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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os os capítulos de 시녀의 생존수칙: Capítulo 451 - Capítulo 4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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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1화

“소 장군은 네게 뻔뻔한 것만 가르쳤구나.”손기욱은 그녀의 말이 충격이라는 듯, 어이없는 웃음을 지었다.그의 비아냥에 소연의 얼굴은 수치심으로 뻘겋게 물들었다.그녀는 분명 저택에 들어오는 날, 그렇게 자상하게 대해주던 사람이 왜 갑자기 변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저는 검과 창을 다룰 줄만 알았지, 여인들의 복잡한 심리를 알지 못합니다. 만약 마마님들의 위엄에 연 이랑이 놀라거나 겁이 나셨다면 사죄드리지요. 제 사과를 받아주세요.”말을 마친 그녀는 연경에게 고문서 하나를 건넸다.손기욱에게 보여줬던 것과는 또다른 병서였다.이런 상황은 예상하지 못했던 연경은 살며시 손기욱의 표정을 살폈다.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병서를 바라볼 뿐, 그 눈에는 기쁨도, 놀라움도 없었다.“고문서는 천금으로도 살 수 없는 것이지. 소 이랑의 마음은 잘 받겠네.”그녀는 일부러 거절하며 한편으로 그의 눈치를 살폈다.만약 이걸 받는다면 손기욱에게 보여줄 수 있을 테지만 그가 속으로 감사하는 사람은 소연이 될 것이다. 이렇게 귀한 책을 성의로 내놓는 사람은 흔치 않을 터.만약 받지 않는다면 다른 사내였다면 그녀가 속이 좁다고 원망했을 수 있었다. 손기욱이 그런 사람일지는 알 수가 없었다.그는 병서에는 시선도 주지 않고 전방을 바라보고 있었다.소연은 경멸에 찬 미소를 짓더니 병서를 연경의 품에 안겨주었다.“그런 사양은 되었습니다. 저는 이미 이 책을 통달했고 사과라면 당연히 성의를 보여야 하는 법이지요.”말을 마친 그녀는 연경에게 거절할 기회도 주지 않고 뒤돌아서 가버렸다.연경은 이 상황이 황당하기만 했다. 그녀에게 사과한다면서 사죄의 선물은 손기욱이 원하는 것을 주다니.소연의 성의가 너무 마음에 와닿아서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손기욱은 그 병서를 집어들어 태복에게 던져주었다.“가서 돌려주거라.”연경은 한숨을 쉬고는 태복에게 손을 내밀었다.“이건 소 이랑이 제게 준 선물이고 저는 돌려준다는 말을 한 적이 없습니다.”“경아, 앞서도 말했지만 난 그 책을 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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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2화

소씨 가문은 청렴하고 명망 높은 가문으로, 가문의 딸들은 절대 누군가의 첩실이 될 정도로 몰락하지 않았다. 소 노장군의 자존심에 손녀를 이런 식으로 짓밟는 일은 하려 하지 않았을 것이다.“말해 보거라.”손기욱의 눈빛이 싸늘하게 식었다.그날 밤, 연경은 어머니에게 드릴 물건을 정리하느라 바빴고, 손기욱은 목욕만 하고 바로 매향원으로 다시 왔다.그는 평소처럼 일하는 시종들을 보고 어딘가 이상함을 느꼈다.연경은 매화당에 온 이후로 늘 그가 매향원으로 걸음했지 그녀가 먼저 목욕을 하고 그의 안채로 찾아간 적은 없었다.손기욱은 이게 좀 서운했다. 그는 갑갑한 마음을 안고 연경의 안방으로 들어갔다.그녀는 긴 머리를 늘어뜨리고 어머니에게 드릴 옷과 신발, 은화와 연고 같은 것들을 상자에 넣고 있었다.늘 냉철하던 손기욱의 눈빛이 서운함으로 가득 물들었다.그가 느끼기에 그녀는 마음에 둔 사람이 너무 많았다.그는 갑갑한 마음을 안고 조용히 그녀의 등 뒤로 다가갔다. 탁자 위에는 마시다 만 찻잔이 놓여 있었다.소리를 들은 연경이 고개를 돌리자, 손기욱은 슬며시 빈 찻잔을 내려놓았다.“오셨습니까, 나으리.”그녀는 그에게 해맑은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다시 뒤돌아서 짐정리 하기에 바빴다. 그러다 걸음을 옮긴 순간, 바닥에 뿌려진 물자국을 밟고 그대로 뒤를 향해 쓰러졌다.연경은 다급한 마음에 손을 뻗었고 미리 준비하고 있던 손기욱은 다가가서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았다.그대로 그의 품에 쓰러진 연경은 놀란 마음에 그의 옷깃을 꽉 잡고 있었다.손기욱은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으스러지게 그녀를 끌어안았다.“조심하지 않고.”연경은 바닥에 묻은 물자국을 바라보며 멍하니 대답했다.“머리카락에서 물이 떨어졌나 보네요. 나으리께서 제때 잡아주셔서 다행입니다.”“뭘 밤새 짐정리를 하고 있어? 장모님께도 이젠 충분한 은화가 있어 필요한 건 스스로 살 수 있단다.”말을 마친 손기욱은 입맞춤을 하려 다가갔다.연경은 그의 가슴을 살짝 밀치며 해맑은 얼굴로 말했다.“경성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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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3화

서늘한 밤바람이 매화당에 깃들었다.며칠째 서로를 품지 못한 뜨거운 육신이 서로에게 엉겨붙었다.오늘의 손기욱은 평소보다 더 유혹적으로 연경의 귓가에 속삭였다.“경아, 서방님이라 불러주렴.”연경은 불만스럽게 눈을 뜨고 그를 올려다보았다. 절정에 치닫기 전, 가슴이 두근거려 미칠 것 같았다.그녀는 그의 목을 끌어안고 귓가에 대고 마지못해 속삭였다.“서방님.”그러고는 그의 품을 깊숙이 파고들며 그의 귓불을 살짝 깨물었다. 손기욱은 완전히 이성을 잃어버렸다.사랑을 나눔에 있어서 연경은 언제나 손기욱의 적수가 될 수 없었다. 결국 목이 갈리고 삭신이 쑤셔 지치는 쪽은 항상 그녀였다.깊은 밤, 손기욱은 마침내 거의 잠든 연경을 놓아주었다. 힘없이 축 늘어진 그녀를 보고 그는 일어나서 물 한 잔을 떠서 그녀에게 건넸다.그녀는 일어날 힘도 없어 그대로 그의 품에 안긴 채로 물을 마셨다. 그 모습을 보고 있는 손기욱은 또다시 욕정이 치밀었다.연경은 편안하게 그의 품에서 시중을 받으며 눈꺼풀도 채 뜨지 못하고 있었다.“더 주세요.”갈린 목소리가 그의 귓가에 스쳤다.손기욱은 괜히 장난기가 일어 그녀의 허리를 살짝 꼬집었다.“또 먹여줄까?”얼굴에서 느껴지는 간질거리는 느낌에 연경은 정신이 돌아왔다. 그녀는 힘없이 그의 손을 잡으며 눈을 부릅떴다.손기욱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내려놓고는 다시 물을 떠서 그녀의 입가에 가져다주었다.연경은 반잔만 비우고는 고개를 돌렸다. 손기욱은 그녀가 마시다 만 물잔을 비우고는 다시 침상으로 돌아왔다.너무도 친근하고 당연한 행동에 연경은 다시 가슴이 떨렸다.매화당에 온지 얼마 안 되었을 때, 매번 정사를 나누고 나면 그녀는 피곤한 몸을 이끌고 손기욱의 시중을 들려 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그는 시중은 거절하면서도 그럴 힘이 있으면 한번 더 하자고 졸랐다.그러다 보니 그녀는 언젠가부터 피곤하면 피곤한 대로 침상에 누워 당연하게 그의 시중을 받았다.다음 날은 아침 일찍 일어날 필요가 없으니, 손기욱은 연경을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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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4화

그런 연경의 모습에 손기욱은 불안을 느꼈다.그녀를 홀로 위씨 노부인 곁에 세 달이나 두어야 한다니, 도무지 안심이 되지 않았다. 같은 사내로서 세간의 사내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물론 연경은 애가 타는 그의 마음을 알 턱이 없었다.“나으리, 언제 출발하나요?”그녀는 외할머니에게 정이 많이 간 건 아니었지만, 애통해하며 울고 있을 어머니를 생각하니 조바심이 났다.도화마을은 그리 먼 곳은 아니지만 산세가 험해 통행이 쉽지 않았다. 연경이 혼자 다녀오려면 적어도 이틀은 걸릴 거리였다. 손기욱과 동행하니 마차가 통행이 힘들면 말을 타고 말도 지나가기 어려운 길은 그가 그녀를 업고 산길을 걸었다.깊은 밤, 둘은 한적한 폐가에서 두 시진쯤 쉬어 가기로 했다.날이 어슴푸레 밝아 새벽이 되자 두 사람은 도화마을이 근처에 있고 자신들이 머문 곳이 폐가가 아니라 폐사찰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녀는 어머니가 당했던 일이 떠올라 안색이 새파랗게 질렸다. 사찰을 둘러보는 눈빛에도 경멸과 원한으로 가득찼다.손기욱이 다가와 증오가 가득 서린 그녀의 눈가를 쓰다듬으며 물었다.“왜 그러느냐?”말을 마친 그는 어리둥절한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특별한 점은 발견하지 못했다. 그녀의 온 정신은 오로지 연경을 향해 있었고 풍교은과 송육진은 연경의 가족이라 챙겨줬을 뿐, 그들이 겪은 과거에 대해서는 딱히 관심을 두지 않았다.치풍이 살며시 다가와 낮은 소리로 그에게 고했다.“나으리, 이 근방에 폐사찰은 이곳뿐입니다. 오래전부터 버려져 있었으나 아마 경양백 그 짐승이 만행을 저지른 곳이 이곳인 듯합니다.”손기욱은 그제야 알아차리고 연경을 바라보았다.평소에 그렇게 온순하고 사려 깊던 그녀의 눈에 섬뜩한 증오심이 담겨 있었다.손기욱은 안쓰러운 마음에 성큼성큼 그녀에게 다가갔다.그는 연경의 고개를 품에 끌어안은 후, 싸늘한 목소리로 치풍에게 말했다.“철거해.”그의 한마디로 이 사찰은 앞으로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연경은 사찰이 무너지는 모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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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5화

경양백은 줄곧 풍교은의 죽음을 믿지 않고 있었다.그는 사람을 여러 차례 도화마을로 보내 종적을 수색하게 하다가, 풍교은의 부모가 그녀를 위해 장례를 치렀다는 얘기를 듣고 점차 수색을 포기하게 되었다.그러나 그는 도화마을에 보낸 하인을 다시 소환하지 않고 계속 이곳에 머물게 했다.그리하여 풍교은이 도화마을로 장례를 치르러 온 순간, 그 하인의 눈에 띄게 된 것이다.경양백은 소식을 듣자마자 말을 타고 이곳까지 달려왔다. 시뻘겋게 충혈된 그의 눈에는 강렬한 집착이 담겨 있었다.손기욱과 연경이 도화마을에 진입한 이후로 조치풍과 다른 사람들은 안 보이는 곳에 몸을 숨기고 있었기에 경양백은 손쉽게 마을에 난입할 수 있었다.풍가의 장남이 장대를 들고 그를 막았지만, 경양백의 시종에게 밀려 바닥에 쓰러졌다. 연로하신 풍교은의 아버지는 더더욱 그들을 막을 수 없었다.풍교은에게 미친 경양백의 눈에는 연경과 손기욱이 보이지 않았다.풍교은은 경양백을 본 순간 숨이 멎을 것 같았다. 뼛속 깊이 새겨진 공포가 스멀스멀 흘러나오며 그녀는 연경을 자신의 뒤로 잡아당겼다.“참으로 매정하구나, 교은아! 어찌 죽음을 가장해 내게서 도망칠 수 있느냐? 내가 너를 찾느라 얼마나 고생했는지 아느냐!”백발이 성성한 경양백은 눈물을 흘리며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왔다. 그는 풍교은의 눈에 서린 원한과 두려움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썩 물러가시오! 사람 잘못 보았소!”풍교은은 힘없이 부인했다.문 밖에서는 풍씨 부자가 시종들에게 막혀 분노의 고함을 질렀다.“이 짐승 같은 놈! 당장 내 집에서 나가지 못할까! 여긴 네가 찾는 사람이 없어!”경양백은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것처럼 손을 내밀어 풍교은을 잡으려 했다.그러나 건장한 몸집의 사내가 그의 앞을 막아섰다. 이미 정신이 나간 경양백은 누군지 보지도 않고 사내를 밀쳤다.손기욱이 불쾌한 기색으로 호통쳤다.“썩 꺼져!”익숙한 음산한 기운에 경양백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는 마른침을 꿀꺽 삼키고 고개를 들었다가 안색이 하얗게 질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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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6화

경양백은 손기욱이 권세를 지킬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체면을 위해 스스로 관직에서 물러난 거라고 생각했다.경양백부는 날로 쇠퇴해가고 무안 후작부와 비교할 바가 안 되지만, 손기욱은 황제의 노여움을 산 주제에 자신의 집안 문제까지 참견하다니, 이해할 수가 없었다.경양백은 당당하게 맞서기로 했다.그가 큰소리를 내자 도화마을 주민들도 구경하러 담벼락 근처에 모여들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저분은 예전에 교은이와 혼례를 올렸던 귀족이 아닌가?”“혼례는 무슨. 듣자 하니 집안에 부인을 두고 있다고 하더군. 그게 아니라면 풍교은이 이렇게 오랫동안 모습을 감췄을 리 없지!”“교은이는 저분이 밖에 두고 있는 외실이었단 말이오? 쯧, 이 수재만 불쌍하게 되었군. 교은이 그것을 얼마나 아꼈는데, 이 수재도 그렇게 죽지 않았으면 지금쯤 벼슬에 몸담고 있었을 텐데.”“그렇지. 이 수재는 우리 도화마을에서 글솜씨가 가장 뛰어난 사람이 아닌가. 안타깝게 되었지.”풍교은은 공식적으로 오래 실종되었다가 죽은 신분이었다. 그녀는 조용히 마을에 돌아왔고 더 이상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기 싫었다.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풍교은의 얼굴은 하얗게 질렸다.자식 앞에서 저런 얘기를 들으니 참을 수 없는 수치심에 고개를 들 수 없었다.그녀는 분노로 뻘겋게 충혈된 눈으로 여전히 고함치고 있는 경양백을 보며 은비녀를 빼들었다.“어머니!”연경은 다급히 그녀의 팔을 붙잡으며 고개를 저었다.“어머니는 이제 풍교은이 아닙니다. 나가지 마세요. 제가 처리할게요.”풍교은은 고개를 저었다.“내 어찌 너 혼자 저런 유언비어들을 마주하게 하겠느냐? 저 사람들은 아무것도 모르면서 남을 물어뜯을 줄만 아는 사람들이다. 진실이 어떤지는 관심도 없어. 내 어머니는 이미 떠나셨는데 돌아가신 후에도 그분의 휴식을 방해하는 자들은 용납할 수 없어!”손기욱이 말했다.“제가 가겠습니다. 경이 너도 여기 있거라.”밖에서 수군대는 사람들 중에는 사내들도 적지 않았다. 그는 저들에게 연경의 얼굴을 보여주고 싶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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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7화

경양백 일행은 독안에 든 쥐가 되었다. 차림새에 늘 신경 쓰던 그는 썩은 채소와 달걀에 맞아 비참한 꼴이 되었다.고함을 치고 싶었지만 썩은 달걀물이 입안에 튄 후로는 다시는 입을 열지 못했다.마을 사람들은 한바탕 분노를 쏟아내고는 홀연히 흩어졌다.방 안에서 풍가의 장남은 시뻘겋게 충혈된 두 눈을 하고 주먹을 꽉 쥐었다. 그는 떠나려는 경양백 일행을 보고 장대를 들고 밖으로 달려갔다.손기욱은 냉랭한 어투로 그를 말렸다.“사람을 치고는 어찌 수습할 겁니까? 앞으로 어찌 살아가려고요?”풍가의 장남은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에게는 부인과 자식이 있고 연로하신 아버지도 계시며 여동생인 풍교은도 있었다. 그는 양반 출신인 경양백에게 폭행을 저지를 수 없었다. 힘없는 백성들은 강권 앞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법이다.“경양백은 살면서 공개적으로는 세 여인을 강제로 취했지만 죽은 그의 부인이 모두 뒷수습을 해줬기에 지금까지 무사할 수 있었습니다. 그가 위협과 회유로 잠자코 있게 한 외실들은 더 말할 것도 없지요. 그 인간은 원래 체면과 체통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이지만, 태어날 때부터 부귀영화를 누렸습니다. 외숙부께서 순간의 분풀이로 그자에게 매를 들 수 있지만 해결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풍가의 장남은 외숙부라는 얘기에 놀란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그는 착잡한 눈길로 연경과 풍교은을 바라보았다.“아버지, 오라버니, 이 아이는 제 딸 연경입니다. 풍연경이요.”장남은 그 말에 담긴 의미를 이해했다. 연경은 풍연경이고 밖에 있는 짐승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뜻이었다.그는 그제야 연경을 바라보며 말했다.“착한 아가, 고생이 많았다.”경양백이 찾아오는 바람에 더 이상 이곳에 머무를 수 없게 된 풍교은은 눈물을 머금고 풍씨 부자와 작별 인사를 했다.손기욱은 연경 모녀를 데리고 도화마을을 떠났다. 가는 내내 풍교은은 다시 잡혀갈 것 같은 불안감에 떨었다.손기욱은 연경의 어두운 표정을 보고 걸음을 멈추고 물었다.“그 인간을 살려두고 싶으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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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8화

연경은 조용히 풍씨의 곁에 서서 땅바닥만 내려다보고 있었다.손기욱은 그런 그녀를 잠깐 바라보다가 다시 풍교은에게로 시선을 돌렸다.“그렇다면 장모님의 뜻에 따르겠습니다.”싸늘한 기운이 풍기는 그의 말투는 마치 오늘이 경양백의 제삿날임을 암시하고 있었다.그가 손짓을 하자, 주변에서 발소리가 들려오더니 치풍이 재빨리 그의 앞으로 다가왔다.풍씨와 연경은 소리가 들려온 곳을 바라보았다. 어쩐지 저 수풀 속에 사람이 더 숨어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손기욱의 명을 들은 치풍은 곧바로 자취를 감추었다.그들은 곧이어 풍씨와 작별했다. 손기욱의 사람들이 호송을 맡았으니 연경은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두 사람이 말을 타고 경원에 돌아왔을 때는 이미 밤이 깊어진 시각이었다.식사와 목욕을 마친 손기욱은 일찍이 침상에 누워 시집을 펼쳤다.그러나 한참을 기다려도 연경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5일 있으면 떨어져 지내야 하는데 그는 좀처럼 안심이 되지 않았다. 사내에 대한 풍씨의 원망과 증오는 엄청 깊었다.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그는 두 사람이 오늘 무슨 얘기를 나눴을지 짐작이 갔다. 그게 아니라면 연경이 같이 목욕하자는 그의 요청을 거절했을 리 없었다.평소에도 수줍음을 많이 타긴 해도 단호하게 거절한 적은 거의 없었다.그는 노곤한 그녀의 몸을 지압해 줄 생각이었는데 그녀는 다른 뜻으로 오해한 듯했다.그렇게 한참을 기다린 그는 결국 욕탕으로 갔다. 밖에는 서란이 지키고 있었다.“이랑은 아직이냐?”서란은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안 그래도 아무런 말씀이 없으셔서 소인이 들어가 보려던 참이었습니다.”손기욱은 손을 휘휘 젓고는 안으로 들어갔다.커다란 욕탕 안에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해당화 꽃잎이 뿌려진 탕 안에서는 향기로운 향기가 피어나고 있었다. 연경은 두 손을 욕조에 괴고 몸을 축 늘어뜨린 채, 잠들어 있었다.손기욱은 가슴이 철렁하여 얼른 다가가 물 온도를 확인했다.“이러다 풍한이라도 들면 어쩌려고.”그는 한숨을 쉬고는 그녀를 탕 안에서 안아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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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9화

연경은 괜히 얼굴이 붉어지며 순진무구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나으리….”손기욱은 무심한듯 그녀에게 말했다.“왜 아침부터 다 벗고 이 서방을 유혹하는 거지? 네가 원한다면 말로 하면 될 것을. 번거롭게 유혹할 필요는 없어.”연경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녀는 황급히 이불 안을 확인하고 얼굴이 확 붉어졌다.어젯밤 잠을 자면서도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는데 바로 그 때문이었던 것이다.“부끄러워서 말도 못하겠어? 그럼 앞으로는….”손기욱은 다가와서 그녀의 귓가에 입술을 대고 귓불을 깨물더니 살며시 속삭였다.“앞으로 나를 원할 때 이리 하면 된다.”순간 연경은 온몸이 화끈 달아올랐다.밤에는 뭐든 괜찮지만 대낮에 이런 일은 말이 되지 않았다. 그녀는 이불을 꽉 껴안아 몸을 감쌌다. 손기욱의 벗은 상체가 반쯤 드러났다.다부진 가슴 근육을 보자 연경은 당황하며 시선을 피했다.“아침을 준비하라 하겠습니다.”사실 예의대로라면 첩실은 침상 바깥쪽에 자야 하고 부군이 필요로 할 때 시중을 들어야 했다. 그러나 손기욱은 밤에 뭔가를 시키는 일이 없었고 늘 그녀를 안쪽에서 자게 했다.필요한 게 있더라도 그가 직접 일어나서 해결하는 편이었다.연경은 누에고치처럼 이불로 몸을 둘둘 말고 침상 안쪽으로 숨었다. 이미 그의 사람이 된지 오래지만 밤새 옷을 안 입고 잠들었다는 생각에 수치심이 하늘을 찔렀다.그녀는 허둥지둥 손기욱의 발치를 지나 침상을 내리려 했다.손기욱은 빨간 그녀의 볼을 기분 좋게 감상했다. 어젯밤 욕탕에서 풍기던 해당화의 향기보다 지금이 더 매혹적이었다. 길게 드러난 목은 가늘고 연약했고 반쯤 드러난 둥근 어깨와 쇄골은 그의 신경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손기욱은 접었던 긴 다리를 쭉 폈다.연경은 그만 그의 발에 걸려 비틀거리며 당황한 채로 이불을 움켜쥐었다. 손기욱은 손을 뻗어 그런 그녀를 품에 안았다.“경원에서는 네가 좀 더 적극적이어서 좋구나?”그는 기분 좋은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앞으로 자주 와야겠어.”연경은 수치심에 얼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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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0화

연경은 원망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나중에 노부인과 강씨 어멈 귀에 들어가면 또 나만 훈계를 받겠지. 이런 일이 내가 거절한다고 되는 일도 아닌데 말이야.”서란은 귀가 화끈거렸다.요 며칠 그녀와 서령은 밖에서 당직을 서며 안방에 들어오진 못했지만 밤새 들리던 소리는 두 사람마저 얼굴이 화끈거릴 지경이었다.서란은 곧바로 연경을 위안했다.“걱정 마세요, 이랑. 경원 시종들은 다 나으리의 사람들이니 노부인의 귀에 전해지는 일은 없을 거예요.”연경은 서란의 표정을 잠깐 관찰하다가 당황하는 기색이 없자 비로소 시름을 놓았다.잔소리를 듣기 좋아하는 사람은 없었다.연경이 손을 뻗으니 팔에도 자국이 수두룩했다. 연경과 서란은 서로 멋쩍게 시선을 교환하고는 얼굴을 붉혔다.저택으로 돌아가는 길, 연경은 몰래 손기욱을 흘겨보았지만, 그는 마치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 듯,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결국 그녀는 이번에도 경원 내부를 제대로 둘러보지 못했다.아현과 아민은 아직 나이가 어린 소녀들이라 손기욱은 그들을 앞뜰로 보냈기에 둘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두 사람은 지쳐서 서란의 부축을 받는 연경을 보고는 잔뜩 긴장한 얼굴로 달려왔다.“이랑, 어디 아프십니까? 그래서 요 며칠 얼굴도 안 비추신 거군요.”“어디가 아프십니까? 의원을 부르지 그러셨어요.”연경은 놀란 눈으로 그들에게 물었다.“날 안 본지 며칠이나 되었단 말이냐?”아현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말했다.“이틀이요.”연경은 충격에 빠진 얼굴로 손기욱을 바라보았지만 그는 전혀 당황하지 않고 그녀의 귓가에 대고 말했다.“이제 이틀만 있으면 네가 떠나는 날이다.”곧 돌아올 이별을 생각하니 연경은 결국 원망의 말을 하지 못했다.그의 뜨거운 열정을 받아내느라 낮인지 밤인지 분간도 하지 못하고 이틀이나 지나갔지만, 하루든 이틀이든 딱히 차이는 없는 것 같았다.하지만 야속한 마음도 있어서 가는 내내 그녀는 말없이 눈을 감고 쉬고 있었다. 손기욱도 더는 그녀를 곤란하게 하지 않고 그녀를 품에 안아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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