래전부터 몸에 배겨서 그래. 다음엔 주의하도록 하마. 불만이 있으면 속으로 몰래 실망하지 말고 제때에 내게 털어놓거라.”연경은 부루퉁하게 말했다.“유왕비께서 오신 이후로 나으리의 상태가 좀 이상해졌습니다.”결국 그녀는 여전히 그에게 있어 특별한 존재라는 의미였다.과거에 온마음을 다 줘서 사랑했던 이었기에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을 것이다.연경은 그 마음을 이해하기에 말을 아꼈다.손기욱은 한참동안이나 그녀를 빤히 바라보다가 그녀의 손을 잡고 자신의 가슴으로 가졌다.“여기, 그리고 내 몸은 너만을 위한 것이다.”연경은 얼굴이 화끈거려 재빨리 손을 뺐다.아무도 이곳을 보고 있지 않을 걸 알면서도 저도 모르게 주변을 살폈다.손기욱은 당황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자 안 좋았던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내가 그 여자와 더 이상 엮일 일이 없다는 것만 명심하면 된다.”말을 마친 그는 그녀의 귓가에 다가가서 속삭였다.“이 서방은 너만을 위한 사람이니.”손기욱은 울창하게 우거진 매화림을 바라보다가 태복을 시켜 그 주변 매화나무들을 모조리 베라고 명했다.차라리 나무를 더 베는 한이 있어도 연경이 그걸 신경 쓰게 하고 싶지 않았다.손기욱은 나무를 밖으로 운반하는 시종들에게 말했다.“벌목하고 생긴 공터에는 해당화를 심거라. 아니다, 어디에 심을지는 이랑이 정해야지.”연경은 몰래 엿듣고 있다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나으리는 마음을 준 이가 있으면 그 사람을 위해 꽃을 심는구나.’그러나 그의 이런 마음이 고맙고 기쁘기도 했다.한편, 매화당 시종들이 나무를 밖으로 나른다는 얘기를 전해들은 유왕비의 안색이 급변했다.“무슨 나무를?”“매화당에서 가장 값비싼 최상급 매화나무라 하였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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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5화

‘완전히 제게서 등을 돌리신 겁니까.’그런 생각이 떠오르자, 유왕비의 안색이 음침하게 굳었다.“내 다시는 그 호칭을 듣고 싶지 않다고 분명히 말씀드렸습니다! 왕비의 측근이 내 애첩에게 사죄를 원했다지요? 그 어멈은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손기욱은 거두절미하고 본론부터 꺼냈다.유왕비는 금위군 갑옷을 입고 위풍당당한 기세를 뽐내는 그의 앞에서 저도 모르게 가슴이 뛰었다.‘이건 아니야. 난 그저 옛정을 이용해서 이 사람을 전하의 사람으로 포섭하려는 것뿐이야. 전하야말로 내 부군이니까.’그녀는 강제로 시선을 돌리고 억지미소를 지었다.“기욱….”오라버니라 부르려던 그녀는 손기욱의 냉랭한 시선에 쓴웃음을 지으며 말을 바꾸었다.“나으리, 굳이 이렇게까지 하실 필요가 있나요? 제가 이미 어멈에게 잘 말해두었습니다. 연 이랑이 나이가 어려서 그런 거라고, 이 일을 따지고 싶지 않다고요.”“왕비는 여전히 우리 경이가 잘못한 것처럼 말씀하시는군요?”손기욱은 주저없이 그녀의 뻔한 속셈을 까발렸다.‘어딜 감히 사실을 왜곡하려고!’유왕비는 상심한 듯 고개를 숙였다.“저는 그저 제 흔적이 남아 있는 물건을 가져가고 싶었을 뿐입니다. 차후에 문제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연 이랑은 그걸 알고 기분이 안 좋았을 테지요. 이해합니다. 그러나 왕비인 저를 시해할 시도는 하지 말았어야죠. 이래봬도 저 유왕의 왕비입니다. 다른 왕비였다면 훈계로 끝나지 않았을 것입니다.”말을 마친 그녀는 서러운 듯 눈물을 뚝뚝 흘렸다.소리 없이 흐느끼는 그 모습은 누가 봐도 안쓰러웠다. 하물며 그녀는 자신의 말에 빈틈이 없다고 확신했다.연경과 손기욱 사이에 불화가 생기게 되면 그 틈을 파고들어 그를 위로하고 완전히 유왕의 사람으로 포섭할 수 있을 것이다.그는 약속한 말은 꼭 지키는 사람이고 약속을 번복하더라도 그녀는 꽃병 안에 든 물건이 있었다.연경은 저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큰손이 조용히 그녀의 손등을 감싸고 안심하라는 듯이, 손등을 어루만졌다.손기욱은 담담한 어투로 말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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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6화

최씨 어멈은 심복이라기 보다는 오귀비가 그녀를 감시하기 위해 보낸 사람이었다. 궁중 생활을 오래 한 이 어멈은 머릿속에 황가의 위엄은 불가침이라는 생각밖에 없기에 매사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이제 와서 후작부 시종들이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비난한들, 관계만 더 악화될 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손기욱은 미간을 찌푸리며 최씨 어멈을 노려보더니 말했다.“얼굴이 못났다고 내가 겁나서 한소리 안 할 줄 알았느냐?”최씨 어멈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눈을 부릅떴다.“후작 나으리,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소인은 사실만을 말하였습니다. 저 아이들이 미리 이랑의 사주를 받고 입을 맞추었는지 누가 압니까? 의심을 제기한 게 그리도 큰 잘못인가요?”“대체 양치를 언제 했길래 이리도 입에서 똥내가 날까!”유왕비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나으리, 어멈에게 너무 뭐라 하지 마십시오. 최씨 어멈은 귀비마마의 신변에서 오래 일한 사람이라 불의를 보면 못 참는 성격이긴 하나, 나쁜 사람은 아닙니다.”그녀는 단 한마디로 최씨 어멈은 오귀비의 사람이고 시종들의 증언은 연경이 사주한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연경은 싸늘한 눈길로 유왕비를 바라보며 냉소를 머금었다.왕비가 당황하여 이성적인 판단을 못하고 있을 때 어떻게 하면 그녀가 숨긴 패까지 드러내게 할까 고민하던 찰나, 밖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다.노부인이었다.노부인은 손기욱과 유왕비가 단둘이 있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는 비로소 안심하며 말했다.“왕비의 위세를 부리러 여기 온 거라면 유왕부로 돌아가십시오. 친정이 그리워 왔으면 적어도 딸 노릇은 해야지요! 내가 내 수양딸을 보러 오는데 대문 앞에서 문전박대를 당해야 합니까? 왕비는 어지간히도 이 늙은이의 얼굴을 보기 싫은가 봅니다?”“저는 한때 유왕부에서 독이 든 음식을 먹은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시종들이 유난히 긴장하는 편이니 섭섭하게 생각지 마세요, 어머니.”유왕비는 순간 인상을 찌푸리는 손기욱의 표정을 놓치지 않았다.노부인은 아들과 연경을 번갈아 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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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7화

다음 날, 수많은 귀족 여식들이 어여쁘게 단장하고 용의백부로 몰려들었다.과거시험 결과가 나올 무렵이라 기종은 급제할 가능성이 있는 청년들을 초대했고 이로써 수많은 적령기의 여인들이 몰려왔다.용의백부가 이렇게 떠들썩한 것은 참으로 오랜만에 있는 일이었다.연경과 강씨 어멈은 너무 늦지도, 빠르지도 않게 도착했다.그녀는 오늘 소박한 흰색의 겉옷에 연녹색 주름치마를 입고 얇은 망토를 걸쳤다. 머리 장신구는 꽃 한송이와 손기욱이 사준 백옥 비녀 하나로 마무리했다.다른 여인들에 비하면 많이 소박한 차림이지만 전혀 그녀의 미모를 가리지 못했다. 그냥 서 있기만 해도 저절로 시선이 가는 모습이었다.그녀는 사실 오늘 살짝 노곤한 상태였다.어젯밤 거칠게 몰아붙이는 손기욱 덕분에 잠을 제대로 못 잔 탓이었다. 그래도 유왕비 앞에서 자신을 편들어준 것이 고마워 그녀는 거절하지 않고 그를 받아들였다.기요는 저도 모르게 연경에게 자꾸 시선이 갔다. 이런 미인은 온나라를 통틀어도 절대 흔하지 않았다.너무 아름다워서 도저히 예뻐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그녀는 경멸에 찬 미소를 머금었다.‘네가 가진 무기는 그 얼굴뿐이겠지. 주제도 모르고 사람들의 관심을 받으려 애를 쓰는구나.’그녀의 눈치를 살피던 연하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오늘 연회는 각부의 아씨와 도련님들을 모시는 자리이고 다들 정성 들여 치장하고 오는데 저 이랑은 일부러 소박하게 하고 온 듯하네요. 오히려 그 때문에 더 시선이 가니, 참 교활한 사람이에요.”기요도 같은 생각이었지만 겉으로는 엄숙한 목소리로 시종에게 경고했다.“일개 첩실이 혼처를 알아볼 것도 아닌데 화려하게 치장하면 어멈에게 꾸중만 듣겠지. 그걸 알고 일부러 저렇게 하고 나온 거야. 그러니 이따가 강씨 어멈 앞에서는 절대 그런 말하지 말거라.”기요는 주변을 둘러보며 유왕비를 찾다가 구석에 있는 가유 공주를 발견했다.최근 공주는 말수가 부쩍 줄어들고 조용히 구석진 곳에 앉아 간식을 먹으며 이따금씩 기종의 두 첩실을 노려보고 있었다.기요도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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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8화

“나도 기요가 괜한 생각을 한 거라면 좋겠구나. 유왕과 유왕비가 혼인한지 벌써 6년이나 지났고 이미 슬하에 딸까지 두었어. 측비 오씨는 유왕의 사촌동생이고 슬하에 아들딸을 두고 있지.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오귀비마마는 측비를 더 예뻐하실 거야. 유왕비가 궁지에 몰려서 무안 후작부까지 찾아온 것이지.”기종도 어머니의 말에 동의했다.“동생아, 절대 감정적으로 굴어서는 아니된다.”기요의 머릿속에는 연경이 했던 말이 계속해서 맴돌았다. 꼭 잡은 두 손을 영원히 놓고 싶지 않다던 말, 얼마나 사랑하면 그런 말을 했을까? 왕비가 다쳤다는 소식을 듣고는 열일 팽개치고 달려온 후작을 생각하니 가슴이 쓰렸다.“어머니와 오라버니는 무안 후작이 급하게 달려오는 모습을 못 봐서 그래요. 단지 발을 삐끗했을 뿐인데 그렇게 긴장하는 걸 보면… 분명 유왕비가 원하는 일이라면 뭐든 따를 거예요. 어쩌면 유왕 전하를 지지할지도 모르죠.”기요는 이미 자신의 추측이 맞다고 확신하고 있었다.오늘 연경의 얼굴을 보고 더 확신이 섰다. 연경은 연하게 분칠을 했지만 평소보다 안색이 많이 초췌해진 모습이었다. 아마 그녀 역시 밤새 잠을 못 이룬 모양이었다.기종이 침음하며 말했다.“유왕비는 모든 것을 무안 후작부에 걸었어. 아마 무슨 일이 있어도 무안 후작을 자신들의 진영으로 끌어들이려 할 거야. 실패할 시, 아마 왕부에서의 입지가 더 힘들어지겠지. 무안 후작이 왕비의 뒤에 있어야 왕비도 안심하고 왕부에서 살아갈 수 있어.”“천애고아가 자신이 한번 배반했던 사내에게 매달린다고? 참으로 웃기는 일이구나.”용의백 부인은 여전히 반신반의했다.기종이 말했다.“어머니, 이따가 유왕비를 만나봐야 할 것 같아요.”곧 있으면 오귀비에게 내쳐질 사람들끼리 손을 잡는다면 서로에게 득이 될 것이다.기요 모녀는 잠시 후 연회장으로 돌아가 강씨 어멈과의 관계를 소개했다. 귀족 여식들은 분분히 축하의 말을 건넸다.강씨 어멈은 무안 후작부 사람이고 기요가 이미 사람들에게 대놓고 자신은 무안 후작부의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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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9화

연경은 그림을 전문적으로 배운 적 없지만 딱 하나 잘 그리는 게 있었는데 그것은 꽃송이였다.이는 송지운 모녀의 덕분이었는데 모든 걸 다른 사람들보다 완벽하게 해야 꼬투리를 덜 잡히기에 몰래 연습한 결과였다.오늘 출전한 사람들은 모두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싶은 혼기를 앞둔 귀족가의 딸들이고 연경은 흥을 깨기 싫어 마지못해 참석했다.체면이 안 설 정도로 엉망만 아니면 기요가 비웃든 말든 아무런 영향이 없었다. 지금은 강씨 어멈에게서 능력을 배우고 성장하는 게 우선이고 나중에는 그림을 배울 여유가 생길 것이다!기요는 전혀 흔들림 없는 연경의 표정을 보고 괜히 기분이 안 좋아졌다.“그분은 왜 내게 연 이랑을 망신주라고 하신 걸까?”연하가 어색한 표정으로 답했다.“소인도 잘 모릅니다. 세자와 마님께선 왕비와 얘기 중이셨고 왕비 신변의 어멈이 제게 얘기를 전하고 갔습니다.”기요는 한때는 손기욱의 마음을 차지했던 유왕비에게 휘둘리는 게 썩 기분이 내키지 않았다.그러나 너무 갑작스러운 요구이고 거절할 기회도 없었기에 따르는 수밖에 없었다.사람들이 그림을 그리고 있는데 유왕비가 시녀들의 부축을 받으며 정자로 들어왔다.귀족 여식들은 붓을 내려놓고 유왕비에게 예를 행했다.유왕비는 미소를 머금고 느긋하게 말했다.“그리 예의 차릴 것 없네. 꽃구경 좀 하러 왔으니까 편히들 하던 일하시게. 이곳의 꽃이 참으로 아름답게 피어서 말이지.”말을 마친 그녀는 여인들을 바라보며 손수건으로 입을 가리고 웃었다.유왕비에게 칭찬을 들었다는 생각에 귀녀들은 신이 나서 다시 붓을 들고 열심히 그려나가기 시작했다.백부의 시종은 유왕비를 가유 공주의 옆자리로 안내했다. 공주는 그녀를 힐끗 바라만 볼 뿐, 인사 한마디 건네지 않았다.한참 후, 귀녀들이 차례로 붓을 내려놓았다. 그림을 제대로 배운 적 없는 연경은 겨우 모란꽃의 윤곽만 그려냈을 뿐이었다. 그럼에도 만개한 모란의 아름다운 모습이 생동감 있게 잘 표현되었다.먹이 마르기를 기다려 그림을 제출하려던 순간, 갑자기 옆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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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0화

그림들은 각자 주인에게로 돌아갔는데 놀랍게도 연경의 그림 위에도 단정한 글씨체로 적은 시가 쓰여 있었다.‘기나긴 세월 늘 좋은 일만 생길 수 없고, 봄은 언젠가 지나가고 꽃도 언젠가 시들기 마련이니. 현인은 거슬리는 말을 들어도 어리석은 척, 모르는 척 지나가는 게 상책이라 하였노라.’연경은 송육진의 글씨를 한눈에 알아보았다.‘육진이도 연회에 왔었구나.’송육진이 그림을 보고 그녀의 그림을 알아봤는지는 모르나, 그림의 주인에게 이 또한 지나갈 테니 비웃음을 신경 쓰지 말라는 의미를 전하고 싶은 듯했다.연경은 동생의 선함과 배려가 대견해서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옆에서 이를 보고 있던 송지운이 비아냥거리듯 시비를 걸어왔다.“이랑은 이미 첩실이 되었으면서 어찌 혼기가 찬 귀녀들의 관심까지 빼앗으려는지 모르겠군요.”3등을 하고도 시를 받지 못한 귀녀가 수치심에 얼굴을 붉히며 비아냥거렸다.“누가 아니래요? 저렇게 처참한 그림을 대체 무슨 염치로 내놓았는지. 그림을 그릴 줄 모르면 처음부터 모른다고 하셨어야죠!”연경이 뭐라 하기도 전에 기요의 친우인 두 귀녀가 자신의 시종들에게 눈치를 주었다.현명한 귀녀들은 가유 공주가 무안 후작에게 혼쭐이 난 일을 기억하고 굳이 이 일에 엮이려 하지 않았기에 연경을 비난하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그들 중에 가장 목청이 큰 사람이 기요의 시종인 연하였다.기요가 시킨 일은 아니지만 연하는 지금 어느 때보다 신이 나 있었다.그리고 이때, 유왕비 신변의 최씨 어멈이 굳은 표정으로 호통쳤다.“조용이들 하세요! 저희 마마께서 하실 말씀이 있으시답니다.”소리가 잦아들고 사람들의 시선은 유왕비에게로 쏠렸다.왕비는 우아한 자태로 연경에게 다가갔다. 연경은 차라리 올 것이 왔구나 하는 심정으로 고개를 들었는데 예상 외로 유왕비는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연경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오라버니께서 자네를 첩실로 들인 것은 이랑의 온화하고 침착한 성격 때문이겠지. 상심할 것 없네. 방금 전에 내가 상황을 다 지켜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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