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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시녀의 생존수칙: Chapter 401 - Chapter 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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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1화

결국 배 시랑은 분을 참지 못하고 여기저기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동료들을 선동하여 손기욱의 탄핵을 주장했다.그러나 사람들은 겉으로는 그의 말에 찬성하면서도 아무도 실질적인 행동을 보이지 않았고 결국 탄핵문을 올린 것은 배 시랑 혼자였다.그러나 배육진처럼 방탕한 자가 건드린 사람이 어디 연경 한 명이었을까.손기욱은 진작부터 대비하고 있다가 탄핵문이 올라간 순간, 배육진의 온갖 만행을 폭로했다.집에 딸을 둔 가문들 중, 배육진에게 모욕을 당했던 딸들의 아버지는 손기욱이 운을 떼자 분분히 나서서 배씨 가문을 탄핵하기 시작했다. 배 시랑은 변명을 늘어놓았지만 수많은 증거 앞에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결국 배육진은 평생 과거시험에 참가할 수 없는 벌이 내려졌고 배 시랑은 자식 교육을 잘못한 죄로 관직이 강등되었으니, 돌을 들어 제 발등을 깐 격이었다.그날 밤, 저택으로 돌아온 손기욱은 곧바로 송학당으로 불려갔다.그는 숨기지 않고 사실을 부모님에게 고했다.“배 시랑이 저에 대한 탄핵문을 올린 건 사실이지만, 조정은 원래 그런 곳이 아닙니까. 별로 큰일이 아닙니다.”노부인은 탁자를 쾅쾅 취며 분노를 표출했다.“그게 어떻게 큰일이 아니야? 네가 배 시랑의 차남을 그 지경으로 만들었으니 아마 배씨 가문은 나중에 너만 보면 미친개처럼 물려고 달려들 텐데! 일개 첩실을 위해 그런 손해까지 감당해야 하다니!”손기욱이 되물었다.“그럼 정실을 위한 일이었으면 타당하단 말씀이십니까?”노부인은 그 말을 들은 순간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그건 또 무슨 소리야?”손기욱은 눈썹을 꿈틀거리며 어머니에게 되물었다.“어머니는 어찌 생각하십니까?”노부인은 여기서 한마디만 더하면 아들이 첩실을 정실로 올리겠다고 나올까 봐, 더럭 겁이 났다.노후작은 시뻘겋게 달아오른 부인의 안색을 힐끗 보고는 손기욱에게 한소리 했다.“어제 네가 그렇게 아끼는 첩실이 네 어미에게 따박따박 말대꾸를 하더니 오늘은 네가 와서 네 어미의 심기를 어지럽히는구나. 참으로 예의가 없어! 당장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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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2화

“배 시랑이 나으리의 탄핵문을 올렸다는 소문을 듣고 노부인께서 한소리 하셨는데 나으리가 반박하시니, 노후작께서 한대 치셨습니다.”손기욱은 그의 말이 끝난 후에야 짐짓 점잖을 빼며 말했다.“말이 많구나. 이만 물러가거라.”태복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시종들과 함께 조용히 밖으로 나가 문을 닫았다.자초지종을 모르는 연경은 그를 살짝 밀치고는 얼굴에 난 손자국을 매만졌다.“노후작도 너무하십니다. 다 저 때문이에요. 어제 노부인께서 꾸중하실 때 가만히 있었어야 했는데….”손기욱은 장난이 지나쳤다는 것을 깨닫고 재빨리 말을 바꾸었다.“너와는 상관없는 일이다. 내가 피하지 않아서 맞은 것이니 안쓰러우면 볼에 입맞춤 한번 해주면 돼.”연경은 주저없이 말했다.“그럼 고개 좀 숙여주십시오.”손기욱은 그녀의 허리를 잡고 안아서 의자에 앉혔다.연경은 그의 얼굴을 잡고 부드럽고 조심스럽게 입을 맞추었다.한참 후에야 그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5일 기한을 3일로 줄여줄 수는 없는 것이냐?”연경은 그가 고의로 맞은 거라는 의심이 들었지만 서러움을 당한 것도 사실이니 차마 거절할 수 없었다.“예, 그렇게 해요.”손기욱은 그제야 입꼬리를 올리며 조금만 시간이 더 지나서 배 시랑 가문의 상황을 알려줘야겠다고 생각했다.눈 깜빡할 사이에 경양백부의 연회날이 돌아왔고 연경은 아침 일찍 백부로 가서 연회를 준비했다.그녀는 자신을 위해 마련한 방에 머물며 각 부관들에게 오늘 유의해야 할 것들을 가르쳤다. 며칠 사이에 그녀를 대하는 부관들의 태도는 한결 온순하게 변했고 더 이상 그녀를 무시하는 사람은 없었다.송씨 일족의 친지들이 가족들과 함께 대문을 넘었다. 분명 집안이 엉망이 되었을 거라 예상하고 뭐 콩고물이라도 떨어질까 해서 찾아온 경양백의 친지들은 생각보다 깔끔한 광경을 보고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경양백 가문은 조부 때부터 미색에 흠뻑 빠져 있어서 씨를 많이 뿌리고 다니다 보니 송육진 세대가 되어 서로 얼굴을 모르는 친지들도 수두룩했다.모든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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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3화

그러나 연경은 서란이 말한 것처럼 얼굴이 붉지도 않고 너무나 멀쩡했다.사내는 미색에 취해 그런 것들은 전혀 신경 쓰지 못했던 것이다.그의 손길이 연경에게 닿기도 전에 연경은 매섭게 눈을 치켜뜨며 상대를 노려보았다.‘죽기를 자처하는구나!’그녀는 국그릇을 들어 주저없이 그의 얼굴에 끼얹었다.뜨거운 국물이 얼굴로 쏟아지자 사내는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섰다. 국물이 눈 안으로 들어가며 그는 눈을 뜰 수조차 없어 허우적거렸다. 갑자기 귓가에서 바람이 스치는 소리가 들리더니 짝 하고 손등에서 통증이 느껴졌다.연경은 미리 준비했던 자를 꺼내 힘을 실어 사내에게 휘둘렀다.네 시종들은 이미 문 앞에 와 있었고 창문도 활짝 열려 있었다. 주변에서 호위를 맡고 있던 치풍은 사내가 방에 들어서는 순간 담벼락에서 뛰어내렸다. 사람들은 평소에는 온순하기만 하던 연경이 이를 악물고 사내에게 나무자를 휘두르는 것을 보고 경악한 표정을 금치 못했다.사내는 벌벌 바닥을 기며 탁자 밑으로 숨어들었다. 얼굴에서는 알싸한 통증이 느껴지고 온몸이 자에 맞아 안 아픈 곳이 없었다. 방 안에서는 처참한 비명이 울려 퍼졌고 소리를 듣고 모여든 사람들을 아현과 아민이 막아섰다.사내는 이리저리 구르며 고통을 호소하다가 결국 바닥에 납작 엎드려 용서를 빌었다.연경은 자로 사내의 머리를 치며 호통치듯 물었다.“넌 이름이 뭐지?””나… 난 송지석. 경양백 나으리의 사촌 형님의 셋째 아들이다. 삼… 삼 년 전에 우리 한번… 만난 적도 있는데….”짝!연경이 다시 자를 내려치자, 송지석은 처참한 비명을 질렀다.“누가 보내서 왔지?”“모… 나도 몰라. 누가 나한테 은화를 주면서… 널 좀… 예뻐해 주라고 해서… 악!”송지석은 이대로 더 맞다가는 손가락이 부러질 것 같았다.연경은 이마에 난 땀을 닦으며 자를 바닥에 버리고는 문밖에 있는 사람들에게 말했다.“끌고 옆방으로 가서 다시는 이런 짓 하지 못하게 제대로 혼쭐을 내주거라!”그녀는 감히 자신의 명성을 더럽히려는 배후가 누군지, 분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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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4화

그랬는데 서란이 중도에 불려갔으니 의심을 안 할 수가 없었다.하물며 사람들이 안 보이는 곳에서 그녀를 지켜주던 치풍이 누군가 그녀의 음식에 약을 뿌리는 모습을 직접 보았다.연경은 차라리 이참에 범인이 누군지 보려고 일부러 아무것도 모르는 척, 연기했던 것이다.“그자는 그저… 네 음식에 약을 탔으니 나만 오면 된다고 했어. 난… 난 무안 후작이 말 못 할 지병을 앓고 있단 소문을 듣고… 또 네가 그 사람의 정인을 닮았다고 들어서… 그래서….”“또 허튼소리를 하면 그 입을 찢어 버릴 테다!”분노한 송육진이 다시 나무자를 치켜들며 소리쳤다.연경은 이제 무안 후작의 사람인데 만약 이 일로 후작의 오해를 산다면 앞으로의 삶이 힘들어질 수도 있었다.송지석은 흐릿한 시야로 송육진의 거동을 보고 비명을 지르며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연경은 평소의 온화한 표정으로 돌아왔지만 눈빛만큼은 시리도록 차가웠다.그녀는 싸늘한 시선으로 경양백을 바라보며 그의 결단을 기다리고 있었다.송육진도 고개를 돌리고 아버지를 바라보았다.아현을 비롯한 시종들과 치풍도 경양백을 바라보고 있었다.경양백은 무거운 압박감에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았다. 전에 저택 내부의 일은 모두 백부인이 알아서 처리했기에 그는 이 나이 되도록 먹고 마시고 노는 것 이외에 집안에서 일어난 불란을 어떻게 처리하는지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송육진은 싸늘하게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이랑께선 좋은 마음에 저희 집으로 와서 연회까지 도와주셨는데 이 집안에서 이런 더러운 일을 당할 뻔했으니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다면 무안 후작부에서 가만히 있지 않을 것입니다.”경양백은 머릿속이 하얘져서 식은땀을 흘리며 말했다.“너도 이제 어른이 되었으니 네가 보기에 이 일을 어찌 처리하였으면 좋겠느냐?”“당연히 배후를 찾아야지요!”소년은 어깨를 쭉 펴며 당당히 말했다.“즉시 부엌에 드나들었던 모든 시종과 어멈들을 소집하고 그들의 입을 통해 배후를 밝혀야 합니다!”경양백은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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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5화

쉽게 오는 기회는 아니니, 기요는 잠깐의 고민 끝에 연하에게 그 일을 맡기기로 했다.연하는 곧바로 악단을 고용하고는 그들을 시켜 경양백부로 가게 했다.나날이 쇠락해지는 경양백부는 저택에 악사를 둘 형편은 못 되지만, 오늘 같은 날에 외부에서 악사를 고용하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었다.그러나 안으로 소식을 전하러 간 문지기는 한참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자, 악사들은 남은 사람들을 재촉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어차피 아무도 저택 밖으로 내보내지 말라는 지시를 받았지 사람을 들여보내지 말라는 말은 없었기에, 고민 끝에 문을 열어주었다.악단의 악사들이 순조롭게 경양백부에 진입하자 멀리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기요는 마침내 미소를 지었다.“아씨는 일단 돌아가 계세요. 소인이 여기 남겠습니다.”연하는 이따가 경양백부에서 큰 소란이 일 것이니 기요에게 먼저 돌아가라고 제안했다.한편, 송육진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송지석으로부터 그를 매수한 시종을 찾아내게 되었다. 그러나 그 시종은 궂은 일만 하는 하등 시녀라서 송지석처럼 누군가의 돈을 받고 시킨 일만 했다고 고했다.그 시녀는 사람들이 많이 몰렸으니 아무도 자신을 주의해서 보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 범행을 한 것이었다.겁에 질린 시녀는 바닥에 무릎을 꿇으며 큰절을 올렸다.“소인이 한순간 재물에 눈이 멀어 하지 말아야 할 짓을 저질렀습니다. 세자, 부디 목숨만 살려주십시오! 소인은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어머니께서 홀로 저희 삼 남매를 힘들게 키웠습니다. 해서….”“불쌍한 척은 집어치워라! 네가 사람을 해할 때, 피해자가 불쌍하단 생각은 한번이라도 한 적이 있느냐!”송육진은 평소와는 다르게 강경하고 단호한 목소리로 호통쳤다. 다른 사람이었으면 몰라도 연경은 그의 역린이었다!누님을 해하려 한 자는 그게 누구라도 용서할 수 없었다.송육진은 고개를 돌려 연경을 바라보며 말했다.“일단 이 시종을 심문해서 사주자의 외모 특징부터 알아보는 게 좋지 않을까요?”“그래.”연경의 허락을 받은 송육진은 자신감이 붙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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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6화

송육진은 조심스레 그녀의 안색을 살피고는 위로의 시선을 보냈다. 그러고는 시끄럽게 떠드는 악사 한 명을 잡고 호통쳤다.“이것들이 정신이 나갔나? 대체 그런 추잡스러운 말들은 누구에게서 들은 것이냐!”악사는 하찮은 눈길로 송육진을 바라보며 뻔뻔하게 말했다.“어린애가 뭘 알아? 오는 길에 소리까지 들었어. 그 이랑이라는 여인의 신음소리가 참으로….”짝!송육진은 손을 번쩍 들어 악사의 뺨을 때렸다.악사는 어안이 벙벙하여 소년을 바라보았다.경양백은 연경의 눈치를 살폈다. 오늘 일족들이 다 모인 자리를 빌어 친딸의 신분을 밝히려고 했는데 이런 소란이 일었으니, 당황스럽기 그지없었다. 분노한 그는 시종을 시켜 악사들에게 본때를 보여주라고 지시했다.백부의 시종들이 우르르 몰려들어 시끄럽게 떠들던 악사들을 제압하고 주먹을 휘둘렀다.연경은 사람을 시켜 입구를 막게 하였고 십여 명의 악사들은 얼굴이 퉁퉁 부은 채로 마당에 쭈그려 앉아 고통스럽게 신음했다.연경은 송지석을 그들의 앞으로 내던지며 말했다.“똑바로 보고 다시 말하거라. 여기 방에 있던 이랑이 뭘 했다고? 이 방을 쓰던 이랑의 이름이 무엇인지는 알고 한 소리냐?”악사들은 그제야 위기를 직감했는지 눈을 질끈 감고 입을 다물었다.그들 중에 눈치가 없는 한 녀석이 떨리는 소리로 답했다.“이름은… 연경이라 하였습니다! 첩실이라 하였는데 한번 조사해 보세요. 그 여자 분명 사내와 밀회를 즐겼습니다! 저희는 억울해요!”말이 끝나기도 전에 아현이 다가가 녀석의 머리를 걷어찼다. 녀석은 그대로 바닥에 쓰러져 일어나지 못했다.연경은 조용히 넘어갈 일이 아님을 직감하고 아민을 돌아보며 말했다.“아민아, 가서 관아에 신고하거라.”악단의 수장은 그제야 일이 크게 잘못되었음을 알고 큰소리로 외쳤다.“저희도 돈 받고 한 일입니다! 한 번만 봐주십시오! 집에 연로하신 부모님과 어린아이들이 있습니다! 의뢰를 받은 지 정말 오랜만이란 말입니다!”수장이 큰절을 올리자, 그제야 다른 악사들도 다급히 고개를 조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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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7화

연경은 꼿꼿하게 서서 의자에 앉은 송지운을 싸늘히 내려다보았다.잠시 후, 그녀는 웃어른의 격식을 갖추며 의미심장한 어투로 입을 열었다.“여러분께 못 볼 꼴을 보였군요. 지운이가 웃어른 공경할 줄도 모르고 무례를 범하였으니, 이는 저와 나으리께서 잘못 가르친 탓입니다. 돌아가면 잘 타이르겠습니다.”송지운을 아랫사람 취급하는 그녀의 말에 모두가 묘한 눈길로 송지운을 바라보았다.한때는 공주처럼 대접받던 경양백의 둘째 딸이 왕년에 시종으로 부리던 사람에게 이런 취급을 당하다니!송씨 일족은 점점 쇠락의 길을 걷고 있었다. 그럼에도 시종 출신의 연경을 무시하고 하찮게 생각했던 사람들이었는데 경양백의 적녀인 송지운보다 단아하고 위엄 있게 변한 그녀의 모습에 지금은 아무도 감히 그녀와 시선을 똑바로 마주하지 못했다.송지운도 자신을 비웃듯이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느꼈다.그녀는 수치스럽고 자존심이 상해 옆에 있는 언니에게 구원의 시선을 보냈다.그런데 그녀의 언니는 한참 머뭇거리더니 자신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듯이 가볍게 말했다.“너도 철 좀 들어. 저 사람 말이 틀린 것 하나 없어. 넌 언제부터 이렇게 아래위도 모르고 무례해졌니?”그들과 가까운 곳에 앉아 있던 만 이랑이 갑자기 웃음을 터뜨리더니 정색하며 말했다.“다들 보셨지요? 이제는 둘째 아씨마저도 연 이랑 눈치를 봐야 한답니다. 저마저도 집안 살림권을 저분에게 맡겼을 정도니까요.”조금 전까지 만 이랑을 무능하다 비웃던 여인들은 이해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송지운은 화가 나서 피를 토하고 싶은 심정이었다.연경은 그들이 수군거리거나 말거나, 상석 앞에 서서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송육진에게 말했다.“세자로 책봉된 것을 축하하네. 예전부터 세자의 필력이 웬만한 선비들을 능가한다 들었는데 앞으로는 꽃길만 걸으시고 승승장구하길 기원하네.”여인들은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어린 소년을 가소롭다는 듯이 쳐다보았지만 아무도 감히 나서서 연경의 말을 반박하지 못했다.송육진은 얼굴을 붉히며 연경에게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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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8화

송지운의 입술은 분노에 의해 파르르 떨렸다.“제… 제가 언제….”하지만 변명조차 할 수 없었다.지금 이 시점에서 연경의 말을 반박한다면 자신이 의도적으로 그녀를 도발했다는 걸 인정하는 꼴이었다.그녀는 단순히 연경에게 수치심을 주기 위해 먼저 수저를 든 것뿐인데 이렇게까지 비난받을 일이었던가?‘속이 이렇게 좁으니 첩실이지!’송지운은 분노에 치가 떨렸지만 손기욱의 훈계가 두려웠다.싸늘하고 매정한 두 눈에 가끔씩 스치던 살기가 떠오르자 등골이 오싹했다.“서란아, 네가 가서 작은 마님의 접시에 음식을 챙겨드리렴. 수줍어서 마음 놓고 먹지를 못하는 것 같으니. 다리까지 다쳤는데 밥이라도 잘 먹어야 하루라도 빨리 낫지.”연경은 웃어른의 말투로 서란에게 명령했다.연경에게 집안 살림권을 빼앗겨서 화가 잔뜩 났던 만씨마저도 송지운이 수모를 당하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좋아졌다.만씨는 기분 좋게 송지운을 재촉했다.“풍 이랑도 아씨를 걱정해서 하신 말씀인데 어서 감사하다고 인사드려야지요?”송지운은 얼굴이 푸르뎅뎅해서 만씨를 흘겨보면서도 끝내 고맙다는 인사는 하지 않았다.고개를 숙이자 서란이 언제 그녀의 앞접시에 음식을 한가득 덜어놓은 것이 보였다. 그중 대부분은 그녀가 평소에 안 먹는 음식들이었다.“내가 안 먹는 것들을 왜 덜어놨어!”송지운은 연경에게 대놓고 화를 낼 수는 없어도 시종에게 화풀히하는 것을 뭐라 하진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 소리를 질렀다.서란은 담담한 어투로 답했다.“작은 마님, 어서 드시지요. 이랑께선 작은 마님 건강을 생각해서 반찬을 골고루 챙겨드셔야 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좋아하는 음식도 이따가 더 덜어드릴 테니 어서 드세요.”시종은 주인을 닮는 법, 무안후작이 연 이랑을 얼마나 총애하는지 옆에서 지켜본 그들이었다.이랑께서 경양백부에 와서 위엄을 수립하는데 측근 시종이 주인의 발목을 잡을 수는 없었다.“너….”송지운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더 이상 먹다가는 배가 터질 것 같았다.서란도 그녀를 너무 심하게 몰아세우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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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9화

“어서 안으로 모시거라!”경양백은 크게 기뻐하며 자랑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향했다.“우리 사돈이 오셨네! 작년에 무안 후작의 작위를 이어받으시고 지금은 금위군 지휘사로 부임한 전도 유망하신 분이야!”그는 당장이라도 저 사람이 바로 자신의 딸 연경의 부군이고 사위라고 자랑하고 싶었다.송씨 일족은 귀한 분이 오셨다는 소식을 듣고 모두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잠시 후, 손기욱이 위풍당당하게 안으로 들어섰다. 사람들은 늠름하고 위엄이 넘치는 금위군 지휘사를 보고 분분히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여 예를 행했다.손기욱은 주변을 슥 둘러보고는 여인들이 있는 병풍 쪽을 바라보았다.그쪽에서 딱히 수상한 소리가 들리지 않자, 그는 속으로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연경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치풍이 미리 부하를 시켜 그에게 급하게 연락을 취했기에 여기까지 달려온 것이다.손기욱은 경양백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고는 처남인 송육진에게 다가가 어깨를 다독이며 말했다.“송 세자, 축하하네. 국자감 시험에 합격하여 가을에 입학한다고 들었소.”송육진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멍하니 서 있었다.그는 아직 시험 결과를 모르고 있었다.송씨 일족은 그 말을 듣고 송육진과 경양백에게 축하를 전했다.“내 일찍이 말했었지. 육진이의 눈빛을 보면 똑똑한 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역시 우리 송씨 일족에서 가장 출세한 인물이 되었구나! 우리 일족에서 국자감에 들어간 사람이 나온 게 이게 얼마 만인지!”“폐하께서 현명한 판단을 내리신 거지! 육진이를 세자로 올린 건 현명한 판단이었소! 앞으로도 글공부에 열중하여 가문의 이름을 널리 알리길 바라네! 이제 우리 가문의 영광은 세자에게 달렸소!”“어린 나이에 뛰어난 재능을 가졌으니, 오늘은 참으로 기쁜 날이구만. 속히 사당으로 가서 조상님들께 아뢰어야 하오!”사당을 여는 것은 아주 중요한 행사였다. 경양백도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이런 영광은 처음이었기에 일족의 어르신들의 말을 듣고 기쁨을 금치 못하며 다정한 눈길로 송육진을 바라보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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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0화

기요가 먼저 사람이 못할 짓을 저질렀으니, 연경도 더 이상 물러설 수 없었다.고개를 돌린 손기욱은 사나운 눈빛으로 연하를 노려보았다.“기요?”연하는 덜컥 겁이 났다.“후… 후작 나으리, 저들의 말은 믿을 게 못됩니다. 소인은 그냥 길을 지나가고 있었는데… 왜 여기까지 잡혀왔는지 모르겠습니다. 저희 아씨를 위해 약을 사러 나왔을 뿐입니다….”손기욱은 냉소를 흘리며 단 한 글자도 믿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연하를 노려보았다.연경은 악사에게로 시선을 돌렸다.악사는 가슴을 탕탕 치며 비장하게 말했다.“나으리, 바로 저 여자가 소인에게 은화를 주고 이집 대문을 가리키며 안으로 들어오면 곧바로 동쪽의 다섯 번째 방으로 오라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사전에 저 부인의 이름도 알려주었어요! 소인은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이만 목숨만 살려주십시오!”연하는 벌벌 떨며 입을 다물었다.연경은 고개를 돌려 손기욱에게 물었다.“나으리, 이 일을 어찌 처리하면 좋을까요?”“네가 알아서 처리하거라.”허락이 떨어지자 연경은 사양하지 않고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너희가 일을 이렇게 크게 벌여 놓았으니, 내 비록 기요 낭자의 체면을 봐서 조용히 넘어가고 싶어도 방법이 없구나. 많은 눈이 지켜보고 있으니 악단은 관아로 보내고 연하는 기요 낭자의 측근이니 내 직접 너를 용의백부로 데려가겠다.”이 일은 절대 조용히 넘어갈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기요가 먼저 그녀의 결백을 망치고 삶을 파괴하려 하였으니 자업자득이었다.“좋다. 내가 너와 함께 가도록 하지.”연하는 그 냉철하고 여색을 질색하는 무안 후작이 연경 앞에서는 이렇게나 고분고분한 것을 보자 경악을 금치 못했다.‘끝났어….’아현과 아민이 다가와 연하의 두 팔을 뒤로 묶자, 손기욱은 치풍에게 눈짓했다. 조치풍은 곧바로 그에게 다가와 작은 소리로 말했다.“소인이 이미 일러두었습니다. 악단 놈들도 어찌 말해야 할지 알려주었으니 절대 이랑의 명성을 더럽힐 일은 없을 것입니다.”손기욱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사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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