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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시녀의 생존수칙: Chapter 461 - Chapter 470

565 Chapters

제461화

송육진은 하루아침에 경양백부의 모든 책임을 떠안게 되었다.그는 태연한 표정을 짓고 있는 연경을 보고 나서야 비로소 긴장을 가라앉혔다. 하지만 사람들 앞에서 연경에게 직접 말을 거는 건 눈치가 보여서 손기욱에게만 인사를 건넸다.“나으리, 오셨습니까.”연경은 손기욱과 함께 조문을 마친 후, 목소리를 낮춰서 물었다.“족장에게 장례 절차를 도와달라 부탁했어?”송육진은 고개를 저었다.“만 이랑이 굳이 나서서 본인이 한다고 하고 저는 장례 절차에 대해 아는 게 없어서 그분에게 맡겼습니다.”연경의 안색이 급변했다.“그건 안 될 일이야! 지난번 연회 때도 몰래 뒤에서 잇속을 챙긴 사람이야. 욕심이 많은 사람이지. 연회가 끝나고 난 장부에서 발견한 문제점들을 곧이곧대로 경양백에게 전했어.”“그래서 아버지가 만 이랑의 처소를 샅샅이 수색하고 값나가는 것들을 모조리 몰수했군요.”송육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너는 아직 어려….”연경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옆에 있던 손기욱이 한마디 했다.“내가 육진이 나이 때는 혼자 모든 걸 처리할 수 있었어.”그는 남매가 만나자마자 서로의 얘기만 하고 자신에게는 말 한마디 건네지 않은 것에 큰 불만을 느끼고 있는 중이었다.연경도 그걸 느끼고 눈살을 찌푸렸다.“육진이는 나으리와 상황이 다르지 않습니까. 그렇게 비교하시면 안 되지요.”손기욱은 그녀를 빤히 쳐다보더니 음침한 얼굴로 말했다.“뭐가 다르다는 거지?”연경도 부루퉁하게 대꾸했다.“나으리는 태생부터 존귀한 세가에서 태어나셨지요. 어찌 어릴 때부터 매사에 조심하며 살아온 육진이랑 비하겠어요. 하물며 오늘 저희가 이곳에 온 것도 아이를 위로하기 위함이 아닌가요….”손기욱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지금 동생을 위해 내게 말대답을 하는 것이냐?”송육진은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다급히 말했다.“나으리의 말씀이 전혀 틀리지 않았습니다. 제가 무능한 것이지요.”손기욱도 아니꼬운 표정으로 대꾸했다.“오늘날까지도 경양백부를 장악하지 못하였으니 무능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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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2화

연경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처음에 연극을 제안한 것은 손기욱 본인이었다. 말투를 들어보니 조금 전에도 일부러 말다툼을 벌인 척 연기한 것 같았다.두 사람은 경원에서 무안 후작부로 돌아가는 길에 긴장감 넘치는 연극을 준비하기로 미리 말을 맞추었던 것이다.손기욱은 침묵하는 연경을 보자 서운한 마음이 들어 말했다.“너는 이 서방에 대해 잘 아느냐? 나도 육진이 나이 때 모든 게 쉬운 것만은 아니었다.”그때 그의 두 형님은 전장에서 희생하였고 노부인은 그 일로 정신을 놓아버린 상황에 노후작도 무능한 사람이라 손기욱은 어린 나이에 집안의 중임을 떠안게 되었다.그는 연경이 자신의 과거에 대해 물어봐 주지 않은 것이 서운했다.연경은 그의 손을 잡고 정중히 말했다.“나중에 서방님이 제게 자세히 말씀해 주세요. 저는 다 알고 싶어요.”부드러운 말 한마디에 불쾌한 감정이 눈 녹듯이 사라졌다.“오늘 저녁에 너와 크게 다투려고 했는데 말이야.”말을 마친 그는 한시도 떨어지기 싫다는 듯, 거칠게 그녀의 입술을 탐했다.가는 내내 뜨거운 입맞춤이 이어졌다.마침내 그의 품에서 벗어났을 때, 연경의 입술은 퉁퉁 부어 있었다.그녀는 짜증스럽게 그를 밀치고 벌떡 일어났다. 손기욱이 웃으며 말했다.“그 상태로는 서 있기도 힘들 텐데?”말이 끝나기 바쁘게 연경은 다리에 힘이 풀려 비틀거렸다.이틀 동안 광란의 밤을 보낸 후 아직 회복도 되지 않은 몸이 현기증을 일으킨 것이다.손기욱은 그녀의 가는 허리를 잡고 창가 자리로 옮겨주었다.그는 강제로 그녀를 잡아당겨 안고 싶은 충동을 참으며 정말로 말다툼을 벌인 것처럼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무안 후작부로 돌아온 후, 연경은 사람들에게 거짓을 들키지 않으려고 줄곧 입술을 꾹 깨물고 걸었다.눈시울까지 빨갛게 부어 있어서 서란과 서령 두 시종은 그녀가 말다툼 후에 울었다고 생각했다.매화당으로 돌아온 손기욱은 곧장 침전으로 향했다. 연경은 밖에서 잠깐 서 있다가 당장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입술을 꾹 깨물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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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3화

소연은 잔뜩 신이 난 상태였다. 빨갛게 상기된 볼과 수줍은 표정은 평소에 털털했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대경의 역사와 치렀던 전쟁사에 대해 이야기할 때, 그녀의 두 눈은 생기로 빛나고 있었고 병법과 대국에 대해서도 이해가 깊었다.일전에 얕은 술수를 부리던 모습에 비하면 지금의 모습은 꽤나 호감이 가는 모습이었다.식사가 끝난 후, 손기욱은 눈을 반짝이며 자신을 바라보는 소연에게 말했다.“너는 뒤뜰에 갇혀 지낼 게 아니라, 사내로 태어나 큰일을 했어야 했다.”소연은 수줍게 얼굴을 붉히면서도 자신 있게 답했다.“제가 일전에도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제 아버지는 어릴 적부터 저를 아들로 키웠지요.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나으리와 함께 전장에 나가 나으리의 오른팔이 되고 싶습니다.”소 장군은 뭇 사내들 중에서 유독 손기욱만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기에 소연은 그에게 진심으로 존경심을 가지고 있었다.그녀는 동경으로 가득 찬 눈길로 손기욱을 빤히 바라보았다.날은 이미 어두워졌고 오늘 이야기를 나누며 호감도 쌓았으니 오늘은 분명 방비원에서 밤을 지내고 갈 것 같았다.예전에 그가 말했던 유명무실이라는 이야기에 대해서 그녀는 한번도 신경 쓴 적이 없었다. 사람은 충동에 휩싸이면 마음에 없는 말을 하기 마련이고 그녀는 다른 여인들처럼 일희일비하는 성격이 아니었다.최근 그녀는 저택의 시종들로부터 유왕비가 이곳에 며칠 머물던 사이 있었던 일들에 대해 자세히 알아볼 수 있었다.유왕비가 연경에게 시비를 걸었고 연경이 잠깐 실종되었으며 손기욱과 유왕비가 언쟁을 벌인 것 모두 사실이었다. 굳이 더 알아보지 않아도 그녀는 손기욱이 유왕비 같은 사람과 한패가 되었을 거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그녀는 알아본 모든 정보를 바로 어제 황제에게 보냈다.손기욱은 자신을 선망에 찬 눈길로 바라보는 그녀를 보고 있자니 이상하게 온몸에서 뜨거운 기운이 솟구쳤다. 그는 시선을 내려 앞에 놓인 찻잔을 싸늘히 바라보았다.“오늘 많은 일들이 있어서 노곤하셨을 텐데 제가 오늘은 시중을 들어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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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4화

역시 그녀가 예상했던 것처럼 손기욱은 주저하는 모습을 보였다.‘그럼 그렇지, 나으리는 오늘 방비원에서 밤을 보낼 생각이셨던 거야!’하지만 아현은 여기서 물러서지 않았다.“방금 전에 이랑께서 열물까지 토하셨습니다. 어서 가서 봐주세요, 나으리!”손기욱은 그제야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곧 다녀오겠다.”소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돌아오시면 같이 병법서에 대해 계속 얘기 나눠보시죠.”그녀는 떠나는 그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옆에 있던 숙희가 조심스럽게 물었다.“이랑, 침환향이 아까운데 잠시 꺼둘까요?”“먼저 꺼두거라. 이따가 나으리가 돌아오시면 다시 불을 붙이고.”소연은 잔뜩 굳은 표정으로 욕실로 돌아갔다.그녀는 연경처럼 일단 먼저 자신을 단장하기로 작심했다.잠시 후, 매향원에 돌아온 손기욱은 불쾌한 어투로 물었다.“의원은 다녀갔느냐?”서란과 서령은 불안한 어투로 서로 시선을 교환하고는 덜덜 떨며 답했다.“이랑께선 괜찮다고 의원을 부르지 말라 하셨습니다.”“당장 불러오거라!”손기욱의 음산한 표정에 두 시종은 벌벌 떨며 사람을 부르러 나갔다.두 사람 모두 이런 상황은 처음이었기에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낮에 두 상전이 왜 싸웠는지는 지금도 의아하고 이해할 수 없었다. 서령과 서란은 경원에서부터 불화가 시작되었다고 볼 수밖에 없었다.손기욱은 음침한 얼굴로 안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하지만 침상에 누워 있는 연경을 보자마자 곧바로 표정을 바꾸고 성큼성큼 그녀에게 다가갔다.“구토를 했다면서?”연경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헛구역질을 몇 번 시도했더니 저녁에 먹었던 것들까지 토해낼 줄은 몰랐어요.”손기욱은 콧방귀를 뀌고는 아니꼬운 목소리로 물었다.“네가 조금이라도 늦었으면 이 서방은 그 여자한테 잡아먹힐 뻔했다. 어찌 이리도 느긋할 수 있느냐?”연경은 다가가서 그에게서 풍기는 낯선 여인의 향기를 맡았다. 그러고는 못내 서운한 말투로 말했다.“제가 나으리만 믿고 기다렸으면 매일 눈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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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5화

원래는 방비원에서 밤을 보낼 예정이었던 손기욱을 이대로 연경에게 빼앗겼으니, 소연은 화가 안 날 수가 없었다.만약에 손기욱이 애초에 그럴 마음이 없었더라면 이렇게까지 화가 안 났을 것이다.“비켜라!”그녀는 손을 뻗어 길을 막는 아현을 확 밀쳤다. 미처 대비하지 못한 아현은 그대로 밀려 비틀거렸다.아현은 욕이라도 퍼붓고 싶었지만 안에서 쉬고 있을 손기욱과 연경을 위해 결국 입을 꾹 다물었다.서란과 서령이 싸늘한 얼굴로 소연을 막았다.“이랑, 자중하시지요. 첩실이 쉬고 계신 나으리를 방해할 수는 없습니다. 노부인께서 아시면 분명 뭐라 하실 거예요.”소연은 주먹을 불끈 쥐고 높게 쳐들었다.놀란 서란이 어깨를 움찔했다.다행히 옆에 있던 숙희가 소연을 막으며 부드러운 말로 그녀를 달랬다.“이랑, 진정하세요.”소연은 길게 심호흡하고는 억지스러운 미소를 지었다.“뒷방살이 하는 여인네들이 이 정도로 엄살이 많은 줄은 몰랐구나. 나으리가 의원도 아닌데 병이라도 옮기려면 어쩌려고.”물러서지 않고 든든히 문 앞을 지키는 시종들의 모습에 소연은 헛걸음을 했다는 것을 깨닫고 씩씩거리며 방비원으로 돌아갔다.하지만 치미는 분노를 참을 수 없어 결국 엎치락뒤치락 잠들 수도 없었다. 다음날 아침이 되어서도 그녀의 분노는 사라지지 않았다.한편, 매향원의 연경은 뻐근한 통증에 잠에서 깼다.경원에서 돌아온 뒤로 몸이 제대로 회복되지 않은 터라 손기욱도 조심했는데도 이 정도였다.그녀는 눈을 뜨자마자 보이는 그의 이글거리는 시선에 괜히 심통이 나서 힘껏 그를 흘겨보았다.“다시 못 볼 것도 아닌데 제가 힘들어서 죽으면, 새로운 정실을 들이려고 이렇게나 저를 괴롭히신 겁니까?”안 그래도 할 일도 많은데 손기욱 때문에 거의 침상에서 시간을 보낸 것이 연경은 아니꼬웠다.손기욱의 눈빛에도 미안한 감정이 스쳤다.연경은 그의 손을 밀쳐내고 힘겹게 돌아누웠다. 3일 연속 그에게 시달리다 보니 궂은일을 하던 시종 시절보다 더 힘들었다.가까이에서 느껴지는 그의 뜨거운 숨결에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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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6화

방비원.소연은 오전이 되어서야 비로소 침상에서 일어났다.“나으리께선 다녀가셨느냐?”숙희는 짜증이 잔뜩 섞인 그녀의 말투에 어색한 표정으로 답했다.“나으리께서는 아침 일찍 저택을 나가셨습니다. 경양백부로 가신 것 같아요.”소연이 물었다.“연 이랑은?”“연 이랑은 매향원에 계십니다. 이번엔 따라가지 않았어요.”자리에서 일어난 소연은 음침한 얼굴로 말했다.“그래? 아침을 준비하거라. 아침만 먹고 내 오늘 그 여자를 좀 만나봐야겠구나.”“이랑, 뭘 하시려는 겁니까?”숙희가 긴장한 어투로 물었다. 지난번에 혀가 잘린 보현은 지금까지 방 안에서 끙끙 앓고 있는데 그녀는 제2의 보현이 되고 싶지 않았다.소연은 아무 말없이 일어나서 정성껏 자신을 단장했다.반 시진 후, 그녀는 기세등등하게 매향원으로 갔다. 서재에서 글씨 연습을 하고 있는 연경을 본 그녀는 경멸에 찬 어투로 말했다.“멀쩡하시네요, 연 이랑? 아프시다더니 참 빨리도 나으셨네요.”연경은 그녀를 힐끗 보고는 시큰둥하니 대꾸했다.“소 이랑은 쓸데없는 일에 관심이 참 많군.”무슨 말인지 못 알아들은 소연은 뒤돌아서 숙희를 바라보았지만 숙희도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옆에 있던 아현이 웃으며 말했다.“소 이랑이 간섭할 일이 아니라고 하십니다.”소연의 얼굴이 음침하게 굳었다.“시기와 질투는 여인의 금기이거늘, 나도 이 저택에 온지 며칠 되었는데 연 이랑은 혼자서 나으리의 총애를 독차지하려 하는군요. 나으리께서 제 처소에서 쉬신다 하셨는데도 굳이 거짓말까지 해가며 나으리를 다시 불러들이다니. 참으로 뻔뻔하십니다.”연경이 손을 뻗자, 서란이 다가와 그녀를 부축했다.소연은 그 모습을 보고는 한심하다는 듯, 입을 삐죽였다.연경은 고고하게 턱을 치켜들며 받아쳤다.“여인은 본디 나약한 존재이지만, 소 이랑은 사내처럼 자라서 건강하고 튼튼하니 모르는 것도 당연하지.”그 말을 들은 소연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그녀는 자신이 다른 여인들처럼 여성스럽지 못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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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7화

소식을 듣고 가장 먼저 달려온 사람은 강씨 어멈이었다. 그녀는 떨리는 손을 연경의 코끝에 가져갔지만 숨결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특히나 머리에서 피가 철철 흐르는 것을 보고 강씨 어멈은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그녀는 이미 살릴 방법이 없다는 것을 알고 절망한 표정을 지었다.“연경은 어디 있느냐? 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손기욱의 절망한 목소리가 멀리서 들려왔다.소연과 숙희는 아현이 의자를 던진 순간 재빨리 몸을 피했지만, 결국 팔을 다치고 말았다.그녀는 손기욱을 보자마자 떨리는 목소리로 해명했다.“나으리, 저는 힘을 주어 밀지 않았습니다. 연 이랑이 혼자 넘어진 거예요.”손기욱은 그녀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바람처럼 그녀의 곁을 스쳐 지나갔다.그의 뒤를 서주행이 따르고 있었다.손기욱은 생기를 잃고 바닥에 누워 있는 연경을 보자 경악한 표정을 지으며 걸음을 멈추었다. 뒤에서 따라온 서주행이 그를 밀치고 안으로 들어가서야 그는 비로소 정신을 차렸다.“내가 한번 확인해 보지.”서주행은 연경의 상처를 자세히 살피다가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뒷일을 준비하는 게 좋겠네.”아현과 아민은 크게 울음을 터뜨렸다.손기욱은 그제야 정신을 차린 듯, 다가가서 연경을 품에 꽉 안았다.“돌팔이 같으니라고! 당장 꺼지지 못할까! 다 꺼져!”소식을 듣고 달려온 노부인은 서둘러 연경의 서재를 나오는 사람들을 보았다.정원에는 처절한 울음소리가 울려퍼졌다.상주의원을 모시고 온 서란과 노부인과 함께 온 서령은 그 광경을 목격하고 울며 서주행에게 따져 물었다.서주행은 그저 무거운 표정으로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서재에서는 손기욱의 절망스러운 울부짖음이 들려왔다.“경아, 이렇게 가는 법이 어디 있느냐. 나 혼자 남겨두지 말거라!”“돌팔이들! 하나같이 다 돌팔이야! 경아!”신의라 불리는 서주행마저 고개를 흔드는 마당에 상주의원은 더 들어가서 확인할 필요도 없었다. 하물며 무안 후작이 절망에 빠져 분노를 쏟아내는 와중에 아무도 감히 안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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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8화

관목이 도착한 후, 손기욱은 친히 연경의 얼굴을 닦아주고 옷을 갈아입혔다.사당은 매화당에 설치되었다. 서주행을 제외하고 문상을 온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손기욱은 관 앞에서 한시도 떨어지지 않고 지켰다. 사람들이 말리면 음침한 얼굴로 노려보며 분노를 표출해서 아무도 가까이 다가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소연은 초조함 속에 몇 시진을 지냈다. 처음에는 손기욱에게 해명할 용기조차 없었는데 시간이 길어지니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용기를 내 매향원으로 왔다.그녀는 왜 여인이 이렇게 연약한지 이해할 수 없었다. 살짝 밀쳤을 뿐인데 목숨을 잃다니!소연은 멀리서 관 앞을 지키고 있는 손기욱을 바라보았다. 관 안에는 연경이 핏기 없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외로이 누워 있었다.손기욱은 그저 하염없이 그녀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소연은 힘겹게 용기를 내어 앞으로 다가갔다.“나으리, 고의는 아니었습니다. 저는….”“나가!”손기욱은 그녀에게 시선도 주지 않고 싸늘히 말했다. 강한 압박감과 음산한 말투에서는 아무런 감정도 담겨 있지 않았다. 소연을 따라온 숙희는 덜컥 겁이 나서 다급히 소연의 옷깃을 잡아당겼다.소연은 고집스럽게 말했다.“나으리, 저는 진심으로 사죄하러 왔습니다. 저도 이렇게 될 줄 몰랐어요.”아현과 아민이 달려들어 소연을 밖으로 밀쳤다.“사죄하면 죽은 사람을 살릴 수 있나요? 진심으로 미안하다면 말로만 할 것이 아니라 밖에서 무릎을 꿇고 연 이랑을 위해 기도나 하십시오!”“너!”분노한 소연이 다시 주먹을 치켜들었다.하지만 아현과 아민은 겁 없이 고개를 들고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로 그녀를 쏘아보았다.소연은 고고하게 턱을 치켜들고는 담담히 말했다.“그래.”말을 마친 그녀는 주저없이 구석진 곳으로 가서 무릎을 꿇었다.그렇게 그녀는 매향원의 정원에서 밤새 무릎을 꿇고 있었고 손기욱은 밤새 사당을 지켰다.다음 날 아침, 태복이 조심스레 안으로 들어와 고했다.“나으리, 소인이 풍수가 좋은 곳을 알아보았습니다. 성밖에 단풍산 산기슭이 좋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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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9화

연경은 얼굴에 두텁게 발랐던 분을 닦아내고 마차로 가서 재빨리 옷을 갈아입었다.손기욱은 그녀가 벗어 놓은 상복을 챙기고 멀어지는 마차를 멍하니 바라보았다.그녀의 호송을 맡은 사람은 치풍과 그의 부하들이었다. 연경은 창가에 엎드려 그의 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하염없이 그를 바라보았다.두 번의 삶 동안에 이렇게 먼 여정을 떠난 것은 처음이었다.관 안에서 꼬박 하룻밤을 보낸 연경은 노곤함이 몰려왔지만 바깥세상이 신기해 창가에서 눈길을 돌릴 수 없었다.그녀의 기분을 느낀 것인지, 치풍이 마차로 다가오며 말했다.“주변에 사람이 없으니 마음껏 보셔도 됩니다, 진 소저.”지금부터 연경은 위씨 노부인이 줄곧 옆에 두고 키운 막내손녀의 신분이자, 예전에 한해의 마지막 날에 손기욱과 함께 있었던 면사포 미인이었다.그때 그녀가 성과 이름을 숨긴 것은 오로지 그녀의 명성을 지키기 위함이라 하기로 했다.치풍의 말을 들은 연경은 가림막을 열고 주변을 둘러보았다.마차는 산길을 가고 있었는데 주변에는 높다란 산들로 둘러싸여 있었다. 광활한 천지가 그녀의 시야를 자극했다. 전생과 이번 생을 통틀어 두 번의 삶에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광활한 풍경에 연경은 감개가 무량했다.길옆의 풀과 나무, 꽃들 모두 주변의 풍경과 어우러져 그녀의 마음 속 불안까지 잠재워 주었다.손기욱을 떠나고 한 시진도 되지 않아 그녀는 불안감을 내려놓았다.한편, 손기욱은 연경이 떠난 자리에서 한참을 서 있었다.태복이 조심스레 물었다.“나으리, 이제 떠나셔야 합니다. 연 이랑을 묻어주셔야지요.”치풍은 어제 난장강에서 여인의 시신 한 구를 구해다가 밤새 산기슭에 가져다 놓았다. 태복은 혹여 산 속의 짐승들이 시신을 물어뜯진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손기욱은 갑갑한 마음을 달래며 태복에게 말했다.“내일 아현과 아민을 저택에서 내보내고 빨리 경이를 따라잡으라 하거라. 입단속 잘 시키는 것도 잊지 말고.”태복은 고개를 끄덕였다.“예, 지난번에 하신 분부 다 기억하고 있습니다.”“은표는 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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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0화

노부인은 멈칫하더니 하려던 말을 도로 삼켰다.“피곤하군요.”손기욱은 노부인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고는 매화당으로 향했다.강씨 어멈은 그가 연경을 정실로 들이려 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의 상실감을 이해할 수 있었다. 너무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이고 장례도 급하게 치러져서 그녀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지 못한 것이 한이었다.오늘 아침이 되어서야 강씨 어멈은 이 일에 의문점이 많다는 것을 깨닫고 손기욱을 따라갔다.그녀는 숨을 헐떡이며 뒤에서 손기욱을 불렀다.“잠시만요, 나으리!”손기욱은 소리를 듣고 재빨리 뒤돌아서 어멈에게로 다가왔다.“조심하십시오, 어멈.”강씨 어멈은 숨을 헐떡이다가 그를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제게는 사실을 말해주십시오. 이 모든 게 사실입니까?”손기욱은 눈시울이 빨갛게 부은 어멈을 보자 차마 계속 거짓말을 할 수 없어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그러자 강씨 어멈은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흐느꼈다.“무사하면 되었습니다. 무사하면….”강씨 어멈이 심혈을 들여 가르친 제자 셋 중에 가장 마음에 든 사람이 연경이었다. 란향은 너무 교활하고 기요는 너무 거만했다. 유독 연경만 온순하고 사려가 깊으며 배움에 열중했다.그리고 가장 중요한 점은 손기욱이 그녀를 마음에 품었다는 점이었다.어멈은 어제 밤새 울었다. 손기욱의 일생이 기구해서 울었고 그가 늙을 때까지 반려를 찾지 못할까 걱정도 되었던 것이다.손기욱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절대 밖으로 알려져서는 안 되니, 이만 일찍 돌아가서 쉬십시오.”강씨 어멈은 곱지 않은 시선으로 그를 흘기며 팔뚝을 꼬집었다.“이제 저도 못 믿으시는 겁니까?”옆에 있던 연상도 불만을 늘어놓았다.“어멈은 어제 너무 우셔서 눈까지 안 좋아지셨습니다. 나으리, 참 매정하세요.”강씨 어멈은 눈물을 닦으며 손사래를 쳤다.“나으리도 만일을 대비하기 위함이니 어쩔 수 없었겠지. 되었습니다. 저는 아무것도 못 들은 거로 할 테니 이만 돌아가서 쉬십시오.”“어멈도 건강에 유의하시고 돌아가서 푹 쉬세요.”강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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