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황제가 조회를 마치고 서재로 돌아왔을 때, 손기욱은 책상 앞에 앉아 졸고 있었다. 소리를 들은 그는 눈을 번쩍 뜨고 자리에서 일어섰다.금위군 갑옷은 이미 벗어서 곱게 개어 놓은 상태였다.황제는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싸늘하게 호통쳤다.“고집불통 같으니라고!”“폐하께선 나라와 백성을 가슴에 품으신 분이니, 신하된 자로서 폐하를 곤란하게 할 수는 없습니다. 신은 폐하가 가슴에 품은 백성 중 한 명입니다. 백성의 꿈은 폐하보다 원대할 수는 없지요. 그저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면 따뜻한 안방에서 처자식이 기다리고 있는 그런 삶을 바랄 뿐이지요. 신도 그들과 다르지 않습니다.”황제는 그가 변방의 난을 해결하며 세운 공적이 떠올라 한숨을 쉬었다.한참 후, 결국 황제는 손을 휘휘 저으며 말했다.“돌아가게.”“폐하, 신에게 밖에 걸칠 옷 한벌만 하사하여 주십시오. 이대로 밖으로 나가는 건 예법에 맞지 않습니다.”이는 손기욱이 황제에게 내민 화해의 손길이기도 했다.황제는 곱지 않게 그를 흘기고는 말했다.“허, 참. 갑옷을 다시 입고 가게. 자네처럼 기골이 장대한 사내에게 맞는 옷을 갑자기 어디 가서 구하라고 그래?”“신, 폐하의 뜻을 받들겠나이다.”손기욱은 침착한 얼굴로 황제가 보는 앞에서 다시 중갑옷을 입었다.한편, 손기욱이 밤새 돌아오지 않으니, 무안 후작부의 사람들도 편히 잠들지 못했다.강씨 어멈은 겉으로는 연경에게 별일 아닐 거라고 위로했지만 연경이 돌아간 이후, 재빨리 불당으로 가서 경을 읊고 기도를 올리기 시작했다.노후작 부부는 연세가 들었고 큰댁과 둘째네 식솔들은 세상 물정도 잘 모르는 사람들이니 손기욱에 궁에서 돌아오지 않았다는 얘기를 듣고 혹여 자신들에게 연루되진 않을까, 벌써부터 벌벌 떨었다.노부인은 그들의 호들갑에 더욱 심란해져 노후작과 함께 사당으로 가서 조상님들에게 아들을 무사히 지켜달라고 기도를 올렸다.연경도 속이 탔지만 묵묵히 기도하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그녀는 태복을 시켜 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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