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비원.소연은 오전이 되어서야 비로소 침상에서 일어났다.“나으리께선 다녀가셨느냐?”숙희는 짜증이 잔뜩 섞인 그녀의 말투에 어색한 표정으로 답했다.“나으리께서는 아침 일찍 저택을 나가셨습니다. 경양백부로 가신 것 같아요.”소연이 물었다.“연 이랑은?”“연 이랑은 매향원에 계십니다. 이번엔 따라가지 않았어요.”자리에서 일어난 소연은 음침한 얼굴로 말했다.“그래? 아침을 준비하거라. 아침만 먹고 내 오늘 그 여자를 좀 만나봐야겠구나.”“이랑, 뭘 하시려는 겁니까?”숙희가 긴장한 어투로 물었다. 지난번에 혀가 잘린 보현은 지금까지 방 안에서 끙끙 앓고 있는데 그녀는 제2의 보현이 되고 싶지 않았다.소연은 아무 말없이 일어나서 정성껏 자신을 단장했다.반 시진 후, 그녀는 기세등등하게 매향원으로 갔다. 서재에서 글씨 연습을 하고 있는 연경을 본 그녀는 경멸에 찬 어투로 말했다.“멀쩡하시네요, 연 이랑? 아프시다더니 참 빨리도 나으셨네요.”연경은 그녀를 힐끗 보고는 시큰둥하니 대꾸했다.“소 이랑은 쓸데없는 일에 관심이 참 많군.”무슨 말인지 못 알아들은 소연은 뒤돌아서 숙희를 바라보았지만 숙희도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옆에 있던 아현이 웃으며 말했다.“소 이랑이 간섭할 일이 아니라고 하십니다.”소연의 얼굴이 음침하게 굳었다.“시기와 질투는 여인의 금기이거늘, 나도 이 저택에 온지 며칠 되었는데 연 이랑은 혼자서 나으리의 총애를 독차지하려 하는군요. 나으리께서 제 처소에서 쉬신다 하셨는데도 굳이 거짓말까지 해가며 나으리를 다시 불러들이다니. 참으로 뻔뻔하십니다.”연경이 손을 뻗자, 서란이 다가와 그녀를 부축했다.소연은 그 모습을 보고는 한심하다는 듯, 입을 삐죽였다.연경은 고고하게 턱을 치켜들며 받아쳤다.“여인은 본디 나약한 존재이지만, 소 이랑은 사내처럼 자라서 건강하고 튼튼하니 모르는 것도 당연하지.”그 말을 들은 소연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그녀는 자신이 다른 여인들처럼 여성스럽지 못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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