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씨 가문은 청렴하고 명망 높은 가문으로, 가문의 딸들은 절대 누군가의 첩실이 될 정도로 몰락하지 않았다. 소 노장군의 자존심에 손녀를 이런 식으로 짓밟는 일은 하려 하지 않았을 것이다.“말해 보거라.”손기욱의 눈빛이 싸늘하게 식었다.그날 밤, 연경은 어머니에게 드릴 물건을 정리하느라 바빴고, 손기욱은 목욕만 하고 바로 매향원으로 다시 왔다.그는 평소처럼 일하는 시종들을 보고 어딘가 이상함을 느꼈다.연경은 매화당에 온 이후로 늘 그가 매향원으로 걸음했지 그녀가 먼저 목욕을 하고 그의 안채로 찾아간 적은 없었다.손기욱은 이게 좀 서운했다. 그는 갑갑한 마음을 안고 연경의 안방으로 들어갔다.그녀는 긴 머리를 늘어뜨리고 어머니에게 드릴 옷과 신발, 은화와 연고 같은 것들을 상자에 넣고 있었다.늘 냉철하던 손기욱의 눈빛이 서운함으로 가득 물들었다.그가 느끼기에 그녀는 마음에 둔 사람이 너무 많았다.그는 갑갑한 마음을 안고 조용히 그녀의 등 뒤로 다가갔다. 탁자 위에는 마시다 만 찻잔이 놓여 있었다.소리를 들은 연경이 고개를 돌리자, 손기욱은 슬며시 빈 찻잔을 내려놓았다.“오셨습니까, 나으리.”그녀는 그에게 해맑은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다시 뒤돌아서 짐정리 하기에 바빴다. 그러다 걸음을 옮긴 순간, 바닥에 뿌려진 물자국을 밟고 그대로 뒤를 향해 쓰러졌다.연경은 다급한 마음에 손을 뻗었고 미리 준비하고 있던 손기욱은 다가가서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았다.그대로 그의 품에 쓰러진 연경은 놀란 마음에 그의 옷깃을 꽉 잡고 있었다.손기욱은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으스러지게 그녀를 끌어안았다.“조심하지 않고.”연경은 바닥에 묻은 물자국을 바라보며 멍하니 대답했다.“머리카락에서 물이 떨어졌나 보네요. 나으리께서 제때 잡아주셔서 다행입니다.”“뭘 밤새 짐정리를 하고 있어? 장모님께도 이젠 충분한 은화가 있어 필요한 건 스스로 살 수 있단다.”말을 마친 손기욱은 입맞춤을 하려 다가갔다.연경은 그의 가슴을 살짝 밀치며 해맑은 얼굴로 말했다.“경성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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