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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시녀의 생존수칙: Chapter 381 - Chapter 3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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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1화

다음 날, 황제가 조회를 마치고 서재로 돌아왔을 때, 손기욱은 책상 앞에 앉아 졸고 있었다. 소리를 들은 그는 눈을 번쩍 뜨고 자리에서 일어섰다.금위군 갑옷은 이미 벗어서 곱게 개어 놓은 상태였다.황제는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싸늘하게 호통쳤다.“고집불통 같으니라고!”“폐하께선 나라와 백성을 가슴에 품으신 분이니, 신하된 자로서 폐하를 곤란하게 할 수는 없습니다. 신은 폐하가 가슴에 품은 백성 중 한 명입니다. 백성의 꿈은 폐하보다 원대할 수는 없지요. 그저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면 따뜻한 안방에서 처자식이 기다리고 있는 그런 삶을 바랄 뿐이지요. 신도 그들과 다르지 않습니다.”황제는 그가 변방의 난을 해결하며 세운 공적이 떠올라 한숨을 쉬었다.한참 후, 결국 황제는 손을 휘휘 저으며 말했다.“돌아가게.”“폐하, 신에게 밖에 걸칠 옷 한벌만 하사하여 주십시오. 이대로 밖으로 나가는 건 예법에 맞지 않습니다.”이는 손기욱이 황제에게 내민 화해의 손길이기도 했다.황제는 곱지 않게 그를 흘기고는 말했다.“허, 참. 갑옷을 다시 입고 가게. 자네처럼 기골이 장대한 사내에게 맞는 옷을 갑자기 어디 가서 구하라고 그래?”“신, 폐하의 뜻을 받들겠나이다.”손기욱은 침착한 얼굴로 황제가 보는 앞에서 다시 중갑옷을 입었다.한편, 손기욱이 밤새 돌아오지 않으니, 무안 후작부의 사람들도 편히 잠들지 못했다.강씨 어멈은 겉으로는 연경에게 별일 아닐 거라고 위로했지만 연경이 돌아간 이후, 재빨리 불당으로 가서 경을 읊고 기도를 올리기 시작했다.노후작 부부는 연세가 들었고 큰댁과 둘째네 식솔들은 세상 물정도 잘 모르는 사람들이니 손기욱에 궁에서 돌아오지 않았다는 얘기를 듣고 혹여 자신들에게 연루되진 않을까, 벌써부터 벌벌 떨었다.노부인은 그들의 호들갑에 더욱 심란해져 노후작과 함께 사당으로 가서 조상님들에게 아들을 무사히 지켜달라고 기도를 올렸다.연경도 속이 탔지만 묵묵히 기도하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그녀는 태복을 시켜 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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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2화

밤새 불안에 떨었던 마음이 드디어 안정을 찾으니 그녀는 그의 목을 꽉 껴안고 아무것도 캐묻지 않았다.매화당은 진작에 따뜻한 목욕물과 음식을 준비해 두었고 손기욱이 목욕을 마치고 나오자마자 그가 좋아하는 음식들이 상에 올라왔다.그는 할 말이 있어 보이는 연경을 힐끗 보고는 넌지시 물었다.“나중에 내가 지금의 권세를 잃게 된다면 너는 날 능력 없다고 원망할 것이냐?”연경은 눈을 깜빡이며 그에게 되물었다.“예전에 누가 나으리를 능력 없다고 무시했었나요?”손기욱은 어색하게 기침하며 시선을 회피했다.한참 후, 그는 솔직히 얘기를 꺼냈다.“예전의 나는 후작부의 세자라는 신분 이외에 관직도, 아무것도 가진 게 없었다. 그녀는 늘 나에게 미래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독촉했었지.”굳이 이름을 말하지 않아도 누군지는 뻔했다.연경은 불쾌한 얼굴로 그의 말을 끊었다.“그건 그 사람이 나으리를 몰라서 한 말입니다. 나으리는 누군가의 독촉이 없어도 노력하는 분입니다. 나으리께서 오늘날 이룩하신 모든 것은 그 사람과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저는 그 사람이 아닙니다. 저는 호사만 함께 누리고 힘들어지면 옆사람을 내치는 그런 배은망덕한 사람이 아닙니다.”손기욱은 잠시 침묵하다가 그녀의 안색을 살피며 말했다.“난 너를 그 사람과 비교한 적 없어.”“그럼 왜 그런 말씀을 하신 거죠? 어제 폐하를 알현한 게 기밀을 의논한 게 아니라 나으리의 관직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온 건가요?”손기욱은 연경에게 모든 사실을 털어놓을 생각이 없었다.어렵게 그녀가 마음을 열어주었는데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남녀 사이에서 늘 겁이 많고 쉽게 불안해하기에 조금만 버려질 위험이 있다고 판단되면 스스로를 가두는 편이었다.“너무 높이 올라가면 필히 몰락하는 법. 자고로 세간에 이름을 알린 대장군이나 세가는 늘 군주의 의심을 사고는 했다. 만약 필요한 순간이 온다면 난 한걸음 물러서는 것을 택하겠다.”사실 상 황제가 또 그에게 혼처를 권유한다면 그가 거절할 수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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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3화

앞뜰에서 일하는 시종들은 어제 위풍당당한 연경의 모습을 보지 못했기에 비웃음 가득한 웃음을 지었다.놈들은 늘 괴롭힘만 당하던 그녀가 화려한 차림으로 나타나자 노골적으로 그녀를 아래위로 훑기 시작했다.“이게 누구야? 지운 아씨의 시종 아니었나? 후작부로 갔다고 백부에 돌아와 상을 엎다니, 양심도 없네.”몇몇 남자 시종들이 음흉한 웃음을 지으며 비아냥거렸다.“나이도 어린 것이 백부에 돌아오니까 아주 기가 살았네. 네가 과거에 어땠는지 우리가 무안 후작부로 가서 떠벌려 줄까?”“돌아왔으면 조용히 살아. 이 집에서 개사료를 빼앗아 먹던 인간은 너밖에 없어.”사람들은 크게 비웃음을 터뜨렸다.“가서 귀뺨을 쳐라.”연경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싸늘한 시선으로 그들을 노려보았다.어차피 말이 통하지 않는 놈들에게는 차라리 주먹이 나았다.시종들은 멈칫하더니 그녀에게 삿대질까지 하며 웃기 시작했다.“예쁜이가 화가 많이 났네.”간 큰 어떤 녀석이 연경의 앞에 머리를 내밀더니 말했다.“자, 어디 한번 때려봐.”연경은 당연히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짝 하는 소리가 앞뜰에 커다랗게 울렸다.연경이 뭐라 할 필요도 없이 아현과 아민도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무공을 수련한 두 자매에게 백작가의 시종들 따위 상대하는 건 일도 아니었다.잠시 후, 모두가 바닥에 쓰러져 고통스럽게 신음했다.앞뜰을 관리하는 부관이 소식을 듣고 허겁지겁 뛰어왔다.“이랑, 어떤 일이십니까? 이놈들은….”그는 연경이 오전내내 나타나지 않았으니 오늘은 안 올 줄 알고 다른 부관들과 구석에서 게으름이나 부리고 있었던 것이다.“일을 해야 할 시종들이 도박판을 부리고 무례한 발언도 모자라 감히 입에 담지도 못할 희롱 섞인 말로….”부관의 이마에 식은땀이 삐질삐질 흘렀다.어제 무안 후작이 얼마나 그녀를 총애하는지 눈앞에서 본 사람으로서 부관은 더 이상 이들을 방관할 수 없었다.“어제 내 그렇게 타일렀는데 오늘도 게으름을 부리고 있었다니!”“부관은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할 생각이지? 며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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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4화

이때, 소식을 들은 만 이랑이 달려왔다.그녀는 시종들이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는 것을 보더니 고개를 돌려 송선준에게 불만을 표했다.“큰 도련님, 이것 보세요. 이를 어쩌면 좋아요? 별일도 아닌 것 갖고 이 많은 시종들이 다쳤으니 말이에요.”처벌을 받아야 할 부관은 그들을 보자 울상을 하며 하소연했다.“만 이랑, 도련님, 제발 저 좀 살려주십시오! 아무리 그래도 저는 백부를 위해 반평생을 바친 사람인데 연 이랑은 너무 안하무인 아닙니까!”연경은 그 모습을 보고 바로 서란에게 귓속말을 했고 서란은 사람들이 안 보는 틈을 타 조용히 앞뜰을 빠져나갔다.송선준은 세자의 자리를 송육진에게 빼앗긴 이후 안 그래도 분노에 휩싸여 있었는데 과거의 시녀가 기고만장하게 나오니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밀었다.“넌 무안 후작부에서 시중이나 들지 않고 왜 여기까지 와서 소란이지?”그는 일부러 시중이라는 말을 강조해서 말하며 오만하게 턱을 치켜들었다.“어디서 개가 짓나? 난 개가 제일 무섭던데.”연경은 미간을 확 찌푸리며 중얼거리듯 말했다.그녀는 어릴 적에 송지운의 개에게 물린 경험이 있었다. 창백할 정도로 하얀 얼굴에 두려운 기색이 비치다 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송선준에게로 시선을 돌렸다.송선준은 모멸감을 느끼며 연경에게 삿대질했다.“천한 것이 지금 누구한테 개라고 욕한 거야!”연경은 입꼬리를 올리며 대꾸했다.“개소리를 지껄이는 놈이겠지.”“경양백부의 적자는 나야! 쫓겨나고 싶어?”분노를 참을 수 없었던 송선준은 바락바락 대들었고 평소 그의 핍박을 당하며 살아온 시종들은 겁에 질려 고개를 숙였다.연경은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래. 어디 쫓아내 보렴. 지금의 경양백부에서 과연 네 말이 통하기나 할까?”그녀의 한마디 한마디는 송선준의 아픈 곳을 후벼팠고 송선준은 분노에 미쳐버릴 것 같았다.예전이라면 시녀로 쓰기에도 천하다 생각했던 사람에게 온갖 비웃음을 들으니 화가 치밀어 견딜 수 없었다.그러나 그는 감히 그녀를 내쫓을 수 없었기에 손을 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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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5화

“너와 선준이가 같은 편이고… 백부의 안주인은 너라고? 그래서 내가 두렵지 않다고?”경양백은 잔뜩 눈살을 찌푸리고 만 이랑을 노려보았다.그는 백부의 멍청한 것들 때문에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백부인이 살아 있을 때는 그녀의 강압적인 성격 때문에 숨이 막혔는데 첩실 따위가 살림권을 손에 넣었다고 또 기어오르려 하고 있으니 어찌 화가 안 날 수 있겠는가?게다가 만 이랑은 풍 이랑처럼 미모의 소유자도 아니었다. 만약 주도권을 쥐려는 사람이 풍 이랑이었다면 경양백은 백번 원했을 것이다.“나으리, 너무 화내지 마세요. 다행히 저는 다른 세가의 여인들이 아니라서 절대 만 이랑이 큰 도련님을 구슬려서 저를 괴롭히려 한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않을 거예요. 큰 도련님이 생각없이 일개 첩실의 구슬림에 넘어간 사실도, 백부의 시종들이 할 일을 제치고 집안에서 노름만 한 사실도 절대 말하지 않을게요.”연경은 부드러운 어투로 조금 전의 행태를 강조해서 설명했다.송선준은 생각이 없다는 말에 의심의 눈초리로 만 이랑을 노려보았다.그는 갑자기 연경의 말이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 이랑이 조금 전에 갑자기 말을 바꾼 것도 의심스러웠다.만 이랑은 송선준의 눈길을 받고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이는 그녀가 원하던 전개가 아니었다. 처음 의도는 송선준이 연경에게 화를 내게 하고 자신은 뒤에서 이득만 취할 생각이었다.어쩌다 이렇게 된 것일까?경양백은 다른 건 모르겠고 연경이 참 사려 깊다는 생각만 했다.그는 감격 어린 얼굴로 연경에게 말했다.“연 이랑이 고생이 많네. 백부는 지금 집안이 엉망이 되었어. 내가 사람을 잘못 봐서 이 지경이 되었네. 만 이랑이 연 이랑처럼 사려 깊은 사람이었다면 집안 꼴도 지금처럼 되지 않았겠지.”만 이랑은 충격에 빠진 표정으로 경양백을 노려보았다.일전에 백부인과 세자가 거대한 사고를 쳐서 엉망이 된 집안을 왜 자신의 탓으로 돌리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역시 경양백은 말이 통하는군요. 세가의 출신이라 앞을 내다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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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6화

경양백은 늘 하던 것처럼 자신은 잘못이 없고 모든 잘못을 사망한 부인에게로 돌렸다. 연경은 들을수록 역겨웠지만 그가 보는 앞에서 억지로 눈물을 쥐어짰다.“생전 부인은 강압적인 분이셨으니 나으리의 고초를 이해합니다. 전에는 나으리께서 한 번도 저를 인정해 주지 않으셔서 거짓말인 줄 알았는데 그런 사정이 있었군요. 아버지께 효를 다하지 못하여 정말 송구합니다.”“비록 예전 일이 다 기억나진 않지만 나으리를 볼 때마다 친근감을 느꼈습니다. 어릴 때는 큰 도련님과 다른 도련님들이 나으리의 예쁨을 받는 것이 정말 부러웠지요. 하지만 일개 시종인 저는 감히 뭔가를 바랄 수 없는 입장이었어요. 저는 가진 게 아무것도 없었으니까요.”“둘째 아씨는 혼인할 때 엄청난 혼수품을 가지고 후작부로 갔지요. 아씨야 말로 진정한 백부의 귀녀인 것입니다. 시종 출신인 제가 후작 나으리께 제 진짜 정체를 말하여도 후작께선 믿지 않으실 겁니다.”연경은 그에게서 뭐라도 받아낼 생각이었다. 그의 딸이 될지 말지는 나중에 생각할 문제였다.어제 송육진은 그녀를 도와 어릴 때 갖고 놀던 장난감들을 찾았는데 건곤 그림이 새겨진 완구가 있었다. 안에 숨겨진 옥패는 과거 경양백이 그녀에게 줬던 신물이었다.“착한 아가, 나중에 내가 몇몇 점포를 네 이름으로 돌려주마. 아비로서 그동안 보살펴주지 못한 것에 대한 보상으로 해두자.”경양백은 감격에 겨워 그녀에게 말했다.연경이 이리도 사려 깊고 말이 잘 통하니 점포 정도는 거뜬히 내어줄 수 있었다.부녀는 한참 흐느끼다가 무안 후작이 연경을 데리러 왔다는 얘기를 듣고 드디어 슬픔에서 벗어났다.경양백이 흐느끼며 말했다.“착하지. 돌아가서 후작께는 잠시 이 얘기를 꺼내지 말거라. 내 네 앞으로 점포를 넘겨준 후에 다시 얘기하자꾸나.”무안 후작이 연경을 총애하는 정도로 보아, 만약 만족할만한 성의를 보이지 않는다면 그의 불쾌감만 사게 될 것이다.“저는… 아버지 말씀만… 따르겠습니다.”연경은 마지못해 전혀 부르고 싶었던 호칭을 입에 담았다.경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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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7화

“좀 노곤하구나.”손기욱은 피곤한 목소리로 한숨을 내쉬더니 자연스럽게 연경의 손에 말고비를 쥐여주었다.그러고는 고개를 그녀의 어깨에 묻고 그녀의 은은한 체향을 한껏 만끽했다. 하루의 노곤함이 싹 사라지는 느낌이었다.연경은 대낮이라 바짝 긴장했다.이쪽 길은 경양백부의 측문으로 통하고 멀지 않은 곳에는 다른 저택들의 측문도 있었다. 조용하고 사람이 잘 다니지 않는 곳이라 그들이 탄 말발굽소리만 골목에서 잔잔하게 울렸다.손기욱의 뜨거운 숨결이 목덜미에 닿으니 연경은 저도 모르게 가슴이 뛰었다.그의 입술이 목에 닿는 것이 느껴지자 그녀는 긴장한 듯 고개를 돌렸다.쿨럭!모퉁이를 도는데 누군가의 기침소리가 두 사람 사이의 묘한 분위기를 깨뜨려 버렸다.연경은 애써 침착한 척, 소리가 난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가 부끄러워 얼굴을 붉혔다.손기욱도 불쾌한 얼굴로 소리가 난 쪽을 노려보았다.그들의 앞에는 가유 공주와 기요가 있었다. 두 사람은 조랑말을 타고 어딘가로 가는 중이었는데 앞에서 말고삐를 끄는 환관들과 뒤따르는 시녀들은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연경은 백부의 일 때문에 근래 바쁠 예정이고 강씨 어멈도 몸이 편찮으셔서 수업은 열흘 정도 쉬기로 되어 있었다. 오늘은 휴식 첫날이라 공주와 함께 나들이를 나왔는데 여기서 둘을 마주치게 될 줄이야.가유 공주는 하얗게 질린 기요의 얼굴을 보고는 비웃듯이 입을 열었다.“참 수치를 모르는 사람들이야. 귀한 집에서 자란 아씨들은 수줍음이 많아 절대 그런 짓을 못할 텐데 무안 후작이 이렇게 풍류를 즐기는 사람일 줄은 몰랐군.”공주는 대놓고 연경이 미천한 출신이라 수치를 모른다고 비웃었다.기요는 손기욱의 안색을 곁눈질하면서도 구태여 공주를 말리지 않았다.연경은 해맑은 미소를 지었다.그녀가 뭐라 하기도 전에 손기욱이 음침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부마께선 밖에서 공주에게 많이 무뚝뚝하셨나 봅니다? 그건 부마가 욕을 먹어야겠네요. 온마음이 첩실에게 쏠려서 공주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 게 아닌지 모르겠네요.”그는 대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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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8화

“당연히 안쓰럽죠! 저 아니면 누가 나으리를 관심합니까?”강씨 어멈은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낮에 꿈을 꾸었는데 꿈자리가 뒤숭숭했습니다. 나으리, 솔직히 말씀해 주세요. 폐하께서 무슨 일로 나으리를 잡아두고 계신 겁니까?”역시 궁중 출신 어멈이라 손기욱의 가벼운 말에 속지 않았다.손기욱은 시선을 아래에 두고 느긋하게 되물었다.“나라 기밀이라 말씀드렸지 않습니까?”“그럼 제게 말씀해 주십시오. 나으리께서 유왕비에게 준 밀서와 관련 있는 일입니까? 나으리는 제 손으로 키운 사람입니다. 제게 거짓말할 생각은 하지 마세요. 이는 후작부의 안위와 직결된 일이니 혼자 끙끙 앓지 마시고 제게도 털어놔 주세요. 나으리가 아무리 강직하다 하여도 수많은 후작부 사람들의 목숨을 혼자서 짊어질 수는 없습니다.”손기욱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어멈, 왜 굳이 험한 일을 떠안으려 하십니까? 이제 연세도 들었는데 좀 느긋하게 여유도 즐기면서….”“제가 여유를 즐길 상황이 아니지 않습니까! 나으리도 이제 나이가 들었습니다. 최대한 빨리 혼처를 정해야 제가 살아 있을 때 아이도 돌봐드리죠. 기 낭자는 글렀습니다. 너무 오만하고 교활해요. 집으로 들이면 친정의 잇속만 생각할 사람이고 나으리와 함께 동고동락할 사람이 아닙니다.”강씨 어멈은 유왕비가 떠나고 얼마되지 않아 손기욱이 궁으로 잡혀간 것이 우연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황제는 그가 진심으로 유왕의 파벌에 가입할까 우려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손기욱의 혼처를 빨리 정하는 것은 후작부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필요한 일이었다.손기욱은 짜증스럽게 말했다.“어멈도 제게 압력을 넣으십니까? 귀족가의 여자들 저는 한 명도 눈에 차지 않습니다.”“매번 같은 말씀만 반복하시네요. 나으리께서 좋아할만한 사람이 이 세상에 있기나 합니까?”손기욱은 조용히 매향원 쪽을 바라보았다.그의 생각을 알아챈 강씨 어멈이 충격에 빠진 얼굴로 말했다.“역시 연경에게 품지 말아야 할 마음을 품으셨군요!”“제 사람입니다. 어찌 품지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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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9화

시욱은 손기욱이 변방에 서신을 보낼 때 전달을 맡은 호위 중 한명으로 치풍의 부하였다.“위씨 노부인은 나으리의 서신을 보고는 4월 말에 저택으로 돌아올 예정이니, 그때 손녀를 같이 데려오겠다 하셨습니다.”“4월 말이라?”손기욱이 시간을 헤아려 봤더니 길에서 소비하는 시간을 제외하면 아직 한달 정도 남았다.그렇다는 건 그와 연경이 함께 잠들고 일어나는 이 생활이 한달 정도 남았다는 의미였다.한달 후면 잠시 이별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상실감이 몰려왔다. 그는 성큼성큼 매향원으로 향했다.가슴이 갑갑했지만 계속 그의 혼처를 걱정하는 폐하를 생각하면 정실의 자리를 오래 비워둘 수는 없었다.마침 위씨 노부인이 귀경하니 이는 그에게도 큰 기회였고 이번 기회를 놓치면 언제 다시 기회가 올지도 알 수 없었다.치풍은 그의 뒤를 따라가며 계속해서 고했다.“영택이도 돌아왔습니다.”영택은 몰래 유왕비의 행렬을 추격하던 부하였다.“듣기로 유왕비는 가는 내내 여정이 순탄치 않았는데 유왕비는 길에서 시간을 지체하고 싶지 않은 건지,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건 죄다 돈으로 해결했다 합니다. 가는내내 표정이 좋지 않았더랬어요.”“그래.”손기욱은 유왕비가 딸을 걱정해서 길을 재촉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그녀는 그가 진짜로 딸을 인질로 잡고 자신에게 보복할까 봐 걱정하고 있었던 것이다.“유왕비가 왕부로 돌아간 날, 유왕은 크게 화를 내며 유왕비에게 뭘 던졌는데 이마에서 피가 철철 흐르더랍니다. 유왕비의 따님은 무슨 병에 걸렸는지 그날 밤 유왕비의 처소에 밤새 등불이 꺼지지 않았고요….”손기욱은 짜증스럽게 말했다.“내가 남에 집안 사정까지 들어줄만큼 그리 한가한 사람으로 보이느냐?”치풍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입을 다물었다.손기욱은 손을 휘휘 젓고는 매향원으로 돌아갔다.연경은 마침 여름옷을 만들고 있었다. 이번에는 연청색 비단에 가는 금사로 해당화를 수놓고 있었다.손기욱이 부루퉁한 얼굴로 물었다.“이번에는 또 누굴 위해 옷을 만들고 있느냐?”연경은 비단을 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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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0화

그제야 축 처졌던 손기욱의 입꼬리가 올라갔다.“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하자꾸나.”“나으리는요?”사실 연경은 노는 것에 딱히 관심이 없었다. 매일 서책을 읽고 학문을 익히기에도 시간은 늘 턱없이 부족했다.그녀는 앞으로 집안의 안주인이 되면 그때 가서 놀아도 된다고 생각했다.“외출하기 싫으면 집안에서 쉬어도 되고.”연경은 큰눈을 깜빡이며 고개를 갸웃했다.“그냥 집에서 쉬어요?”손기욱은 침실 쪽을 힐끗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요즘 어쩐 일인지 몸 구석구석이 근질근질해서 말이지.”연경은 할 말을 잃은 표정으로 그를 빤히 바라보다가 이를 갈았다.“나으리… 건전한 얘기 중에 왜 말이 그쪽으로 새나요? 그 일은 너무 과도하면 몸이 상합니다.”“지금 내 체력을 무시하는 것이냐?”연경은 할 말을 잃은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손기욱은 더 쓸쓸한 얼굴로 고개를 푹 숙였다.“외출하면 내가 네 아비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는데 앞으로 몇 년만 지나도 널 만족시킬 수 없을까 걱정이구나. 너도 그것 때문에 자꾸 내 건강을 걱정하는 것 아니냐? 체질이 안 좋은 사람은 스무 살이어도 체력이 딸릴 수 있는데 나는 그런 쪽은 아닌 것 같아.”“매일 너를 품어도 전혀 정력이 부족하지 않아. 못 믿겠으면….”연경은 재빨리 그의 입을 틀어막으며 말했다.“충분합니다. 나으리, 너무 충분해요. 누가 감히 나으리께 체력이 부실하다고 합니까?”그러면서도 속으로는 절규하고 있었다.‘왜 진지한 얘기 중에 이런 망측한 말을!’그녀는 그의 노골적인 시선에 수줍게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였다.그러고는 떨리는 목소리로 그에게 말했다.“기마술을 좀 배우고 싶습니다. 혹, 쉬는 날 제게 가르쳐주실 수 있으십니까?”그저 화제를 돌리려고 한 말이었는데 손기욱은 한숨을 내쉬었다.“매일 보기만 하고 먹을 수 없는데 무슨 힘이 있어 기마술을 가르치겠느냐?”연경은 정색해서 그에게 말했다.“3일 전, 저는 분명히 시침을 들었습니다.”“너는 그런 것까지 일일이 다 기억하고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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