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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시녀의 생존수칙: Chapter 391 - Chapter 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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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1화

손기욱이 흐뭇하게 자리에서 일어나자, 연경도 같이 일어나려고 했지만 온몸에서 느껴지는 근육통 때문에 꼼짝도 할 수 없었다.“어디 불편하냐?”손기욱은 손을 뻗어 그녀의 얼굴을 만졌다.“어디 보자.”연경은 불만스럽게 대꾸했다.“팔도 아프고 허리도 아프고 무릎도 아픕니다.”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살짝 멍이 든 그녀의 무릎을 바라보았다.‘이렇게까지 힘들어할 줄이야.’연경은 멍이 들고 부은 무릎을 내려다보다가 불만스럽게 그를 노려보았다.어젯밤 너무 뜨겁고 다정하게 다가오는 그를 거절할 수 없어서 몸을 맡겼는데 이렇게까지 심해질 줄이야.손기욱은 미안한 얼굴로 시선을 피했다.그는 얼른 연고를 꺼내 두텁게 발라주고는 말했다.“오늘은 경양백부에 가지 말고 푹 쉬거라.”연경은 토라진 얼굴로 답했다.“그래도 가야죠. 걱정 마세요, 저는 괜찮아요.”손기욱은 어두운 그녀의 표정을 보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지난번에 육진이가 국자감 시험을 보고 싶다고 했었지? 국자감은 이틀 후에 학도를 받기 시작하는데 작년 장원에게 송육진을 추천하라고 얘기를 해두었어. 육진이만 자신 있으면 이틀 후에 시험을 보러 가도 좋아.”연경의 표정에서 먹구름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두 눈이 반짝하고 빛났다.“그게 사실입니까?”“그럼.”손기욱은 그녀의 표정이 좀 풀리자 침상에 앉아 그녀의 종아리를 잡고 부드럽게 지압해 주었다.기분이 좋아진 연경이 말했다.“무릎은 나으리 때문이 아니라 원래 안 좋아서 그런 겁니다.”손기욱의 표정이 순간 굳었다.“원래 안 좋다니, 무릎이랑 손 말고도 안 좋은 곳이 더 있느냐?”“아마 없을 겁니다.”연경은 갑자기 진지해진 그의 얼굴을 보고 조심스레 답했다.“무릎은 전에 너무 오래 꿇고 있어서 이리 된 거겠지?”한참 기다려도 답이 들려오지 않자, 그는 불만스럽게 그녀를 쳐다보았다.“왜 답이 없느냐? 내가 또 송씨를 찾아가서 한소리 할까 봐 그러느냐?”연경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말했다.“나으리, 너무 상심하지 마세요. 다 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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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2화

송육진은 그 모습을 보고 몰래 인상을 찌푸렸다.그날 밤, 그는 연경을 데리러 온 손기욱을 찾아 조용한 곳으로 가서 담화를 나누었다.“매형, 누님을 잘 보살펴 주십시오.”소년은 혹여 후작부에서 누군가 몰래 누님을 괴롭히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했다. 자신이 눈치챈 일을 무안 후작이 몰랐을 리는 없다고 생각했다.손기욱은 정색한 소년의 얼굴을 보고 입가에 경련이 일었다.“그런 일도 네게 얘기를 했단 말이냐?”“누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눈치챈 거예요.”손기욱은 소년 티를 벗고 있는 송육진의 모습을 유심히 바라보았다.아직은 어리지만 이제 곧 사내가 되려고 하고 있었다.손기욱은 자신이 열세 살이었던 적을 떠올리고 아직은 아무것도 모를 나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어린애에게 훈계를 들으니 자존심이 상했다.“남녀칠세부동석이라는데 어찌 네 누이를 그리 유심히 쳐다보느냐?”송육진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누님이 괴롭힘을 당하고 사는 것 같아서 유심히 본 것뿐입니다. 매형이 많이 바쁘신 분이라는 건 저도 압니다. 그래도 시간을 내어 누님에게 관심 좀 주십시오. 누님은 고생만 너무 많이 한 사람입니다.”손기욱은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소년의 훈계를 들으면서 아무런 반박도 할 수 없었다.그는 다음부터는 꼭 자제해야겠다고 자신을 반성했다.송육진은 그가 말이 없자, 괜히 자신이 선을 넘은 건 아닌지 하는 생각에 한참 고민하다가 말했다.“송구스럽지만,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 매형.”손기욱은 어색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마차에 올랐다.그는 마차에 오르자마자 연경의 바지를 올리고 무릎을 살폈다.연경은 잔뜩 굳은 그의 표정을 보고 웃으며 위로했다.“걱정 마세요, 나으리. 내일 기마를 배우는데는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오늘 밤은….”연경은 바짝 긴장하며 고개를 저었다.“오늘 밤은 안 됩니다.”손기욱은 헛웃음을 지으며 그녀를 빤히 쳐다보다가 말했다.“또 밖에서 허튼소리를 하면 입을 맞춰 버릴 테다.”연경은 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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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3화

다음 날, 기마장에 도착한 두 사람은 각자 옷을 갈아입으러 갔다.연경은 붉은색 바탕에 허리띠로 잘록한 허리를 강조하고 움직임이 편한 흰색 치마를 입었다. 아현과 아민은 말을 탈 때 불편하지 않도록 그녀의 긴 머리를 위로 올려 묶어주었다.서란과 서령은 말을 탈 줄 모르니 연경이 옷을 갈아입는 별채에서 대기하기로 했다.사내들이 옷을 갈아입는 곳은 멀리 떨어진 오솔길 끝에 있었다.연경은 아현 자매와 함께 오솔길을 걷다가 익숙한 얼굴, 배육진과 마주쳤다. 그녀는 경계심을 세우며 걸음을 멈추었다.미색에 미친 배육진은 멀리서 연경이 걸어오는 모습을 보고 눈을 반짝이며 대놓고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다.머리에 아무런 장신구를 하고 있지 않아도 연경은 눈을 뗄 수 없이 아름다웠다.이제는 감히 자신이 넘볼 수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배육진은 음흉한 얼굴로 군침을 삼켰다.아현과 아민이 그 모습을 보고 욕설을 퍼부으려던 순간, 연경은 냉랭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배가의 차남은 눈알이 뽑히고 싶은가 보군요.”늘 풍류를 즐기며 살아온 배육진이기에 입씨름으로는 누구에게 밀린 적이 없었다.“예쁜이가 내 눈이 필요하다면 기꺼이 내어드리겠소. 눈이 아니라 목숨까지 내어드릴 수 있지.”연경의 두 눈이 차갑게 얼어붙었다.“그걸 누가 원한다고.”배육진은 주변에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한걸음 앞으로 다가왔다.무안 후작의 여인에게 함부로 대할 수는 없지만 그냥 보고 대화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만족이었다.배육진은 격앙된 마음을 꾹 눌러 참으며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럼 뭘 원하시오? 지금은 무안 후작의 이랑이 되었으니, 만약 후작께서 못 주는 것이 있다면 내가 내어드리리다.”연경은 역겨움에 토할 것 같았다.저 눈빛을 계속 마주하고 있다가는 기마술이고 뭐고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렇게 뒤돌아서려던 순간, 그녀는 이쪽으로 다가오는 손기욱을 보았다.배육진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인사했다.“지휘사님도 여기 계셨군요. 이런 우연이 다 있다니, 간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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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4화

“잠깐.”손기욱은 싸늘한 목소리로 그를 불러세웠다.배육진은 얼어붙은 듯이 걸음을 멈추었다.손기욱은 고개를 돌려 연경을 바라보며 부드러운 어투로 말했다.“잘 듣거라. 저런 망나니를 상대로 욕은 이렇게 하는 것이야.”배육진이 무슨 말인지 몰라 어쩔 바를 몰라하던 사이, 손기욱의 싸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어디서 이렇게 구린내가 진동하지? 똥냄새에 참을 수가 없네. 안 그런가, 배 공자?”손기욱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없지만 연경이 표정이 안 좋으니 일단 욕부터 하고 보자는 심정이었다.배육진은 그게 무슨 말인지 몰라 식은땀을 흘리는 사이, 주변에서 비웃음 소리가 들려왔다.고개를 들자 오늘 같이 경마를 하기로 한 친우들이 이쪽을 바라보며 비웃고 있었다.그들은 손기욱에게 예를 행한 뒤, 배육진을 끌고 갔다. 배육진은 나중에야 그 말의 의미를 알고 분노에 치를 떨었다.웃음을 참느라 얼굴이 시뻘게진 친우들을 보니 말도 못하고 속이 부글부글 끓기 시작했다.사람들이 떠난 후, 손기욱은 연경을 바라보며 물었다.“녀석이 네게 무례한 짓을 했느냐?”연경은 주저없이 조금 전에 배육진이 했던 말을 그에게 들려주었다.얘기를 들은 손기욱은 아현에게 눈길을 주었고 눈치 빠른 아현은 그 길로 배육진을 쫓아갔다.손기욱은 연경을 바라보며 담담히 말했다.“앞으로 기분 나쁘게 하는 인간이 있거든, 뒷일은 생각하지 말고 욕을 해.”어차피 한달 후면 그녀는 완전히 다른 신분이 될 테니 남은 기간 동안 무슨 짓을 해도 상관없었다.손기욱은 일이 다 준비가 될 때까지 숨길 생각이었으나, 차라리 오늘 밤 돌아가서 그녀에게 자세히 말해주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렇게 되면 연경도 뒷일을 걱정하지 않고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할 수 있을 것 같았다.연경이 말이 없자, 그는 부드럽게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이따가 내가 그 자식을 혼내줘야겠어. 손목을 부러뜨리는 게 나을까, 아니면 발목? 차라리 그냥 눈을 뽑아버릴까?”그냥 해본 말이었는데 연경이 정색하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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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5화

“하, 이러니 연경이 그렇게 화가 났지. 배육진 그놈은 여전히 정신을 못 차렸구나.”손기욱이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장군, 저와 아민이 가서 녀석에게 마대를 씌우고 한바탕 두들겨팰까요? 놈의 눈은 제가 도려내겠습니다! 너무 화가 나요!”아현이 주먹을 불끈 쥐며 말했다.“그럴 필요 없어. 계속 주시하고 있다가 어떻게든 놈이 먼저 기마장을 못 떠나게 해. 연경이 당한 걸 그대로 갚아줘야겠어.”손기욱은 한달 후면 연경과 잠시 떨어질 것을 생각하며 이를 갈았다.그때가 되면 그가 늘 곁에서 지켜줄 수도 없는데 걱정이 태산이었다.하지만 앞으로의 행복을 위해서 이렇게 해야만 했다.손기욱은 자신이 입혀준 망토를 걸쳐 몸매를 가린 연경을 잠시 바라보다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가자. 내 기마술을 가르쳐 주지.”매사에 낙관적인 연경은 이미 배육진으로부터 받은 안 좋은 기분을 훌훌 털어낸 뒤였다.손기욱은 그녀를 위해 유순한 말을 선택하고 자신은 야생성이 강한 흑마를 골랐다.그는 말은 어떻게 타고 고삐는 어떻게 잡는지, 어떻게 말과 교감하는지 세세히 가르쳤고 연경도 눈 한번 깜빡하지 않고 열심히 배웠다.손기욱은 설명이 다 끝났음에도 가만히 서 있는 연경을 보더니 웃으며 물었다.“한번 해볼 테냐?”연경은 긴장한 듯 마른침을 삼켰다.안 그래도 불안감이 강한 그녀인데 말에게 자신의 운명을 맡긴다고 생각하니 더럭 겁이 났다.손기욱은 아이처럼 호기심은 동하지만 잔뜩 겁을 먹은 그녀의 얼굴을 보다가 손을 뻗었다.“내가 잡아줄 테니 스스로 말에 타는 법부터 익히거라. 나중에 꼭 쓸 일이 있을 게야.”연경은 의아한 눈길로 그를 바라보았지만 나중에 쓸 일이 뭐가 있냐는 말은 묻지 않았다.그렇게 힘겹게 말등에 오르자, 이미 그녀의 등은 식은땀으로 축 젖어 있었다.그녀는 웃고 있는 손기욱을 곱지 않게 흘기며 말했다.“웃지 마세요, 나으리.”“누가 우리 연경이를 비웃겠어? 잘했어.”그는 잔뜩 굳은 그녀의 표정을 한참 바라보았다. 그녀는 인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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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6화

그의 친우들은 껄걸 웃고 있다가 이쪽으로 다가오는 손기욱을 보더니 분분히 핑계를 대고 자리를 떴다.홀로 남은 배육진은 긴장한 얼굴로 손기욱을 맞이했다.“나으리, 경마를 즐기시려면 차라리….”연경의 싸늘한 목소리가 그의 말을 끊었다.“경마는 제가 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다만 제가 말을 타는 것은 익숙치 않아서 나으리께서 가르쳐 주기로 했지요. 저와 내기 한번 해보시렵니까?”배육진은 힘겹게 숨을 들이마시며 거절의 말을 전했다.“이랑께서 이런 걸 좋아하시는 건 몰랐군요. 하지만 저는 일이 있으니 이만….”손기욱이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말했다.“우리 두 사람이 말 하나를 타고 경주를 하자는데 자신이 없는가? 그 정도 용기가 없으면서 감히 내 사람을 희롱하였어?”배육진의 이마에 식은땀이 흘렀다.손기욱은 짜증스럽게 말했다.“경주 한번 하자는데 내가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지?”배육진은 하는 수없이 손기욱이 그에게 건넨 말고삐를 잡았다. 그 말은 손기욱이 타려고 골랐던 흑마였다.말에 오른 배육진은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입을 열었다.“제가 이기면….”“이기면 무사히 보내주겠습니다. 그러나 진다면 그 눈을 여기에 두고 가셔야 할 겁니다.”부드럽지만 싸늘한 목소리가 귓가에 울리자, 배육진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들었다.“손바닥도 쳐야 소리가 난다, 자네가 한 말 아닌가? 저 멀리 보이는 언덕을 종점으로 하면 되겠군.”겁에 질린 배육진은 누가 목덜미를 움켜쥔 것처럼 숨 쉬기가 힘들고 온몸에 힘이 풀렸다.연경은 그에게 반응할 틈도 주지 않고 손기욱을 재촉했다.“나으리, 시작하시죠.”손기욱은 초반에 천천히 달리다가 연경이 적응한 후에야 속력을 냈다.뒤늦게 정신을 차린 배육진은 속으로 욕설을 퍼부었다.‘천박한 년이 감히 내 눈을!’그는 이를 악물고 채찍을 휘둘렀다.“이랴!”눈 깜빡할 사이에 그는 손기욱과 연경의 말을 따라잡았다.손기욱은 다소 긴장한 연경의 손을 부드럽게 잡아주며 말했다.“걱정 말거라. 놈은 곧 낙마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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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7화

연경이 탄 백마는 아슬아슬하게 배육진을 스치고 지나갔다.그녀가 말을 멈춰세우자 손기욱은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어떻게 하면 말을 돌리는지 가르쳤다.배육진은 다급히 소리쳤다.“제가 졌습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나으리의 이랑에게 무례를 저질렀습니다… 목숨만 살려주십시오!”주변에 사람이 없으니 배육진은 모든 자존심을 버리고 손기욱에게 큰절을 올렸다.“네가 무례를 범한 상대는 내가 아닌데 왜 내게 목숨을 구걸하는 거지? 나도 이 사람 말을 따르는 입장이거늘.”배육진은 일개 첩실에게 이런 관용을 베푸는 후작의 모습에 기가 막혔지만 하는 수없이 연경에게 절을 올렸다.“제가 잘못했습니다! 제발 목숨만 살려주십시오!”손기욱은 바닥에 납작 엎드린 배육진을 힐끗 보고는 연경의 허리를 쿡쿡 찔렀다.“내 사람 약올리는 법을 가르쳐주지.”“배육진, 넌 무슨 띠지?”배육진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얼굴에는 토사물인지 흙인지 모를 것이 잔뜩 묻어 있었는데 악취가 진동했다.손기욱은 그런 그를 한심하게 바라보다가 비웃듯 말했다.“개띠였네.”배육진은 그제야 자신이 추락하며 말똥에 얼굴을 박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무안 후작은 그에게 똥이나 먹는 개라고 욕하고 있었던 것이다.손기욱은 훌쩍 뛰어서 말에서 내린 후, 연경을 안아서 내려주었다.그러고는 배육진의 앞으로 다가가 싸늘히 물었다.“너, 언제부터 내 집에 첩자를 심어두었지?”배육진은 충격에 빠진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아닙니다! 저는 절대 그런 적 없습니다!”“그런데 내가 내 여자를 만족시켜 주지 못한다는 건 어찌 알았을까? 그리고 내 첩실이 네게 추파를 던졌다고 했는데 그때 상황이 어땠는지 자세히 한번 말해보거라.”배육진은 하늘이 무너진 기분이었다.‘언제 그걸 들었지?’“손뼉은 손바닥이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고? 내가 내 손바닥을 네 얼굴에 갈기면 소리가 날까, 안 날까?”말을 마친 그는 주저없이 배육진에게 싸대기를 날렸다. 오랜 기간 무공을 수련한 그였기에 손아귀 힘이 어마어마했다.배육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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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8화

그렇게 손기욱이 사람을 시켜 배육진을 끌어낸 이후, 연경은 계속해서 손기욱에게서 기마술을 배웠다.그렇게 두 시진이 지나서야 두 사람은 저택으로 돌아왔다.그 시각 무안 후작부 안에서는 소란이 벌어지고 있었다.차남이 다쳐서 돌아온 것을 보고 배 시랑 부부가 후작부로 찾아온 것이다. 배육진은 들것에 누워 두 눈을 붕대로 칭칭 감싸고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늑골이 두 개나 부러지고 앞으로 앞을 볼 수 없게 되었다 합니다. 왼쪽 귀도 더는 들을 수 없고요….”배 부인은 눈물을 훔치며 손기욱의 만행을 고자질했고 노부인은 눈살을 찌푸리며 얘기를 듣고 있었다.“저기 연 이랑이 나으리에게 입김을 불어서 이성을 잃게 만들었다는데….”앞으로 나선 손기욱은 냉소를 지으며 경멸에 찬 눈길로 배육진을 내려다보았다.“너, 정녕 죽고 싶으냐?”배육진은 벌벌 떨며 다급히 말했다.“아닙니다! 어머니… 저는 절대… 그런 말을 하지 않았어요. 저는….”“네가 말했지 않느냐!”배 시랑은 다급히 아들의 말을 끊으며 싸늘한 눈길로 손기욱을 노려보았다.어렵게 손기욱의 잘못을 잡았는데 이대로 아무런 대가도 받지 못하고 허망하게 돌아갈 수는 없었다.손기욱은 입술을 꾹 깨물더니 사람들이 다 보는 앞에서 배육진의 들것을 발로 걷어찼다.처참한 비명소리와 함께 배육진은 바닥으로 나뒹굴었다.배 부인은 부군의 품에 안겨 벌벌 떨었다.손기욱은 냉랭한 눈길로 그들을 바라보며 말했다.“자네들이 아들 교육을 잘못해서 내가 대신 가르쳐 줬는데 찾아와 감사인사는 못할지언정, 오히려 내게 죄를 묻는구려! 배 시랑은 내가 그리 만만하시오?”막무가내로 나오는 손기욱의 모습에 배 시랑 부부는 겁에 질렸다.연경은 매번 그의 등 뒤에 숨어 있을 수는 없다고 판단하고 침착한 얼굴로 앞으로 나섰다.“배 공자의 늑골이 부러진 것은 배 공자 본인이 기마술이 능숙치 못하여 낙마한 것입니다.”“하지만 당신들이 먼저 경마를 하자고 억지로….”배 부인은 어떻게든 궤변을 늘어놓았지만 연경은 지지 않고 반박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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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9화

연경은 따라나서는 손기욱에게 고개를 저었다.노부인은 조용한 곳으로 연경을 끌고 가서 호통쳤다.“네 신분이 뭐인지는 네가 가장 잘 알 것이다! 네가 우리 후작부를 위해 무슨 이득을 가져다주길 바라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소란은 만들지 말았어야지!”“내 네 외출을 허락한 것은 지운이 대신 경양백부로 가서 도움을 주라고 한 것이지 나가서 놀라고 허락한 것이 아니다!”“나으리가 화가 나면 네가 잘 말렸어야지 어디 그 세치혀로 화난 나으리를 부추긴 것이냐! 원래 이런 응큼한 아이인 걸 알았으면 첩실로 들이는 것이 아니었는데….”노부인은 씩씩거리며 한바탕 화풀이를 했다.연경은 느긋한 어투로 노부인의 말에 반박했다.“좋은 집안 출신인 노부인은 평생 집안의 안주인으로 사시면서 한 번도 후작부에 민폐를 끼친 적이 없나요?”“출신은 제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노부인께서 저를 못마땅해하시더라도 저는 이미 나으리의 첩실이 된 몸입니다. 노부인께서 그리 저를 경멸하신다면 다른 사람들도 저를 무시할 테지요. 배가의 차남은 어쩌면 노부인께서 저를 어찌 생각하시는지 알고 오늘 대놓고 사람들 앞에서 저를 희롱했을지도 모릅니다.”노부인은 잘못을 반성하기는커녕 따박따박 말대답을 하는 그녀의 모습에 충격에 빠졌다.“네가 외출하지 않았으면 벌어지지 않았을 일이다! 기욱이가 이 일로 탄핵을 당한다면 다 네 잘못이란 말이다!”연경은 비웃음을 가득 머금으며 말했다.“노부인께서는 가해자인 배육진을 욕하지 않고 오히려 피해자인 저를 비난하시는군요. 만약 좋은 집안에서 태어난 여인들이 배워야 할 덕목이 이런 거라면 차라리 못 배운 게 다행인 것 같네요.”“단아하고 고상한 귀부인이 화풀이 때문에 아들을 곤란하게 하시니, 노부인께선 나으리를 위해 뭐 그리 좋은 일을 하셨습니까?”노부인은 분노에 온몸을 떨며 삿대질했다.“기욱이의 총애를 등에 업고 이리 오만방자하게 굴다니!”연경은 담담한 눈으로 노부인을 직시했다.“저를 벌하고 싶으시다면 그렇게 하세요. 어차피 노부인께선 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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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0화

“곧 아니게 될 거다.”연경은 뜬금없는 소리에 고개를 들고 그에게 물었다.“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준비는 다 되었느냐? 후작부의 안주인이 될 준비 말이다.”갑작스러운 말에 연경은 한참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지난번에 아이를 출산하면 미래의 부인에게 괴롭힘 당할 것 같아 두렵다고 하였지. 나도 그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니 차라리 네가 내 부인이 되거라.”손기욱은 괜히 고심하는 척, 턱을 괴며 말했다.연경은 저도 모르게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 날이 이렇게 빨리 올 줄이야!한편 용의백부, 기요는 시름시름 앓고 있었다.그녀는 최근 우울감에 빠져 식음도 전폐하고 매일 침상에 멍하니 누워 천장만 바라보았다.세자 기종이 문안을 왔다가 시종에게 물었다.“의원은 뭐라 하더냐?”시종이 답했다.“아씨께선 마음의 응어리가 깊으시다고 마음을 편히 가지시는 게 중요하다 하셨습니다.”기종은 시종들을 물리고 기요에게 말했다.“설마 그 무안 후작 때문에 네가 이 지경이 된 것이냐? 내 말했지 않느냐. 모든 건 가문을 우선시하고 절대 마음을 주지 말라고.”기요는 초췌한 얼굴로 그에게 물었다.“오라버니, 유왕비에게선 소식이 아직도 없나요? 애초에 저를 칼잡이로 사용하고는 이제 저를 내치신 겁니까?”자존심 강한 그녀는 유왕비가 자신을 버렸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었다.기종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걱정 말거라. 왕비께선 왕부에 돌아가자마자 답신을 보내셨다. 귀비께선 조용히 때를 기다리자고 하신다니 또 한번의 기회가 있을 것이다.”“그게 언제죠?”기종은 그 말을 들으니 한숨이 나왔다.“아직은 알 수 없다 하였다.”“언제까지 나중을 기다려야 한답니까? 기약 없는 기다림과 뭐가 달라요?”기요는 다시금 자존심에 타격을 입었다.그녀의 긍지와 자존심은 무안 후작과 유왕비에 의해 처참하게 부서졌다.“사실 굳이 무안 후작과 혼인할 필요는 없어. 그 사람은 다가가기 어려운 상대지. 오만하고 무례해 보이지만 교묘하게 선을 넘지 않고 있어. 내가 보기에 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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