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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os os capítulos de 시녀의 생존수칙: Capítulo 441 - Capítulo 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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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1화

손기욱은 불안한 마음 반, 기대 반을 안고 매향원에 도착했다. 하지만 대문 앞에 도착하여 가장 먼저 본 것은 낯선 얼굴이었다.그는 장대를 메고 있는 소연과 보현의 모습을 보고 안색이 확 변했다.“이게 뭐 하는 짓이지?”소연은 뒤돌아서 두 손을 모아 공손히 예를 행했다.“나으리, 제 시녀가 무심코 잘못된 말을 했사옵니다. 그리하여 제가 꾸짖고 벌도 주었으며 장대를 메고 연 이랑께 사죄드리러 온 것입니다. 그런데도 연 이랑은 결코 저희를 용서해 주지 않으시고 계십니다. 이리도 까탈스러운 분이니, 나으리께서 평소에 많이 힘드셨겠어요.”그 말을 들은 손기욱은 분노가 치밀었다.이 정도 이간질도 알아채지 못한다면 세월을 헛산 셈이었다.그는 고개를 끄덕거리는 태복을 보고는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했다.“그 머리는 대체 왜 달고 다니는 거지?”손기욱의 독설을 처음 접해 보는 소연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뒤늦게 그의 뜻을 이해했다.“나으리?”“난 잘못을 하고 상대에게 용서를 강요하는 사죄 방식은 들어본 적이 없다. 연경이 너를 보고 싶지 않다는데 대체 왜 문앞에서 문지기를 자청하는 거지?”소연의 얼굴은 수치심과 분노로 시뻘겋게 달아올랐다.“저는 진심으로 사죄드리러 온 것입니다.”손기욱은 그녀가 여전히 대문 앞을 막고 있자, 인내심이 완전히 바닥났다.“썩 비켜라! 검술만 연습하느라 예의를 깨우치지 못한 것이냐? 천박해서 봐줄 수가 없군!”소연은 손기욱의 냉담한 반응에 아무것도 못하고 넋 나간 얼굴로 옆으로 비켜섰다.손기욱은 성큼성큼 안으로 들어갔다.방 안에 등불이 환하게 밝혀져 있었지만, 그는 급히 들어가지 않고 아민을 불렀다.연경의 타이름을 들은 아민과 아현은 사실 경과를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전달했다. 사소한 부분에서만 약간의 편향을 보였을 뿐이다. 그래서 소연과 그 시녀의 무례함과 연경의 대응을 손기욱은 마치 그 자리에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전달받을 수 있었다.“연 이랑이 화를 내지 않았다고?”손기욱은 믿기지 않았다.아민은 고개를 저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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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2화

손기욱의 검은 눈동자에 차가운 빛이 스쳤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들고 음침한 눈길로 좌중을 둘러보았다. 그의 시선이 닿는 자마다 숨이 턱 막히며 사무치는 공포를 느꼈다.그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냉소를 흘렸다.“군영에서는 군심을 어지럽히고 이간질하는 자들은 모조리 목을 쳐서 땅에 묻는다. 이게 군의 기율이지.”바로 그때 연경이 달려왔다. 공기 중에 퍼지는 피비린내에 그녀는 숨이 턱 막혔다.“나으리?”손기욱은 연경을 보자 곧바로 표정을 바꾸고 그녀에게 성큼 다가섰다.“여긴 왜 왔느냐?”그는 자신의 몸으로 연경의 시야를 가로막으며 뒤에 있는 처참한 광경을 보지 못하게 했다.소연은 연경을 노려보며 이를 갈았다. 오늘 마침 연경이 혀를 자른다는 말을 꺼냈고, 손기욱도 그녀의 이간질에 넘어가 방비원에 이런 식으로 경고를 주는 것이라 확신이 들었다.연경은 그녀의 눈에 서린 증오를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피비린내가… 심하군요.”손기욱은 손을 뻗어 그녀의 눈을 가리며 부드럽게 말했다.“어리석은 자가 함부로 입을 놀렸길래 상응한 벌을 준 것뿐이다.”말을 마친 그는 의미심장한 눈길로 소연과 그 시녀들을 바라보았다.“태복이 매화당의 예의범절에 대해 설명할 때, 너희는 알아들었어야 했다. 내 집안에서 혀를 잃는 건 가벼운 처벌에 해당한다는 것을 말이다.”“오늘 네 시녀의 혀를 자른 것은 내가 한 짓이다. 불만이 있으면 나에게 하거라. 앞으로 누구든 이 일로 연 이랑을 원망한다면, 혀를 잃는 벌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여름이 다가오는데도 방비원 사람들은 온몸에 한기를 느꼈다.연경은 비로소 피비린내가 혀가 잘려서 난 것임을 깨닫고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그녀가 손기욱의 소매를 잡아당기자, 그의 온몸에 서렸던 살기가 다시 사라졌다.“왜 그러느냐?”연경이 매향원을 가리키자 그는 그제야 마음이 녹아내렸다.“이곳은 음침한 기운이 가득하니 어서 가자꾸나.”그들이 떠나자, 방비원의 시녀와 어멈들은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았다.소연은 망연자실한 얼굴로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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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3화

그는 굳이 허리를 숙여 연경과 시선을 맞추었다.연경은 핏발이 선 그의 눈과 초췌해 보이는 안색을 보고 저도 모르게 마음이 약해져 그의 얼굴을 쓰다듬었다.“어쩌다 이리 초췌해지셨습니까?”그 말에 손기욱이 미간을 찌푸렸다.“많이 보기 안 좋으냐?”저택에 돌아온 후 옷을 갈아입을 겨를도 없었고 초소에는 거울이 없었으니 손기욱은 자신의 모습이 어떠한지 확인할 수 없었다.하지만 밤을 새우고 초소에서는 화루 종일 화를 내며 훈련에만 매진했으니, 난생 처음으로 손기욱은 자신의 외모에 자신감이 떨어졌다.“예. 오늘은 일찍 주무세요.”연경은 손기욱을 냉대할 생각이 없었다. 적어도 집안의 안주인이 되기 전까지는 그리 무모하게 행동하지 않을 것이다.손기욱은 다시 조심스럽게 물었다.“여기서 자도 되겠느냐?”“물론이죠. 이 후작부 전체가 나으리의 것입니다. 어디에 머물든 그건 나으리의 선택이지요.”무심코 한 말이지만 손기욱이 듣기에 그 말에는 가시가 돋쳐 있었다.그는 마치 잘못을 저지른 어린애처럼 고개를 푹 숙이고 풀이 죽었다.“경아, 난 앞으로도 소연을 품지 않을 것이다.”연경은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왔다.“나으리께선 저에게 무언가를 약조하실 필요가 없으십니다. 소 이랑이 가지고 있는 병서가 아주 흥미롭다 하지 않았습니까? 신기한 병기도 많았고요.”손기욱은 다시 불안감이 찾아왔다.“내 앞으로는 눈길도 주지 않을 것이다.”“세간에 사람을 유혹하는 것은 수천 수만 가지나 됩니다. 자책하실 필요 없어요. 그 유혹이 의도적으로 나으리를 노린 것이라면, 언젠가는 떨쳐내지 못할 날도 있을 테니까요. 곰곰이 생각을 해보아도 제가 만약 나으리 입장이었다면 그 유혹에 넘어가지 않을 거라고 장담할 수 없습니다.”사려 깊은 말이었지만 손기욱에게는 청천벽력처럼 들렸다.앞으로 떨어져 지내야 할 3개월 동안 만약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유혹한다면 연경도 넘어갈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닌가?손기욱은 자신의 어제 한 행동이 있어 연경에게 어떠한 약조도 요구할 염치가 없었다. 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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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4화

연경은 새옷을 입은 그가 신기한 듯, 힐끔 시선을 주었다.날카로운 기운이 가려지니 기색은 초췌해도 여전히 빼어난 용모였다. 단단한 가슴이 두드러지고 넓은 어깨와 길쭉한 다리까지 어우러져 참으로 탐나는 몸매였다.연경이 채 감상하기도 전에 손기욱은 스스로 옷을 벗어버렸다.침상에 눕자마자 손기욱은 숨이 턱 막힐 정도로 연경을 꽉 안았다.그에게 일찍 쉬라고 권하려던 찰나, 그는 스스로 그녀의 허리를 놓아주고 이마에 살짝 입을 맞추었다.연경은 의외라는 듯, 눈을 치켜떴다.손기욱은 발그스레한 그녀의 뺨을 보고 억지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고는 치미는 욕망을 억누르며 말했다.“이만 자자꾸나. 원래는 경원에서 장모님과 만나게 해줄 참이었는데 계획이 틀어졌으니 며칠 미룰 수밖에 없겠구나.”그는 언제나 연경에게 생각도 못한 기쁨을 가져다주었다. 연경은 눈을 반짝이며 그에게 물었다.“어머니께서 마침내 경성에 오신답니까?”풍교은은 손기욱의 도움을 받아 경성을 떠난 후, 경양백과 다시 엮이기 싫다며 다시는 경성에 오지 않겠다고 선언했다.연경과의 이별을 앞두고 손기욱은 그녀가 경성을 떠나기 전에 모녀가 상봉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풍교은 또한 자녀들이 그리웠기에 완벽하게 준비된 계획이라고 하니 당연히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너와 육진이를 보러 오는 것이지. 경성에 정착할 생각은 없다고 하시더군.”“나으리의 배려에 감읍할 따름입니다.”연경은 먼저 고개를 들어 손기욱에게 입맞춤을 했다. 가볍게 스치는 입맞춤이 그의 가슴에 잔물결을 일으켰다.손기욱은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했다.“감사는 서로 주고받는 법이지.”연경이 의아한 얼굴을 하기도 전에 답례의 입맞춤이 그녀의 입술에 내려앉았다. 평서와 달리 격렬하지 않고 봄바람에 흔들리는 버들가지처럼 간지러운 입맞춤이 이어졌다.너무 편안하고 부드러워 취할 것 같았다.잠시 후, 손기욱은 물러나서는 연경의 촉촉한 눈가에 손을 뻗었다.“이만 자거라.”연경은 어머니를 만날 기쁨을 생각하며 얼마 지나지 않아 깊은 잠에 빠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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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5화

“소 이랑의 친정은 승주에 있고 또 폐하께서 이어주신 인연이니, 앞으로 황궁이 소 이랑의 친정이라 생각하라 하셨습니다. 혼례를 올린지 3일이 지났으니 친정에 방문하는 건 관례 행사라고도 하셨지요.”전갈을 전하러 온 사람은 이번에도 조 태감이었다. 그는 손기욱의 표정이 좋지 않은 것을 보고 다급히 해명했다.손기욱은 소연의 입지를 높여주고 싶은 황제의 뜻을 알지만 그녀에겐 시선도 안 주고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나도 폐하께 꼭 드릴 말씀이 있으니 바로 입궁하도록 하지.”소연은 그 말을 듣고는 조심스럽게 손기욱의 어깨를 다독였다.“나으리, 저와 따로 이야기 좀 나누시겠습니까?”후작부에 처음 온 그날은 너무 순조롭고 그녀는 성급하게 일을 진행시키려 하다가 그의 역린을 건드리고 말았다. 어젯밤의 일련의 일을 통해 그녀는 손기욱의 성격에 대해 대략적으로 알게 되었다. 전장에서 적의 목을 수없이 벤 장군답게 그는 조정에서 간사한 술수나 부리는 문관들과는 사뭇 달랐다. 그의 심기를 건드리면 피를 볼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그녀는 한발 물러서서 그와의 관계를 완화하고 싶었다.그런데 손기욱은 미간을 확 찌푸리더니 태복에게 눈짓했다.소연과 조 태감 모두 어리둥절한 눈으로 태복을 바라보았다.태복은 부담감을 안고 품에서 손수건을 꺼내 그에게 건넸다. 손기욱은 똥 씹은 얼굴을 한 채, 손수건으로 소연의 손길이 스쳤던 어깨를 닦고는 손수건을 바닥에 던져버렸다.말로 형용할 수 없는 수치심이 소연의 가슴에서 치밀어올랐다. 그녀는 바들바들 떨며 시뻘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조 태감은 착잡한 얼굴로 소연을 힐끗 보고는 아무것도 못 봤다는 듯이 시선을 돌렸다.저택을 나온 손기욱은 말에 올라 소연은 마차에 홀로 타게 하고 황궁으로 향했다.조 태감의 말은 자연스럽게 송학당까지 전해졌다.노부인은 황제가 이렇게까지 소연을 지지한다는 얘기를 듣고 불안한 얼굴로 벌떡 일어섰다.“폐하께서 첩을 하사하신 가문이 대여섯은 되는데, 황궁을 친정이라 하며 3일째에 궁에 불러들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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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6화

연경은 강씨 어멈을 만나지 못하고 장 내관의 성화에 못 이겨 마차에 올랐다.그렇게 연경은 시종 한명 곁에 없이 황궁에 발을 들였다.높은 궁벽은 번잡한 거리의 소음을 가로막았고 붉은 담과 기와는 엄숙하고 장엄했다. 이곳이 천하 백성의 거취와 생사를 좌우하는 곳이다. 황제의 노여움 앞에서는 누구의 목숨도 개미처럼 보잘것없다.사방이 고요한 가운데, 연경은 장 내관 뒤에서 고개를 숙인 채,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연경은 긴 복도를 걸으며 생각했다. 오늘 필히 누군가의 표적이 될 것임은 확실했다.다만 어떤 방식으로 공격해올지 몰라 불안했다.한편, 손기욱은 황제의 서재에서 한참을 기다렸다.그와 소연은 입궁한 후, 각자 갈 길을 갔다. 기다림에 지친 그는 한손으로 턱을 괴고 졸기 시작했다. 이별의 날까지 이제 7일 남았다. 그의 머릿속에는 온통 어떻게 하면 그녀의 마음을 공략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뿐이었다.얼마나 지났을까, 마침내 조 내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손 지휘사님? 폐하께서 도착하셨습니다.”손기욱은 천천히 눈을 뜨고 황제에게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공은 죄를 아는가?”황제는 차갑게 콧방귀를 뀌며 추궁하듯 물었다.어서방 궁녀와 내관들이 깜짝 놀라 고개를 푹 숙였다.그러나 손기욱은 아무 일도 없는 사람처럼 덤덤하게 답했다.“신의 뒷방에서 있었던 사소한 일은 폐하께서 걱정하실 것이 아닙니다.”황제의 눈이 반짝하고 빛났다. 손기욱은 황제가 왜 굳이 이 일을 꼬집고 나섰는지 알 것 같았다. 황제는 말투를 누그러뜨리고 웃어른이 아랫사람을 대하는 것처럼 자애로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소 장군은 나라를 위해 헌신한 공신이네. 그런 사람이 손녀를 자네에게 보냈으니 자네는 응당 살뜰히 보살펴 주어야 하지. 짐이 오늘 그 아이를 궁으로 부른 것도 그런 이유에서네. 다만 내 듣기로 자네가 그 아이의 시종의 혀를 잘랐다지?”“소 장군께서 손녀 교육을 제대로 못 시킨 것 같습니다. 제 집에 발을 들였으니 제가 장군 대신 가르치는 것도 당연한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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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7화

소연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막 나으리께 말씀드리려던 참이었는데, 나으리께서 너무 급하게 가셔서 따라잡지 못했습니다. 연 이랑께선 지금 황후마마를 모시고 어화원에서 꽃구경을 하고 계십니다.”“단지 꽃구경만?”그의 의심 가득한 말투에 소연은 가슴이 갑갑해졌다.“나으리는 저를 못 믿으시는 거군요. 제가 만약 누군가를 골탕 먹이기로 했다면 정정당당히 검을 빼들었지 굳이 황후마마를 내세우지 않았을 것입니다.”“연경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널 귀향하게 해주마.”아마 일반적인 의미의 귀향은 아닐 것이다.소연은 놀라 눈을 크게 떴다. 첩실이 된지 사흘 만에 쫓아내겠다는 말을 들을 줄이야!손기욱은 그녀에게 변명의 여지를 주지도 않고 급히 떠나버렸다.연경이 궁에 불려온 일은 그녀의 탓이 아니었다. 그녀는 단지 어화원의 꽃들을 보고 연경의 꽃꽂이가 참으로 아름답다고 지나가듯 한마디 했을 뿐이었다. 황후가 즉석에서 연경을 불러다 꽃꽂이를 시킨 것은 절대 그녀가 예상한 것이 아니었다.‘난 단순한 사람이라 황후마마의 의중을 알 수 없다고.’하지만 무안후작의 안색을 보니 연경이 궁에 불려온 일을 모두 그녀의 탓으로 생각하는 듯했다.손기욱은 곧바로 어화원을 찾아가지는 않았다.연경이 불려온 배후에는 분명히 황제의 뜻이 있었을 것이고, 이는 그에게 경고하기 위함이기도 했다.손기욱은 곧바로 어서방으로 향했다.서책을 읽고 있던 황제는 돌아온 손기욱을 보고도 놀라는 기색이 없었다. 다만 옷을 갈아입고 온 그를 이상하게 여겼을 뿐이다.“손 후작, 두고 간 거라도 있는가?”“아닙니다. 신이 제게 속하지 않은 것을 가져간 것 같아서 다시 온 겁니다.”손기욱은 황제가 하사한 영패를 내려놓았다.황제의 눈가가 파들파들 떨렸다.이어서 손기욱은 품에 들고 온 금갑옷도 내려놓았다.이번에는 미리 준비를 했기에 지난번처럼 잠옷 바람으로 황제의 앞에 서는 체통 없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그의 의도를 알아차린 황제는 들고 있던 찻잔을 집어 던졌다.“이 고얀 놈이!”찻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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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8화

조 내관은 조급한 마음에 눈물을 글썽였다.“폐하! 소인이 곧 가서 어의를….”황제는 손을 들어 그를 막고는 기침이 잦아든 틈을 타, 알약을 입안에 넣었다.조 내관은 떨리는 손으로 물 한잔을 따라 황제에게 건넸다.잠시 후, 마침내 하얗던 황제의 안색이 조금씩 정상으로 돌아왔다.그는 손기욱이 떠나간 방향을 바라보며 중얼거리듯 말했다.“저 녀석이 짐의 아들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왜 저 자는 짐의 뜻을 따르지 않는 거지?”“노여움을 거두십시오, 폐하. 손 지휘사는 일시적인 충동이었을 겁니다. 나중에 충동이 진정되면 와서 폐하께 사죄드릴 것입니다.”황제는 한숨을 내쉬더니 또 울컥 피를 토해냈다.어서방을 나온 손기욱은 곧바로 어화원으로 갔다.그는 함부로 침입하지 않고 입구에 버티고 서 있었다. 굳이 사람을 시켜 전갈을 보낼 필요도 없이 황후 측은 곧 그가 왔다는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잠시 후, 한 궁녀가 연경을 데리고 손기욱에게 다가왔다.“지휘사님, 황후마마께서는 연 이랑과 보낸 시간을 매우 흡족하다 하시며, 곧 포상을 후작부로 보내드린다 하셨습니다.”손기욱이 손을 젓자 궁녀는 공손히 물러났다.그는 손을 뻗어 연경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많이 놀랐느냐? 사람들이 널 곤란하게 하진 않았어?”연경은 주변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안심하며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나으리께서도 제가 무사할 거라는 것을 알고 계셨잖아요?”손기욱은 그녀의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손수건으로 닦아주었다.“너를 데리러 왔다. 같이 집으로 돌아가자꾸나.”연경은 안도의 숨을 내쉬며 그와 함께 궁을 나섰다.“제가 어화원에 불려간 사이, 나으리께서 곤란한 일을 당하신 건 아니지요?”그녀는 간담이 서늘한 채로 어화원에 와서 황후에게 큰절을 올렸다. 그러나 상상했던 것처럼 그녀를 곤란하게 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황후는 말한 것처럼 단지 꽃구경을 위해 그녀를 불렀을 뿐이고 꽃꽂이를 보여달라 하였다.그러더니 칭찬을 아끼지 않으며 큰 포상을 내렸다.연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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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9화

손기욱은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덤덤히 말했다.“소금 밀매 사건이 하나 터졌는데 몇 사람의 목숨이 달린 사안이라 누가 맡든 미움을 사게 될 사건이거늘, 폐하께선 또 이런 사건을 금위군에게 맡기더군.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먼저 관직을 내려놓는 게 나을 것 같아서 말이지.”그가 진심으로 권세를 마다하는 것이 아니었다. 주변 사람들을 지키려면 권세가 커야 더 자유로울 수 있다.다만 이별이 임박한 지금은 제멋대로 굴다가 나머지는 연경이 경성을 떠난 후에 처리할 생각이었다.장씨 어멈이 당황한 듯 물었다.“나으리, 이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어째서 관직을 내려놓으시려는 건가요?”“그리 놀랄 것 없네, 어멈. 부모님께는 내가 친히 말씀드릴 것이니.”손기욱은 이 일을 숨기기 어렵다는 것을 알았기에 굳이 숨길 생각이 없었다.장씨 어멈은 망연자실 한 얼굴로 비틀거렸다.그가 해명하러 찾아가기도 전에 노후작과 노부인은 희운각으로 그를 불러들였다. 매화당에도 식구가 들었고 소연은 황제가 손기욱에게 내린 포상이기도 하니 노후작이 안으로 걸음하는 것은 적절치 않았다.손기욱은 짐을 정리 중인 연경을 끌고 희운각으로 갔다.강씨 어멈이 시종들을 물리자, 연경은 주저하다가 나가려 했다.그러나 손기욱은 그녀의 손을 꽉 잡고 의자에 앉혔다.“너는 여기 남거라.”노후작 부부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큰일을 의논하는데 저 아이는 왜 남겨두려는 것이냐?”강씨 어멈은 덤덤한 얼굴의 연경을 보고는 흡족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나으리의 사람이니 여기 남아 있어도 무방하지요.”노부인은 손기욱이 연경을 이렇게까지 치켜세우는 것이 못마땅하여 불쾌한 어투로 말했다.“그렇다면 소씨도 부르거라. 그 아이는….”손기욱은 싸늘한 눈길로 어머니를 저지했다.강씨 어멈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태평한 날을 오래 사시더니 총기가 무뎌지신 겁니까.”노부인이 눈을 부릅떴다.손기욱은 고개를 들고 담담히 말했다.“폐하께선 소금 밀매안을 갑자기 금위군에게 맡기셨습니다. 이 사건은 일반적인 밀매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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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0화

“조정이 애들 장난인 줄 아느냐? 권세는 네가 원하는 때에 아무렇게나 잡을 수 있는 게 아니지 않느냐!”노부인은 갑갑한 마음에 호통쳤다.연경도 살짝 미간을 찌푸렸지만 그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에는 한치 의심도 없었다.손기욱은 침착하게 답했다.“외적은 여전히 호시탐탐 변방을 노리고 있습니다. 그동안 대경의 태평성세는 변방 장령들의 공로이지요. 그러나 변방에서 멀리 떨어진 관원들은 이를 모르고 문관이 무관을 무시하는 경지에 이르렀으니, 무장들의 마음도 조정과 멀어지고 있습니다. 변방에 다시 전쟁이 난다면 연로하신 노장군들이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까요?”노부인은 그 말을 들으니 가슴이 철렁했다.“그게 무슨 뜻이냐? 앞으로도 외적이 침입할 수 있다는 말이냐? 네가 또 전장에 나간다고?”연경도 저도 모르게 손수건을 꽉 쥐었다.손기욱은 그녀를 힐끗 바라보고는 안심하라는 눈빛을 보냈다.“아직은 추측일 뿐,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그럼 네 말은, 만약 전쟁이 터지지 않으면 다시는 승진의 희망이 없다는 말 아니더냐?”괜히 아는 체하는 노후작의 질문에 손기욱이 되물었다.“제가 아버지인 줄 아십니까?”노후작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그는 평생 이렇다 할 업적을 세우지 못했다. 소년 시기 아버지와 계모를 따라 전장에 나갔지만 적의 목을 친 적은 없고 뒤에 따라다니며 공훈만 얻었을 뿐이다. 그는 그렇게 딱히 한 것 없이 작위를 세습했다. 후작부는 강씨 어멈과 부인이 잘 관리해 주고 있어서 그가 신경 써야 할 것이 없었다.노후작은 한손으로 하늘을 가릴 정도의 큰 관직에 몸담은 적이 없었고 그나마 빛났을 때가 아버지와 계모를 따라 전장에 나갔던 날들이었다.“나으리!”강씨 어멈은 웃어른을 공경하지 않는 손기욱에게 눈치를 주었다.머리가 복잡해진 노후작 부부는 더 이상 손기욱이 왜 관직을 내려놓는지 이유를 따질 여유가 없었다.그들이 돌아가자, 강씨 어멈은 연경에게 눈길을 주었다.손기욱이 전혀 감추려는 기색이 없자, 그녀는 연경이 듣는 앞에서 대놓고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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